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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이선규의 ‘마흔 즈음에’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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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6 (수) 11:44

수정 1

수정일 2018.09.26 (수) 11:59

                           

KB손해보험 이선규의 ‘마흔 즈음에’



한국 나이로 서른여덟. KB손해보험 주장 이선규는 다가오는 2018~2019시즌이 끝나면 마흔 문턱에 이른다. 그럼에도 그는 끊임없는 자기관리, 성실한 훈련으로 매 시즌 리그 정상급 기량을 선보였다. 이선규가 어느덧 불혹(不惑)을 앞둔 나이에 이르자 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은퇴’란 단어가 주변을 맴돈다. 그가 바라보는 코트의 끝은 어디일까. 열다섯 번째 시즌에도 여전히 농익은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까.



 



 



자기관리 대명사, 이선규



 



Q. 안녕하세요, 간단히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KB손해보험 주장 이선규입니다.



 



Q. 인터뷰 주제는 ‘마흔 즈음에’로 정했습니다. 마음에 드시나요?



 



와, 정말 어느새 마흔이 얼마 안 남았네요. 다음 시즌 끝나면 마흔까지는 딱 1년이 남는 거네요.



 



Q. 프로 원년부터 시작해 열다섯 번째 시즌이 다가오고 있어요.



 



오래 하긴 했네요. 그렇다고 해서 특별할 건 없지만요. 늘 하던 대로 최선 다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Q. 나이를 든 게 느껴지나요.



 



아무래도 그렇죠. 나잇살 들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야 해요(웃음). 다른 선수들도 다 마찬가지겠지만 매일 몸무게를 재면서 관리하고 있어요. 식사량, 운동량 모두 철저하게 관리하죠. 담배는 전혀 입에 안 대고요. 시즌 중에는 술도 멀리합니다.



 



지난해 은퇴한 방신봉(전 한국전력, 43세) 선배가 먼저 앞길은 열어준 덕분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삼십 대 초반이면 다들 은퇴를 했잖아요. 신봉 선배가 마흔 이상 선수생활을 해준 덕분에 길이 열린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몸 관리 잘 하고 열심히 하면 충분히 마흔살까지도 선수생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선수요. 후배 미들블로커 선수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하죠.



 



Q. 말은 그렇게 해도 지난 시즌 개인 성적이 엄청났어요.



 



(지난 시즌 이선규는 블로킹 4위, 속공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감사합니다. 팀에서 관리를 잘 해준 덕분이죠. 또 계속 선수생활 하고 있는데 다른 선수들에 지고 싶은 마음은 없고요.



 



Q. 인터뷰 전 권순찬 감독께서 ‘자기관리가 뛰어나다’라고 칭찬하셨어요.



 



그래야 젊은 선수들에게 뒤쳐지지 않죠. 제가 배구 시작을 중3때 했는데요.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시작한 편이에요. 그러면서 생긴 습관 같아요. ‘따라잡으려면 열심히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몸에 밴 거죠. 또 어떤 훈련, 환경에도 불만보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애썼어요. 그 힘이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게 한 원동력이 아닌가 생각해요.



 



Q. 팀 막내 최익제와는 열여덟 살 차이가 나네요.



 



엄청나게 차이가 납니다. 그런 후배들 보면 참 부러워요. 어린 나이에 프로에 와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는 게 말이죠. 아직 후보 선수들이지만 열심히 해서 곧 날개를 펼 수 있을 거라 봐요.



 



Q. 신인선수에게 주로 해주는 말이 있을 것 같아요.



 



‘너희가 배구를 할 날은 지금 너희한테 달려 있다. 기본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길게 본다면 분명 기회를 얻을 것이다. 하는 만큼 기회를 얻어 긴 선수생활 할 수 있을 거다’라고 말하죠. 바로 기회를 받는 선수가 있는 반면 아닌 선수들도 있으니까요. 지금에 만족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항상 더 먼 미래를 보라고 말해줘요.



 



Q.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체력적으로 밀리진 않나요.



 



아직 체력으로는 자신 있습니다. 팀에서 복근, 하체 운동을 하면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요. 쉽게 안 진다니까요.



 



KB손해보험 이선규의 ‘마흔 즈음에’



 



긴 선수생활, 가족이 나의 힘



 



Q. 길었던 선수생활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참 행복하고 운 좋은 생활이었죠. 지금까지 뛰면서 수술할 만한 부상을 당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게 제가 지금까지 뛸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어요. 또 계속 뛰면서 아시안게임 금메달, 리그 우승, 개인상도 타 봤고요. 배구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네요.



 



Q.여러 타이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타이틀은 무엇인가요.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아닐까요. 국제대회 우승이 쉬운 건 아니니까요. 지금도 그 때를 기억해보면 참 생생해요. 선수생활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죠.



