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100만 달러’ 외국인 연봉 상한선, 실이 더 많은 개악이다

일병 news1

조회 271

추천 0

2018.09.12 (수) 10:44

                           
-KBO, 100만 달러 외국인 연봉 상한제 발표
-5년 전 폐지된 30만 달러 상한제처럼 ‘눈 가리고 아웅’
-“일부 구단 찬성, 이건 제도 개악이다.”
-“오히려 수준 낮은 선수에게 헛돈만 더 쓰는 제도”
-“MLB 구단들의 터무니없는 이적료 제안은 줄어들 것”
-KBO가 ‘뒷돈’과 ‘꼼수’를 완벽하게 막을 수 있나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100만 달러’ 외국인 연봉 상한선, 실이 더 많은 개악이다

 
[엠스플뉴스]
 
KBO리그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이 부활했다. 이번엔 연봉뿐만 아니라 이적료와 계약금, 그리고 옵션까지 포함이다. 득보다 실이 더 많은 임시방편의 되풀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9월 11일 오전 2018년 KBO 제5회 이사회를 열고 향후 신규 외국인 선수 계약 시 연봉과 계약금, 그리고 이적료와 옵션을 모두 포함해 총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2,850만 원)로 제한하기로 했다. 외국인 선수 제도의 고비용 계약 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자 하는 의도다.
 
기존 구단에 보류권이 있는 선수가 재입단 할 경우엔 연봉 제한이 없다. 방출 뒤 재입단하는 경우엔 신규 선수로 간주해 이번 상한제가 적용된다. 시즌 도중 교체 선수로 입단할 경우 계약 총액은 잔여 개월 수에 따라 산정한다.
 
신규 외국인 선수의 다년 계약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입단 2년 차부터 재계약 시 다년 계약을 허용하기로 했다. 외국인 선수 계약 규정 위반 시엔 해당 계약을 무효로 하고, 선수에겐 참가 활동정지 1년 처분을 내린다. 구단에도 다음 연도 신인 1차 지명권 박탈과 제재금 10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5년 만에 부활한 외국인 연봉 상한제는 개악?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100만 달러’ 외국인 연봉 상한선, 실이 더 많은 개악이다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30만 달러가 외국인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최대 연봉이었다. KBO리그는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 도입 당시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은 12만 달러였다. 이후 2000년 20만 달러로 오른 뒤 2005년 30만 달러까지 상승했다. 10년 가까이 유지된 30만 달러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제는 2014년 1월 14일에서야 폐지됐다.
 
5년 전 상한선 폐지 당시에도 제도의 실효성 문제가 있었다. 미국 무대에서 이름이 꽤 알려진 선수가 불과 연봉 30만 달러만을 받고 한국으로 온다는 건 코미디에 가까웠다. 실제로 연봉 100만 달러 이상을 받으면서 계약서엔 연봉 30만 달러로 적히는 상황은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그래서 KBO 이사회의 이번 외국인 선수 상한제 부활 결정에 의문의 시선이 가득하다. 명분은 고비용 계약 구조와 공정 경쟁 유도다. KBO리그에선 최근 들어 100만 달러 이상의 이적료를 지급하고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복수의 팀이 경쟁을 펼치다 보니 과열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몇몇 구단이 이번 외국인 선수 상한제 부활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연봉 상한제 부활을 반대한 A 구단 관계자는 일부 구단이 찬성한 것으로 안다. 만약 에이전트에 휘둘린다면 그건 구단 외국인 스카우트 담당자의 무능력 문제다. 외국인 전담 인력이라면 그런 것에 휘둘리지 않고 판별을 잘하면 된다. 외국인 선수 연봉만 수십억을 사용하면서 정작 전담 스카우트 인력 육성엔 소홀한 것 아닌가. 왜 이렇게 제도를 개악하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KBO는 ‘뒷돈’을 완벽하게 막을 능력이 있나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100만 달러’ 외국인 연봉 상한선, 실이 더 많은 개악이다

 
이번 제도 변화로 외국인 선수들의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제도대로라면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있는 선수를 높은 이적료 지급 뒤 데려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제 구단들은 주로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갖춘 선수들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럽게 외국인 선수 기량이 하락하는 동시에 더 심한 ‘치킨 게임’이 펼쳐질 수 있다.
 
외국인 연봉 상한선 제도 부활에 회의적인 B 구단 관계자는 이름값이 있는 40인 로스터 소속 선수는 이제 사실상 못 데려온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 뛰었던 선수를 재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질 거다. 또 일본에서 뛴 FA 선수를 데려오는 계약도 가능하다. 영입 가능한 선수들의 나이대가 확실히 올라갈 것 같다. 모든 팀이 FA 선수 쟁탈전에만 돌입하면 오히려 수준이 낮은 선수에게 헛돈만 더 쓸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일단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모든 제도엔 ‘일장일단’이 있단 뜻이다. C 구단 관계자는 상한선이 있으면 협상할 때 구단이 편한 부분도 있을 거다. 100만 달러 이상의 터무니없는 이적료 요구도 줄어들 수 있다. 개인적으론 상한선 안에서도 좋은 선수를 구할 수 있다고 본다. 몸값이 싼 좋은 선수를 발굴하는 구단의 능력도 더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사실 외국인 연봉 상한제 부활은 득보단 실이 많다는 게 야구계의 주된 평가다. 먼저 불공정성과 관련해 이미 기존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이 유력한 구단에 유리한 제도일 수 있다. 또 외국인 투수 기량의 하향 평준화로 최근 KBO리그에서 심각한 타고·투저 현상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력 저하와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뒷돈’의 가능성을 KBO 스스로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의문이다.
 
한 외국인 스카우트 관계자는 예전 30만 달러 상한선의 코미디가 다시 재현되는 거다. 당시 대부분 구단이 뒷돈을 주면서 영입했지 않나. 앞으로 KBO가 외국인 선수 계약과 관련해 제대로 된 전수 조사가 가능할지 궁금하다. 벌써 ‘꼼수’가 나올 것 같단 얘기가 현장에서 돈다. 야구계에 시급한 과제가 많은데 왜 굳이 외국인 연봉 상한선부터 건드렸는지 모르겠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머지 않은 미래에 일부 구단의 상황이 바뀌면 4년 전처럼 은근슬쩍 연봉 상한선 제도를 다시 폐지할 수 있다. 몇몇 구단의 이해 관계에 따라 연봉 상한제가 생겼다가 없어지는 게 반복되는 상황이다. 실이 더 많은 임시방편의 되풀이인 셈이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