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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또' 진화한 괴물, 류현진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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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5 (화)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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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9.25 (화) 21:25

                           
 · 커터 구사를 줄이고 과거의 포심 패스트볼+체인지업 전략으로 돌아간 류현진


 · 비결은 슬로우 커브와 빅리그 최고급 체인지업을 활용한 완급 조절


 · +부상 복귀 후 줄어든 패스트볼의 위력을 보완해줬던 기존 컷패스트볼이 한계를 노출할 무렵 등장한 '새로운 커터' 


 


[이현우의 MLB+] '또' 진화한 괴물, 류현진


 


류현진이 한국 야구팬들에게 풍성한 한가위 선물을 안겼다. 


 


류현진은 한국시간으로 24일 추석 오전에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6이닝 4피안타 무실점 무볼넷 8탈삼진으로 호투를 펼치며 시즌 6승째를 거뒀다. 한편, 타석에서도 3타수 3안타 2득점을 기록하며 다저스타디움을 자신의 독무대로 만들었다.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의 투구 내용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점은 완벽한 제구였다. 이날 류현진이 잡은 삼진 8개는 모두 스트라이크존 경계선에서 형성됐다. 게다가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91.1마일(146.6km/h)에 달할 정도로 구속도 잘 나왔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주목할 점은 제구와 구위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류현진은 지난해 부상 복귀 이후에 고수했던 투구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투구 전략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날 선보인 새로운 투구 전략은 향후 류현진이 수술 이전보다 오히려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대체 류현진의 어떤 점이 달라진 것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선 지난해 6월로 시간을 되돌릴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한계를 노출한 기존의 포심+커터 전략


 


[이현우의 MLB+] '또' 진화한 괴물, 류현진


 


류현진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부상 복귀 이후 감소한 포심 패스트볼의 위력을 보완하는 용도로 컷패스트볼(커터)을 활용해왔다. 실제로 부상 이전까지 50%를 훌쩍 넘었던 류현진의 패스트볼 구사율은 커터를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한 지난해 6월 이후 33.2%까지 낮아졌다. 그 빈자리를 메운 구종이 커터(구사율 21.9%)였다.


 


류현진에게 이러한 투구 패턴의 변화가 생긴 원인을 추측하긴 어렵지 않다. 지난해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369 피장타율은 .733에 달했다. 반면, 커터의 피안타율은 .250 피장타율은 .352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포심 패스트볼 비율을 낮추고 커터의 구사율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이러한 류현진의 변신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9월 18일까지 류현진이 거둔 성적이 입증해준다. 해당 기간 동안 류현진은 8승 7패 157.0이닝 156탈삼진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이후 2년간 투수에게 치명적인 어깨 관절와순 수술에 이어 팔꿈치 괴사조직 제거 수술까지 받았던 투수라곤 믿기 힘든 성적이다.


 


하지만 바뀐 류현진의 투구 전략은 올해 8월말부터 조금씩 한계를 노출하기 시작했다. 바뀐 투구 패턴이 노출되면서 상대 타자들이 류현진의 커터를 어떤 방식으로든 인플레이시키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류현진의 부상 복귀 후 포심/커터  변화


 


2017시즌 [포심] 피안타율 .369 피장타율 .733


2017시즌 [커터] 피안타율 .250 피장타율 .352


2018시즌 [포심] 피안타율 .215 피장타율 .366


2018시즌 [커터] 피안타율 .269 피장타율 .423


 


류현진은 8월 27일부터 네 차례의 등판에서 각각 11피안타, 4피안타, 10피안타, 8피안타를 허용했다. 4피안타를 허용했던 애리조나전을 제외한 나머지 세 경기에서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과 커터를 활용한 바깥쪽 공략이라는 동일한 투구 전략을 들고 경기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허용한 안타의 거의 절반가량은 빗맞은 타구였다.


 


그러나 류현진 스스로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공이 맞아 나가면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종목이 야구다. 인플레이 타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류현진은 지난 9월 18일 또 하나의 신무기를 장착했다. 커터에 빠른 슬라이더를 던질 때처럼 각도 변화를 준 것이다(이에 대해선 지난 칼럼인 [이현우의 MLB+] 류현진의 '신형 커터'를 주목하라에서 다룬 바 있다).


 


그리고 실전 등판을 통해 '신형 커터'의 가능성을 점검한 류현진은 이를 기반으로 투구 패턴에도 변화를 줬다. 새로운 투구 패턴이란 다름 아닌 포심 패스트볼+체인지업 기반으로 하되 커터를 결정구로 곁들이는 전략이다.


 


'신형 커터'의 장착으로 인한 기존 커터의 무브먼트 변화?


 


[이현우의 MLB+] '또' 진화한 괴물, 류현진


 


먼저 지난 24일 류현진의 볼배합을 살펴보자. 이날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을 33.0%, 커터를 18.2%, 체인지업을 25%, 커브를 23.8%의 비율로 던졌다. 단순히 구종 비율만 놓고 봤을 땐 24.9%의 비율로 던졌던 커터를 조금 줄인 대신 체인지업과 커브를 더 많이 던진 것을 제외하면 2018시즌 전반적인 투구 패턴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상황별 구종 비율 변화를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4일 경기 전까지 류현진은 초구 상황에서 20%에 가까운 확률로 커터를 던졌다. 이는 34.2%의 비율로 던진 포심 패스트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로, 류현진이 커터를 패스트볼의 보완재로 활용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그러나 24일 경기에서 류현진은 초구에 던진 커터가 단 1개밖에 없었다.


