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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사실은] 울산시의 황당 해명 “문수구장 파울 폴대, 잘못 없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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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8 (화) 11:00

                           
 
-이대호 홈런 뺏은 울산 문수야구장 파울 폴대
-내년 시즌 전, ‘혈세’ 투입으로 파울 폴대 다시 옮긴다
-울산시의 책임회피 “잘못된 파울 폴대? 규정위반은 없었다.”
-KBO “시설 점검 과정에서 놓친 부분 있다. 규정 보완 필요”  
 
[엠스플 사실은] 울산시의 황당 해명 “문수구장 파울 폴대, 잘못 없다.”

 
[엠스플뉴스]
 
 
롯데 자이언츠 제2의 홈구장인 울산 문수야구장의 파울 폴대는 설계부터 문제였다. 가장 기본적인 야구장 구조가 잘못되면서 홈런이 파울로 둔갑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데도 문수야구장을 소유한 울산시는잘못된 파울 폴대가 아니라며 “이미 지난 문제”라는 주장만을 거듭하고 있다.
 
과연 ‘이미 지난 문제’일까. 엠스플뉴스에서 이 문제를 심층 취재했다. ‘이미 지난 문제’를 명쾌하게 풀어 미래의 교훈으로 삼자는 게 취재 의도다. 
 
잘못된 파울 폴대, 사라진 이대호의 홈런 하나
 
[엠스플 사실은] 울산시의 황당 해명 “문수구장 파울 폴대, 잘못 없다.”

 
울산 문수야구장 파울 폴대 논란은 8월 7일 발생했다. 당시 롯데 타자 이대호는 3회 말 2사 2루 기회에서 LG 트윈스 투수 헨리 소사의 공을 통타해 왼쪽 파울 폴대 쪽으로 큼지막한 홈런성 타구를 날렸다. 
 
심판진의 홈런 판정 신호가 나왔고, 이대호는 베이스를 돌아 홈을 밟았다. 하지만, 긴 비디오 판독 끝에 이대호의 타구는 파울로 정정됐다. 이대호는 다시 타석에 들어섰으나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비디오 화면을 다시 돌려본 결과 이대호의 타구는 파울 라인 안쪽으로 날아간 홈런이었다. 당시 이대호는 홈런을 도둑맞은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 문제는 문수야구장의 잘못된 파울 폴대 위치로 생긴 일이었다. 폴대가 파울 라인보다 2m 정도 살짝 안쪽에 위치한 까닭이었다.  
 
KBO 관계자는 야구장을 설계하는 과정부터 폴대 위치가 잘못 됐다. 이 부분을 간과한 게 사실이다. 당연히 파울 라인 일직선으로 폴대가 세워져야 한다. 잘 관찰했어야 했는데 놓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홈런 타구가 문제로 지적되자 문수야구장 시설을 담당하는 울산시설공단은 8월 중순 KBO(한국야구위원회)·구단과 함께 폴대 문제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결론은 ‘2019시즌 개막 전에 잘못된 폴대 보수를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내년으로 보수가 미뤄지면서 9월 6, 7일 울산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롯데의 경기는 여전히 잘못된 파울 폴대 환경에서 진행됐다.
 
KBO는 SK-롯데전에서 잘못된 울산구장 파울 폴대와 관련해 임시방편으로 ‘그라운드 룰’를 적용하기로 했다. 해당 경기에 한해 파울 라인에 가상의 연장선이 있다고 가정한 뒤 안쪽은 페어, 바깥쪽은 파울로 판정하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잘못된 파울 폴대가 있는 한 홈런 타구 판정은 여전히 불명확할 수밖에 없었다. 
 
울산시 “잘못된 파울 폴대? 규정 위반은 없었다.”
 
 
 
[엠스플 사실은] 울산시의 황당 해명 “문수구장 파울 폴대, 잘못 없다.”

