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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인터뷰] 넥센 김재현 “포수 수비는 기본, 타격도 잘해야죠”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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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0 (목) 13:22

                           
-갑작스러운 포수 공백, 장정석 감독이 부담감 덜어줘
-포수 수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타격도 잘 하고 싶다
-선배 투수들에게 많이 배운다, 높은 도루저지율도 투수들 덕분
-주전 포수? 아직 멀었다... 시즌 처음부터 꾸준히 잘해야 주전 포수
 
[엠스플 인터뷰] 넥센 김재현 “포수 수비는 기본, 타격도 잘해야죠”

 
[엠스플뉴스]
 
넥센 히어로즈는 경이로운 팀이다. 아무리 큰 위기가 찾아와도, 이겨내고 얼마만큼 큰 구멍이 생겨도 극복한다. 강정호가 미국으로 가자 김하성이 등장해 자리를 메웠고, 박병호가 빠진 뒤엔 이정후라는 괴물 신인이 등장해 공백을 채웠다.
 
위기를 모면하면 더 큰 위기가 찾아오는 히어로물처럼, 올 시즌도 넥센은 안팎으로 숱한 고난을 겪었다. 구단 밖에선 구단주의 구속과 경영권 분쟁이란 악재가 닥쳤고, 팀 내에선 마무리 투수와 주전 포수가 불미스러운 일로 이탈했다. 
 
모두가 넥센의 추락을 예상했지만, 이번에도 넥센은 보란 듯이 안팎의 악재를 극복했다. 9월 20일 현재 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눈앞에 보인다. 3위 한화와는 불과 2.5경기 차로,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선 준플레이오프 직행도 넘볼 만하다.
 
위기의 넥센을 구한 주역 가운데는 주전 포수 공백을 잘 메꾼 김재현도 있다. 2012년 데뷔한 김재현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백업 포수 역할에 머물렀다. 수비에선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타격에서 큰 믿음을 주지 못했고 주전 포수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하지만 올 시즌 기회가 주어지자 훌륭하게 주전 포수 역할을 해냈고, 리그 상위권 넥센 마운드에 크게 기여했다. 넥센이 온갖 악재 속에서도 가을야구를 바라보는 데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친 김재현의 공이 적지 않다.
 
히어로물에선 초인적 히어로들만 나오지 않는다. 콜슨 요원, 마리아 힐 요원, 호크아이 등 평범한 사람들도 저마다 자리에서 제 몫을 하고, 때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 등 ‘영웅’들이 가득한 넥센에서 평범해 보일지 몰라도, 포수 김재현은 결코 없어선 안 될 존재다. 
 
갑작스러운 주전 포수 공백, 표 안 나게 메운 김재현
 
[엠스플 인터뷰] 넥센 김재현 “포수 수비는 기본, 타격도 잘해야죠”

 
올 시즌 데뷔 최다경기, 최다안타, 최다홈런, 최다타점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떤 기분입니까.
 
(멋쩍게 웃으며) 일단 조금씩이라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분은 좋습니다. 이전보다 좀 더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예년보다 훨씬 많은 경기에 나가고 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나요.
 
힘든 것도 있지만, 계속 나가다 보니까 적응이 되는 것 같아요. 몸은 힘들더라도, 꾸준히 경기에 나가고 반복하면서 루틴이 만들어지니까 한결 자연스러워지고 편안한 느낌입니다. 
 
넥센은 시즌 초반 주전 포수의 이탈로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요. 당장 내일부터 넥센 안방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되진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큰 압박감을 느끼진 않았어요. 이전에 하던 대로, 똑같이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전에도 제이크 브리검이 선발등판 하는 날에는 선발 포수로 출전하곤 했으니까요, 특별히 더 큰 부담을 느끼진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장정석 감독님께서도 ‘방망이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수비는 평소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며 부담을 덜어주셨습니다.
 
사실 지난 시즌에도 주전 포수의 성적이 그다지 나쁘지 않았는데도 김재현, 주효상 선수가 선발 출전하는 경기가 꽤 많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작년에 두 선수에게 미리 기회를 줬던 게 올 시즌 돌발 변수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겠네요.
 
예, 팀에서 항상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올 시즌 넥센 경기를 보면 주전 포수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만큼 김재현 선수가 포수로서 역할을 잘했다고 봐야겠죠.
 
무엇보다 수비를 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이제는 타격도 어느 정도는 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제 타격 성적이 정말 형편없었거든요. 그래도 올 시즌엔 꾸준하게 나가다 보니까, 가끔 빗맞은 안타도 나오고 한결 나아진 것 같아요.
 
