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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추신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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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0 (목) 21:22

                           
[이현우의 MLB+] 추신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엠스플뉴스]
 
추신수(36·텍사스 레인저스)는 올 시즌 한국인 야수 최초이자, 개인 통산 첫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됐다. 아메리칸리그(AL) 지명타자 부문 후보에 오른 추신수는 팬 투표론 뽑히지 못했지만, 선수단 투표 및 커미셔너 추천 선수로 올스타에 선정됐다.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품고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을 맺은 지 약 18년 만에 이룬 쾌거다.
 
전반기 성적만 놓고 봤을 땐 당연한 결과였다. 추신수는 올 시즌 전반기까지 90경기에 출전해  18홈런 43타점 타율 .293 OPS .911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2.8승을 기록했다. 심지어 올스타전이 열리기 직전까지 51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는 구단 단일 시즌 최장 기록(종전 46경기)이자, 현역 최장 기록(종전 48경기)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 벌어진 일을 우리는 알고 있다. 추신수는 올스타 출전 이후 출전한 첫 경기에서 자신의 연속 출루기록을 52경기로 늘렸다. 그러나 그 후 장장 2달 동안 추신수의 타격 성적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추신수의 2018시즌 기간별 성적
 
[3-4월] 29경기 5홈런 12타점 타율 .233 
[5월] 27경기 4홈런 12타점 타율 .290
[6월] 24경기 6홈런 15타점 타율 .347
[7월] 22경기 5홈런 12타점 타율 .244
[8월] 23경기 1홈런 9타점 타율 .278
[9월] 15경기 0홈런 2타점 타율 .184
[전반기] 90경기 18홈런 43타점 타율 .293
[후반기] 50경기 3홈런 19타점 타율 .223
 
9월 20일(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경기에서 4타수 1안타 2삼진을 기록하면서 추신수의 타율은 .269가 됐다. 후반기 들어 타율 .223에 그친 탓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8월 이후 출전한 38경기에서 단 1홈런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선수 경력 내내 9월에 늘 강한 모습을 보였던 추신수이기에 그의 부진은 더 충격적이다.
 
그사이 추신수에겐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낮아진 발사각도, 원인은 히팅포인트?
 
 
 
세이버메트릭스 지표를 활용해서 후반기 추신수의 부진 원인을 찾은 것은 어렵지 않다. 추신수의 평균 '타구 속도'는 후반기 들어 소폭 감소(전반기 89.9마일→후반기 88.3마일)했지만,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아웃 존 스윙 비율(O-Swing%)을 비롯한 선구안 지표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추신수의 타격 성적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소는 '발사 각도'다. 
 
전반기까지 평균 7.9°였던 추신수의 타구 각도는 후반기 들어 2.2°도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땅볼 비율이 전반기 45.9%에서 후반기 58.6%로 늘어났다. 그러면서 잘 맞은 타구가 수비 시프트에 걸리는 비율이 높아졌고, 타율 하락이 찾아온 것이다. 한편, 발사 각도의 하락은 장타력 감소를 불러일으켰다. 여기까지가 흔히 행해지는 세이버메트릭스를 활용한 분석이다.
 
추신수의 전/후반기 타구 데이터 변화
 
[전반기] 타구속도 89.9마일 발사각도 7.9° 땅볼 45.9%
[후반기] 타구속도 88.3마일 발사각도 2.2° 땅볼 58.6%
 
문제는, 그럼 대체 왜 발사 각도가 줄어들었냐는 것이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선 먼저 추신수의 말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추신수는 최근 자신의 타격 부진에 대해 "무게 중심이 너무 앞에 쏠려 좋은 타구를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현우의 MLB+] 추신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이현우의 MLB+] 추신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올 시즌 초반에도 추신수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올해 초 추신수는 텍사스 보조 타격코치인 저스틴 마쇼어의 조언에 따라 지나치게 앞쪽에 형성되어 있었던 히팅 포인트를 뒤로 가져가면서 타격 성적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한편, 그 과정에서 올 시즌부터 시작한 레그킥의 높이가 낮아졌다는 점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레그킥의 높이를 낮췄다는 것(또는, 히팅포인트를 뒤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레그킥이 저절로 낮아졌다는 것)은 레그킥 동작을 간소화함으로써 스윙을 시작하기 전까지 공을 보는 시간을 최대한 늘렸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바꿔 말하면 레그킥 동작이 길면 길수록 공을 보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스윙을 빨리 시작하게 되고 히팅포인트가 앞에 형성된다는 얘기다.
 
그런데 필자는 최근 추신수의 타격 준비 동작을 보면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레그킥 직전에 앞발을 내딛는 동작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또 달라진 타격 준비 동작, 레그킥은 더 낮아졌고 토탭 시간은 늘었다
 
[이현우의 MLB+] 추신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이현우의 MLB+] 추신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영상1]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시즌 중반까지 추신수는 체중을 앞뒤로 옮기며 리듬을 타다가 마지막에 티 나지 않을 정도로 짧게 앞발을 내디딘 다음 낮지만 힘이 실린 레그킥을 하고 스윙했다. 하지만 [영상2]를 보면 추신수는 다리를 천천히 앞으로 내디딘 후 투수가 공을 파워 포지션에 올려놓은 다음에야 형식적으로 낮은 레그킥을 한 다음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이렇게 타격 전 앞발을 내딛는 걸 토-탭이라고 한다. 타이밍을 재기 위한 동작이다. 그런데 레그킥이 중심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것 외에도 타이밍을 재는 목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전에 토탭을 길게 가져가는 것은 불필요하다. 즉, 스윙 전까지 과정이 길어지면서 타이밍이 맞지 않고 있고, 레그킥이 더 낮아지면서 중심 이동도 원활하지 않아졌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 불필요해 보이는 동작이 더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을 추측하긴 어렵지 않다. 타 리그에서 레그킥을 하던 타자들은 빅리그 진출 후에 타이밍이 맞지 않는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다. 그들 중 일부는 타격 전 타이밍을 맞추는 방법으로 토탭을 택한다. 진출 초기 강정호가 그랬고, 올해 오타니 쇼헤이도 그랬다. 추신수에게도 토탭은 친숙한 방식이기도 하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앞선 선수들이 '레그킥을 없애고' 타이밍을 맞추는 방법으로 토탭을 채택한 반면, 추신수는 레그킥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앞선 선수들이 늘상 해오던 레그킥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타격폼을 수정한 것과는 반대로, 추신수는 줄곧 레그킥을 하지 않다가 올 시즌 시작 전 레그킥을 장착했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이현우의 MLB+] 추신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이현우의 MLB+] 추신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한마디로 말해 레그킥으로 타이밍을 맞추기 쉽지 않아 토탭을 다시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시즌 시작 전 힘겹게 장착한 레그킥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올 시즌 시작 전 추신수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덕 레타 타격 인스트럭터의 레그킥에 대한 생각은 좀 다르다. 그는 지난 8월 네이버스포츠 이영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조금 잘못 알려진 부분이 있는데 나는 (선수들에게) 레그킥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레그킥을 비롯한 준비 동작보다는 "자기에게 맞는 스윙"과 "타이밍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 시즌 중반까지 추신수는 과도기를 거쳐 자신에게 맞는 타격폼을 찾아냈고 이를 바탕으로 전성기 못지 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이는 슬럼프에 빠져있는 지금 추신수에게 가장 필요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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