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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오승환, 역경을 딛고 일어서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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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8 (월) 21:22

                           
[이현우의 MLB+] 오승환, 역경을 딛고 일어서다

 
[엠스플뉴스]
 
올해 초 오승환이 처해있던 상황은 프로 데뷔 이후 최악에 가까웠다.
 
오승환은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KBO리그에 데뷔했던 2005년 10승 1패 16세이브 11홀드 99.0이닝 평균자책점 1.18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한 이후 줄곧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군림해왔다. 어깨 부상과 그 후유증으로 부진했던 2009-2010년에도 팀 내 입지에는 변화가 없었고, 아시아 최다 세이브 기록(47세이브)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한 2011년 뒤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이는 2013년을 마치고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에 진출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 오승환은 2승 4패 5홀드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을 기록하며 구원왕에 올랐다. 2015년에는 허벅지 부상으로 고통받으면서도 41세이브로 센트럴리그 최다 세이브 공동 1위 자리를 지켰다. 
 
시즌이 끝나고 원정 도박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물의를 빚었으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오승환은 미국 진출 첫해였던 2016년 6승 3패 19세이브 79.2이닝 평균자책 1.92를 기록하며 빅리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한 활약을 펼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승환에겐 장밋빛 미래만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2년 차인 2017년 1승 6패 20세이브 59.1이닝 평균자책 4.10을 기록하고 FA 시장에 나선 오승환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이적 시장의 비정함을 경험했다. 2018시즌 만 35세가 되는 동양인 불펜 투수에게 기대만큼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겨우내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2월에는 성사 직전까지 갔었던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계약이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텍사스는 오승환의 팔꿈치에 경미한 염증이 있다는 이유로 계약금을 깎으려 했다. 하지만 당연히 오승환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수 생활 내내 최고의 대우를 받던 오승환으로선 돈보다는 자존심 문제였다.
 
이 과정을 통해 한 달여 가까운 시간이 소모되면서 결국 오승환은 스프링캠프가 시작된 후에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텍사스의 결정이 잘못됐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슬라이더의 부활, 트레이드 시장 대어로 떠오르다
 
[이현우의 MLB+] 오승환, 역경을 딛고 일어서다

 
반전은 슬라이더로부터 시작됐다. 오승환의 주무기는 널리 알려진 대로 '돌직구'다. 이는 미국에 진출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2016년 오승환의 패스트볼은 피안타율 .208에 그쳤다. 부진했던 지난해에도 .248로 나쁘지 않았다. 따라서 지난해 오승환이 부진했던 원인은 2016년 피안타율 .164 헛스윙률 45.2%를 기록하던 슬라이더의 위력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봐야한다.
 
2017년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피안타율 .280 헛스윙률 28.9%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로는 피안타율이 .417에 달했다. 이에 필자는 올 시즌을 앞두고 야구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의 3차원 투구분석을 근거로 지난해 오승환의 슬라이더가 무너진 원인은 '지나치게 낮아진 슬라이더의 릴리스포인트' 때문일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올 시즌 오승환의 슬라이더에는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MLB 공식 문자중계 서비스인 <게임데이>에서 커터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이다. <게임데이>가 구종을 분류하는 기준은 패스트볼과의 구속 차이와 무브먼트다. 따라서 오승환의 슬라이더 가운데 일부가 커터로 분류됐다는 것은, 오승환이 던지는 슬라이더가 속도와 무브먼트 측면에서 변화를 보였다는 뜻이다.
 
실제로 4월 23일부터 커터로 분류되기 시작한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지난해에 비해 구속이 1.3마일(2.1km/h)가량 빠른 대신 분당 회전수가 100회 정도 줄었고, 좌우 움직임이 3cm, 상하 움직임이 5cm 정도 적다. *그 대신 슬라이더를 던질 때의 릴리스포인트가 높아져서 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거의 차이가 없어졌다.
 
[이현우의 MLB+] 오승환, 역경을 딛고 일어서다

 
 * 변화구를 던질 때 팔각도(릴리스포인트)가 낮으면 무브먼트가 커지지만, 그 대신 구종이 노출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특히 던지는 팔의 반대 손 타자를 상대할 때 더 큰 문제가 된다. 우완 사이드암 또는 언더핸드 투수가 좌타자에게 약한 이유이기도 하다.
 
즉, 올해 오승환은 지난해 슬라이더가 가졌던 문제점을 고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올 시즌 커터로 분류되고 있는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피안타율 .207 헛스윙률 37.6%로 거의 2016년과 흡사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런 슬라이더의 부활을 기반으로 오승환은 7월 27일까지 4승 3패 47.0이닝 55탈삼진 평균자책점 2.68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당시 오승환의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1.0승은 팀 내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높았고, 토론토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자연스레 오승환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오승환 영입에 가장 큰 열의를 보인 구단은 콜로라도 로키스였다. 
 
