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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신영수 과장의 즐거운 제2 배구인생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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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2 (토)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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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일 2018.09.22 (토) 09:04

                           

대한항공 신영수 과장의 즐거운 제2 배구인생



FA(자유계약선수) 협상이 한창이던 2018년 5월, 매년 그렇듯 언론과 배구 팬들은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의 다음 행선지를 추측하는 재미로 비시즌을 보내고 있었다. 5월 22일 남자부 FA 3차 협상까지 모두 끝나자 배구 뉴스의 헤드라인에 가장 이름이 많이 걸린 이가 있다. 한때 대한항공 토종 거포로 코트를 누볐던 신영수(36)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공시한 ‘2018 남자 FA선수 3차 계약 공시’ 미계약자 명단에 신영수란 이름이 적혔다. 이에 대해 신영수는 “그를 원하는 구단이 아무도 없었다”라며 마치 그의 선수 생명이 끝맺음을 ‘당한’ 것처럼 비춰졌다.



 



하지만 그의 은퇴는 FA 시장이 열리기 전 이미 결정된 일이었다. 대한항공의 선수 연봉 지급 기한은 6월 말로, 대한항공은 신영수가 최대한 선수 생활을 오래 유지함으로써 2017~2018시즌 책정된 연봉을 더 지급하기 위해 은퇴 발표를 늦춘 것이었다. 신영수는 7월 2일부터 김포공항 인근 대한항공 본사에 위치한 대한항공 스포츠단 사무실로 정식 출근을 시작했다. 대한항공 스포츠단 직원 가운데 유일한 선수 출신인 그의 이름 뒤에는 ‘선수’가 아닌 ‘과장’이라는 호칭이 붙는다. 선수 시절을 마감한 그는 이제 여느 평범한 직장인처럼 정장 차림에 구두를 신고 회사로 출근한다. 제2의 배구인생, 새 출발이다.



 



 



은퇴는 끝이 아니다



 



은퇴했다고 배구코트 위에서 신영수 과장을 영영 볼 수 없는 건 아니다. 지난 8월 11일 발대식을 가진 대한항공 리틀점보스 배구클럽(이하 배구클럽) 운영담당자로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기 때문이다. 신영수는 스포츠단에서 배구클럽 운영 업무를 맡아 프로그램 구성 및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배구클럽은 신영수가 사무국 직원으로서 맡은 첫 번째 업무다.



 



배구클럽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배구를 배우고 있다. 강사가 된 신영수는 “어린 아이들이기 때문에 학년별로 차이가 커서 각각의 연령대에 맞는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라며 “아이들이 싫증을 내지 않고 꾸준히 배구라는 종목에 흥미를 느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아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재미를 선사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배구클럽 발대식이 열렸던 인하대학교 체육관에서 마이크를 잡은 신영수는 “배구클럽에서 함께 할 아이들과 직접 마주하니 큰 책임감이 느껴집니다”라며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이어 “수업 때 함께 오시는 부모님들도 언제든지 코트로 내려와 함께 운동하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는지 직접 체험해보고 배구라는 종목을 통해 또 다른 교감을 나누시길 바랍니다”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배구클럽은 대한항공이 처음으로 진행하는 유소년 배구교실이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준비한 만큼 발대식에는 이유성 단장, 이석우 부단장 등 사무국 관계자들과 박기원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이 모두 참여했다.



 



이날 신영수는 발대식에 참석한 아이들에게 직접 유니폼을 나눠주고 배구 시범을 보이기 위해 인하대 체육관을 찾은 대한항공 선수들을 맞이하는 등 여느 사무국 직원들과 똑같이 행사를 진행했다.



 



이제는 평범한 회사원이 됐지만 신영수의 인기는 여전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발대식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신영수에게 사진을 요청하기도 하고, 응원의 한마디를 건네며 훈훈한 풍경을 자아냈다.



제2의 인생은 즐겁고 재미있게



 



신영수 과장은 매일 아침 8시 30분이면 사무실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업무를 시작한다. 그가 맡은 주된 업무는 배구클럽 운영이지만, 선수단 관리 및 구단 홍보와 같은 사무국의 전반적인 업무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구단 행사가 있으면 언론에 홍보 요청을 하기도 하고 선수들이 생활하는 데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해결해주기도 하죠. 사무국 동료들과 똑같이 일하고 있어요”라고 근황을 소개했다.



