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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다저스에 등장한 '제2의 린스컴', 워커 뷸러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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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6 (수) 21:22

수정 1

수정일 2018.09.27 (목) 05:41

                           
[이현우의 MLB+] 다저스에 등장한 '제2의 린스컴', 워커 뷸러


 


[엠스플뉴스]


 


전성기 팀 린스컴(33)은 만화 속에나 나올 법한 투수였다.


 


키 180cm 몸무게 77kg. 빅리그 투수치곤 왜소한 체격 조건을 지닌 투수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최고 99마일(159.3km/h)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져서 타자를 돌려세우는 모습은 수많은 메이저리그 팬들을 열광케 했다.


 


린스컴은 워싱턴대학 시절 12승 4패 125이닝 199탈삼진 평균자책 1.94를 기록하며 대학리그를 평정했다. 아마추어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 스파이크상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10순위까지 지명순위가 밀렸다. 왜소한 체격과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인해 부상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그런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2007년 빅리그에 데뷔해 적응을 마친 린스컴은 평균 90마일 중반대 패스트볼, 날카롭게 꺾이는 파워커브, 마구 같았던 스플릿 체인지업을 앞세워 2008, 2009년 2연속 NL 사이영상을 받았다. 특히 2010년에는 포스트시즌에서 4승 1패 37이닝 평균자책 2.43를 기록하며 샌프란시스코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이현우의 MLB+] 다저스에 등장한 '제2의 린스컴', 워커 뷸러


[이현우의 MLB+] 다저스에 등장한 '제2의 린스컴', 워커 뷸러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린스컴은 2012년부터 갑작스런 부진에 빠졌다. 2013년 부활하나 했지만, 2014년 다시 몰락했다. 2015년에는 부상으로 인해 76.1이닝 투구에 그쳤다. 2016년 에인절스에서 2승 6패 평균자책 9.16을 기록한 것을 마지막으로 린스컴은 잠시 팬들의 곁을 떠나있었다. 한편, 올해는 텍사스와 1년 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으나, 시즌 중반에 방출됐다. 


 


그런데 린스컴이 데뷔한 이후 딱 10년이 지난 2017년 전성기 시절 그와 많은 면에서 닮은 투수가 등장했다. 메이저리그 투수치곤 왜소한 체격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속구, 위력적인 두 가지 변화구를 활용한 탈삼진 능력과 두툼한 배짱은 린스컴과 영락없는 판박이다. 그러나 두 투수는 제법 많은 점에서 다르다. 그중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유니폼이다.


 


린스컴과 닮은 그 투수는 샌프란시스코의 라이벌팀인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 선수는 바로 워커 뷸러(24·LA 다저스)다.


 


밴더빌트 대학의 에이스에게 모험을 건 다저스


 








 


 


 


켄터키주 렉싱턴시에서 태어난 뷸러는 헨리 클레이고교 졸업 당시부터 메이저리그 팀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야구 명문 밴더빌트 대학에 진학하는 길을 선택했다. 대학 시절 그는 2학년 신분으로 12승 2패 111탈삼진 평균자책점 2.64를 기록하며, 팀의 대학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미국 대표팀에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 3학년 신분으로 2015년 MLB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했을 때, 그는 뛰어난 아마추어 경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24위에 지명되는 데 그쳤다. 뷸러가 저평가받은 원인은 린스컴과 동일했다. 뛰어난 구위에 비해 체격조건이 아쉬워서 부상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 24번째 지명권을 갖고 있던 다저스는 그런 평가를 개의치 않고 뷸러를 선택했다.


 


지명 직후 다저스의 선택은 실패로 돌아가는 듯했다. 계약을 위해 MRI를 촬영한 결과 토미존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뷸러의 재능에 매료된 다저스 프런트는 토미존 수술을 받고 1년간 야구를 쉬어야 한다는 위험성을 감수하고, 뷸러와 178만 달러(약 20억 원)에 계약을 맺는 모험을 걸었다.


