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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이슈] 이정후의 ‘더 캐치’, 난 놈은 시작부터 달랐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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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7 (수) 07:22

                           
바람의 손자도 사람이었다.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는 첫 가을야구에서 평소에 느끼지 못한 긴장감을 겪었다. 7회 수비에서 나온 '더 캐치'가 나오기 직전까지 말이다. 결국, 난 놈은 시작부터도 달랐다. 이정후는 경기 막판 공·수 맹활약으로 팀의 준플레이오프를 이끈 주인공이 됐다.
 
[엠스플 이슈] 이정후의 ‘더 캐치’, 난 놈은 시작부터 달랐다

 
[엠스플뉴스]
 
10월 16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이 열리는 고척돔. 경기 전 훈련에서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는 방망이를 내내 놓지 않았다. 더그아웃에 들어와서도 이정후는 연신 방망이를 돌리면서 숨을 가다듬었다.
 
하루 전인 15일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 데이에서 이정후는 “우리가 경험이 부족하단 얘기를 듣더라. 선배님 말씀을 잘 들어서 젊은 패기를 제대로 보여드리겠다”는 당찬 각오를 전했다. 그렇게 패기를 보여주겠단 말과 실전 느낌은 다소 달랐다. 아무리 이정후라도 첫 가을야구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긴장을 안 할 거로 생각했는데 실전은 다르더라. 이번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결승전이나 신인 시절 개막전 때도 안 떨었다. 그런데 오늘은 프로 무대에서 처음으로 떨리고 긴장됐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꼭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경기 뒤 만난 이정후의 말이다.
 
[엠스플 이슈] 이정후의 ‘더 캐치’, 난 놈은 시작부터 달랐다

 
경기 초반 타석이 잘 풀리진 않았다. 이정후는 1회와 3회 각각 중견수 뜬공과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잘 맞은 타구가 상대 호수비에 잡히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넥센이 0대 2로 뒤진 5회 말 무사 만루 기회에서도 이정후는 인필드 플라이 타구를 날렸지만, 상대 포수 김민식의 포구 실책이 나오는 행운이 따랐다. 다행히 좌익수 방면 희생 뜬공으로 이날 팀의 첫 득점을 만든 이정후였다.
 
이정후의 긴장이 한 번에 풀린 시점은 바로 7회 초 수비였다. KIA의 추격으로 5대 5 동점이 된 7회 초 무사 1루에서 최형우의 큼지막한 타구가 좌중간을 가르는 듯했다. 하지만, 좌익수 이정후가 마치 바람을 타고 날아가듯 질주했다. 모두가 안타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정후가 미끄러지듯 넘어지면서 글러브를 내밀었다. 놀랍게도 최형우의 타구는 이정후의 글러브로 쏙 들어갔다.
 
1루 주자 나지완이 귀루 도중 아웃되면서 이정후의 ‘더 캐치’가 더 빛났다. KIA 벤치의 비디오 판독 신청은 오히려 이정후의 호수비를 몇 차례 더 감상할 기회가 됐다.
 
“최형우 선배님의 타구를 잡는 순간 긴장이 확 풀렸다. 사실 최형우 선배님이 타석에 들어설 때 중견수인 (임)병욱이 형과 사인을 주고받았다. 병욱이 형이 우중간을 맡는다고 해서 나는 좌중간을 맡고자 위치를 살짝 이동했다. 원래 수비 위치였다면 잡기 힘들었을 거다. 병욱이 형과 부딪힐 것 같아서 일찍 슬라이딩했다. 그래서 타구를 잘 잡을 수 있었다. 곧바로 아웃이라 확신했기에 곧바로 공을 내야로 던졌다.”
 
[엠스플 이슈] 이정후의 ‘더 캐치’, 난 놈은 시작부터 달랐다

 
이정후의 ‘더 캐치’를 바라본 넥센 장정석 감독의 목소리도 상기돼 있었다. 장 감독은 “좌타자가 친 타구였기에 어쩌면 잡을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그래도 정말 잘 잡은 호수비였다. 슬라이딩 타이밍이 좋았다. 첫 가을야구임에도 (이)정후가 큰 활약을 펼쳤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수비가 잘 풀리자 타격도 터졌다. 이정후는 호수비로 긴장을 푼 뒤 7회 말 곧바로 자신의 가을야구 첫 안타를 날렸다. 이어진 서건창의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 때 이정후는 ‘바람’을 가르는 전력 질주로 역전 득점을 만들었다. 이후 넥센은 제리 샌즈의 2점 홈런과 김하성의 1타점 적시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정후의 ‘더 캐치’를 기점으로 승기는 이미 넥센으로 넘어간 셈이었다. 넥센은 이정후의 활약에 힘입어 10대 6 승리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1차전에서 마무리했다. 이제 넥센은 10월 19일부터 한화 이글스와 5전 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엠스플 이슈] 이정후의 ‘더 캐치’, 난 놈은 시작부터 달랐다

 
결국 ‘바람의 손자’에 흐르는 피를 속일 수 없었다. 이정후의 아버지 MBC SPORTS+ 이종범 해설위원의 첫 가을야구도 그랬다. 이종범 위원은 1993년 해태 타이거즈 신인 시절 한국시리즈가 첫 가을야구였다. 이 위원은 당시 한국시리즈에서 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0/ 9안타/ 4타점/ 7도루로 시리즈 MVP를 수상하면서 프로 첫해부터 우승을 맛봤다.
 
아버지 이종범이 아들 이정후에게 건넨 조언은 이랬다. 이정후는 아버지께서 무조건 자신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이런 큰 무대에선 위축되지 않고 심장이 큰 사람이 이긴다고 하셔서 그 조언을 최대한 떠올리며 뛰었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난 놈’은 시작부터 달랐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기에 이정후의 폭발력은 상대 팀엔 엄청난 공포다. 이제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맛보는 한화가 이정후를 막아서야 한다. 단단히 준비하지 않는다면 한화도 이정후라는 끝이 안 보이는 바람에 휩쓸릴 수 있다. 호랑이를 멈춰 세운 바람의 손자는 이제 독수리의 비상을 막고자 한다.
 
“한화도 오랜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는데 우리 팀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 한화도 좋은 팀이지만, 우리 투수진과 야수진의 능력이라면 오늘과 같은 좋은 결과가 또 나오지 않을까 싶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최선을 다해 팀 승리만 신경 쓰겠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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