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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5할 승률' NC 대행체제, 재평가가 필요하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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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8 (화) 13:00

                           
-최하위 추락했던 NC, 유영준 대행 체제에서 5할 승률로 탈꼴찌
-아마야구 지도자 유영준, NC와서 단장 거쳐 감독대행까지
-유영준 대행 "야구는 선수가 한다. 작전 안 내도 상황에 필요한 플레이 해줘"
-구단 어려울 때마다 수습 맡았던 유 대행, 합당한 평가 필요하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5할 승률' NC 대행체제, 재평가가 필요하다

 
[엠스플뉴스] 
 
NC 다이노스가 시즌 막판 KBO리그에 핵폭탄급 ‘캡사이신’ 뿌리기에 나섰다.  
 
NC는 9월 들어 LG, 롯데, KIA, 넥센 등 갈길 바쁜 팀들을 상대로 파죽의 7연승 행진을 달리며 지독한 매운맛을 선사했다. 1위 두산 베어스와 만나 연승 행진이 멈추긴 했지만, 9월 승률 2위(0.636)를 기록하며 5월 15일 이후 줄곧 지켜온 순위표 꼴찌 자리에서도 벗어났다.  
 
6월 3일 김경문 감독 경질 이후 시작된 유영준 감독대행체제가 거둔 성과다. 유 대행 체제에서 NC는 9월 16일까지 총 68경기 34승 1무 33패 승률 0.507로 5할보다 1승을 더 거뒀다. 이 기간 NC의 승률은 두산, SK, 넥센에 이은 4위에 해당한다. 
 
적어도 대행체제 성적만 놓고 보면, NC는 지난 4년간 항상 머물렀던 원래 자리를 되찾았다. 
 
스카우트 팀장, 단장, 감독대행까지... 대행만 3번 맡은 유영준
 
[배지헌의 브러시백] ‘5할 승률' NC 대행체제, 재평가가 필요하다

 
감독대행 체제에 대해 재평가를 해야 할 시점이다. 유 대행은 프로야구 선수 출신이 아니다. 중앙대를 졸업한 뒤 실업야구 한국화장품에서 포수로 뛰었다.  프로야구 스타 출신인 다른 구단 감독들과 출발선이 다르다.
 
선수 은퇴 뒤엔 이수중학교와 장충고등학교 감독을 맡아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유희 관, 박건우, 황재균, 이용찬, 강윤구, 이홍구,  고 이두환 등 숱한 프로 선수를 제자로 배출했다. 
 
프로에서 다시 만난 선수들은 유 대행을 아버지처럼, 큰형처럼 따른다. 여태껏 야구하면서 감독님 같은 분은 만나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프로선수 경력만 없다뿐이지, 아마야구 무대에서 유 대행은 소문난 ‘명 지도자’였다.
 
2011년 NC에 입사하면서 유 대행은 프로 무대로 자릴 옮겼다. 이때부터 대행 인생이 시작됐다. 처음 맡은 보직은 스카우트였다. 이후 초대 스카우트 팀장이 팀을 떠나면서 팀장직을 이어받았다. 유 대행이 팀장을 맡은 NC 스카우트 팀은 선수 발굴과 육성에서 꾸준히 좋은 성과를 거뒀다.
 
이후 2016년 구단 수뇌부가 승부조작 파문으로 직무 정지된 동안에는 단장 자리를 맡았다. NC는 구단 시스템상 단장보다 경영본부장이 실권을 갖는 구조다. 유 대행은 선수단과 직원들을 흔들리지 않게 다독이고 격려하는 역할을 맡았다. 2017년 NC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룬 데는 구단 내부를 안정시킨 유 대행의 공도 컸다. 
 
올 시즌 유 대행에겐 더 무거운 짐이 주어졌다. 김경문 감독의 ‘야반경질’ 사태로 덜컥 감독대행 자리를 맡게 됐다. 부상자가 속출하는 선수단, 어수선한 분위기, 최하위 팀 성적. NC 기존 코칭스태프 중엔 누구도 감독대행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 독배는 유 대행에게 주어졌다.
 
