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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인터뷰] 리틀야구 감독의 확신 “가장 중요한 기본기는 인성”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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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2 (수) 14:00

                           
| 서대문구 리틀야구단 황상훈 감독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즐겁다. 이 이유 하나로 황 감독은 오늘도 훈련장으로 향한다.
 
[엠스플 인터뷰] 리틀야구 감독의 확신 “가장 중요한 기본기는 인성”

 
[엠스플뉴스]
 
 
 
“월요일이 가장 슬픈 날입니다.” 
 
서울 서대문구 리틀야구단 황상훈 감독은 ‘월요병’을 앓는다. 월요일이 한 주를 시작하는 첫날이라서가 아니다. 월요일엔 아이들과 만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월요일엔 야구단 훈련이 없어요. 아이들도 심심하겠지만, 제가 가장 심심할 겁니다. 아이들과 어울리면 시간 가는 줄 모르거든요.” 황 감독의 말이다.  
 
2005년 서울 충암고 야구부 코치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한 황 감독은 2010년 서대문구 리틀야구단 사령탑에 올라 9년째 야구소년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4년엔 미국 윌리암스포트에서 열린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한국 리틀야구팀 코치를 맡아 우승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황 감독은 “리틀야구야말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무대”라고 주장하는 이다. 한국 리틀야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황상훈 감독을 엠스플뉴스가 만났다. 
 
 
"리틀야구는 한국 프로야구의 든든한 젖줄, 프로 지명 받는 리틀야구 출신 선수 많아질 것"
 
[엠스플 인터뷰] 리틀야구 감독의 확신 “가장 중요한 기본기는 인성”

 
 
9월 10일 ‘KBO 신인 2차 지명회의’가 열렸습니다. 프로구단들의 선택을 받은 선수 가운데 리틀야구 출신도 있던데요.

해마다 리틀야구 출신 선수들의 프로행이 늘고 있어요. 리틀야구가 한국 프로야구의 든든한 젖줄이 됐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저 같은 리틀야구 감독들에겐 정말 좋은 뉴스에요(웃음). 

좋은 뉴스요?

아이들한테 “봐라.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도 충분히 프로 무대를 밟을 수 있니” 말할 수 있게 된 거니까요. 

언제부터 리틀야구에 투신한 겁니까.

2010년 서대문구 리틀야구단이 창단하면서죠. 평소 아이들을 좋아했어요. 아이들을 지도하는 게 제 꿈이기도 했고. 

직접 창단한 겁니까.

그렇죠.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습니다(웃음). 

왜지요?

리틀야구단을 창단하려면 해당 지역 구청의 도움이 필요해요. 처음엔 도움받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그래 끊임없이 구청에 찾아갔죠. 하도 찾아가니까 나중엔 구청 공무원들이 제 얼굴을 알아보더라고요(웃음). 결국 서대문구의 도움을 받아 리틀야구단을 창단할 수 있었어요.

창단으로 끝은 아니지요?

그럼요. 창단 이후부터가 난관의 연속이죠. 전 운동장 대관 문제 푸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9년 전엔 서울 안에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야구장이 없었어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경찰 수련 야구장’까지 가야 했죠. 

이동 시간이 꽤 걸렸겠습니다.

서대문구에서 출발해 경찰 수련 야구장에 도착하면 이미 늦은 저녁이에요. 조명까진 이용할 순 없으니까 학생선수 부모님들 자가용과 야구단 버스 라이트를 조명 삼아 훈련하곤 했어요(웃음).  

지금은 어디서 훈련합니까. 

5년 전부터 서울 명지전문학교 운동장을 쓰고 있어요. 명지 전문학교와 서대문구가 업무협약을 맺은 덕분에 고양까지 가는 수고를 덜 수 있었죠. 

대관료가 꽤 비쌀 듯합니다.

아니요. 명지 전문학교에서 대관료를 받지 않고 있어요. “아이들이 건강하게 컸으면 좋겠다”는 말씀만 해주세요. 명지 전문학교 이사장님과 총장님께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리틀야구의 진정한 힘, 패배했을 때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것"
 
[엠스플 인터뷰] 리틀야구 감독의 확신 “가장 중요한 기본기는 인성”

 
 
아이들을 지도한 9년 동안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을 듯합니다.  
 
기억에 남는 두 대회가 있어요.
 
어떤 대회인가요?
 
2011년 전북 군산에서 열린 ‘스포츠토토배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와 2014년 미국에서 열린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요.
 
2011년 스포츠토토배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는 왜 기억에 남습니까.
 
야구단 인원이 9명뿐이었거든요(웃음). 
 
야구 경기 최소 인원이 9명 아닙니까. 
 
맞습니다. 당시 9명 가운데 한 명이라도 부상을 당하면 바로 대회를 끝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게다가 연습 장소도 열악해 너무 힘들었습니다.  
 
대회는 잘 치렀습니까.
 
(고갤 끄덕이며) 아이들이 고생해준 덕분에 잘 치렀어요. 그날 이후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더 커졌습니다. ‘야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가 하는 것’이란 제 지도관도 그 대회를 계기로 만들어졌어요. 
 