 



Q. 리그보다 국가대표를 꼽으신 점은 인상적이네요.



 



국가대표는 큰 의미를 가진 무대죠.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달고 뛰는 건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잖아요.



 



Q. 현재 국가대표 미들블로커가 큰 약점으로 꼽히고 있어요.



 



여러 대회서 그 부분이 많이 부각되긴 했지만 사실 팀 전체 문제라고 봐요. 수비, 리시브 등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있다고 봅니다. 꼭 중앙이 약해 졌다라고 말할 순 없는 것 같아요.



 



Q. 국가대표팀은 공식적으로 은퇴를 한건가요.



 



아휴~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럴 실력도 아니고요.



 



Q. 선수 생활은 언제까지 하고픈 생각인가요.



 



마냥 오래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에요. 팀에 도움이 되는 게 먼저죠. 팀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냐가 중요한 거죠. 그렇지만 일단 마흔까지는 채우고 싶어요.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말이죠.



 



Q. 평소 가족들이 연습장에 찾아와 훈련을 응원한다고요.



 



아내하고 딸이 가끔 찾아와요. 덕분에 힘이 나죠.



 



Q. 따님 소개 좀 해주세요.



 



이름은 은유고요. 올해 네 살이에요. 보통 미운 네 살이라고들 하는데 우리 딸은 안 그래요. 어쩜 그렇게 애교가 많고 순한지. 볼 때마다 예쁘고 귀여워요.



 



Q. 따님 이야기가 나오니 미소가 번지네요.



 



맞아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네요.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Q. 아내 분은요.



 



통화 자주 해요. 평소 힘내라고 격려도 많이 하고 졌을 때는 문자로 ‘고생했어’라고 하고요. 신기하게 우리 가족들이 경기장에 응원하러 오면 잘 이겨요. 가족이라고 해도 응원 와서 팀이 지면 서먹할 수 있는데 정말 승률이 좋아요. 지난 시즌에도 한 번 빼고는 다 이겼어요.



 



평소에 제게 자주 하는 말이 ‘너무 열심히 하지 마’예요. 일단 듣고 알았다고는 하는데요. 전 운동선수잖아요. 또 나이가 많으니 조금만 방심해도 밑에서 치고 올라오고요. 죽어라 해야 하는 상황인데 다칠까봐 살살 하라고 하는 걸 보면…. 걱정해주고 응원해주는 거니 좋죠.



 



KB손해보험 이선규의 ‘마흔 즈음에’



 



대한민국 최초 1,000블로킹 “꿈같은 이야기죠”



 



Q. 지난 시즌 중반 손가락 부상을 당했잖아요.



 



지금은 멀쩡합니다. 아무렇지도 않아요.



 



Q. 지난해 비시즌은 정말 바빴는데 이번엔 조금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네, 작년에는 국가대표로 출전했으니까요(이선규는 지난해 6월, 대표팀 주장으로서 월드리그에 참가했다). 비시즌 굉장히 바빴죠. 모처럼 김호철 감독님께서 저를 불러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다녀왔어요. 5승 4패로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요. 시작 전에는 걱정 많이 했는데 마무리를 잘 했죠. 1년 전이지만 뜻깊은 한 해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Q. 거기에 소속팀엔 새 감독님이 오셨고요.



 



맞아요. 팀 내부적으로도, 배구 스타일도 많이 변하면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죠.



 



Q. 지난 시즌 시작할 당시 목표를 ‘플레이오프’라고 했는데요.



 



굉장히 가까웠는데 아쉬웠어요(KB손해보험은 지난 시즌 4위로 마감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그렇지만 마냥 안타깝거나 하진 않았어요. 변화 밑거름을 잘 다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또 KB손해보험이 플레이오프 탈락 확정 이후에도 시즌 마지막까지 힘을 다해 경기를 한 게 굉장히 오래간만이었던 것 같아요. 아마 어린 선수들에겐 좋은 경험이 됐을 거라 생각합니다.



 



Q. 팀 주장으로서 보기에 지난 시즌 변화는 만족스러운가요.



 



그 전과 달리 더 의욕적이라고 할까요. 선수들이 다 같이 뭔가 해보려는 게 보여요. 말하지 않아도 먼저 나서고 훈련도 알아서 챙기고요. 감독님이 원하시는 배구는 아직 멀었지만요. 아직 선수들이 감독님 마음에 들 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지만 조금씩 목표에 다가가고 있는 게 느껴집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하면 되는 걸까요.



 



기존에 큰 공격 위주 스타일에서 조금씩 패턴 플레이로 하는 걸 의미하죠. 상황에 맞는 패턴 플레이가 자연스레 나오려면 끊임없이 연습을 해야 하죠.



