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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인터뷰] ‘병호 being 병호’ 박병호 “잔소리가 늘었어요”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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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1 (월) 10:22

                           
-고척돔에서 치른 첫 시즌, 목동 벗어나도 박병호는 박병호
-시즌 초 부상 아쉬움, 부상 이후 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후반기 성적 급상승, 40홈런 고지도 넘었다
-“잔소리가 늘었어요” 그렇게 베테랑이 되어간다
 
[엠스플 인터뷰] ‘병호 being 병호’ 박병호 “잔소리가 늘었어요”

 
[엠스플뉴스]
 
병호 being 병호. 넥센 히어로즈 박병호는 여전히 그대로다.
 
2년 간의 미국야구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KBO리그. 그 사이 박병호를 둘러싼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전성기를 열었던 홈구장 목동은 고척스카이돔으로 바뀌었고, 감독과 코칭스태프 구성이 바뀌었다.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하고, 익숙한 선수들이 퇴장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여전히 박병호다. 박병호는 여전히 차분하게 야구에 집중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특유의 호쾌한 스윙도 여전하다. 구장에 관계없이 담장 너머로 큼직한 타구를 펑펑 날려보낸다. 예전보다 후배들에게 잔소리가 늘었다고 하지만, 이는 베테랑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 위한 노력이다.
 
엠스플뉴스는 KBO리그 복귀 첫해 눈부신 활약으로 넥센을 다시 가을야구 무대로 이끈 박병호와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구장이 바뀌어도, 박병호는 여전히 박병호다.
 
[엠스플 인터뷰] ‘병호 being 병호’ 박병호 “잔소리가 늘었어요”

 
미국으로 떠나기 전엔 목동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했는데, 3년 만에 돌아와 보니 홈구장이 고척스카이돔으로 바뀌었습니다. 고척에서 보낸 첫 시즌, 어땠습니까.
 
좋죠. 일단은 목동 시절보다 야구장 시설이 너무 좋네요. (웃음) 야구장에 에어컨도 나오고, 무엇보다 경기할 때 쾌적해서 좋았어요. 또 한여름에 경기할 때 참 좋았어요. 올여름 날씨가 워낙 덥다보니, 원정 경기 때는 어려운 점이 많았거든요. 
 
확실히 ‘돔구장 효과’가 여름 들어 피부에 확 와닿았을 것 같습니다.
 
그럼요. 경기 전 연습할 때부터 달라요. 원정 경기 때는 날씨가 더우면 연습 배팅 때부터 땀이 쏟아지기 시작해요. 경기 끝날 때쯤엔 땀에 흠뻑 젖게 되거든요. 반면 홈은 돔구장이다 보니 연습하고 경기하기가 훨씬 편합니다. 
 
한국 복귀 소식이 전해졌을 때, 일각에선 고척스카이돔이 목동야구장보다 투수친화적 구장이란 점을 지적했습니다. 
 
인정해요. 연습 배팅할 때부터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확실히 예전 홈구장이 작긴 작았구나’ 하고 느껴요. 
 
하지만 올 시즌 성적을 보면 원정경기(10월 1일 기준 타율 0.307, OPS 1.089)보다 홈경기(타율 0.380, OPS 1.244)에서 압도적으로 성적이 좋았습니다. 목동에서나 고척에서나 박병호는 여전히 박병호인 셈인데요.
 
제가 목동을 홈으로 쓰던 시절부터 항상 머리속으로 생각했던 게 있어요.
 
그게 뭔가요.
 
구장 크기와 관계없이 ‘넘어갈 건 넘어간다’라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었습니다. 여기 고척에서도 잘 맞으면 넘어가고, 빗맞으면 펜스에 맞거나 플라이 아웃이 됩니다. 똑같다고 생각해요. 펜스까지 거리나 높이에 대해선 크게 의식하지 않았어요. 
 
사실 선수들 입장에선 강하고 정확하게 공을 쳐서 멀리 날리는 게 제일 큰 목적이지, ‘담장까지 거리가 얼마니까 그만큼 날려서 넘겨야지’ 하는 식으로 생각하진 않잖아요.
 
맞아요.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야 안타도 나오고 홈런도 나오니까요. 흔히들 생각하시는 것처럼 비거리나 높이를 신경쓰고 야구하진 않아요.
 
KBO리그 복귀 첫 시즌, 팬들의 기대가 워낙 컸기에 그만큼 부담감도 컸을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안티’들의 부당한 비난을 받기도 했구요. 그런 압박감을 성공적으로 이겨낸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시즌 시작 전엔 어떤 성적을 낼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제가 바뀐 홈 구장에서 어떤 성적을 낼 수 있을지 고민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티는 내지 않으려 했죠. (웃음) 2015년에 워낙 개인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이에 버금가는 성적을 내야만 환영받겠다’라는 생각이었어요. 
 
아쉽지만 시즌 초 부상이 있었습니다.
 
네. 너무 아쉬웠고, 실망도 컸습니다. 매일 타석에 나가는 게 정말 행복한 거라는 걸 느꼈어요. 그전까지는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돼서 몰랐던 사실이었던 겁니다. 타석에 서기 위한 간절함 때문에 야구를 하는 건데, 부상을 당하면 야구를 하고 싶어도 못하잖아요. 너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시즌 초에 부상을 당한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부상이 다행이라, 어떤 이유에선가요.
 
시즌 초는 지금에 비해 순위 경쟁에서 여유가 있었잖아요. 만약 요즘처럼 순위 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부상을 입었다면, 제 개인적으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화가 났을 거예요. 그때 푹 쉬어서 지금 체력이 남는 것도 있고요(웃음).
 
