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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류현진이 '빅게임 피처'라 불리는 이유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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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5 (금) 21:22

                           
 · 류현진, NLDS 1차전 7이닝 4피안타 무실점 8K
 · 복귀 이후 가장 빨랐던 패스트볼 평균구속 
 · MLB 최고급 체인지업과 커브를 활용한 완급조절
 · 신형 커터로 애틀랜타 타선의 약점 공략
 
[이현우의 MLB+] 류현진이 '빅게임 피처'라 불리는 이유

 
[엠스플뉴스]
 
"류현진은 2014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경기에 등판했음에도 불구하고 '빅게임 피처'라는 명성에 부응했다"
 
5일(한국시간) 열린 LA 다저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2018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이 끝난 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올라온 기사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빅게임 피처(Big game pitcher)란 큰 경기에 강한 투수를 말한다. 한편, 류현진이 올 시즌 후반기에 호투를 펼칠 때마다 다저스 감독 데이브 로버츠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기도 하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는 빅게임 피처라는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류현진은 NLDS 1차전에서 7이닝을 4피안타 무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류현진의 호투에 힘입어 다저스는 애틀랜타를 6-0으로 꺾고 먼저 시리즈 1승을 챙겼다.
 
 
 
이날 류현진의 호투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지난 3일 다저스가 NLDS 1차전 선발 투수로 류현진을 예고했을 때, 많은 현지 매체는 에이스인 커쇼 대신 류현진을 1선발로 내세운 다저스의 결정에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1차전에서 호투를 펼친 이후 여러 외신은 "류현진은 왜 다저스가 커쇼가 아닌 자신을 1선발로 발탁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통산 포스트시즌 성적 역시 이를 뒷받침해준다. 실제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후 포스트시즌 선발로 나선 4경기에서 2승 무패 23.0이닝 평균자책점 1.96을 기록 중이다. 현지에선 이런 성적을 근거로 NLDS 5차전 선발 투수로 류현진을 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다면 NLDS 1차전에서 류현진이 호투를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복귀 이후 가장 빨랐던 패스트볼 그리고 '완급 조절'
 
[이현우의 MLB+] 류현진이 '빅게임 피처'라 불리는 이유

 
오늘 류현진이 호투를 펼칠 수 있었던 원인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요소는 역시 패스트볼 구속이다. 지난 글([이현우의 MLB+] 류현진, NLDS 1차전 등판 프리뷰)에서 밝힌 바 있듯이 부상 복귀 이후 류현진은 정규시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0마일 이상인 경기에서 155.2이닝 평균자책 2.48을, 90마일 이하인 경기에서 53.1이닝 평균자책 4.73을 기록 중이다. 
 
즉, 류현진의 호투 여부는 당일 패스트볼 구속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 류현진은 패스트볼을 42개(베이스볼서번트 기준 포심 41개, 투심 1개) 던져 평균 92마일(148.1km/h), 최고 93.6마일(150.6km/h)를 기록했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92마일을 넘은 것은 2014년 8월 4일 이후 만 4년 2개월 1일 만이다.
 
이런 날 류현진을 공략할 수 있는 타자는 많지 않다. 이날 류현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빠를 수 있었던 비결은 크게 세 가지로 추측해볼 수 있다. 첫째, 수술 복귀 후 시간이 흐르면서 예전의 몸상태를 되찾았을 뿐 아니라,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둘째, 컨디션 조절이 용이한 홈구장에서 경기가 열렸고, 마침 기온(22도)이 따뜻했다.
 
하지만 류현진이 경기 막판까지 구속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경기 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내적인 요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바로 커브와 체인지업을 활용한 완급 조절이다. 한편, 류현진의 특유의 완급조절 능력은 애틀랜타 타선이 혼란에 빠진 원인이기도 했다.
 
