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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왜 다나카는 가을만 되면 잘할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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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7 (월) 21:22

                           
[이현우의 MLB+] 왜 다나카는 가을만 되면 잘할까?

 
[엠스플뉴스]
 
다나카 마사히로(29·뉴욕 양키스)는 가을만 되면 다른 투수로 변한다.
 
다나카는 2018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12승 5패 148.0이닝 153탈삼진 평균자책점 3.47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2.6승을 기록 중이다. 이 자체로도 아시아 출신 선발 투수로선 굉장히 준수한 성적이지만, 특급 에이스로 분류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러나 후반기 성적으로 한정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다나카는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5승 3패 64.2이닝 평균자책점 2.09 WAR 2.1승을 기록 중이다. 이는 전반기 평균자책점인 4.54보다 절반 이상 낮은 수치이자, 데이빗 프라이스(후반기 ERA 1.56)에 이은 아메리칸리그(AL)에서 두 번째로 낮은 후반기 평균자책점이기도 하다.
 
사실 다나카가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더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다나카는 13승 12패 178.1이닝 평균자책점 4.74로 최악의 성적을 거둔 지난해에도 전반기엔 평균자책점 5.47을 기록한 반면, 후반기에는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2승 1패 20.0이닝 평균자책점 0.90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다나카의 통산 전/후반기 평균자책점 변화
 
[전반기] 498.2이닝 평균자책점 3.77
[후반기] 317.2이닝 평균자책점 3.17
 
이에 최근 현지에선 "후반기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는 양키스의 에이스 루이스 세베리노를 대신 다나카를 와일드카드 단판전에 선발 등판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렇다면 다나카는 왜 후반기에 더 잘 던지는 걸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다나카의 주무기인 스플리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후반기 들어 안정세를 찾은 다나카의 제구력
 
[이현우의 MLB+] 왜 다나카는 가을만 되면 잘할까?

 
다나카의 스플리터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던지는 단일 구종 중에서도 첫손가락 안에 꼽히는 위력을 자랑한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다나카가 던진 스플리터는 3330개. 스플리터를 결정구로 던진 타석은 1062번이다. 이렇게 많이 노출된 구종임에도 불구하고 다나카의 스플리터 통산 성적은 여전히 피안타율 .187 피장타율 .299 헛스윙률 36.5%에 달한다.
 
하지만 다나카의 스플리터가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낮은 코스로의 제구다.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들어간 다나카의 스플리터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손쉬운 먹잇감으로 바뀐다. 스플리터가 제구되지 않는 날 다나카는 피홈런 공장으로 변신한다. 다나카가 A급 선수치고 경기별 기복이 심한 원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이현우의 MLB+] 왜 다나카는 가을만 되면 잘할까?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매년 후반기마다 다나카의 스플리터 제구는 안정세를 찾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는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다.
 
[이현우의 MLB+] 왜 다나카는 가을만 되면 잘할까?

 
위 그림은 올해 6월까지 다나카의 스플리터 투구위치와 6월 이후 스플리터 투구위치를 나타낸 자료다. 6월까지 스트라이크존 전 구역에 넓게 퍼져있었던 스플리터의 투구위치가 6월 이후 스트라이크존 하단 구획에 집중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다나카의 피홈런 관련 지표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반기까지 피안타율을 .229으로 억제했음에도 불구하고 18홈런(9이닝당 1.94개)을 허용하는 바람에 평균자책점이 4.54에 달했던 다나카는, 후반기 들어 피안타율 .229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같지만 피홈런을 5개(9이닝당 0.7개)로 억제함으로써 평균자책점을 2.09까지 낮출 수 있었다.
 
유인구인 줄 알면서도 방망이를 휘두를 수밖에 없는 다나카의 스플리터
 
[이현우의 MLB+] 왜 다나카는 가을만 되면 잘할까?

 
이처럼 다나카가 스플리터 제구에 따라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신하는 이유는 NPB 시절에는 강속구로 분류됐던 그의 패스트볼이 메이저리그 기준에선 지극히 평범한 공이기 때문이다. 2018시즌 다나카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1.7마일(147.6km/h)로 MLB 선발 투수 전체 평균구속인 92.4마일(148.7km/h)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다나카의 MLB 통산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316에 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나카는 지난해부터 패스트볼 구사율을 크게 낮추고 일반적인 투수와는 달리, 카운트를 잡을 때조차 패스트볼보다 슬라이더를 주로 사용하는 변칙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나카가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비결은, 상대 타자들이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벗어난 공에 스윙을 하도록 만드는데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가능할 수 있었던 게 상대 타자들이 유인구인 줄 알면서도 방망이를 휘두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구종인 스플리터 덕분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현우의 MLB+] 왜 다나카는 가을만 되면 잘할까?

 
이처럼 다나카는 매년 가을마다 후반기로 갈수록 좋아지는 스플리터를 활용해 호투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투구 패턴(패스트볼보다 슬라이더를 더 높은 비율로 던지고 스플리터의 구사율을 점차 높여가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방식'인지 여부를 떠나서, 후반기 ERA 4.26으로 선발 투수진 대부분이 부진에 빠져있는 양키스에게 희소식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연 다나카는 지난해에 이어 가을야구에서 양키스의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을까? 후반기 다나카의 활약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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