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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KBL 드래프트 날짜는 왜 자꾸 바뀌는 것일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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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6 (화) 09:44

                           

[매거진] KBL 드래프트 날짜는 왜 자꾸 바뀌는 것일까



[점프볼=민준구 기자] 프로스포츠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매 시즌 새 얼굴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대학을 굳이 졸업하지 않고 일찍 프로진출을 택하는 유망주도 늘어 관심을 더하고 있다. 그런데 날짜가 오락가락한다. 2017년 10월 30일에 열린 드래프트가 올해는 11월 26일에 개최된다. 시즌 개막(10월 13일) 후 한참 뒤에야 새 얼굴이 등장하는 셈이다. 날짜를 고정시킬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정유라 사태에 흔들린 대학농구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정유라 사태는 대학 선수들에게도 큰 타격을 주었다. 정유라의 학점 특혜논란 이후 각 대학은 철저한 학사관리에 들어갔다. 그동안 학생선수라는 신분 덕분에 많은 배려를 받았던 대학 선수들은 갑작스레 운동과 공부를 병행해야 했다. 평생을 운동만 해왔던 선수들에게 당장 공부를 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17년부터 학점 미달 선수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각 대학 감독들은 훈련 시간을 조정하는 등 선수들의 학점 관리까지 신경 써야 했다. 

A대학 감독은 “주중에 훈련을 하려면 새벽과 야간에만 가능하다. 운동선수를 배려해주시는 교수님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다. 결과적으로 훈련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선수들의 학점 관리 때문에 정규리그 일정도 늦춰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대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도 아니다.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1학기 혹은 2학기 초에 마무리됐던 정규리그 일정도 10월 말까지 미뤄졌다. 플레이오프는 11월 22일에 마무리된다. 1주에 1경기씩을 치러 선수들의 2학기 수업 참여가 가능할 수 있도록 조정된 일정이다. 이상원 대학농구연맹 사무국장은 “대학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수업을 모두 들어야만 학점을 인정해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시즌 일정 역시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드래프트 역시 같이 밀리게 됐다. KBL에 모든 사정을 이야기했고 이번에는 작년보다 한 달 더 느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드래프트 일정, 과거로 회귀? 

프로 구단들은 이렇게 된 이상 드래프트 일정을 과거처럼 1~2월로 미루자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신인 선수들의 합류 시기가 너무 늦다는 것이지만, 물론 그 안에는 또 다른 속사정이 있다. 먼저 KBL 관계자는 “출범 이래 큰일이 없다면 대부분 1~2월에 신인 드래프트를 진행해 왔다. 이후 김종규와 김민구, 이종현과 최준용 등 황금세대가 연달아 등장하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했고 2012년부터 드래프트 일정을 10월로 앞당겼다”며 “현실적인 문제는 프로 구단들이 앞으로 등장할 신인 선수들을 즉시 전력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기용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몇 개월 동안 데리고 있는 건 프로 구단의 입장에서 굉장한 부담이다. 최근 각 구단 관계자들과 감독들이 드래프트 일정을 미루자고 이야기한다. 물론 만장일치는 아니다. 구단 사정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천천히 알아보고 있다. 중요한 건 드래프트 시기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B구단 관계자는 “당장 프로무대에 뛰어들 신인 선수 중 김종규나 이종현과 같은 즉시 전력감이 없다. 적어도 2~3년은 바라봐야 할 선수들이 대부분인데 드래프트 시기를 계속 앞당겨서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또 신인 선수들을 일찍 받으면 학사 일정이 마무리되지 않아 학점 관리까지 신경 써야 한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살림을 줄여나가는 현시점에 신인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없는 형편이다”라고 직설적인 답변을 했다. 

C구단 관계자 역시 “아직 정식으로 이야기된 부분은 아니지만, 1~2월 드래프트로 돌아가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다. 올해 드래프트는 뽑을 선수가 없어 걱정이라던데 심지어 11월 말에 열려 합류 시기도 늦다. 막상 경기에 출전시켜도 제 기량을 뽐내지 못하고 자신감만 잃는 선수들이 더 많다. 차라리 비시즌부터 합류해 처음부터 적응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지 않나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대학 감독들의 간절한 부탁

그렇다면 대학 감독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당장 프로 선수들을 배출해야 하는 그들의 입장은 KBL 및 구단 관계자들과 상반된 모습이었다. D대학 감독은 “당분간 즉시 전력감이 될 선수가 없다는 점은 동의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KBL을 이끌어갈 인재들이란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드래프트 시기를 2~3월로 늦춘다면 당장 12월부터 일정 없는 선수들은 오갈 데가 없다. 드래프트 이후 60일의 휴식기까지 겹쳐 최대 5~6개월의 공백기가 생긴다. 개인적으로 운동을 하더라도 프로의 체계적인 훈련 환경을 얼마나 따라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비시즌 기간부터 합류한다고 해도 차기 시즌에 얼마나 존재감을 발휘할지는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 아닐까”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대학 감독 역시 “드래프트에서 대부분 구단들은 많으면 2~3명의 선수를 선발한다. 이 선수들이 모두 즉시 전력감은 물론 1라운드급이 아니라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을 관리하기 힘들다고 해서 드래프트 시기를 늦추는 건 너무 앞만 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은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된다. 며칠이라도 프로의 맛을 느낀다면 다음 비시즌 때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경제적인 측면 역시 구단의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줬으면 한다”며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상반된 입장 차이, 많은 대화 필요해

아직 드래프트 시기에 대해 정식적으로 대화를 나누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다 저렇다 하는 건 무리가 있다. 서로의 입장 차이 역시 큰 만큼 많은 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KBL은 선수연고제를 통해 유스 시스템을 정착시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했다. 결국 초중고 및 대학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선수들이 KBL에 들어오게 된다. 

F대학 감독은 “조기프로진출자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고 나오는 선수들이 KBL을 이끌고 있다. 아마농구, 프로농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서로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KBL과 대학 및 아마농구가 서로 살아나기 위한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드래프트 시기를 정하는 건 상생하기 위한 하나의 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까지 양보해야 한다.

중요한 건 언제 결정하는 지다. KBL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2019년부터 열릴 드래프트 시기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 대학농구연맹 역시 정규리그 및 플레이오프 일정을 정해야 하고 우리도 신인 선수들의 합류 시기를 확정지어야 한다. 한쪽의 입장만 맞다고 주장해선 안 된다. KBL과 대학농구연맹이 절충안을 찾아 지혜로운 선택을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매거진] KBL 드래프트 날짜는 왜 자꾸 바뀌는 것일까

#사진=점프볼 DB



  2018-10-16   민준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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