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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8-19시즌, 당신이 SK 김선형에게서 기대해도 좋은 것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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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3 (토) 05:22

                           

[매거진] 18-19시즌, 당신이 SK 김선형에게서 기대해도 좋은 것



[점프볼=강현지 기자] 부상서 돌아와 정상에 선 김선형은 한층 더 성숙해져 있었다. 팬과 동료, 한국농구 그리고 아내를 위해 매사에 최선을 다해온 그는 한 번 더 챔피언이 되겠다는 굳은 다짐을 전했다. 팬들과 즐길 줄 알고, 매년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프로선수’로서 팀을 정상에 올리겠다고 했다.

 

2017년 10월 17일, 김선형의 출전기록이 잠시 멈췄다.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입어 수술 후 3개월간 재활에 매진했다. 생애 처음으로 큰 부상을 당한 그였지만, 오히려 위기는 그를 더 성숙하게 했다. 134일간 코트 밖에서 SK를 살폈고,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복귀하며 ‘돌아온 에이스’의 진가를 발휘했다.   

 

[매거진] 18-19시즌, 당신이 SK 김선형에게서 기대해도 좋은 것

Q. 지난 시즌 V2의 기쁨, 맘껏 즐기셨습니까.

너무 많이 즐겼죠! 느낌은 아직 남아있어요. 우승 축하도 정말 많이 받았지만, 당시에는 실감이 잘 안 났던 것 같아요. 일주일 정도 지나니까 조금씩 우리가 우승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승 여행으로 하와이를 다녀왔는데, 신혼여행지였던 하와이를 우승 여행으로 다녀오니 또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아내와 둘만 간 게 아니라 팀원들이 다 같이 가서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Q. 우승 여행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아요.

기분이 좋았고, 축하주도 많이 마셨어요. 투어 중에 서핑이 있어서 처음 해봤는데, 그렇게 재밌는 건 줄 몰랐어요. 주변에서는 제가 밸런스가 좋으니까 잘 탈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처음에는 계속 넘어졌어요. 일어나기만 하면 자빠져서 민망했던 기억이 있어요. 나중에는 적응해서 곧 잘 탔지만요.

 

Q. 재활에 대표팀 차출까지 바쁜 비시즌이었어요.

발목이 회복되기도 전에 대표팀에 뽑혔는데, 다행히 허재 감독님이 한 달 정도 관리할 시간을 주셨어요. 일단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몸을 만들었는데, 다행히 때에 맞춰 몸이 올라왔죠. 수술 후 1년 정도가 지나야 안정기가 온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그 시기와 맞물려 아시안게임에서는 좋은 컨디션으로 뛸 수 있었죠.

 

Q. 재활 자체가 정말 길고 힘든 싸움이었을 것 같아요.

다시 하라고 하면 한숨부터 나올 것 같아요. 똑같은 걸 반복하는데, 더디고 마음대로 안 되다 보니 답답했죠. 통증이 생기면 중단하고요. 진전이 없을 때도 있었죠.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몸이 좋아지려는 상태에서 다시 통증이 생겨서 쉴 때요.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Q. 경기장에는 엄청 오고 싶었을 텐데요.

그렇죠.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더 참았던 것 같아요. 완쾌됐을 때 팬들에게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얼굴 비추고, 경기장에 가면 팬들도 어느 정도 됐다고 예상하실 것 같아 완벽하게 됐을 때 가려고 마음먹었어요.

 

Q.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는데, 그 외에 감사한 분들이 또 있었나요?

문경은 감독님이죠. 제가 있어야 상위권 싸움을 할 수 있었을 텐데, 부담 안 주시고 끝까지 기다려주셨어요. 수술이 끝났을 때는 제 몸 같지 않아 걱정이 많았어요. 나중에 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내가 간호를 잘해줬어요. 병이 걸린 사람보다 간호하는 사람이 힘들다고 하잖아요. 전 간호를 해본 적은 없지만, 그땐 예민해져 있었거든요. 답답한 상황에 짜증도 냈는데, 그 모습을 지켜봐 주면서 받아줬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내에게 정말 고맙더라고요.