 



Q. 지난 시즌 하면 ‘1,000블로킹’ 얘기를 안 할 수 없네요. V-리그 2호, 남자부 최초 달성 기록이에요.



 



물론 여자부에서 먼저 기록이 나오긴 했지만 여자부와 남자부는 다르니까요. 비교할 것 없이 제가 최초라고 생각해요.



 



Q. 최초 1,000블로킹. 그야말로 꿈의 기록이에요.



 



정말 꿈같은 일이죠. 한창 어릴 때 팬들이 제게 장난처럼 “오빠, 1,000블로킹 잡을 때까지 선수생활 하세요!”라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나더라고요. 농담처럼 한 건데 그게 현실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아주 뿌듯하고 만족스러운 기록입니다.



 



긴 선수 생활을 하며 얻은 훈장과 같은 느낌이에요. 사실 달성하기 전에 부담이 컸어요. 기록에 크게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닌데 이 기록은 워낙 주목도 많이 받고 여기저기서 많이 물어보더라고요. 예상일에 구단에서 이런저런 이벤트를 많이 준비했어요. 그 날도 ‘이거 오늘 달성 못 하면 어쩌지’ 속으로 부담 정말 컸어요. 다행히 그 날 기록도 세우고 경기도 이겨서 최고였죠(이선규는 2018년 2월 11일, 홈에서 열린 대한항공 전에서 1,000블로킹을 달성했다. 이날 KB손해보험은 대한항공을 3-1로 이겼다).



 



Q. 구단에서 기념하는 행사도 많이 준비했어요.



 



그러니까요. 1,000블로킹 이후로 블로킹 하나 당 쌀 10kg 기부하는 행사도 굉장히 감격스럽고요. 그 날 구단에서 기념 티셔츠를 맞춰서 팬들에게 나눠주셨더라고요.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Q. 지난 시즌 팬들이 ‘빛선규’라고 부른 사건도 있었는데 기억나시나요.



 



(지난해 12월 22일 현대캐피탈과 KB손해보험 경기서 외인 알렉스와 현대캐피탈 선수들 간 신경전이 있었다. 이 때 이선규가 베테랑이자 주장으로서 적극적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 팬들이 ‘빛선규(빛+이선규)’라는 별명을 붙여 줬다.)



 



좋은 별명으로 불러주셔서 감사하죠. 그 전까지는 노재욱(한국전력)과 과거 일로 인해 안 좋은 말이 많았거든요. 제 실수였죠. 그 사건 이후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후회도 했어요. 만회하는 길은 겸손하게 행동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주장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 건데 좋은 시선으로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KB손해보험 이선규의 ‘마흔 즈음에’



 



개인보다는 TEAM FIRST



 



Q. 선수생활이 점점 끝에 다가가고 있네요.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죠.



 



Q. 그 뒤를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아직까지 자세히 뒤를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현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운동선수’란 직업은 지금 외엔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한 번 그만두면 돌아오기가 굉장히 힘드니까요. 그래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지금은 이것만 생각하고 싶어요.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끝까지 할 생각입니다.



 



Q. 선수생활을 끝내기 전 배구선수로서 목표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인 것은 없습니다. ‘무조건 내가 가장 오래 하겠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팀 목표가 제 목표죠. 개인적인 것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팀이 우선이죠. 이적해 올 당시 세웠던 ‘KB손해보험 플레이오프 진출’을 다음 시즌엔 꼭 달성했으면 해요.



 



Q. 그래도 은퇴 후 대략적인 인생은 그려봤을 것 같은데요.



 



뭘 하더라도 배구와 함께 할 것 같아요. 행정, 방송, 지도자 등 요즘 관련 분야가 많은데요. 무엇에 도전할지는 모르겠지만 배구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Q. 올해도 KB손해보험 주장으로서, V-리그 대들보로서 각오 부탁드립니다.



 



저를 비롯한 선수들 모두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권순찬 감독님 아래서 한 시즌 치르며 시행착오를 잘 겪었다 생각합니다. 다음 시즌은 분명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포스트시즌을 향해 달리겠습니다. 말이 아닌 결과로 보여드리는 KB손해보험이 되겠습니다.



 



 



이선규 프로필



 



생년월일  1981년 3월 14일생



 



신장/체중  199cm/91kg



 



출신교  대신중-문일고-한양대



 



프로 입단년도  2003년(2005년 프로 출범 등록)



 



이적 사항  현대캐피탈-삼성화재(2013)-KB손해보험(2016)



 



주요 수상내역



 



2005 프로 원년 V-리그 블로킹상



 



2005~2006 V-리그 블로킹상



 



2006~2007 V-리그 기량발전상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7~2008 V-리그 블로킹상



 



2008~2009 V-리그 블로킹상



 



 



글/ 이광준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더스파이크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8-09-26   이광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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