쿠어스필드도 이상無 팀의 PS 진출에 기여하다
 
 
 
7월 27일 콜로라도는 외야 유망주 포레스트 윌과 1루 유망주 채드 스팬버거 그리고 추후 지명 선수를 토론토에 넘기는 대가로 오승환을 영입했다. 이 트레이드는 현지에서도 꽤 화제를 모았는데, 보장 계약이 반년밖에 남지 않은 불펜 투수를 영입하는 조건치고는 지나치게 과하지 않냐는 얘기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콜로라도의 선택이 옳았음이 드러났다.
 
오승환 영입 전까지 콜로라도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20에 그쳤다. 올 시즌 전 무려 1억 600만 달러를 쏟아부어 계약한 불펜 3명(웨이드 데이비스, 제이크 맥기, 브라이언 쇼)이 전반기 내내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콜로라도가 선두 다툼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불펜에서 아담 오타비노(4승 2패 5세이브 ERA 1.73)와 스캇 오버그(7승 무패 ERA 3.12)가 버텨준 덕분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콜로라도의 불펜진은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었다. 오승환이 합류한 것은 바로 그 시점이었다. 오승환은 콜로라도에 합류하자마자 첫 13경기 가운데 8경기에 출전했다. 해당 기간 2연투만 세 차례가 있었는데, 특히 8월 6일부터 10일까진 2연투 후 하루 휴식한 다음 또 2연투를 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시기였던 그 시기를 오승환은 1세이브 4홀드 8.2이닝 평균자책점 2.08으로 버텨냈다. 그 덕분에 오타비노와 오버그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들었고, 시즌 막판에는 마무리인 데이비스도 살아났다. 실제로 오승환 영입 이후 콜로라도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3.76까지 감소했다.
 
[이현우의 MLB+] 오승환, 역경을 딛고 일어서다

 
물론 오승환은 9월 한 달간 평균자책점 4.05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9월 한 달간 9경기에 출전해 6.2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이적 초기 팀의 순위 싸움을 위해 잦은 등판을 감행한 여파로 인해 몸 상태에 이상이 왔기 때문이었다(햄스트링 부상 등). 오승환은 지난달 10일부터 19일까지 휴식을 취한 후 출전을 서서히 다시 늘려갔다.
 
그렇게 해서 오승환은 2018시즌 성적을 6승 3패 3세이브 68.1이닝 평균자책점 2.63 WAR 1.2승(ML 39위)으로 끝마쳤다. 2018시즌 절반을 거포들이 즐비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나머지 절반을 최고의 타자친화구장인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섰다는 점에서 오승환의 정규시즌 성적은 A급 불펜 투수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오승환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10회말 등판해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콜로라도의 디비전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비록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선 0.1이닝 2실점으로 무너졌지만,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선 1.0이닝을 무실점으로 지키며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유종의미를 남기기도 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 그 속에서 얻은 것들
 
 
 
8일 올 시즌 마지막 등판 후 오승환은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서 “올 한 해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그 속에서 배운 게 많았다”고 말했다. 오승환의 이 말 속에는 앞서 언급한 텍사스와의 계약 무산부터 시즌 중반 콜로라도로의 트레이드,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첫 포스트시즌까지 올해 오승환이 처음 겪었던 모든 사건들이 함축되어있다.
 
그러나 오승환은 올 시즌 닥친 수많은 역경에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올 시즌 토론토와 맺은 계약은 보장계약 1년 175만 달러에 2019시즌 팀 옵션 250만 달러(바이아웃 25만 달러). 그런데 올 시즌 70경기 이상 출전 시 팀 옵션 250만 달러가 자동으로 실행된다는 조항이 있어서 (올겨울 트레이드되지 않는 한) 오승환은 내년에도 콜로라도 소속으로 뛰게 된다.
 
지난해엔 WBC 출전으로 일찍 몸을 만들어야 했고, 올해는 FA 협상이 늦어지며 3월말이 돼서야 시범경기에 참가했던 걸 고려한다면 오승환은 2019시즌에서야 비로소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스프링캠프를 맞이하게 된다. 과연 오승환은 만 36세를 맞이하는 2019시즌 어떤 성적을 기록하게 될까?
 
확실한 점이 있다면 그가 직접 한 말대로 올 시즌 처음 겪었던 일들은 "공을 놓는 순간까지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란 사실이다. 내년 시즌 오승환의 성적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휴스턴: 클리블랜드 프리뷰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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