 

Q. 역시 사랑꾼답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아내에게 많이 해주는 모습만 보다보니 제가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저는 받은 만큼 해주는 거라 생각해요. 저야 많이 노출될 뿐이고, 아내는 밖에 있는 분들은 잘 모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Q. 챔피언 결정전에서 최원혁이 디온테 버튼을 잡은 것이 이슈가 됐어요. 안영준의 성장도 돋보였고요.

우승은 운과 실력이 함께 따라야 가능한 것 같아요. 그리고 포지션마다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야 하죠. 그런 것들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아요. 한 명씩 예를 든다면, (김)민수 형이 3점슛을 성공시키지 못했더라면 6차전에서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고, 3차전에서 제가 결승 득점을 넣지 못했다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승부였죠. 그냥 시리즈 자체에서 하나가 되어 ‘팀’으로 이긴 것 같아요.

 

Q.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도 클 것 같아요. 

 

(최)준용이가 한 번은 영준이에게 그러더라고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꿈을 꿨다고요. (이)승현이랑 부둥켜안고 울었다면서요. ‘깨보니깐 어때’라고 물으니 ‘한숨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영준이한테 물으니 ‘전 매일 꿔요’라며 웃더군요. 영준이는 몇 초만 버티면 금메달이었잖아요.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긴 하는데, 오히려 그런 것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어요. 금메달을 땄다면 목표의식이 사라질 수도 있거든요. 제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선 조금은 그랬던 것 같아요. 아내를 만나고 나서 ‘왜 더 성장할 수 있는데 안주고 있냐‘는 말에 정신을 차리긴 했지만요.

 

[매거진] 18-19시즌, 당신이 SK 김선형에게서 기대해도 좋은 것 

 

SK는 새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애런 헤인즈도 부상에서 돌아왔고, 신인상 수상자 안영준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부경과 변기훈도 수술을 통해 그간 괴롭혔던 통증을 삭제시켰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대되는 건 바로 SK의 ‘흥행 보증수표’ 김선형의 쇼타임이 아닐까. 국가대표팀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린 그는 이제 2018-2019시즌에 시선을 맞췄다.  

Q. 안영준, 최준용 등 국가대표팀에 빠져있던 선수들이 합류했는데, 문경은 감독은 ‘주인공들 없이 영화를 찍은 느낌’이라고 말하더군요.

주축 선수들이 빠져있고, (김)민수 형, (변)기훈이 형 등이 부상으로 복귀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예상 가능한 경기력을 펼친 것 같아요. 이제 얼마나 잘 맞추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헤인즈의 합류가 좀 늦어졌지만 오래 맞춰왔기에 걱정은 하지 않고 있어요.

 

Q. 김선형 선수 본인도 팀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해 걱정일 것 같아요.

신인 시절을 제외하면 비시즌 훈련에는 항상 함께 못한 것 같아요. 올해도 아쉬움은 있지만, 일단 지난 시즌에 챔피언을 따냈기 때문에 올 시즌도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대표팀에서 여유도 생기고, 조던 클락슨 같은 강한 상대들이랑 붙어보면서 그 선수들의 장점을 연습했어요. 올 시즌은 중거리슛을 더 시도해보려고요. 3점슛과 돌파는 많이 시도하지만, 중거리슛은 잘 시도하지 않았거든요. 그럼 절 더 막기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은퇴하기 전까지 매 시즌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Q.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클 것 같은데요.

처음으로 주장을 맡았을 땐 제가 뭘 바꾸려고 했어요.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는 제가 맞추려고 하고 있죠. 부상을 당하면서 바뀐 것 같아요. 그러면서 팀원들이 절 도와주기 시작했고요. 제가 먼저 바뀌고 다가가니까 민수 형이나 고참 형들이 도와주고, 후배들도 따랐던 것 같아요. 대학 때는 제보다 나은 선수들이 많다 보니 내가 못해도 채워지는 것이 있었어요. 박성진-강병현-윤호영-박상오-함지훈 라인업이었거든요(웃음). 그런데 확실히 프로는 전문적이고, 세분화 되어 있기 때문에 작은 실수 하나로도 승부가 갈려요. 남들은 제가 농구를 재밌게 하고, 즐기면서 하루아침에 서커스 샷 같은 슛을 넣은 줄 아는데, 실제 농구 인생은 그렇지 않았어요. 노력이 밑바탕이 됐죠. 그런데 그런 시간이 재밌었어요. 기량을 늘리는데 재미를 붙였기 때문에 지루하지도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었죠.

