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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대성은 언제부터 이렇게 성실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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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4 (일) 04:00

                           

[매거진] 이대성은 언제부터 이렇게 성실했나요?



[점프볼=강현지 기자] “웃으면 약해 보이는데….” 카메라를 향해 연신 레이저를 쏘아대던 이대성에게 웃어달라고 요청하자 돌아온 답이다.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말이다. 농구코트에서도 그렇다. 발전 의지가 대단하다. 또 온통 머릿속엔 농구 생각뿐이다. 더 나은 한 동작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반복한다. 그 노력에는 유재학 감독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 팬들이 이대성을 아끼고, 그에 대한 기대감을 거두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가만 보자, 이 선수가 언제부터 그랬더라? 

 Q. 국가대표에서 하차하고, 어떻게 지냈나요?

재활 치료받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가더라고요. 오프시즌인 두 달간 개인적으로 팀에서 겪었던 문제점, 또 지적받은 점을 바꾸려고 노력해왔어요. 지적받은 점이요? 결국 슛이죠(웃음). 원래 슛을 던질 때 힘이 많이 들어가곤 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세트 슛으로 바꾸고 편안하게 던지려고 하고 있어요. 여러 연습 루틴을 만들어서 슛에 올인하고 있죠. 예전에는 드리블, 웨이트트레이닝에 전념했다면 지금은 그 에너지를 슛에 쏟고 있어요.

 

Q. 연봉조정 신청 때문에 고생도 했을 텐데요.

구단과 제가 생각했던 부분이 달랐어요. 하지만 힘들진 않았어요. 조정신청을 하고 난 뒤에는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어요. 전 농구에 포커스를 두고,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했죠. 다만 제가 생각했을 때 타당하지 않은 것 같은 부분에 대해서 구단에 이야기했고,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했어요. 협상할 땐 열변을 토하기도 했지만(웃음), 이후로는 운동에 집중했죠. 돈에 휘둘리면 더 마음 쓰게 되고, 힘들어지니 그러지 않으려고 했거든요. 이상주의자죠.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나아질 수 있는 희망 속에서 살아요. 매번 나아질 거라는 희망, 꿈에 취해 있는 것 같아요. 혼도 나고 현실 개념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행복해요. 운동하는 게.

 

Q. 일본에서 운동하면서 체지방이 줄었다고 하던데(8월 이대성의 체지방 양은 8%가 조금 넘는단다).

원래 관리를 하는데, 뭔가 도전 같아요. 남들 있는 데서 열심히 하는 건 다 할 수 있지만, 남에게 터치 받지 않고 하는 노력이 진짜 제 노력이라고 봐요. 제가 돼지고기, 소고기를 안 먹는데 선식을 먹고, 평소 하던 습관보다 좀 더 노력했더니 (체지방이)줄었어요. 마냥 안 먹으면서 한 게 아니라 운동량을 늘렸죠. 몸이 가볍고, 좋아요.

 

Q. 하루 식단이 어떻게 돼요?

아침에는 선식을 먹고 새벽 운동을 해요. 그리고 재활 다녀와서 점심때 야채랑 달걀흰자만 8개 정도 먹어요. 과일, 야채, 닭고기, 생선, 오이 등을 먹죠. 근데 많이 먹어요. 에너지를 써야 하니까요. 그리고 옥수수를 정말 좋아해요. 보면 못 참을 정도로 좋아해요. 치킨도 좋아하고요. 하지만 잘 안 먹어요. 자고 일어나면 입이 너무 텁텁하거든요. (크리스티아누)호날두 체지방이 7%라는데, 제가 8%가 조금 넘거든요. 예전에는 시즌 때 (체지방 양을) 얼마로 맞추고 했는데, 그런 것보다 습관화하는 게 좋겠더라고요. 두세 달이 힘들지 지나고 나면 괜찮아요. 좋은 습관을 만들려는 취지에서 하고 있죠.

 

Q.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만나면 안 먹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웃음).