 


워커 뷸러의 연도별 성적 변화


 


[2015년] (토미존 수술)


[2016년] (Rk,A) 1승 0패 5.0이닝 6K ERA 0.00


[2017년] (A+,AA,AAA) 3승 3패 88.2이닝 125K ERA 3.35


[2017년] (MLB) 1승 0패 9.1이닝 12K ERA 7.71


[2018년] (MLB) 7승 5패 130.2이닝 148K ERA 2.76


 


다저스의 이런 모험수가 옳았음이 밝혀지는 데에는 많은 시일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토미존 수술 후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뷸러는 평균 96마일(154.5km/h) 최고 99마일에 이르는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한해 동안 상위 싱글A에서 더블A와 트리플A를 거쳐, 빅리그에 데뷔하는 놀라운 발전 속도를 보였다.


 


물론 빅리그에 데뷔한 뷸러는 9.1이닝 동안 11피안타(2피홈런) 8실점(8자책) 평균자책점 7.71이라는 철저한 실패를 맛봤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8시즌 뷸러는 7승 5패 130.2이닝 148탈삼진 평균자책점 2.76를 기록하며, 다저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린스컴과 뷸러의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롱런 가능성


 


[이현우의 MLB+] 다저스에 등장한 '제2의 린스컴', 워커 뷸러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성기 린스컴과 올해 뷸러의 공통점은 1. 왜소한 체격과는 반대로 빅리그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뛰어난 구위를 갖췄다는 것과 2. 이를 기반으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치면서 많은 삼진을 잡아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두 선수가 입은 유니폼뿐만 아니라 투수로서도 다른 점이 적지 않다. 


 


첫째, 두 선수는 왜소한 체격을 긴 익스텐션(Extension, 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으로 극복한다는 점은 같지만 독특한 딜리버리를 지닌 린스컴과는 달리, 뷸러의 딜리버리는 부드럽고 정석적이다. 한마디로 말해 뷸러는 린스컴에 비해 '반복하기 쉬운 투구폼'을 지니고 있으며, 이에 따라 린스컴처럼 급격한 몰락을 겪을 가능성이 적은 편이다.


 


둘째, 전성기 시절 린스컴과 현재 뷸러의 9이닝당 볼넷 수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이는 린스컴이 좀더 공격적인 투구 성향을 갖추고 있어서일 뿐, 세밀한 제구력(command) 면에서는 뷸러가 약간 더 우위에 있다. 단, '이닝 소화력'이나 시대에 따른 '상대적인 구위' 면에선 추억 보정을 제외해도 전성기 린스컴이 현재의 뷸러보다 훨씬 앞섰다.


 


[이현우의 MLB+] 다저스에 등장한 '제2의 린스컴', 워커 뷸러


[이현우의 MLB+] 다저스에 등장한 '제2의 린스컴', 워커 뷸러


 


즉, 뷸러는 린스컴보다 부상이나 갑작스러운 몰락을 겪을 가능성이 낮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수'이지만(여기에는 린스컴과 몸무게는 같으나, 대신 186cm로 키가 린스컴보다 약 6cm가량 큰 것도 한몫한다), 그가 린스컴만큼이나 폭발적인 전성기(예시: NL 사이영상 2연패)를 맞이할 수 있을지 아직은 확신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도 하나 있다.


 


[이현우의 MLB+] 다저스에 등장한 '제2의 린스컴', 워커 뷸러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현재의 구위를 잃어버리지 않는 이상 뷸러는 미래의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 차기 에이스가 될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활약대로라면 뷸러는 올해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가 유력하다(물론 그건 반 경기 차로 콜로라도에 서부지구 1위를 위협받고 있는 다저스가 PS에 진출할 수 있을 때의 얘기다).


 


과연 뷸러는 전성기 린스컴처럼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 수 있을까? 한편, 린스컴이 이루지 못한 '롱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다저스에 등장한 신성 뷸러의 활약을 주목해보자.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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