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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피츠버그는 왜 강정호를 콜업했을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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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8 (금)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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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9.28 (금) 21:22

                           
[이현우의 MLB+] 피츠버그는 왜 강정호를 콜업했을까


 


[엠스플뉴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복귀한다. 


 


강정호(31·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지난 8월 손목 연골 제거 수술을 받고 미국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에서 열린 교육리그에 합류해 재활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강정호는 28일(한국시간) 교육 리그 5번째 경기를 치른 후 오는 29일부터 시작되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원정 3연전에 합류하기 위해 신시내티로 이동했다.


 


곧이어 피츠버그 구단의 공식 발표도 나왔다. 피츠버그는 SNS 공식 계정을 통해 "내야수 강정호가 금요일(현지시간) 파이어리츠에 합류했다. 신시내티와의 주말 원정 시리즈에 출전이 예상된다. 그는 등번호 16번을 달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이로써 강정호는 2016년 10월 이후 약 2년 만에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강정호는 2016년 12월 한국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켜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강정호는 약 1년 반 동안 미국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못하다가 2018년 5월이 되서야 가까스로 미국 땅을 밟았다. 하지만 지난 6월 피츠버그 산하 트리플A 경기에서 도루를 하다 손목 부상을 입으면서 빅리그 복귀가 미뤄졌다.


 


업친데 덥친 격으로 당초 재활 치료 후 곧 복귀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부상이 결국 수술로 이어지면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정호는 올해 빅리그에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피츠버그 구단은 정규시즌을 3경기 남겨놓은 시점에서 강정호에게 메이저리그 복귀에 복귀할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그렇다면 피츠버그는 왜 정규시즌을 3경기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강정호를 빅리그에 불러  올린 것일까? 우선 피츠버그 단장 닐 헌팅턴의 말을 들어보자.


 


헌팅턴 단장 "강정호의 상태를 평가하는 과정…"


 








 


 


 


헌팅턴은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강정호가 복귀를 위해 열심히 훈련한 점과 그 과정에서 그가 보여줬던 열의를 존중한다. 강정호의 상태를 평가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당장 전력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 과정을 받아들일 것이며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복귀할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헌팅턴이 이날 한 말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강정호의 상태를 평가하는 과정'이란 대목이다. 피츠버그는 2015년 1월 강정호를 영입할 당시 그와 4년 1100만 달러+팀 옵션 1년에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올 시즌이 끝나면 피츠버그는 1년 550만 달러짜리 팀 옵션을 실행할지, 20만 달러의 바이아웃을 주고 팀 옵션을 실행하지 않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강정호의 상태를 평가할 필요가 있었다. 약 2년간의 공백이 있었지만, 강정호는 빅리그에서 2년간 연평균 114경기 18홈런 60타점 타율 .273 OPS .838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2.9승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긴 만 31세 내야수다. 만약 공백 이전의 기량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1년 550만 달러는 '헐값'에 가깝다.


 


[이현우의 MLB+] 피츠버그는 왜 강정호를 콜업했을까


 


한편, 거의 두 시즌에 달하는 공백에 대한 우려로 팀 옵션을 실행하지 않는 대신 더 낮은 금액에 재계약을 맺는다고 하더라도 그전에 강정호의 상태를 점검해봐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는 피츠버그의 내야수 계약 현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피츠버그의 내야 계약 현황, 그리고 '리툴링'


 


[이현우의 MLB+] 피츠버그는 왜 강정호를 콜업했을까


 


지난 2013년부터 6년간 피츠버그의 주전 유격수를 맡았던 조디 머서(32)는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된다. 또한, 올 시즌을 마치면 피츠버그는 주전 2루수 조시 해리슨(31)과 1년 1050만 달러에 이르는 팀 옵션을 행사해야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물론 계약을 맺을 당시인 2014년 해리슨의 기량이라면 1050만 달러 팀 옵션은 당연히 행사됐을 것이다.


 


하지만 계약 이후 2년간 해리슨은 연평균 122경기 4홈런 44타점 타율 .285 WAR 1.2승에 그쳤다. 2017년 타율 .272 16홈런 47타점 WAR 2.6승을 거두며 부활하나 했지만, 2018년 다시 타율 .252 8홈런 37타점 WAR 0.4승에 그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가난한 구단 가운데 한 팀인 피츠버그에게 1050만 달러는 적잖이 부담되는 금액이다.


 


이에 따라 피츠버그는 머서와의 FA 계약은 물론이거니와 해리슨의 팀 옵션 역시 실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피츠버그는 올 겨울 주전 유격수와 주전 2루수를 동시에 잃게 된다. 그런데 올 시즌을 앞두고 '선장' 앤드류 맥커친과 '에이스' 게릿 콜을 트레이드하는 명분으로 '*전면 리빌딩이 아닌 리툴링'을 내세운 이상 두 선수의 빈자리를 채우긴 해야한다.


 


 * 리빌딩과 리툴링: 프로스포츠에서 리빌딩(Re-building)이란 팀 구성원을 완전히 물갈이하여 새로운 팀을 만든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리툴링(Re-tooling)은 주축 구성원은 유지하면서 몇몇 요소들만을 바꿔 새 팀을 만든다는 뜻이다. 얼핏 비슷한 것 같지만, 전자는 일시적인 팀 성적 추락을 감수한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반면, 후자는 현재 성적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실제로 피츠버그는 맥커친과 콜 등을 트레이드한 여파로 시즌 초반 관중 감소에 시달렸으나, 80승 78패로 시즌 막판까지 5할 승률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팬들의 지지를 회복해가고 있다.


 


그 경우 홈구장인 PNC 파크(메이저리그에서 손 꼽히는 투수구장 가운데 하나다)에서 검증된 선수일 뿐만 아니라, 아무리 비싸봤자 550만 달러(팀 옵션 실행 시)에 잡을 수 있는 강정호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피츠버그가 마이너리그 경기에서 강정호를 주 포지션인 3루수뿐만 아니라 유격수 또는 2루수로도 기용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강정호


 








 


 


 


물론 "한두 경기로 선수의 가치나 몸 상태를 다 점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헌팅턴 단장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이번 승격은) 강정호가 그간 쏟은 노력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크다"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선 곤란하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철저히 비즈니스적으로 움직인다. 구단이 보이는 작은 호의조차도 그 밑에는 다른 계산이 깔려있는 경우가 많다.


 


만약 피츠버그가 강정호에게 호의를 베푼다면 그 의도는 선수에게 호감을 얻음으로써 옵션을 실행하지 않고 더 낮은 금액을 제시하더라도, '비슷한 금액이라면' 피츠버그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국내 팬들의 여론은 "피츠버그만한 구단이 없다"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선수 측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추정된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가정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피츠버그, 그리고 다른 빅리그 구단이 보는 강정호의 가치는 생각보다 높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 점이 있다면 순수한 호의이건 비즈니스적인 의도가 숨어있건 간에 자칫 2018시즌에도 한 경기도 뛰지 못 할 뻔했던 강정호가 실력을 입증할 수 있는 실낱같은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빠르면 내일, 우리는 726일 만에 빅리그에 복귀한 강정호가 뛰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피츠버그와 신시내티의 2018시즌 마지막 주말 3연전은 29일(토) 오전 7시 40분, 30일(일) 오전 5시 10분, 1일(월) 4시 10분에 MBC SPORTS+에서 중계될 예정이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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