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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리픽12] 서울 삼성 김현수의 새 직장 적응기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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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7 (월) 10:44

                           

[터리픽12] 서울 삼성 김현수의 새 직장 적응기



[점프볼=조원규 칼럼니스트] 지난 3월 재미있는 설문 결과가 있었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8명 이상은 최근 1년 이내 이직을 위한 구직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26.9%는 실제로 이직을 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평생직장은 어쩌면 추억의 LP판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급여에 대한 불만, 불안한 미래, 상사나 동료와의 불편한 관계 등 이직의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런데 선뜻 이직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불안감입니다. 모 헤드헌팅 기업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인 10명 중 7명은 후회할까 두려워 이직을 망설이거나 포기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새 직장에서의 업무적응, 인간관계 적응이 포기의 큰 이유였습니다.

 

프로농구의 세계는 어떨까요? 미국은 비교적 자유롭게 이직이 이루어집니다. 르브론 제임스가 원하는 직장을 찾아 떠났고, 카와이 레너드는 원하지 않는 직장에서 벗어났습니다. 보내는 팬들의 마음은 아프지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습니다.

 

국내는 미국에 비해 다소 제약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직 시장은 열려 있습니다. FA나, 트레이드로 많은 선수들이 새로운 직장에서 새 시즌을 맞이합니다. 그들에게 새로운 직장생활은 어떤 의미일까요? 삼성 김현수(28, 183cm)로부터 프로농구선수의 새 직장 적응기를 들었습니다.

 

[터리픽12] 서울 삼성 김현수의 새 직장 적응기 

■ 몸은 어때?

“갑자기 최수현(서울 삼성 매니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최)수현이는 초등학교 동창이에요. 친하지만 팀이 달라 자주 연락하지는 않는데, 뜬금없이 전화로 “몸은 어때?”라고 묻는 거에요. 운동선수가 받는 흔한 질문인데,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이틀 후에 감독님이 불러서 삼성으로 트레이드 소식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김현수는 전 소속팀인 부산 KT와 FA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래서 설마 했습니다. 그런데 설마가 사실이 됐습니다. KT에서 불편했거나 나쁜 기억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많이 섭섭했다고 하네요. 하루 종일 섭섭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그런 제가 걱정되셨나 봐요. 저를 불러서 삼성은 좋은 팀이다. 좋은 팀으로 가니까 섭섭해 하지 말고 빨리 적응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듣고 보니 그랬어요. 삼성은 오고 싶었던 팀이었거든요. 물론 KT에 불만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웃음).”

 

김현수에게 아버지는 특별합니다. 한없이 엄한 아버지였지만, 농구하는 아들을 위해 함께 농구를 배웠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경기가 끝나면 종종 함께 복기를 했죠. 그런 아버지의 조언은 김현수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따로 불러서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너를 더 필요로 하는 팀이 있고 더 기회를 주는 것 같아서 보낸다”고 했던 서동철 감독의 말도 위로가 됐습니다.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하기 전까지 자유시간은 단 이틀이었습니다. 프로농구선수의 이직 과정에는 리프레쉬(refresh) 기간이 없습니다. 전 소속 구단에서 그랬던 것처럼 주말이 지나면 새로운 구단의 훈련에 합류해야 합니다. 김현수는 집에서 이틀 밤만 보내고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했습니다. 매니저의 안내를 받아 새로운 동료들과 인사를 하고, 바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곳에서 농구하면 뛸 맛 나겠구나?(웃음) 농구선수에게 시설이나 시스템은 최고라고 알고 있었어요. 체육관도 좋고…. 식당도 정말 좋아요. (음식이) 맛있고 종류도 많아요. 모두 다 친절하시고…. 선수단 분위기도 너무 좋았어요. 특히 (김)동욱이 형은 웃지도 않고 무서운 이미지로 상상했는데 젊은 선수들과 가장 잘 어울려요.”

 

전술했듯이 매니저 최수현은 초등학교 동창입니다. 장민국은 상무에서 군 생활을 같이 했죠. 새로운 직장에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힘이 됩니다. 다른 선수들도 경기를 하면서 계속 만났습니다. 친구의 친구고, 친구의 선후배입니다. 그 익숙함으로 인해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은 보다 수월합니다.

 

삼성 선수들이 먼저 다가와 준 것도 김현수가 빠르게 팀에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홍순규, 정준수 등 젊은 선수들이 먼저 스스럼없이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김현수의 성격도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장민국은 “현수는 상무에서도 그랬고 조용한 성격이다. 그런데 후배 선수들을 잘 챙겨주는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일반적으로 3개월 정도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농구선수는 그런 점에서 유리합니다. 1부 대학 팀이 12개입니다. 비슷한 연령대의 선수들은 상무에서 만납니다. 대체로 어느 팀에 가도 전 동료가 몇 명은 있습니다.

