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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농구의 또다른 사냥터, U17 농구월드컵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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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4 (월) 01:44

                           

[매거진] 미국농구의 또다른 사냥터, U17 농구월드컵



[점프볼=김윤호 칼럼니스트] 5연속 전승 우승, 그리고 37연승. 미국이 17세 이하(U17) 농구월드컵에서 이룬 성적이다. 2010년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첫 U17 대회 이후 올해까지 열린 총 다섯 번의 대회에서, 미국은 한 번도 지지 않고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U19 대표팀이 작년 U19 농구월드컵 4강에서 R.J. 바렛의 캐나다에게 발목을 잡힌 것과 달리, U17 농구월드컵에서는 미국이 아직까지 무적의 강팀이다. 무적의 행진을 이어가면서 배출한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더 무서운 건 U17 대표팀은 갈수록 강해진다는 점이다.

갈수록 넘사벽! 세계를 압도하다 

미국은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첫 대회에서 평균 34.9점의 득실 차이를 보여줬다. 당시 미국은 2009년에 있었던 16세 이하(U16) 아메리카 선수권 우승 주역들 대부분을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선수 전원을 고등학교 졸업을 1년 앞둔 11학년 선수로 채웠지만, 대회 우승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평균 107.5득점으로 한 대회 평균 득점 역대 1위 부문에 올랐으며, 결승전에서 폴란드를 111-80으로 제압하며 초대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그런데 압도적으로 상대를 제압한 경기도 있었으나 고전한 경기도 있었다. 아르헨티나와의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82-70으로 다소 힘겹게 이겼고, 4강에서는 30득점을 기록한 마이클 키드-길크리스트의 맹활약을 앞세우고도 캐나다 상대로 103-83으로 점수차가 20점차밖에 나지 않았다. 돈 쇼월터 감독의 첫 U17 대회라서 조직력이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은 까닭이었다.

그러나 이후 미국의 공수 조직력은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카우나스에어 열린 2012년 대회에서는 8경기에서 평균 60.1득점만 내주면서 야투 허용률 33.8%, 평균 22.3개의 턴오버 유도를 기록했다. 2010년 대회에서 72.6실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수비가 괄목상대했다고 볼 수 있겠다. 더구나 중국과의 예선에서 자바리 파커가 발 부상으로 중도하차했고, 백업 센터였던 다카리 존슨마저 사타구니 통증으로 이탈한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조직력이 더욱 빛난 대회였다.

2014년 대회부터 참가국이 12개국에서 16개국으로 늘어났으나, 미국에게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16강전에서 만난 하치무라 루이의 일본을 122-38로 이기며 역대 U17 대회 최다 점수차 승리 기록을 만들어냈고, 8강에서도 중국을 42점차로 제압했다.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고전한 것이 그나마 옥에 티였다. 결승전에서 미국은 3점슛 성공률 13.3%에 그칠 정도로 슈팅 난조에 시달렸지만, 호주는 3점슛 25개 중 11개를 적중시키며 미국을 괴롭혔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미국이 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 이후로는 미국을 견제할 팀이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의 첫 8강 진출로 익숙한 2016년 대회도 결국은 미국의 압도적인 우승으로 끝났다. 미국을 상대로 80점 이상 득점한 팀이 한국밖에 없었다는 점이 한국의 농구 팬들에게 유일한 위안이겠지만, 반대로 미국에게 133득점이나 내줘야 했다. 경기당 점수차가 무려 44.6득점이었고 매 경기 24.6개의 리바운드를 더 잡아냈다. 무엇보다 미국이 상대팀에게 리드를 당한 시간이 경기 당 1.7분밖에 되지 않는다. 경기 초반을 제외하면 어떤 팀도 우위를 가져온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아르헨티나에 열린 이번 U17 대회는 미국과 나머지 15개 국가 간의 현격한 차이만 더 보여줬다. 경기 당 점수 차이가 역대 최고 기록인 53.7득점이었으며, 상대팀에게 허용한 점수는 고작 53.3득점이었다. 야투허용률 32.9%와 경기 당 19.1개의 스틸 모두 대회 기록이다. 그리고 7경기 모두 30득점 이상의 큰 격차로 이겼다. 견제라는 단어가 이제는 무의미해졌다.

