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이현우의 MLB+] '19승·ERA 2.03' 스넬은 어떻게 에이스가 됐나

일병 news1

조회 531

추천 0

2018.09.13 (목) 21:22

수정 1

수정일 2018.09.14 (금) 04:46

                           
[이현우의 MLB+] '19승·ERA 2.03' 스넬은 어떻게 에이스가 됐나


 


[엠스플뉴스]


 


탬파베이 레이스는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 가운데 하나다. 탬파베이의 연봉 총액은 1998년 팀이 창단된 이래로 늘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검증된 외부 자원의 영입은 언감생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탬파베이는 최근 10년간 855승 766패(승률 .527)를 거뒀다. 승률 .527은 같은 기간 MLB 30개 구단 가운데 7번째로 높은 수치다.


 


탬파베이가 이렇듯 제한된 예산만으로도 지난 10년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오프너(Opener)로 대표되는 기발한 전략과 고유의 유망주 육성 정책에 있다. 그중에서도 탬파베이의 유망주 육성 정책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탬파베이는 유망주를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많은 공을 들이는 팀이다. 특히 투수 육성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과거 그들은 구위는 돋보이지 않지만, 뛰어난 제구력과 다양한 구종을 앞세워 활약을 펼치는 선발을 화수분처럼 쏟아냈다. 그리고 지금은 뛰어난 구위를 갖추고 있지만, 투구폼 등을 이유로 제구에 문제가 있었던 투수들을 교정해 재미를 보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탬파베이에는 강팀으로 도약한 2008년 이후 늘 좌완 에이스가 있어왔다는 것이다. 데블레이스 시절부터 활약했던 스캇 캐즈미어(2004~2009)와 레이스로 팀명을 고친 이후 투수진을 이끌었던 데이빗 프라이스(2008~2014), 부상 전까지 최고의 좌완 영건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혔던 맷 무어(2011~2016)가 그들이다.


 








 


 


 


그리고 무어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됐던 2016년, 탬파베이의 좌완 에이스를 잇는 투수가 데뷔했다. 바로 블레이크 스넬(25·탬파베이 레이스)이다. 스넬은 3년차인 2018시즌 현재까지 19승 5패 164.0이닝 195탈삼진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하며 유력한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13일(한국시간) 경기에서 강력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타선을 상대로 7이닝 1피안타 1실점 2볼넷 9탈삼진으로 시즌 19승째를 거두면서 양대리그 통합 다승 1위로 올라선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스넬은 2년 차였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5승 7패 129.1이닝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하는 투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단 한 시즌 만에 스넬이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선 먼저 3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볼 필요가 있다.


 


데뷔 이후 계속된 구속 상승과 제구력의 개선


 


[이현우의 MLB+] '19승·ERA 2.03' 스넬은 어떻게 에이스가 됐나


 


스넬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2번으로 탬파베이에 지명됐다. 드래프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스넬은 공은 꽤 빠르지만, 제구가 되지 않는 고졸 좌완 투수 유망주의 전형이었다. 이는 드래프트 후 첫 4년간도 다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A+, AA, AAA를 거치며 15승 4패 평균자책점 1.61을 기록한 2015시즌부터였다.


 


2015시즌, 이전까지 최고 94마일 수준이었던 스넬의 패스트볼은 평균 93-94마일, 최고 97마일까지 빨라졌다. 급격한 구속 상승의 비결은 그의 체형에서 찾을 수 있다. 스넬의 키는 약 194cm에 달한 반면, 드래프트 당시 몸무게는 81kg에 불과했다. 하지만 스넬은 지속적인 웨이트트레이닝과 식이요법을 통해 2015시즌을 앞두고 88.5kg까지 몸무게를 늘릴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2015시즌의 구속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195파운드(88.5kg)은 여전히 키에 비해선 적은 몸무게였다. 스넬은 이후에도 꾸준한 운동을 통해 매년 조금씩 근육을 붙여가는 과정에서 구속을 늘려왔다. 특히 개막을 앞두고 200파운드 이상으로 체중을 늘린 올해 스넬의 패스트볼 구속은 95.7마일(154.0km/h)에 달하고 있다.