 

Q. 개인적으로 시즌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국가대표팀 합류 전까지는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였어요. 윌리엄 존스컵 때까지는 뭔가 제 밸런스가 아닌 것 같고, 스피드도 느려진 것 같아 불안했는데, 확실히 경기에 뛰다 보니  감각이 돌아오더라고요. 올 시즌은 약간 칼날을 갈고 시작하는 느낌인 것 같아요. 대표팀에서도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고요.

 

Q. 매년 비시즌마다 김선형 선수가 참여하는 행사 취재를 많이 갔던 것 같은데, 올 시즌은 그럴 시간이 부족했죠?

저도 팬들과의 행사를 좋아하는 편인데 올해는 유독 일정이 빠듯하다보니 그러지 못했어요. 아쉽지만, 아직 시간이 있잖아요. 비시즌 때 팬들과 호흡하고, 시간을 보낸다면 ‘나도 김선형과 농구를 같이 했다’가 돼요. 그럼 그분들이 친구니 가족들을 경기장에 데리고 오면 팬덤이 형성되는 거죠. 프로 선수라면 이런 시간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Q. 팬들과의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프로선수가 되고 난 뒤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갑자기 팬들의 사랑을 받다 보니 처음에는 그 인기만 좋았거든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 사랑을 받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능기부든 팬미팅이든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지바른 봉사활동도 계기가 좋았고요. 봉사활동을 하면 힐링을 받는 느낌인데, 제가 오히려 그분들에게 도움 받는 부분도 있어서 평생 함께 갈 사람들인 것 같아요.

 

Q. 김선형 선수에게 싸인 받고, 사진 찍는 팁 좀 알려준다면요?

그냥 경기장에 오시면 됩니다. 항상 해드리긴 하지만, 인터뷰를 하다 보면 마지막에 버스를 탈 때가 있는데, 그때는 확 들어가 버릴 수 없으니 최대한 빨리 나와서 해드리려고 해요. 만약 그날 못 해 드리면 다음에 꼭 오시라고 하죠. 그날 수훈선수로 뽑혀서 인터뷰하고, 버스에 마지막으로 타는 날만 아니면 다 해드리고 가려고 해요.

 

[매거진] 18-19시즌, 당신이 SK 김선형에게서 기대해도 좋은 것 

Q. 올 시즌도 SK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혀요.

기대가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죠. 우리 팀은 지난 시즌보다 좀 더 끈끈한 모습을 보인다면 올 시즌도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 만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전력이 좋아진 팀들이 많아서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 같아요. 최근에 KCC와 연습 경기를 했는데, 확실히 (마퀴스)티그가 확실히 클래스가 있는 선수고, 또 빠르더군요. 시야도 좋아서 시즌 때 꼭 제대로 붙어보고 싶은 선수 중 한 명이에요. 강한 상대가 나타나면 부딪혀보고 싶은 승부욕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1대1로 하는 게 아니라, 팀과 팀이 맞붙는 상황에서 소소하게 맞붙는 재미가 있죠.

 

Q. 올 시즌 김선형에게서는 어떤 걸 기대하면 좋을까요?

건강한 모습으로 전 경기를 뛰는 것이 목표에요. 그리고 ‘현대모비스’하면 (양)동근이 형을 중심으로 이뤄지듯 저도 팀을 이끄는 힘을 가지고 싶어요. 제가 잘하겠다기보다는 팀을 끈끈하게 만들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팀 목표는 당연히 V3죠. 또 개인적으로는 효율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잘하고 싶어요.

 

 

# 점프볼 매거진 10월호에 게재되었던 기사입니다.

#사진=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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