NBA 유망주의 산실

U17 대표팀은 NBA 유망주의 새로운 산실로 자리 잡았다. U17 대회 우승을 경험한 선수들 중 일부는 이미 NBA 올스타 무대를 경험했고, NBA에 자리를 잡고 있는 선수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으며, NBA 데뷔를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초대 대회의 MVP였던 브래들리 빌은 플로리다 대학을 거쳐 2012년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지명되었다. 그리고 지난 시즌에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되었다. 워싱턴 위저즈에서 존 월 외의 선수가 올스타에 지명된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안드레 드러먼드와 마이클 키드-길크리스트 모두 2012년 드래프트에서 로터리에 지명되었다. 드러먼드는 2016년과 2018년에 NBA 올스타 무대를 밟았다.

2012년 대회에서는 자바리 파커와 저스티스 윈슬로우가 꼽힌다. 2012년 대회에 참여한 선수들의 행보는 다소 실망스럽다. 12명의 멤버 중 7명이 NBA 드래프트 지명에 실패했고, 당시 대회 MVP였던 잘릴 오카포는 NBA에서 도태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전반적으로 프로 진출 성과가 좋지 않지만, 그나마 파커와 윈슬로우가 주전 수준으로 자리잡은 상태이다. 

한편 2014년 대회의 주요 선수 중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제이슨 테이텀과 조쉬 잭슨이다. 두 사람 모두 대회에서 주전으로 출전한 바 있다. (테이텀은 조별예선에서는 주전이었으나, 토너먼트부터는 테런스 퍼거슨이 주전) 게다가 두 사람은 2017년 NBA 드래프트에서도 나란히 3, 4순위로 지명되었으며, 지난 시즌 올 루키 팀에도 선정되었다. 특히 테이텀은 플레이오프에서 평균 18.5득점을 기록하며 올스타의 가능성까지 일찌감치 보여준 상태다.  

2016년 대회에 참여한 주축 선수들은 올해 6월에 열린 NBA 드래프트에 참여하여 관심을 모았다. 8강에서 한국을 상대로 24득점을 올렸던 콜린 섹스턴이 전체 8순위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백업 빅맨이었던 재런 잭슨 주니어가 전체 4순위, 선발 출장했던 웬델 카터 주니어와 케빈 녹스가 각각 7순위, 9순위로 지명되었다. 

올해 대회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보여준 대표팀의 주축 선수들도 NCAA 명문 대학들의 관심을 한가득 받는 중이다. 대회 MVP 제일런 그린을 포함하여 아이재아 스튜어트, 드비온 하몬, 번 캐리 등은 NCAA 명문 대학 진학은 물론 NBA 로터리 지명까지 노릴 가능성이 높다. 재능의 샘은 마르지 않는다.

[매거진] 미국농구의 또다른 사냥터, U17 농구월드컵

전임 감독 체제의 숙성

이미 A매치 경기에서도 차원이 다른 강력함을 보이고 있지만, U17 대회마저 휩쓸고 있는 미국의 비결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을 고르라면 전임 감독 시스템이다. 2010년 대회부터 올해까지 돈 쇼월터 전임 감독 체제로 운영 중이다.

사실 돈 쇼월터 감독이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인물은 아니다. 와트버그 대학 출신인 쇼월터는 NBA나 NCAA에서의 코치 경력이 전혀 없다. 심지어 그의 학교에서 배출한 NBA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1974년에 아이오와 주의 론 트리 커뮤니티 스쿨에서 농구 코치 생활을 시작한 이후 줄곧 고등학교 선수들을 지도해왔으며, 아이오와 주 밖에서 감독을 지낸 적도 없다. 

쇼월터는 아이오와주(州) ‘올해의 농구 감독’상을 9차례나 수상했으며, 2009년에는 전미 고교 체육부 코치 협회에서 시상하는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할 정도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마침 2009년부터 16세 이하 아메리카 농구선수권이 신설되고, 2010년부터 U17 농구월드컵이 신설되면서 미국 대표팀은 유소년 지도자가 필요했다. 결국 쇼월터가 U16, U17 대표팀의 전임 감독으로 선임되었고 10년째 자리를 유지 중이다. 

쇼월터 감독 체제에서 미국은 5번의 U16 아메리카 농구선수권과 5번의 U17 농구월드컵에서 전승 우승했다. 두 대회를 합쳐 총 62경기를 치렀고, 전 경기에서 승리했다. 대륙별 유소년 선수권과 유소년 월드컵 연승 기록은 당연히 미국의 몫이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쇼월터 감독은 감독직과 함께 미국 농구 유소년 코치 총괄을 겸임하고 있다.  