제 여자친구도 집에서 고기를 잘 안 먹고, 저도 잘 안 먹어서 샐러드 먹으러 가고 하거든요. (함)지훈이 형에게 그 얘길 했더니 ‘여자친구는 무슨 죄냐’하더라고요. ‘형, 제 여자친구 고기 안 좋아해요’했더니 ‘그건 네 생각이지, 눈치 없는 놈아’라고 하더라고요(웃음). 형이 맛있는 고기 사주겠다고, 데려오라고 그래요. 1월부터 안 먹었거든요. (마커스)블레이클리가 그러더라고요. 그전까지는 저염식으로 먹으면서 지방은 안 먹고 탄수화물, 단백질을 먹었는데 쉽게 지치더라고요. 한 경기는 퍼포먼스가 나오는데, 회복이 안 됐어요. 제가 상무에 다녀와서 경기력이 떨어진 이유 중 하나였어요.

 

[매거진] 이대성은 언제부터 이렇게 성실했나요? 

::: 이대성의 성실함은 유전자의 힘? :::

이대성의 몸 관리, 성실함은 유재학 감독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의 말, 또 평소 훈련하는 모습만 봐도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앞서 질문에 답변만 들어도 알 수 있지 않나. 기자 또한 ‘꿈을 쫓아가는 비슷한 연령대인데, 어떻게 저렇게 독한 마음을 먹을 수 있을까. 대단하다‘라는 생각이 들어 이대성에게 물었다. “이대성은 언제부터 그렇게 성실했나요?” 그러자 최근 들어 그 이유를 찾았다며 무릎을 ’탁‘ 쳤다. “새벽 5시 반이면 일어나시는 저희 아버지요. 유전자의 힘인 것 같아요.”

 

Q. 왜 이렇게 독해요(웃음)?

독하게 해야죠. 제 생각에 그나마 재능이 있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하는 게 농구인데, 여기서 어중간하게 해서 도태돼 버리면 전 아무것도 정리가 안 된 상태가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어지간히 열심히 하는 것보다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하루하루가 고비죠. 어떤 느낌이냐면 힘든 훈련을 앞두면 오전부터 겁이 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아무런 느낌이 없어요. 온종일 농구를 하는 꿈을 꾸는 느낌이에요. 이게 습관이 되면 힘든 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거죠.

 

Q. 어렸을 때부터 이대성 선수는 이렇게 야무졌어요?

어렸을 때요? 전 어렸을 때 이렇게 살 거란 걸 알았다면 농구를 안 했을 거예요. 하하. 사실 효율적인 걸로 따진다면 제가 바보같이 하는 거죠. 새벽 6시에 마을버스를 타고 체육관에 와서 40분 정도 몸을 풀고, 한 시간 운동해요. 사실 그걸 점심때 하면 되거든요. 제가 낮잠을 안 자서. 근데 새벽에 일어나요. 무조건해야 한다는 마인드죠. 어느 순간 운동이 타인에 의해 지배된다고 느끼는 것과 제가 주도해서 제 삶을 사는 것은 느낌이 다르거든요. 그렇게 받아들여요.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생각을 해봤는데, 그전까지는 제가 G리그 가서 실패도 맛보고, 그래서 근성이 생긴 줄 알았어요. 그러다 최근에 이유를 찾았죠. 유전자의 힘이에요. 아버지 덕분이죠. 저희 아버지가 항상 새벽 5시 30분이면 일어나세요. 하루는 토익 시험을 친다고 종이에 빼곡하게 영어단어를 쓰시고, 하루는 조깅, 또 다른 날은 등산하시면서 열심히 사셨죠. 신기하게 아버지도 제 나이 때부터 그렇게 하셨대요. 30년을 가까이 5시 반에 일어나신 거죠. 유전자의 힘이에요. 하하.

 

Q. 그래서 유재학 감독이 숙소에서 지내지 못하게 됐지만, 그래도 자기관리는 제일 믿을만한 선수라고 칭찬했나 봐요. 유재학 감독이 경기 중이나 연습할 때 보면 가장 많이 불러 이야기를 하는 선수가 이대성 선수 같아요.

시즌 막바지에 많이 하셨죠. 여유 있게 하길 원하셨는데, 전 여유라는 건 경험이 쌓이고, 실력이 있어야 가질 수 있는 거라 생각했어요. 류현진 선수를 보면 멘탈도 좋고, 편안해 보이는데 그건 실력이 되니까 여유가 생기는 거라고 봐요. 전 성격적으로도 안 되는 것 같고요. 감독님이 보시기엔 제가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잘 안 돼요. 미친놈처럼 농구를 한다고 하거든요. 실력이 늘어야 하는데…(웃음). 그래서 요즘 더 많이 노력해요.