 



신영수는 “어느 하나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제 삶의 모든 게 달라졌어요”라며 “회사생활을 하면서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 어렵기도 하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는 선수출신이기 때문에 저만이 가진 장점이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유소년 배구교실을 운영하는 구단은 대부분 전문적인 외부 업체를 통해 배구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선수출신 직원이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 어느 누구보다 배구를 잘 아는 신영수가 있기 때문에 신영수의 주도 하에 프로그램 구성과 배구클럽 운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신영수는 “함께 배구를 했던 동료들에게 같이 배구클럽에서 같이 아이들을 가르쳐보자고 부탁을 했어요. 지금 함께 하는 이상래 강사(인하대 배구부 코치)와 김민재 강사 모두 흔쾌히 제 손을 잡아줬죠. 다른 많은 분들도 함께 하고 싶다고 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아쉬워하시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본사로 출퇴근하는 신영수는 종종 용인에 자리한 선수단 숙소를 방문한다. 사무국 직원으로서 선수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는 “사무국으로 오고 난 후 처음 숙소로 갔을 때 정장을 입은 제 모습을 보고 다들 어색해하면서도 반겨주더라고요. 저도 숙소를 방문할 때마다 선수들 보는 게 너무 반가워요”라며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가끔 회사생활을 하면서 힘들 때나 어려울 때가 있어도 숙소에 와서 선수들 만나면 힘이 나는 것 같아요(웃음). 제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라고나 할까요?”



 



프로라는 말은 곧 그 분야에서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프로세계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능력을 보인 선수들은 주로 소속팀, 모교 등에서 코칭스태프로 은퇴 후의 삶을 이어가기도 한다. 신영수 역시 14년 동안이나 프로 선수 생활을 한 베테랑인데 왜 그는 현장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했을까.



 



대한항공 신영수 과장의 즐거운 제2 배구인생



 



“현장에서 하는 일도 중요하고 그 분야 역시 제가 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줄곧 운동만 해왔기 때문에 다른 길을 걸어보고 싶더라고요. 그 때 마침 구단에서 좋은 제안을 해주셨고요. 지금의 제 자리가 앞으로 남은 삶을 사는 데 더 유익할 거라고 판단해서 이렇게 사무국 직원이 되었습니다.”



 



회사원, 그리고 배구 강사로서 삶을 ‘선택’한 신영수. 그는 “이제부터 시작되는 제 인생이 즐겁고 재밌을 것 같아요. ‘잘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말보다는 앞으로 제가 가르치게 될 아이들과 함께 뒹굴고 즐기면서 제가 맡은 배구클럽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며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출사표를 던졌다.



 



마지막으로 지난 14년 동안 ‘선수’ 신영수를 응원해준 팬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그동안 응원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제 코트에서는 볼 수 없지만 제2의 인생을 시작했으니 앞으로의 삶도 응원 부탁드립니다(웃음). 지금까지 배구선수 신영수를 응원해주신 만큼 앞으로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드래프트 1순위로 데뷔



 



14년간 대한항공 원팀 고수



 



국내 프로스포츠로는 가장 최근에 막을 올린 V-리그는 2005년 2월 18일 처음으로 신인 선수 드래프트를 실시했다. 프로배구가 출범한 이후 실시된 첫 드래프트에서도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이가 바로 신영수다. 신영수는 당시 신인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대한항공 차주현 감독(現 현대제철 감독)의 선택을 받아 프로 무대에 발을 들였다.



 



FA와 트레이드로 이적이 잦은 프로세계에서 신영수는 대한항공 원팀 멤버로 살아왔다. 중앙고-한양대 출신인 신영수는 2005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데뷔한 이후 14년간 한곳에 머물렀다.



 



대한항공은 오랜 시간 공격 자원이 풍부했다. V-리그 원년부터 코트를 지킨 신영수부터 김학민(35) 곽승석(30), 정지석(23)까지 누가 뛰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탄탄한 선수층을 보유했다. 이제 더 이상 대한항공의 유니폼을 입은 신영수의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그가 14년간 코트 위에서 흘린 땀방울과 그에게 보낸 팬들의 함성은 V-리그가 써내려가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것이다.



 



신영수는 대전중앙고 재학 시절부터 ‘최대어’, ‘거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는 대학시절 한양대의 전성기를 이끈 에이스였으며,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2003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한국이 우승컵을 차지하는 데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지금의 대한항공은 매년 우승후보로 손꼽히는 강 팀 중 하나지만, 프로 출범 당시만 해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최약체였다. 2005년 당시 프로 네 팀(현대캐피탈, 삼성화재, LG화재, 대한항공)과 실업 두 팀(상무, 한국전력)이 V-리그에 출전했고, 대한항공은 그 중 4위로 겨우 프로팀 체면치레를 하는 수준이었다(당시 6승 14패로 5위 한국전력과 승점, 승수가 같았다).



 



대한항공은 프로 출범 이후 세 시즌 연속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신영수, 강동진(은퇴), 김학민을 차례로 영입해 조금씩 내실을 다져왔다. 2007~2008시즌 대한항공이 처음으로 정규리그를 2위로 마무리하며 강팀 반열에 올랐을 때 신영수는 장광균(현 대한항공 코치), 보비(브라질)와 함께 대한항공의 삼각편대로 활약했다.



 



신영수는 군 복무로 인해 자리를 비운 두 시즌(2011~2012, 2012~2013시즌)을 제외한 열두 시즌 모두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그는 열두 시즌 동안 342경기 1,097세트에 출전, 대한항공에서 총 3,323점의 기록을 남겼다.



 



 



글/ 이현지 기자  



사진/ 이현지 기자, 구단 제공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8-09-22   이광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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