수비는 자신, 이제는 방망이도 잘 치고 싶다
 
[엠스플 인터뷰] 넥센 김재현 “포수 수비는 기본, 타격도 잘해야죠”

 
안 그래도 타격 얘기를 물어보고 싶었어요. 넥센은 ‘넥벤져스’란 별명처럼 강타자들이 넘쳐나는 타선을 보유했습니다. 이런 타자들 틈에서 혼자만 타격 성적이 좋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아요. 
 
그러니까요. (웃음) 선발 전원 안타를 치고 있는데 저 혼자만 못 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지난번 청주 경기 때도 그랬어요. 
 
8월 9일 청주 한화전 얘기죠. 그날 넥센이 25안타 16득점을 퍼부었는데 김재현 선수 혼자 6타수 무안타였던 게 지금도 기억납니다.
 
사실 그때 방망이가 한창 잘 맞는 시기였는데, 그날은 안타를 치지 못했어요. 괜히 혼자 좀 ‘그런 게’ 있더라구요. 
 
‘그런 게’가 무슨 의미인지는 알아서 해석하겠습니다. 이런 상황에 김재현 선수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임하는지 궁금합니다.
 
제 뒤에 이정후가 있으니까 잘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죽더라도 저 혼자 죽자는생각이에요. 어떻게든 뒤로 연결해주면 점수가 많이 나니까,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도 지난 시즌까지와 비교하면 타격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룬 게 사실입니다. 타격 향상을 이룬 비결이 뭔지 궁금한데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강병식 타격코치님과도 많은 얘길 나눴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어요.
 
결론이 뭐였습니까.
 
너무 멀리 치려고 하고, 강하게 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아니더라구요. 강 코치님과 이야길 나누다 깨달았어요. 원래 전 정확하게 치는 타자였거든요. 그 방향으로 가자고 결론을 내렸죠. 정확하게 때리면 인플레이 타구도 많이 나오고, 그러다 보면 빗맞은 안타도 나올 거고 잘 맞은 안타도 나올 거다. 그 뒤부턴 힘들여서 강하게 치기보단 정확하게 치려고 하고 있어요.
 
노력이 빛을 봤는지, 후반기 타격 성적이 꽤 괜찮습니다. 9월 20일 기준 후반기에 타율 0.297을 기록하면서 타격 성적을 많이 끌어올렸어요.
 
전 1할대를 치는 타자는 무조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잘 치는 타자들이야 하던 대로 해도 되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1할을 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빨리 생각을 바꿨죠. 
 
넥센에 홈런 타자도 많고 잘 치는 타자도 많잖아요. 앞 타자들이 홈런을 뻥뻥 치고 하면 덩달아 영향을 받기도 하나요?
 
제 앞에 나오는 타자들을 보면 다들 센 타자들이에요. 7번타자, 8번타자인데도 다들 타격을 정말 잘하죠. 임병욱, 송성문, 김혜성 같은 선수들이 워낙 잘 치잖아요. 얘들이 잘 치면 저도 왠지 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죠. 그래서 타석에서 더 집중하게 되는 효과는 있습니다. 
 
얘길 나눠보니 ‘수비형 포수’라는 평가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포수는 수비도 중요하지만, 타격도 잘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더 좋은 포수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수비만 잘해서는 절대 좋은 포수라는 소리를 듣기 어려울 것 같아요. 수비를 얼마나 잘해야 수비형인지 기준이 없잖아요. 그냥 팀이 잘하면 수비형 포수라고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러고 보니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들은 하나같이 타격에도 일가견이 있는 포수들이네요.
 
맞아요. 다들 수비는 기본이고 타격도 어느 정도 하잖아요. 
 
방망이 못 친다는 소릴 하도 들어서인지, 거의 한이 맺힌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가 봐요. (웃음) 사실 그전까지 타격에선 노력도 거의 안 했어요. 언젠가는 치겠지, 많이 나가다 보면 치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타격에도 신경을 쓰고, 잘 치려고 생각과 연구를 해야 되는 건데... 그전엔 타격 생각을 거의 안 했거든요.
 
“높은 도루저지율, 주자 잘 묶어준 선배 투수들 덕분”
 
[엠스플 인터뷰] 넥센 김재현 “포수 수비는 기본, 타격도 잘해야죠”

 
타격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는 건, 포수 수비에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로도 들립니다.
 
수비는 자신이 있었어요. 다만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하다 보니까, 경기 중에 발생하는 이런저런 상황에 빠르게 대처를 못 하는 아쉬움은 있었죠.
 
올 시즌 포수 수비 지표가 굉장히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기록이지만 포수 평균자책(CERA) 4.57로 정상호(4.42)와 이재원(4.47) 다음으로 좋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고, 도루저지율도 34.2%로 리그 5위입니다. 블로킹 관련 지표도 수준급이구요. 
 