 


대신 이날 류현진은 총 16개의 커터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8개를 2스트라이크 이후 스트라이크 존 바깥 또는 제일 구석으로 낮게 '떨어뜨렸다'. 즉, 고속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는 다른 투수들처럼 커터를 결정구로서 활용했다는 얘기다. 이는 이날 류현진이 던진 커터의 평균 무브먼트 수치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이현우의 MLB+] '또' 진화한 괴물, 류현진


 


물론 네이버스포츠 '류현진 MLB 일기'에 따르면 류현진은 "불펜에서 몸을 풀 때 잘 안 들어가서 " 신형 커터를 던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류현진이 던진 커터의 평균 상하 무브먼트는 3.93인치, 좌우 무브먼트는 -1.09인치였다. 이는 지난 18일 경기에서 던지기 시작한 신형 커터(상하 무브먼트 3.17인치, 좌우 무브먼트 -1.91인치)와 거의 흡사한 수치다.


 


기존 커터의 평균 무브먼트는 상하 5.73인치, 좌우 0.43인치다. 즉, "변화를 주지 않고 본래의 커터로 승부를 봤다"는 말과는 달리, 지난 경기에서 류현진이 던진 커터는 '신형 커터'에 더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단 얘기다. 그렇다면 류현진이 거짓말을 한 걸까? 그럴 리가 없다. 류현진의 말대로 그는 기존 커터를 던지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공을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공은 신형 커터의 궤적을 그렸다. 투수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새로운 구종의 추가로 비슷한 구종의 무브먼트가 변하는 것은 야구에서 꽤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일례로 잭 그레인키는 2014년 FOX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커터를 던지기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슬라이더의 움직임이 커터와 유사하게 변했다"고 말했다.


 


[이현우의 MLB+] '또' 진화한 괴물, 류현진


[이현우의 MLB+] '또' 진화한 괴물, 류현진


 


그러나 잠깐 던진 커터와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비슷해지는 바람에 곤란을 겪은 그레인키와는 달리, 류현진은 기존 커터처럼 던졌지만 신형 커터와 유사한 무브먼트가 형성된 것을 고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포심 패스트볼이 위력을 되찾으면서 두 구종의 성적이 역전됨에 따라 기존 커터는 자칫 계륵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류현진의 경우, 신형 커터의 장착으로 인한 기존 커터의 무브먼트 변화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포심+체인지업 전략으로의 회귀, 그리고 신형 커터


 


[이현우의 MLB+] '또' 진화한 괴물, 류현진


 


 


 


한편, 류현진은 커터를 주로 결정구로만 활용하게 되면서 타석 초반 투구 패턴이 단조로워질 수도 있다는 점을 초구에 슬로우 커브 또는 체인지업을 던짐으로써 극복할 수 있었다. 이는 샌디에이고 타자들이 패스트볼에 강하다는 점을 역이용한 것이기도 했다. 류현진의 이런 투구 패턴은 부수적으로 구속 가감 효과를 통한 패스트볼 체감 구속 상승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전략 수정이 가능했던 이유는 기본적으론 수술 이전 류현진의 주무기였던 체인지업이 예전 모습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25일 기준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100구당 구종가치(Pitch Value, 해당 구종을 던져 얻은 득실)에서 3.55점으로 올 시즌 70이닝 이상 던진 선발 투수 가운데 전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올 시즌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56타수 10피안타 1피홈런 17탈삼진 피안타율 .161 피장타율 .268이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런 체인지업을 통한 완급조절은 메이저리그 투수치곤 빠르지 않은 류현진의 포심 패스트볼(평균 90.1마일, 145.0km/h)에 상대 타자들이 연신 헛스윙을 하고 있는 이유다. 


 


한편, 최근 장착한 '신형 커터'는 특유의 움직임으로 인해 체인지업만으론 해결할 수 없었던 좌타자 상대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열쇠가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24일 등판은 류현진의 새로운 투구 전략과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였다. 


 








 


 


 


이제 정규시즌 종료까지 류현진의 등판은 한 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해당 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1실점 이하로 막으면 류현진은 FA를 앞두고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끝마치게 된다(0.2이닝 이상을 무실점으로 막고 내려와도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1점대가 되지만, 5이닝 이하로 소화했다는 것은 조기 강판 상황이므로 좋지 않다).


 


물론 사타구니 부상으로 인해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지만, 수술 복귀 후 두 번째 해에 8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는 것은 FA 시장에서 높게 평가받을 요소임이 분명하다. 과연 류현진은 다음 등판에서 평균자책점을 1점대로 낮출 수 있을까? 또한, 포스트시즌 호투로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 수 있을까?


 


둘 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새로운 투구 전략을 통해 한 단계 진화한 류현진이라면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닐 것이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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