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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옐리치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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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8 (화) 21:22

                           
[이현우의 MLB+] 옐리치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엠스플뉴스]
 
크리스티안 옐리치(26·밀워키 브루어스)가 시즌 두 번째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했다.
 
옐리치는 9월 18일(한국시간) 밀러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경기에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첫 네 타석에서 히트 포 더 사이클을 완성했다(첫 타석: 단타, 두 번째 타석: 2루타, 세 번째 타석: 홈런, 네 번째 타석:3루타).
 
히트 포 더 사이클(Hit For The Cycle)이란 한 타자가 한 경기에서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쳐내는 것을 말한다. 이런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선 장타력과 정확성, 스피드뿐만 아니라 '운'까지 따라줘야 한다. 따라서 히트 포 더 사이클은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322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귀한 기록이다.
 
그만큼 달성이 어렵기에 히트 포 더 사이클을 단일 시즌에 2번 이상 기록한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옐리치를 포함해 5명뿐이다. 
 
단일 시즌 두 번 이상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한 선수
 
1883년 존 레일리(신시내티 레즈) 2회
1887년 팁 오닐(세인트루이스 브라운 스토킹스) 2회
1931년 베이브 허만(브루클린 로빈스) 2회
2012년 애런 힐(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2회
2018년 크리스티안 옐리치(밀워키 브루어스) 2회
 
물론 히트 포 더 사이클이란 기록은 실력이라기보단 일종의 기념품적인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지난 8월 30일(신시내티전) 이후 1달도 되지 않아 다시 히트 포 더 사이클을 기록했다는 것은 최근 옐리치의 타격감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말해준다. 
 
오늘 경기를 포함해 옐리치의 2018시즌 성적은 타율 .318 31홈런 102득점 93타점 19도루 OPS .955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6.0승. 이는 타율, OPS, WAR 부문 내셔널리그(NL)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한편, 소속팀 밀워키는 87승 65패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적이다. 이에 옐리치는 현재 가장 유력한 NL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왜 2016년엔 홈런을 더 많이 치고, 2017년에는 더 못 쳤을까?
 
 
 
옐리치는 2010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3번째로 플로리다 말린스(現 마이애미 말린스)에 지명됐을 때부터 될성부른 유망주였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빠른 발과 준수한 수비력, 뛰어난 콘택트 능력으로 주목받았던 옐리치는 마이너리그 입성 후 3년 연속 3할 타율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4할에 가까운 출루율과 20도루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런 옐리치도 갖추지 못한 재능이 있었다. 바로 로-파워(Raw Power, 타고난 힘)이다. 옐리치는 매년 30여 개에 가까운 2루타를 쳐냈지만,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싱글A 시절 세운 15홈런에 그쳤다. 이런 경향은 상위 레벨로 갈수록 심해졌다. 옐리치의 홈런수는 상위 싱글A에서 12개에 그쳤고, 더블A에서는 7개로 더 줄어들었다.
 
빅리그에 데뷔한 후에도 옐리치의 홈런수는 2013년 4홈런(62경기), 2014년 9홈런(144경기), 2015년 7홈런(126경기)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타율과 출루율 그리고 주루 능력과 수비력을 바탕으로 높은 기여도를 기록했지만, 이때까지 옐리치는 MVP급 레벨의 선수라기보단 준수한 1, 2번 타자에 가까웠다.
 
초창기 옐리치가 빠른 타구속도를 갖췄음에도 홈런을 많이 쳐내지 못한 이유는 단순했다. MLB 전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땅볼 비율이 높은 선수였기 때문이다(당연한 얘기지만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제외한 대부분의 홈런은 뜬공 또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쳤을 때 나온다).
 
[이현우의 MLB+] 옐리치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그랬던 옐리치에게 처음으로 변화가 생겼던 해는 2016년이었다. 이해 옐리치는 빅리그 데뷔 최초로 뜬공 비율이 20%를 넘겼다(전년도 대비 5%↑). 그리고 그해 옐리치는 21홈런으로 전년도 대비 3배 많은 홈런을 쳐냈다. 그런데 2016년 대비 뜬공 비율이 5.2%p나 오른 지난해, 옐리치의 홈런 페이스는 답보 상태에 머물렀다. 
 
그렇다면 대체 왜 지난해에는 뜬공 비율이 더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옐리치의 홈런수가 오히려 줄어든 것일까?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옐리치의 뜬공 비율이 지난해 대비 낮아졌지만, 홈런수는 오히려 늘어난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
 
단순히 뜬공 비율과 평균 발사각도가 '뜬공 혁명'의 전부가 아닌 이유
 
[이현우의 MLB+] 옐리치가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옐리치가 초창기 3년간 60%가 넘는 땅볼 비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타격 생산력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20%를 넘는 비율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쳐냈을 뿐만 아니라, 뜬공 비율은 15%대에 그쳤지만 뜬공 타구의 질 자체는 매우 훌륭했기 때문이다. 이는 스윙 궤적 수정을 통해 땅볼 비율이 56.5%까지 줄어든 2016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뜬공 비율 자체는 25.2%까지 늘어났지만,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19.4%로 줄어들면서 땅볼 타구만 놓고 봤을 땐 2016년 대비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공을 억지로 퍼 올리는 과정에서 '잘 맞은 타구'의 비율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옐리치의 뜬공 비율은 지난해보다 2.6%p가 감소한 22.6%가 됐다.
 
그 대신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이 지난해 대비 5.2%p가 상승한 24.6%으로 늘어났다. 그러면서 땅볼 타구만 놓고 봤을 땐 지난해보다 2.5%p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올해 옐리치에게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이상적인 발사각도로 쏘아 올린 잘 맞은 타구' 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옐리치는 지난해 대비 약 100타석 덜 들어선 시점에 13개나 많은 홈런을 쳐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2루타(30개)와 3루타(6개) 부문에서도 개인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즉, 옐리치가 올해 히트 포 더 사이클을 두 차례나 기록한게 완전히 '운' 때문만은 아니란 얘기다.
 
옐리치의 발사각도 및 타구속도 변화
 
[2017년] 발사각도 4.7° 타구속도 90.4마일 Barreled 7.0%(150위)
[2018년] 발사각도 4.4° 타구속도 92.1마일 Barreled 11.8%(40위)
 * Barreled Balls: 타구속도와 발사각도를 조합했을 때 기대 성적이 최소 타율 .500 장타율 1.500 이상인 타구를 말한다.
 
이러한 옐리치의 타구 유형 비율과 성적 변화는 '뜬공 혁명(Air Ball Revolution, 발사 각도를 높임으로써 타격성적이 향상될 수 있다는 이론)'이란 단어가 홍수처럼 퍼져가고 있는 시대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옐리치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발사각도를 높이기 위해 공을 퍼올린다고 타격 성적이 좋아진다는 것은 허상에 가깝다. 그보단 타자 자신의 스윙 메커니즘에 맞는 '이상적인 발사각도로 공을 강하게 쳐 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그것을 해낸 옐리치는, 올 시즌 그야말로 미쳐 날뛰는 듯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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