쇼월터 감독이 강조하는 것은 세부적인 전술이 아니다. 어린 10대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팀 문화, 즉 팀워크임을 강조한다. 미국의 고교 농구에서는 감독들이 선수들에게 전술적으로 일일이 지시하지 않기 때문에, 팀워크와 관련된 부분을 배우지 못하는 선수들도 더러 있다. 더구나 대표팀에 소집되는 선수들은 전미에서 주목받는 고교 선수들이다. 대부분 명문 대학 진학이 예정되어 있고 NBA 진출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선수들이 하나같이 자존심이 높다. 그러한 프라이드를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감독의 가장 큰 몫이다. 

이미 미국은 과도한 프라이드가 결과를 망쳤던 기억이 있다. 자국에서 열린 2002년 농구월드컵에서 4강에도 진출하지 못하는 굴욕을 맛보았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4강에서 아르헨티나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그래서 미국의 성인 대표팀이나 연령별 대표팀을 지도하는 감독들이 강조하는 바는 똑같다. 프라이드를 조금이나마 내려놓고 서로를 오랫동안 함께 할 팀원으로 생각하도록 한다. 쇼월터 감독은 이 부분을 10년 동안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감독이 매번 바뀌면 지도 방식도 매번 바뀔 수밖에 없다. 좋게 말하면 역동적이지만, 일반적으로 보면 불안하다. 하지만 감독 체제가 안정되면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적응하기 쉽다. 더구나 감독이 세부적으로 요구하는 바가 많지 않고 팀워크만 확실하게 맞추기를 요구한다면,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뛸 때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도 덜게 된다.

다시, 미국의 독보적 전진

10년째 계속되는 전임 감독 체제에서 미국의 U17 대표팀은 시간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기어이 올해 대회에서는 평균 득점과 실점에서 더블 스코어를 달성했다. 그나마 미국을 견제해왔던 프랑스나 세르비아, 아르헨티나 등도 더 이상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10년 넘게 어렵게 좁혀왔던 격차가 다시 벌어진 셈이다.

그동안 NBA 선수들에게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포인트가 그대로 U17 대표팀에도 계승됐다. 그들은 미국대표팀의 기본 철학을 어릴 때부터 습득한다. 그렇게 습득한 개념을 U19 대표팀, 나아가 향후 성인 대표팀까지 끌고 간다. 무엇을 의미할까? U17 대회에서 벌어진 격차가 U19 대회, 그리고 농구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더 이상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와 같은 이변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U17 농구월드컵에서 미국은 사실상 경쟁자들을 사냥해왔다. 경쟁자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상대를 매 경기마다 압도적인 힘으로 눌렀다. 한 때 미국의 독주가 끝날 거라는 팬들의 기대도 있었지만, 그 기대가 현실화되기는 불가능하다. 사냥이 거듭될수록 미국은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다. 남들이 한 발 걸어갈 때, 서너 발을 앞서나가는 미국의 상대팀 사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매거진] 미국농구의 또다른 사냥터, U17 농구월드컵

FIBA U17 WORLD CUP FACT CHECK

년도-장소-순위-비고

2010년-독일- 미국(1) 폴란드(2) 캐나다(3) / 한국:12위

2012년-리투아니아- 미국(1) 호주(2) 크로아티아(3) / 한국:11위

2014년-UAE- 미국(1) 호주(2) 세르비아(3) / 한국:진출실패 

2016년-스페인- 미국(1) 터키(2) 리투아니아(3) / 한국:8위(역대기록)

2018년-아르헨티나- 미국(1) 프랑스(2) 푸에르토리코(3) / 한국:진출실패

FIBA U17 미국대표팀이 낳은 NBA선수들

2010년- 브래들리 빌 / 워싱턴 위저즈(NBA 올스타)

2010년- 퀸 쿤 /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2010년- 마이클 키드-길크리스트 / 샬럿 호네츠

2012년- 자릴 오카포 / 뉴올리언스 펠리컨스

2012년- 자바리 파커 / 시카고 불스

2012년- 저스티스 윈슬로우 / 마이애미 히트

2012년- 타이어스 존스 /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2016년- 게리 트렌트JR. / 포틀랜드 블레이저스(2018년 데뷔 예정)

2016년- 콜린 섹스턴 /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2018년 데뷔 예정)

2016년- 웬델 카터 JR. / 시카고 불스(2018년 데뷔 예정)

# 사진_FIBA, 나이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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