Q. 양동근, 함지훈 선수도 이야기를 자주 하죠?

복귀해도 되는데, 재활 훈련하고 있다고 장난삼아 그러세요(웃음). 제가 훈련장에 ‘궂은 일’이라고 적어놨거든요. ‘궂은 일 : 꺼림칙하거나 남들이 하는 싫어하는 일’이라고요. 그걸 적어놓고 작년에는 미국을 다녀왔고, 올해는 대표팀에서 다쳐서 재활하고 있으니 형들이 ‘궂은일은 도대체 언제할거냐’고 그러죠. 하하.

 

Q. 라건아에 문태종까지. 현대모비스 라인업이 굉장히 탄탄해졌어요.

국가대표 라인업이죠. 저도 감독님이 기회를 주시는 거니까 잘해야 해요. 다른 팀에 가면 누가 절 믿고 기다려주겠어요. 그래서 저도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어요. 열정을 가지고 농구를 좋아한다면 절 대한민국 최고 농구선수로 만들어주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이대성은 농구할 때 정말 간절하고, 성실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요. 그러면 감독님이 절 최고로 만들어주실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제가 하기 달린 거죠. (양)동근이 형이 대단한 게 지금도 앞장서서 뛰고, 가장 열심히 하세요.

 

Q. 라건아와는 대표팀에서 미리 손발을 맞춰볼 기회가 됐을 것 같기도 해요.

사실 그전까지는 어색했어요. 물론 제가 영어를 할 수 있지만, 깊게 다가가진 못했는데, 지금은 굉장히 가까워졌어요. G리그에 있는 동안 (라건아의)입장을 느껴봤기 때문에 얼마나 외로운지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좀 더 다가가려 했어요. 말은 안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이 있거든요. 가족들에게 전화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이젠 깊은 대화를 할 정도로 친해졌어요. 서로 이해하면서 존중하고. 좋아요.

 

Q. 비시즌에 팀과 이렇게 함께한 것도 오랜만인 것 같은데, 팀 훈련에서는 재활로 잠시 쉬고 있네요(웃음).

일본 다녀와서 팀 합류를 준비하고 있어요. 첫 시즌은 재활했고, 이후에는 상무를 다녀왔죠. 지난 시즌에는 G리그를 다녀왔고요. 그래서 동료들이 ‘팀에서 비시즌을 안 보내서 농구 열정이 있는 거다’라고 말해요(웃음). 비시즌 운동을 하면 열정이 많이 내려갈 거라고 이야기하죠. 그럼 저는 ‘너도 하는데, 내가 못할 것 같아?’하고 웃죠. 하하.

 

[매거진] 이대성은 언제부터 이렇게 성실했나요? 

::: 이대성이 말하는 꿈의 무대 :::

이대성의 농구 인생을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버라이어티했다. 근데 그만큼 결과도 괜찮았다. 중앙대 시절 팀을 박차고 나와 브리검영대로 편입했다. 그때 이대성의 위치는 BEST 5가 아닌 식스맨, 세븐맨이었다. 이후 일반인 자격으로 신인 드래프트에 나와 2라운드 1순위로 유재학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2013-2014, 2014-2015시즌 우승 반지를 끼고 상무로 향하더니 전역 후엔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그러다 돌연 G리그 도전 의사를 밝혔다. “즉흥적인 생각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 내가 원했던 일이기에 힘든 부분은 감당할 수 있다. 후회 없이 해보고 싶다”고 입장을 밝히며 말이다. 비록 미국 진출 도전은 실패했지만, 생존 경쟁으로 치열한 그곳에서 이대성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것에 자신감을 얻어왔다.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현실을 알려주겠다”고 웃어 보이며 이대성은 그때 이야기를 풀어놨다.