[이현우의 MLB+] 류현진이 '빅게임 피처'라 불리는 이유

 
애틀랜타 타선은 포수 커트 스즈키(34)와 우익수 닉 마케이키스(34)를 제외한 전원이 20대로 구성된 팀이다.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인 만큼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배트를 내는 편이며(33.2% 전체 1위), 패스트볼을 상대로 강점(포심 타율 .277, 전체 4위)을 보인다. 이에 따라 애틀랜타 타선은 초구에 패스트볼을 쳤을 경우 타율이 .385(275타수 106안타)에 달한다.
 
그러나 이날 류현진은 초구로 패스트볼(10개) 대신 변화구(14개)를 던지는 비율이 더 높았다. 이런 식의 투구 패턴은 애틀랜타 타자들의 타이밍을 흐트러놨을 뿐만 아니라, 구속 가감 효과를 통해 패스트볼의 체감 구속 상승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지난달 24일 샌디에이고전에서부터 보인 변화이기도 하다. 
 
이러한 투구 전략이 가능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수술 이전 류현진의 주무기였던 체인지업이 올 시즌 들어 과거의 위력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MLB 최고급 체인지업과 신형 커터
 
[이현우의 MLB+] 류현진이 '빅게임 피처'라 불리는 이유

 
정규시즌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피안타율 .169 피장타율 .271이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기록했다. 심지어 100구당 구종가치(Pitch Value, 해당 구종을 던져 얻은 득실)에서는 3.04점으로 2018년 70이닝 이상 소화한 선발 투수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류현진은 오늘 경기에서도 체인지업을 활용해 5개(4땅볼, 1삼진)을 잡아냈고, 패스트볼의 체감 구속 상승을 불러일으켰다.
 
오늘 류현진의 체인지업이 지닌 위력은 애틀랜타 감독 브라이언 스니커가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그(류현진)의 체인지업은 엄청난 공이었다"고 언급했을 정도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오늘 류현진의 베스트 피치는 따로 있다. 바로 컷 패스트볼(커터)이다. 오늘 류현진은 3회말 로날드 아쿠냐 타석을 기점으로 체인지업 대신 커터를 주력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3회말까지 커터를 던져서 아웃을 잡아낸 것은 1번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류현진은 나머지 13개의 아웃 카운트 가운데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6개(3땅볼, 3삼진)를 커터로 잡아냈다. 이러한 투구 전략 변경이 주효했던 이유는 애틀랜타 타자들이 가장 약한 구종이 슬라이더(슬라이더 상대 팀타율 .216)와 커터(커터 상대 팀타율 .254)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지난달 18일 경기에서 기존과는 달리, "빠른 슬라이더를 던질 때처럼 각도 변화를 줘서" 커터를 던졌다. 그날 이후 류현진이 던진 커터는 014시즌 던졌던 고속 슬라이더와 거의 흡사한 무브먼트를 기록 중이다(상하 무브먼트 8.1cm, 좌우 무브먼트 -4.9cm).
 
[이현우의 MLB+] 류현진이 '빅게임 피처'라 불리는 이유

 
이렇듯 슬라이더와 흡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류현진의 신형 커터는 슬라이더와 커터에 모두 약점을 보이는 애틀랜타 타선을 상대로 매우 효과적인 구종이었음을 투구 결과로 입증했다. 한편, 대부분의 커브볼을 패스트볼 중간중간에 섞어 던지며 카운트를 잡는 동시에 완급조절을 하는 용도로 활용했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오늘 류현진의 호투는 굳이 이렇게 글을 통해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했다. 더 놀라운 점은 그가 2015년 투수에게 치명적인 던지는 쪽 어깨 관절와순 수술을 받았으며, 그 직후 팔꿈치 괴사 조직 수술을 받고 지난해에야 복귀한 투수라는 것이다. 많은 메이저리그팬 및 관계자는 그 사실을 종종 잊고는 한다.
 
이런 오늘 류현진의 호투를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지렸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필자는 오늘 경기를 보는 동안 두 번이나 화장실에 다녀와야 했다.
 
+ 류현진 NLDS 1차전 영상 리뷰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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