2014년 황상훈 감독이 코치로 참여한 '2014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황상훈 감독(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이 코치로 참여한 '2014 리틀리그 월드리시즈에서 29년 만에 우승했다.(사진=엠스플뉴스)
 
2014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는 평생 기억에 남을 대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승을 차지했으니까요(웃음).
 
대표팀 코치로서 아이들과 이국에서 동고동락하며 소중한 경험을 했죠. 말씀하신 것처럼 우승도 했고(웃음). 사실 우승도 우승이지만, 그 대회에서 치른 2번의 한·일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2번 다 한국이 이겼죠?
 
미국행 비행기가 일본 나리타 공항을 경유했을 때 일본 리틀야구 대표팀을 만났어요. 눈치를 보니까 우리를 아주 경계하더라고요. 눈길은 고사하고, 말 한번 걸지 않는 거예요. ‘너네가 그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하는 생각이 드니까 아이들이나 코칭스태프나 더 일본에 이기고 싶어지더라고요(웃음). 
 
그랬던 일본이 한국과 미국 대표팀이 맞붙은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결승에선 한국을 응원하지 않았습니까.
 
우리한테 2경기 다 지고 나서야 우릴 인정하더라고요. 아이들끼리 유니폼도 교환하고, 함께 놀고, 결승전에선 우리 교포들과 일본 아이들이 하나가 돼 한국을 응원했죠. 전 그게 리틀야구의 힘이라고 봐요. 만약 ‘야구에 목숨 거는’ 엘리트 야구였다면 그런 여유를 느낄 수 없었을 거예요.  
 
“야구에서의 기본기는 무슨 폼이나 동작을 배우는 게 아니라 좋은 인성을 기르는 것이다”
 
[엠스플 인터뷰] 리틀야구 감독의 확신 “가장 중요한 기본기는 인성”

 
 
국내 리틀야구대회가 갈수록 느는 추세입니다. 스케줄 관리가 쉽지 않을 듯한데요. 
 
한국리틀야구연맹이 주최하는 모든 대회가 3월에 시작해 11월이면 다 끝나요. 올 시즌 기준으로 24개 대회가 열리니 많이 열리긴 하죠. 그만큼 리틀야구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아이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게 뭡니까.
 
기본기죠. 기본기는 건물의 뼈대와 같습니다. 뼈대가 부실한 건물은 아무리 외면이 멋져도 언젠가는 무너지게 마련이에요. 야구도 같아요.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으면 아무리 시속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라도 어른이 되면 부상에 시달리거나 프로 가서 다시 기본기를 배워야 하는 시간 낭비를 하게 돼요.  
 
기본기 다음으로 강조하는 게 있다면 그게 뭘지도 궁금합니다.
 
(오른손으로 가슴을 치며) 열정이죠. 야구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차에 비유해 설명한다면 열정은 기름이에요. 기름이 바닥나면 차가 가지 않는 건 둘째치고, 운전자부터가 불안해하잖아요. 야구 열정도 마찬가지예요. 열정이 사라지면 야구에 대한 흥미 자체가 사라져요. 항상 아이들이 야구 열정을 느낄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봅니다. 
 
기본기에 충실하고, 야구 열정이 충만한 ‘야구소년’이라면 그만큼 더 뛰어난 야구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겠군요.
 
두 가지 더 있습니다.
 
뭔가요?
 
인성과 공부에요.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데 야구에서 강조하는 기본기는 무슨 폼이나 동작을 뜻하는 게 아니에요. 인성이에요. 좋은 인성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기본기의 핵심이에요. 야구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인성이 좋지 않으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없어요. 요즘 중·고교에선 인성 나쁜 아이는 부원으로 받지도 않아요. 프로는 말할 것도 없죠. 무엇보다 인성이 좋아야 팀원들과 하나가 될 수 있고, 팀도 강해질 수 있어요.
 
공부는 어느 면에서 중요한 가치인가요?
 
바다 거북이 새끼의 생존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글쎄요.
 
1천대 1일에요. 천 마리가 태어나면 한 마리만 어른 거북이가 될 수 있어요. 야구도 그래요. 야구소년 천 명 가운데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건 극히 일부에요. 만약 야구에만 올인했다가 실패하면 어떻게 합니까. 공부는 학생선수의 본분이기도 하지만, 훗날에 대비한 인생의 보험이기도 해요. 만약 제가 아이들에게 운동만 하길 요구한다면 전 그 아이들의 보험을 발로 차는 꼴이 됩니다. 

그렇다면 황상훈 감독에게 ‘리틀 야구’란 무엇입니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죠(웃음). 아무것도 몰랐던 아이들이 들어와서 공을 던지고, 배트에 공을 맞혀나가는 걸 볼 때마다 희열을 느낍니다. 리틀 야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입니다. 늘 아이들과 어린 마음으로 야구와 함께 보내고 싶어요(웃음). 
 
박찬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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