부상 복귀 후, 성적 급상승.. “감독과 코칭스태프 덕분”
 
[엠스플 인터뷰] ‘병호 being 병호’ 박병호 “잔소리가 늘었어요”

 
부상에서 복귀하자마자 맹타를 휘둘렀습니다. 타율, 2루타, 홈런, 장타율, OPS 모두 부상 이전보다 눈에 띄게 올랐습니다. 신경 쓴 부분이 있습니까.
 
평소에 기록 확인을 안 해서 잘 모릅니다. 타석에 들어서면서 전광판을 통해 “아, 내 기록이 저거구나”합니다. (웃음) 개인적으로 저는 시즌을 치르면서 더 좋은 성적이 나오는 듯해요. 여름 이후 투수들이 점점 지쳐 실투가 나올 때, 제가 집중을 좀 더 하려다 보니 장타로 이어지나 봐요.
 
꾸준한 활약 덕분에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3시즌 연속 40홈런’과 ‘5년 연속 30홈런-100타점’이라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한국 최초’라는 의미에선 기분이 좋습니다. 기록 달성이 눈앞에 있다는 걸 기사를 통해서 알았는데, 기사를 보고 난 뒤부터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웃음) 그게 숙명인 듯해요. 다가오는 부담감을 얼마나 견디고 집중을 하느냐에 따라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거겠죠.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게 있습니다.
 
뭔가요.
 
매년 기록을 세울 때마다 팀이 졌는데 이번엔 이겼어요. 
 
하하, 정말 그렇네요.
 
이번엔 팀도 이기고 저도 기록을 세워서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웃음)

확실히 팀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박병호 선수답네요.
 
팀이 져버리면 ‘땡’이에요. 팀은 지고 있는데 내가 잘했다고 더그아웃에서 실실 웃고 있으면 큰일납니다. 그렇다고 팀이 이기는데 내가 못했다고 찡그리고 있어도 곤란하구요. 개인 성적보다는 팀 분위기에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에요.
 
한국 복귀 후에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를 잘 아는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덕분이었어요. 한국 떠나기 전과 비교해 코칭스태프 구성이 크게 바뀌지 않았거든요. 새로운 분이라 어색했다면 야구 외적으로 신경 쓸 게 많았을 텐데, 그런 시간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또 구단 관계자분들도 제가 야구에만 신경 쓸 수 있게 배려해주셨어요. 그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잔소리는 늘었지만, 박병호는 여전히 박병호다
 
[엠스플 인터뷰] ‘병호 being 병호’ 박병호 “잔소리가 늘었어요”

 
미국 진출 이전 박병호 선수가 몸담았던 넥센과 지금의 넥센은 같은 넥센입니까. 
 
많이 변했죠. 팀 컬러가 변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일단 선수단 구성이 많이 어려졌어요. 이정후 선수는 저랑 띠동갑이에요. (웃음) 더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입니다. 반면에 2014시즌엔 홈런타자가 많았죠.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어도 타자들이 홈런 몇 방으로 쉽게 해결해 주면서 이긴 경기도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진출 이전과 지금의 박병호는 같은 사람인가요.
 
후배들이 저에게 ‘잔소리가 늘었다’하더라고요. (웃음) 그전엔 저도 어려서 4번 타자 역할만 충실히 하면 됐어요. 하지만 이젠 팀 내 최고참 가운데 한 명이잖아요. 많은 걸 신경 써야 합니다. 주장인 김민성 선수나, 최고참인 이택근 선배에게 모두 맡길 수는 없죠. 저도 나서서 후배들을 위해 쓴소리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형들이 하던 일을 저도 하고 있는 셈이죠.
 
베테랑이 돼가는 과정에서 맞이하는 첫 ‘가을 야구’겠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베테랑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가을 야구를 경험했던 선수들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그 선수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저 또한 팀이 가을 야구를 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팀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겠네요.
 
그렇죠. 남은 경기 모두 승리를 따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시즌이 끝나도, 베테랑이 해야 할 역할이 많습니다. 제가 봤을 땐, 넥센은 향후 몇 년 뒤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팀이거든요. 어린 선수들이 많은 경기를 뛸 수 있을 때, 이 마음을 잊지 않고 경험을 쌓아서 2, 3년 후에는 넥센이 더 강한 팀이 됐으면 해요.  
 
올 시즌 넥센은 숱한 위기를 맞이했지만 모두 이겨내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남은 선수들을 위해 응원하러 와주신 팬들께 감사할 뿐입니다. 아직 다 ‘용서’해주셨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저희가 할 일은 마음을 잡고, 최선을 다한 플레이를 보여드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이미 야구 선수로서 많은 걸 이뤘습니다. 야구 선수 박병호가 해내고 싶은 또 다른 목표가 있을까요.
 
야구를 오래 하는 겁니다.
 
오래라면, 언제까지 야구를 하고 싶습니까.
 
마흔 살을 넘겨도 야구를 하고 싶어요. 매년 ‘전 시즌보다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훈련을 했습니다. 다행히 실천으로 잘 옮겨져 메이저리그도 다녀왔죠. 지금도 똑같습니다. 올 시즌보다 내년에 더 잘해서 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세 시즌 연속으로 부상을 당했어요. 부상을 당해보니 ‘타석에 서는 게 정말 행복한 거구나’라는 걸 느낍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넥센으로 돌아온 올 시즌, 행복하십니까. 
 
물론이죠.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합니다. 미국 시절에도 힘든 환경에서 야구를 했지만, 경기장에 나설 때마다 항상 행복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배지헌, 박찬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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