 


[이현우의 MLB+] '19승·ERA 2.03' 스넬은 어떻게 에이스가 됐나


 


빨라진 구속에 MLB 평균(2249rpm) 대비 분당 약 300회가량 많은 회전수가 더해진 결과, 데뷔 첫해 .344에 달했던 스넬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2018시즌 .238까지 줄어들었다. 그리고 패스트볼에 자신이 붙은 스넬은 이전에 비해 이른 카운트에 더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하면서 지난해 9이닝당 4.1개에 달했던 볼넷을 9이닝당 3.1개까지 낮출 수 있었다.


 


물론 제구력 개선에는 지난해 7월 투수판 밟는 위치를 오른쪽 끝에서 중앙 부근으로 옮긴 것도 영향이 있었다. 한편, 체격의 발달과 그로 인한 구속 상승은 패스트볼뿐만 아니라 스넬이 던지는 다른 구종에도 영향을 미쳤다. 바로 슬라이더다. 


 


마구가 된 슬라이더, 그리고 AL 사이영상 경쟁


 


[이현우의 MLB+] '19승·ERA 2.03' 스넬은 어떻게 에이스가 됐나


 


데뷔 무렵 현지 스카우트들이 꼽은 스넬의 최대 장점은 일반적인 좌완 파이어볼러와는 달리, 변화구 3개가 모두 평균 이상의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스넬의 체인지업( 피안타율 .213)과 커브볼(피안타율 .044)은 데뷔 첫해부터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는 위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슬라이더(피안타율 .294)는 달랐다.


 


당시 스넬의 슬라이더는 육안으로 보이는 화려한 움직임과는 달리, 빅리그 타자들의 손쉬운 먹이감이었다. 원인은 패스트볼(93.5마일)보다 11.2마일(18km/h)이나 느린 구속(82.7마일)에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젠 옛말이 됐다. 올 시즌 스넬의 슬라이더는 88.0마일(141.6km/h)에 달할 뿐만 아니라, 횡 무브먼트도 데뷔 시즌보다 2.6인치(6.6cm)나 늘어났다.


 


그 덕분에 데뷔 시즌 .294에 달했던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올 시즌 .101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MLB 투수 가운데 4번째로 낮은 슬라이더 피안타율이다. 그러면서 데뷔 이후 두 시즌 동안 골치덩이였던 슬라이더는 올해 들어 최고 효자 구종으로 자리 잡았고, 스넬은 마침내 데뷔 무렵 평가대로 패스트볼 포함 4가지 구종이 모두 플러스 급인 투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현우의 MLB+] '19승·ERA 2.03' 스넬은 어떻게 에이스가 됐나


 


 


 


현재 AL 사이영상 경쟁은 혼돈 속에 빠져있다. 올해 AL에서 가장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크리스 세일은 부상으로 지나치게 많은 경기에 결장했으며, 두 번째로 뛰어난 활약을 펼친 트레버 바우어는 아직 복귀하지도 않았다. 한편, 200이닝 가까이 소화한 저스틴 벌랜더와 게릿 콜 그리고 코리 클루버는 앞선 두 선수에 비해 세부 성적이 크게 밀린다.


 


이런 상황에선 19승 5패 평균자책점 2.03으로 다승 및 평균자책점에서 벌랜더/콜/클루버보다 우위에 있으며, 164.0이닝으로 시즌 종료 시점에선 세일/바우어에 비해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스넬이 AL 사이영상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 과연 스넬은 프라이스에 이어 탬파베이 소속으로 AL 사이영상을 받는 두 번째 투수가 될 수 있을까? 


 


시즌 종료까지 남은 3번의 등판에서 평균자책점을 1점대로 끌어내릴 수만 있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인 것만은 아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 오프너: 1~3회를 무실점으로 막는 걸 목표로 하는 새로운 불펜 포지션으로 첫 번째로 등판하지만 기존 선발과는 달리, 짧은 이닝을 소화한 후 마운드를 내려가는 투수를 통칭하는 말이다. MLB 네트워크 소속 스포츠 캐스터이자, 세이버메트리션인 브라이언 케니가 자신의 저서인 Ahead of the Curve를 통해 최초로 오프너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