■ 이거 넣으면 됐어

직장인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는 업무 성과입니다. 연봉과 직결되기 때문이죠. 성과가 부진하면 퇴사를 강요당하기도 합니다. 그 점은 농구선수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김현수도 스스로를 증명해야 했고, 다행히 증명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터리픽12] 서울 삼성 김현수의 새 직장 적응기 

7월에 마카오에서 열린 슈퍼8은 김현수가 트레이드 후 처음 참가한 공식대회였습니다. 이 대회에서 김현수는 인상적인 활약을 했죠. 일본과의 경기에서 종료 8.5초를 남기고 점수 차를 5점으로 벌리는 3점 슛을 성공시켰습니다.

 

“예선을 통과하려면 무조건 일본을 이겨야 했어요. 그런데 그 날 정말 못했습니다. 슛이 안 들어갔고 4쿼터에 추격당하는 상황에서 실수를 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마지막에 3점 슛이 들어갔고…. 패스를 (김)동욱 형이 해줬는데, 나오면서 ‘이거 넣으면 됐어’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당시 상황을 김동욱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날 현수가 슛이 안 들어갔지만 그래도 한 방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믿고 밖으로 빼줬죠. KT에서도 경기하는걸 보면 슛은 물론이고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라서 같이 경기하기에 편합니다.”

 

이상민 감독도 김현수의 장점을 슈팅능력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중앙대 시절부터 경기하는 모습을 봤다고 하네요. 요즘 2번 선수들의 신장이 커지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1번으로 기용하기도 했는데, 연습경기나 슈퍼8 대회를 통해서 나름 자기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KT보다 삼성에서 더 많이 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태술이 형과 (이)관희 형, 기범이도 있고…. (김)동욱 형도 2번을 보잖아요. 단신 외국 선수도 들어왔습니다. 1번과 2번을 모두 소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1번 포지션은 안 해봤던 것이라 어색함이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보다 편하게 하고 있어요.”

■ 10분에서 15분만 뛰어도

삼성은 단신 외국선수로 글렌 코지를 선택했습니다. 정확한 슈팅, 특히 3점슛이 장점인 선수라고 하네요. 김현수는 코지를 비롯해 김태술, 이관희, 천기범, 김동욱 등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김)태술 형과 뛰면 2번을 봅니다. (천)기범이와 뛰면 먼저 공을 잡는 사람이 1번 역할을 하고, (이)관희 형과 뛰면 1번을 봐요. 1번은 KT 시절에 안 해봤던 포지션이라 어색함이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편해졌어요.”

 

김현수의 드러나지 않은 강점 중의 하나는 ‘멘탈’입니다. 2012년 2라운드에서 이름을 불린 이 선수는 8경기 만에 1군 무대를 밟았고, 경기 후 인터뷰 룸에 들어왔습니다. 함께 들어온 서장훈은 “신인인데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게 잘 해줬다. 선배들이 해야 할 일을 대학 졸업도 안 한 선수가 해줬기에 놀랍고 고맙다”고 극찬을 했습니다.

 

중앙대 시절에도 그랬습니다. 김선형, 박병우, 유병훈 등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을 해야 했습니다.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았죠. 그런데 3학년 때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에서 출전기회를 잡았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특히 경희대와 결승전에서의 활약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터리픽12] 서울 삼성 김현수의 새 직장 적응기 

“현실적으로, 10분에서 15분만 뛰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단신 외국선수도 들어왔고…. 출전시간이 많을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서 그 시간만큼은 죽을 힘을 다해 뛰어야죠.”

 

2011년 중앙대보다, 2012년 KT보다 김현수는 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동료는 가드 포지션의 선수에게 핸디캡입니다. 긍정적인 점은, 김현수는 찾아온 기회에서 스스로를 증명했던 기억이 많다는 점입니다.

 

김현수는 17일 마카오로 떠납니다. 삼성이 마카오에서 열리는 터리픽12 대회에 참가하기 때문입니다. 마카오는 김현수에게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 좋은 기억을 이어간다면 삼성은 2018~2019 시즌에 대한 기대치를 더 높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은 부담입니다. 그러나 적응하기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직(=이적)을 기회를 만든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팬들에게는 호기심과 관심의 대상이 됩니다. 이적 시장이 없는 스토브리그는 흥미가 반감됩니다.

 

올해도 적지 않은 선수들이 구단을 옮겼습니다. 내년 봄에 그들은 어떤 성적표를 제출할까요?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또 하나의 요소입니다.

 

# 사진_ 점프볼 DB(유용우,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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