 

Q. 꿈의 무대는 어땠나요?

한 단계 성장시켜 준 곳이었어요. 그 전에 여자친구한테 약속했어요. 계속 미국진출이란 꿈을 꿔 왔는데, 군대가 터닝포인트가 됐죠. 정말 죽기 살기로 했어요. 제 꿈을 여자친구가 배려해줬어요. 그래서 약속을 했었어요. 지금은 꿈이 먼저지만, G리그에 다녀와서는 현실에 포커스를 맞추겠다. 그게 결혼이든 돈이든 명예든. 거기에 집중하겠다고 했죠.

 

근데 다녀와 보니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G리그에서 얻어온 게 굉장히 많았어요. TV에서 보던 선수들이과 뛰고, NBA 선수들도 많이 만나고 말이죠. 이번에 NBA 서머리그에 나온 선수들을 보니 저와 G리그에서 뛴 선수들이 있더라고요.

 

Q. 이미 앞선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나온 질문이기도 한데, 거기서 얻어온 것 중 가장 큰 것은 어떤 게 있었을까요?

가기 전에는 피지컬이 좋아져야겠다는 생각에 드리블,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많이 했어요. 몸부터 준비되면 정신적인 부분도 잘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방성윤 선수조차 안 됐던 무대였잖아요. 전 우리나라에서 BEST 5에 드는 선수도 아닌데…. 애초 불가능한 도전이었어요. 이건 상상 이상의 노력이 있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부족했지만, 그래도 드래프트에서는 뽑혔잖아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뤄지니까 그 과정에서 얻은 자신감이 굉장히 컸어요. ‘내가 정말 원하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체지방도 ‘호날두처럼 만들어볼까?’하면 할 수 있는 거죠. ‘난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진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어요. 정신적인 부분이 강해졌죠.

 

Q. 그렇다면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실력이 부족한 게 가장 힘들었어요. 경쟁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거든요. 서든 어택 게임아세요? 거기서 총을 안 들고 게임하는 기분이었어요. 가진 게 없어 제 실력이 들통 난 기분이었어요. 무섭기도 했고요. G리그 유니폼을 입은 그런 상황들은 감사함 투성이었데, 결코 행복하진 않았어요. 매일 아침이 무서웠고, 자신이 없었죠. 생각대로 안 됐으니까요.

 

Q. 한국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낯설었죠. 운동도 많이 못 한 상태였고, 힘들고. 팀에 잘 녹아들지도 못했던 것 같아요. 지금 돌이켜보면 약간 겉돌았던 것 같아요. 지난 시즌은 아쉬움이 가득했죠. 올 시즌은 꼭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릴 거에요.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는 감독님이 만들어주시겠지만, 올 시즌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

 

[매거진] 이대성은 언제부터 이렇게 성실했나요? 

::: 맨정신으로는 질 수 없다는 이 남자, 결혼은 언제? :::

장재석도 갔고, 유병훈도 갔다. 중앙대 동기들 대부분 가고 있는데, 김현수랑 이대성, 임동섭이 남았다. 장가 말이다. 이대성도 오랫동안 만나온 여자친구가 있다. 중앙대 시절 벤치 멤버였을 때부터 그의 G리그 도전기 등 우여곡절을 지켜봐 온 고마운 존재다. 7~8년을 함께 보냈으니 이제 그도 결혼 생각을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Q. 농구선수가 안 됐다면 뭘 했을 것 같아요?

뭘 했을 진 모르겠지만, 뭐든 후회 없이 하지 않았을까요. 예전에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래서 대학 때 경기에서 뛰지 못했을 때 대본을 받아와서 외워 오디션을 보려고 했던 적이 있어요. (유)병훈이가 찍어줬는데, 카메라만 보면 웃음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전 안 되겠구나 했죠. 어떻게든 뭔가 하지 않았을까요?

 

아, 아버지가 테니스를 좋아하셔서 테니스 선수가 됐을 수도 있어요. 전 마인드가 그래요. 하루는 (김)효범이 형이랑 재활 센터에 있는데 육상선수 김국영이 왔어요. 효범이 형은 ‘대단하다. 얼마나 빠른 거야’하는데, 전 무의식적으로 그랬죠. ‘저 선수는 운이 좋다고. 내가 100m 달리기를 했다면 우리나라 2등이었을 텐데. 내가 1등 했었을 테니까’라고요(웃음). 근거 없는 자신감인데, 지기 싫어하는 성향이 있어요.