(쑥스럽게 웃으며) 경기에 자주 나가진 못했지만, 2015년 이후로는 주로 1군에 계속 머물렀어요. 그런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전보다 한결 수비에서 편안해지고 여유가 생겨서인지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다른 포수들보다 비교적 빠르게 1군에 올라온 편이네요. 보통은 퓨처스리그에서 수년간 실전 경험을 쌓은 뒤에 1군에 부르곤 하는데, 2015년부터 계속해서 백업 포수 역할을 맡았습니다.
 
사실 퓨처스에서는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1군에서 뛴 경기가 더 많았죠. 어쩌다 보니 1군에 자리가 나서 백업 포수를 하게 됐고, 경험을 1군에서 쌓게 됐어요.
 
어떻게 보면 운이 좋은 케이스인데요.
 
맞아요. 2군과 1군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비록 2군에서 많이 해보진 못했지만, 1군에서 경험을 쌓았다는 게 앞으로 가면 갈수록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요. 
 
경기 출전이 늘어난 만큼 팀 투수들과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을 것 같습니다.
 
그렇긴 한데, 제이크 브리검한테는 개인적으로 좀 미안한 마음이 있어요.
 
어떤 이유인가요.
 
제이크가 너무 잘 던지고 있는데, 승운이 좀처럼 따르질 않았잖아요. 투구내용에 비해 많은 승리를 거두지 못한 것 같아서, 항상 미안한 마음입니다.
 
제이크가 이 마음을 알아야 할 텐데.
 
또 김상수 형, 오주원 형, 이보근 형 같은 불펜 투수 선배들에게도 많은 걸 배우고 있습니다. 다들 저보다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거든요. 도루저지만 해도 그래요. 형들이 워낙 주자를 잘 묶어주니까, 전 그냥 잡아서 정확하게만 던지면 아웃을 잡을 수 있어요. 제 도루저지는 투수가 거의 다 했다고 보시면 될 거에요. 
 
경쟁자 주효상 선수와 관계는 어떻습니까.
 
효상이가 잘하는 부분도 있고, 제가 잘하는 부분도 있으니까 서로 보완하면서 함께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서로 역할이 나뉘어 있으니까요. 효상이가 맡는 투수도 있고, 제가 전담하는 투수도 있구요. 효상이가 먼저 나가고 제가 뒤에 나가는 경우도 있구요.
 
서로 역할이 겹칠 일이 없겠군요.
 
교체된 뒤에 효상이가 한두 명을 찍어서 ‘오늘 누구누구는 이렇다’며 알려주기도 해요. 저도 마찬가지구요. 서로 교대할 때 대화를 많이 하면서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주전포수? 처음부터 쭉 잘해야 주전이죠”
 
[엠스플 인터뷰] 넥센 김재현 “포수 수비는 기본, 타격도 잘해야죠”

 
이제 ‘주전 포수’라고 불러도 될까요.
 
(고갤 저으며) 아직은 아닌 거 같아요.
 
올 시즌 넥센 포수 중에 가장 많은 경기와 이닝을 소화했는데, 김재현이 주전 포수가 아니면 누가 주전 포수란 말입니까.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이렇게 왔다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시즌 중간에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많은 경기에 나오고 있지만, 처음부터 나왔다면 어땠을지 모르겠어요. 처음 시작이 되게 힘들거든요. 아직 주전포수는 아닙니다.
 
그럼 개막전부터 선발로 나오면 주전 포수로 볼 수 있을까요?
 
(웃음) 시즌 중반까지 계속 잘하고 있다면요.
 
안팎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넥센은 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투수진 성적도 팀 평균자책 3위(4.97)로 아주 좋습니다. 주전포수는 아니라고 했지만, 가장 많은 이닝을 책임진 포수로서 느끼는 자부심이 클 것 같습니다.
 
맞아요. 팀 평균자책이 낮아진 게 포수 입장에선 뿌듯하죠. 사실 평균자책은 포수가 못해도 투수가 잘 던지면 좋아지게 마련입니다. 밖에서 보시는 분들은 그걸 포수가 잘해서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투수들이 잘해준 덕분이에요. 특히 우리 팀 선발투수들이 다들 잘 던져줘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김재현 선수의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이었습니까.
 
100경기 출전이 목표였어요. 비록 백업 역할이라도, 수비를 잘해서 중요한 타이밍에 대수비로 내보낼 만한 선수가 되면 100경기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이미 100경기 이상 출전했으니 시즌 전 목표는 달성한 셈인데, 이젠 새로운 목표가 생겼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은 시즌, 김재현이 보여주고 싶은 야구는 어떤 야구인지 궁금합니다.
 
수비에선 항상 기본을 지키고, 안정감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타격에서도, 중요한 순간에 칠 수 있는 선수. 안타를 기대할 만한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요.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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