후반기 승률 2위, 대행 체제가 만든 반전
 
[배지헌의 브러시백] ‘5할 승률' NC 대행체제, 재평가가 필요하다

 
거물급 감독의 빈 자리를 채우는 감독대행의 운명은 대개 정해져 있다. 엉망이 된 난국 속에서 잠시 ‘파트타이머’ 역할을 하다 새 감독이 오면 자리를 내주게 마련이다. 가깝게는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이 그랬다. 전임 감독 후폭풍 뒷정리를 훌륭하게 잘 수행했지만, 아무 소득 없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유 대행도 이런 역학관계를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유 대행은 사심 없이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수습하고 선수들을 안정시키는 데만 전력을 기울였다. 선수들이 마음 편히 야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았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부상자를 관리하면서 팀 재정비에 중점을 뒀다.
 
처음엔 모두의 예상대로 힘든 시간을 겪었다. 대행을 맡은 6월 5일부터 전반기 마지막까지 14승 18패에 그쳤다. 부상자들은 여전히 돌아올 기미가 안 보였고, 타선의 침체도 여전했다. 
 
그러나 기다리고 또 기다린 결과, 후반기가 시작되면서 조금씩 반등을 시작했다. 투수 보직이 자리잡히고 타자들이 제 컨디션을 찾으면서 NC는 후반기 첫 경기부터 아시아경기대회 전까지 13승 1무 11패,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했다.
 
휴식기 이후의 상승세는 더 무섭다. 18일 현재까지 7승 4패 승률 0.636으로 1위 두산(0.750) 다음으로 좋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득점은 74점으로 두산(96점)에 이은 2위, 실점은 47점으로 10개 팀 중에 가장 적다. 외국인 선발진의 정상 가동, 강윤구의 불펜 안착, 모창민과 권희동 복귀로 강화된 타선의 화력이 비결이다. 
 
올 시즌 이후를 향한 준비도 차곡차곡 진행 중이다. 포수 김형준, 내야수 김찬형, 외야수 이우성 등 젊은 선수들이 많은 기회를 얻으면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투수진에서도 구창모, 최성영 등이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앞으로를 기대하게 한다.
 
후반기 NC의 상승세는 성적을 내기 위해 과욕을 부린 결과가 아니다. 유 대행은 “아무 욕심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유 대행 체제에서 투수 혹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선발투수는 가급적 긴 이닝을 소화하고, 불펜 투수에겐 충분한 휴식이 주어진다. 아픈 선수는 경기에서 빠진다. 모든 것이 순리대로다.
 
유 대행은 웬만하면 벤치에서 작전지시를 내리지 않는다고 했다. 유 대행은 “작전을 내지 않아도, 이제는 선수들이 알아서 상황에 필요한 플레이를 한다”고 했다.
 
한번은 2안타를 친 노진혁이 세 번째 타석에서 번트를 대기에 왜 그랬냐고 물어봤더니, 1점이 꼭 필요할 것 같아서라고 하더라. 우리 선수들도 벌써 1군 데뷔 6년 차다. 포스트시즌에 4년 연속 올라간 선수들이다. 어떤 야구를 해야 하는지는 선수들 스스로가 잘 안다. 유 대행의 말이다. 
 
시즌 뒤 유 대행의 운명은? ‘토사구팽’은 없어야
 
[배지헌의 브러시백] ‘5할 승률' NC 대행체제, 재평가가 필요하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유 대행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NC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NC가 내년 시즌 새 구장 개장에 맞춰, 새 감독으로 ‘거물급’ 인사를 영입하려고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유 대행이 새 감독 후보 가운데 하나라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한 구단 관계자는 "유 대행이 육성 파트로 자릴 옮길 수도 있다. 직원들 사이에선 어떤 형태로든 팀에 남아 기여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후임 감독 인선은 구단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적어도 ‘토사구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창단 이후 순항하던 NC가 2016년을 기점으로 수렁에 빠진 건, 구단 수뇌부의 파행적인 행태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투명하지 못한 구단 운영의 문제점이 외부로 드러났고, 구단 이미지와 내부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이런 문제가 터져서 구단이 어려울 때마다 수습하는 건 항상 유 대행의 몫이었다. 그리고 유 대행은 누구보다도 수습을 잘 해냈다. 대행 체제에 대해 이제는 합당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할 때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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