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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인터뷰] “머리가 아닌 몸으로”…오재일 일깨운 고토 코치의 멘토링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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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7 (목) 07:22

                           
올 시즌 전반기 내내 두산 베어스 고토 고지 타격코치를 고심에 빠뜨린 타자가 한 명 있었다. 끝없는 고민 끝에 고토 코치가 낸 결론은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에겐 심리적인 조언이 필요했다.
 
[엠스플 인터뷰] “머리가 아닌 몸으로”…오재일 일깨운 고토 코치의 멘토링

 
[엠스플뉴스]
 
올 시즌 전반기 동안 두산 베어스 고토 고지 타격코치의 주된 일과는 한 선수의 스윙 영상을 유심히 분석하는 것이었다. 그 일과는 낮과 밤, 집과 야구장을 가리지 않았다. 수없이 그의 스윙을 분석한 결과는 다소 허탈할 정도였다. 고갤 갸우뚱거리며 고토 코치가 내린 결론은 ‘기술적인 문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였다.
 
결국, 고토 코치는 ‘심리적인 문제’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 선수에게 다가간 고토 코치는 “머리가 아닌 몸으로 먼저 반응하자”는 조언 한 마디를 건넸다. 고토 코치 앞에 서 있던 그 선수는 이 한 마디 조언으로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주춤했던 오재일, 더 잘하려 한 욕심이 역효과 불렀다
 
[엠스플 인터뷰] “머리가 아닌 몸으로”…오재일 일깨운 고토 코치의 멘토링

 
이렇게 고토 코치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선수는 두산 내야수 오재일이었다. 오재일은 2016시즌과 2017시즌 동안 2년 연속 20홈런·80타점을 달성하면서 팀의 중심 타자로 우뚝 섰다. 하지만, 올 시즌 전반기 동안 오재일은 이유 모를 긴 부진에 빠졌다. 오재일의 올 시즌 전반기 성적은 타율 0.218/ 10홈런/ 39타점/ 30볼넷/ 76삼진이었다. 상대 투수의 유인구에 맥없이 돌아서는 장면이 많았다. 오재일은 전반기 동안 두 차례 1군 말소까지 경험했다.
 
오재일이 자체 분석한 전반기 부진의 이유는 ‘욕심’이었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자 했던 오재일은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 캠프에서 팀 내 MVP를 수상할 정도로 몸 상태를 빨리 끌어 올렸다. 하지만, 과도한 의욕은 독이 돼 돌아왔다.
 
“더 잘하려는 욕심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렀다. 올 시즌 시작 전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다. 그래서 슬럼프가 길어지니 상심도 컸다. 타석에서 계속 자신감이 떨어지니까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때 고토 코치님께서 원래 스윙이 좋으니까 경기 때 다른 걸 더하려고 하지 말고 연습처럼 하라고 하셨다. 욕심을 버리고 생각 없이 타석에 들어간 게 큰 도움이 됐다.” 오재일의 말이다.
 
고토 코치는 기술뿐만 아니라 심리에도 능통한 지도자다. 더 잘하고 싶었던 오재일의 욕심을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바꾸도록 유도한 고토 코치였다. 고토 코치는 “가장 중요한 건 오재일의 마음이었다. 내가 오재일 선수의 몸 안에 들어갔다면 어떤 방법을 써야 좋아질지 계속 고민했다”며 고갤 끄덕였다.
 
오재일 “고토 코치님의 조언으로 자신감을 되찾았다.”
 
[엠스플 인터뷰] “머리가 아닌 몸으로”…오재일 일깨운 고토 코치의 멘토링

 
오재일과 고토 코치는 끊임없이 소통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단순하게 반응하라는 고토 코치의 조언 한 마디는 오재일의 답답했던 마음을 뚫리게 했다. 9월 26일 기준 오재일의 올 시즌 후반기 성적은 타율 0.372 /15홈런 /36타점 /27볼넷 /36삼진이다. 전반기 오재일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고토 코치님께서 아무리 살펴봐도 타격 자세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라고 하셨다. 머리로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몸으로 단순하게 반응해보자라며 정신적으로 큰 도움을 주셨다. 코치님이 심리학 공부도 하시는 것 같다(웃음). 타석에서 어떤 느낌을 들고 들어가야 하는지 얘기해 주신다. 타석 전에도 무조건 넌 칠 수 있다, 너라면 칠 수 있단 느낌이 든다는 말로 자신감을 많이 불어 넣어주셔서 감사했다.”
 
오재일의 감사 메시지를 들은 고토 코치의 얼굴엔 특유의 인자한 미소가 번졌다. 고토 코치는 “‘지금 이런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섰지?’, ‘이런 생각으로 스윙했지?’라는 질문으로 오재일과 서로 의사소통을 활발히 했다. 그게 큰 도움이 됐으리라 믿는다. 한국시리즈에서 지금보다 더 무서운 오재일을 기대할 만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제 오재일은 숫자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잔여 경기에서 5홈런과 5타점만 더하면 시즌 30홈런·80타점 고지에 오르지만, 오재일은 전광판도 쳐다보지 않는다며 고갤 내저었다. 오재일은 “기록과 숫자는 신경을 거의 안 쓴다. 시즌 중반엔 나보다 체구가 작은 동료들도 홈런을 많이 치는데 내가 이러면 안 된단 생각이 있었다. 물론 장타를 많이 치면 좋겠지만, 그런 욕심이 악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그래서 전광판도 아예 안 보려고 한다”며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오로지 한국시리즈에서 어떤 보탬이 될까만 고민하는 오재일이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한 경기 4연타석 홈런의 믿기지 않는 괴력을 재현할 수 있는 오재일의 흐름이다.
 
“지난해 4연타석 홈런은 다신 나올 수 없을 기록 같다(웃음). 내 마음속엔 그저 한국시리즈 우승뿐이다. 정규시즌 우승도 값지지만, 한국시리즈가 남아서 좋아하긴 이르다. 평소와 똑같이 기본에 충실해서 잘 준비하면 충분히 우승할 거로 믿는다. 긴장보단 설레면서 기대가 크다. 우리 팀이 그만큼 경험이 쌓였으니까 편안하게 경기에 임할 거다. 꼭 통합 우승의 기쁨을 팬들에게 선사하겠다.” 오재일의 목소리엔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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