 
울산시설공단은 내년 시즌 개막 전 파울 폴대를 올바른 위치로 이동할 계획을 세웠다. 예상치 못한 ‘혈세’가 투입되는 셈이다. 
 
울산시설공단 관계자는 파울 폴대를 펜스 파울 라인 끝 직각 부분으로 옮길 예정이다. 콘크리트 뿌리를 제거하고, 다시 새로운 위치에 양성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대략 두 달 정도로 보수 기간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 사단이 벌어진 일차적 책임은 처음부터 설계와 시공 감독을 잘못한 울산시에 있다. 하지만, 울산시 관계자는 ‘잘못된 파울 폴대가 아니’라는 황당한 해명만을 되풀이했다.
 
울산시 체육시설담당 송규완 주무관은 문수야구장의 파울 폴대가 잘못 설계됐다고 지적받는데 공인 기준을 위반한 건 아니다. 파울 폴대가 파울 라인에서 많이 떨어진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KBO 야구장 건립 매뉴얼에도 파울 라인의 연장선상에 있어야 한다는 내용만 있다. 파울 라인 끝에서 특정 거리 이내로 설치하라는 말이 없지 않나. 야구장 여건에 따라서 1m든 2m든 파울 폴대와의 거리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KBO가 2014년 공식 발간한 ‘야구장 건설 매뉴얼’을 살펴보면 6.12항 ‘파울 볼 폴의 설치’에서 파울 폴대는 ‘그라운드의 파울라인의 연장선상에 설치한다’라고만 적혀 있다. 하지만, 파울 폴대 설치 기준과 관련해 특정 수치가 없더라도 펜스 파울라인 선상 끝에 파울 폴대를 세우는 건 ‘상식’이다. 송 주무관의 주장대로라면 파울 폴대가 파울 선상에서 5m 혹은 10m 넘게 떨어져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게 된다.
 
‘야구 상식’에 벗어난 잘못된 파울 폴대가 아니냐는 지적에도 송 주무관은 현장에 와보면 알겠지만, 파울 폴대가 그렇게 멀리 떨어졌다고 생각 안 한다. 파울 폴대가 잘못돼서 옮긴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판정의 오류 가능성을 해결하고자 옮기는 거다라는 궤변을 이어갔다. 잘못된 파울 폴대가 아니라면 왜 판정의 오류 가능성이 생긴 걸까. 그리고 왜 울산 시민의 혈세를 투입해 파울 폴대를 다시 옮기는 걸까. 
 
 
KBO “그라운드 규격 점검에 집중하다 보니 폴대 위치 간과. 명확한 파울 폴대 설치 규정 만들겠다.”
 
[엠스플 사실은] 울산시의 황당 해명 “문수구장 파울 폴대, 잘못 없다.”

 
문수야구장 완공 뒤 잘못된 파울 폴대 구조를 발견하지 못한 KBO도 책임이 있다. KBO는 해마다 2월 경기감독위원과 측량업체를 KBO리그 경기가 열리는 야구장으로 보내 시설 점검을 한다. 이 시설 점검에서 문수야구장 파울 폴대를 그냥 지나친 것이다.
 
KBO 관계자는 야구장 그라운드 규격 점검에 집중하다 보니 파울 폴대 위치에 대한 부분을 놓친 것 같다. 파울 폴대 위치에 대한 명확한 설치 규정이 없는 것도 맞다. 야구장 건립 매뉴얼도 권고사항이다.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다. 기록 하나하나가 쌓이는 건 곧 한국 야구의 역사를 뜻한다. 이대호의 없어진 홈런 한 개와 더불어 또 다른 홈런 실종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사과보단 책임부터 회피하려는 울산시의 태도가 그래서 더 황당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잘못이 없다’는 파울 폴대를 ‘판정의 오류 가능성’으로 ‘혈세’를 들여 다시 옮겨야 한다면 도대체 이 책임은 누가 져야하는 것일까.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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