 

제가 뭘 시작하잖아요? 그럼 결과는 두 가지에요. 이기거나,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질 순 있지만, 맨정신으로 질 순 없어요. 이런 성향이 코트에서 보면 여유 없어 보일 수도 있는데, 제 성격 자체가 그래요.

 

Q. 성격이요?

근데 이런 제 성격 때문에 스스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한 번 에너지를 쏟는 건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어요. 남들보다 열심히 하고, 붙으면 이긴다는 마음으로 해왔어요.

 

근데 제가 못 이기는 게 있어요. 제가 노력하려 하는 부분을 이미 습관으로 지닌 사람들이요. 제가 이번 한 달은 5시 반에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그 한 달은 제 삶에 있어서 고통일거에요. 근데 이런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무섭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그래서 새벽 훈련을 해요. ‘일상’으로 만들려고요.

 

Q. 인터뷰 중간에도 여자친구 이야기를 했는데, 여자친구는 언제 만났나요.

21살 때 만났어요. 7~8년 정도 됐죠. 당연히 결혼해야죠. 같이 온 시간이 정말 특별하거든요. 어느 날 (장)재석이랑 캠퍼스를 걷고 있었어요. 머리도 삭발했을 때라 ‘이제 농구만 열심히 하겠다’라는 이야기를 나눌 때였죠. 근데 그때 여자친구가 옆을 지나가더라고요. 가야 하나 말아야 되나 했는데, 안 갔어요. 보통 그렇게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안가잖아요? 근데 후회할 것 같아 뛰어갔죠. 중앙대 농구부인데, 연락처를 받을 수 있냐고 물었죠. 그리고 경기장에 초대하면서 만나게 됐어요. 그러다 여자친구가 기자가 되고 싶다며 학교 신문사에 들어가게 됐는데, 스포츠를 맡아 중앙대 경기를 자주 왔어요. 근데 제가 뛰는 걸 못 봤죠. 경기를 못 뛰었으니까요(웃음). 미국을 간다고 했을 때도 과정을 다 봐주며 믿어줬어요. 평생 갚아야 해요.

 

Q. 여자친구한테 한 마디 하자면요(웃음).

G리그 다녀와서도 여자친구를 먼저 생각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지 못했어요. 언젠가는 여자친구가 먼저일 시기가 오겠지만, 최근 그 시기가 늦춰진 것에 사과를 했어요.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날 믿고 기다려준다면…. 지금 이렇게 치열하게 지내는 것도 여자친구가 이유이기도 해요. 제가 꿈꾸는 미래에 여자친구가 있으니까요. 조금만 더 기다려준다면 ‘날 만나길 정말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해줄 거예요.

 

Q.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매번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언젠가 정상에 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죠. 농구선수로서 부족했는데, 노력으로 나아져서 성공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예전에는 제가 열심히 해서 미국에 간 줄 알았고, 재능이 있어서 그런 줄 알았어요. 근데 돌이켜보니 그 강한 에너지가 좋은 사람들을 끌어당긴 것 같아요. 유재학 감독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KBL에 적응 못했을 것이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수 없었을 거예요. 미국 갈 땐 방성윤 형을 먼저 G리그(당시 NBDL) 보냈던 크리스 형이 도와줬어요. 농구를 좋아하고, 농구에 대한 욕심이 있고, 열심히 하면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는 것이 원천 같아요. 그래서 전 매번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이대성은 농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해서 잘 된 거야’ 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전 중앙대 3학년 때까지만 해도 게임을 못 뛰던 선수였어요. 그런 선수가 프로에 오기도 쉽지 않은데, G리그에 다녀오고, 지금은 현대모비스에서 뛰고 있잖아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잘 하고 싶어요.

 

Q. 올 시즌도 중요할 것 같아요. 혹시 기대되는 매치업이 있나요?

전 단신 외국선수들에게 포커스를 맞출 거예요. 상무에 다녀와서 (키퍼)사익스에게 영혼까지 탈탈 털렸던 기억이 있는데, 올 시즌 단신 외국 선수부터 하나하나 이겨보려고요. 섀넌 쇼터부터 잡으면서 서열정리부터 확실히 하겠습니다. 하하

 

#사진_ 문복주,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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