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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마침내 기회를 붙잡은 최지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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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1 (화) 21:22

                           
[이현우의 MLB+] 마침내 기회를 붙잡은 최지만

 
[엠스플뉴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최지만의 앞에는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불과 1달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그의 앞에는 꽃길이 펼쳐져 있다. 최지만(27·탬파베이 레이스)은 1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시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2018 정규시즌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3타점 1사구 2삼진을 기록했다. 
 
특히 4-5로 뒤진 9회 말 2아웃 주자 1루 상황에서 클리블랜드의 좌완 마무리 브래드 핸드를 상대로 역전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홈경기 12연승을 이끈 점이 눈에 띈다. 이는 빅리그 데뷔 후 첫 끝내기 홈런이자, 좌완을 상대로 쳐낸 첫 번째 홈런이기도 하다. 
 
 
 
이로써 최지만의 2018시즌 성적은 49경기 8홈런 27타점 타율 .275 OPS .877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1.1승이 됐다. 현재 최지만이 기록 중인 wRC+(조정 득점창출력, 100이 평균) 141 는 올 시즌 신인 자격이 있는 모든 선수 가운데 5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그러나 약 1달 전인 8월 9일까지만 해도 최지만의 wRC+는 82에 머물고 있었다.
 
그렇다면 대체 그사이 최지만에겐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선 먼저 1달 전으로 시계를 되돌려볼 필요가 있다.
 
예고되었던 최지만의 폭발, 문제는 '시기'
 
[이현우의 MLB+] 마침내 기회를 붙잡은 최지만

 
필자는 지난 8월 13일 [이현우의 MLB+] 처절한 생존 경쟁을 벌이는 최지만이란 글을 통해 당시 최지만이 놓여 있는 상황을 살펴본 바 있다. 그 무렵 최지만은 탬파베이 이적 후 마이너리그에서 콜업되어 18경기에서 타율 .226 3홈런 9타점 OPS .719라는, 1루수 또는 지명타자로서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꾸준한 출전 기회를 받고 있었던 이유는 세인트루이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외야수 토미 팸이 이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DL)에 등재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최지만은 본 포지션은 1루수이지만 올 시즌 외야수로도 18경기에 출전한 제이크 바우어스, 우타 1루수인 C.J. 크론과 공존하는 형태로 로스터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팸이 DL에서 복귀하거나, 오프너 전략(Opener, 1~3회를 무실점으로 막는 걸 목표로 하는 새로운 불펜 포지션으로 첫 번째로 등판하지만 기존 선발과는 달리, 짧은 이닝을 소화한 후 마운드를 내려가는 투수를 통칭하는 말이다)을 쓰는 탬파베이가 투수를 1명 더 콜업할 경우 마이너에 내려가게 될 1순위는 누가 보더라도 최지만이었다.
 
그러나 해당 글에서 필자는 "최지만에게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근거는 바로 최지만의 타구 지표에 있었다.
 
 
[이현우의 MLB+] 마침내 기회를 붙잡은 최지만

 
당시 최지만의 평균 타구속도는 91.2마일(146.8km/h)로 MLB 평균보다 5.5km/h가 빨랐다. 발사 각도 역시 평균 15.1 °도로 이상적이었다. 그 결과 통계사이트 <팬그래프>기준 최지만의 강하게 맞은 타구 비율(Hard%)은 무려 48.5%(90타석 이상 기준 전체 8위)에 달했다. 하지만 뛰어난 타구 질에도 불구하고 당시 최지만의 BABIP(인플레이 타율)은 .294에 그치고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당시 최지만의 부진은 지독하게 운이 따르지 않은 결과였다는 얘기다. 문제는 최지만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마침 그 무렵을 기점으로 9경기 연속 안타를 쳐낸 최지만은 마이너리그 강등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9월이 되자, 최지만은 본격적으로 타구지표에 걸맞은 성적을 내고 있다.
 
AAAA 플레이어가 빅리그에 정착한다는 것의 어려움
 
 
 
최지만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일정 수준 나이가 찬 쿼드러플A 플레이어(트리플A와 빅리그를 오가는 선수)가 빅리그에 정착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면에서 '운'이 따라줘야 한다. 만약 세인트루이스에서 영입한 팸이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타구 지표가 좋더라도 최지만은 반등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 시즌 중반에 마이너리그로 강등될 수도 있었다. 
 
그 경우 최지만은 내년에도 정말 잘해야 스플릿 계약을 제시받는 게 고작이었을 것이다. 또한, 비슷한 성적을 기록하더라도 한살이라도 어린 유망주에게 우선권을 주기 때문에, 내년에 만 28세가 되는 최지만은 미국에 남아있을 경우 마이너리그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기록하더라도 자칫하면 한 시즌 내내 트리플A에서 시즌을 보낼 수도 있었다. 
 
수많은 쿼드러플A 플레이어가 이 과정을 거쳐 빅리그에 정착하지 못하고 트리플A에서 선수 경력을 마감하거나, 해외로 눈길을 돌리게 된다. 메이저리거라는 고지를 눈앞에 두고 단 한 끗 차이로 좌절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지만에겐 운이 따랐고,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기회를 붙잡는 데 성공했다.
 
 
[이현우의 MLB+] 마침내 기회를 붙잡은 최지만

 
2010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43만 달러에 계약을 맺고 미국 무대에 진출한 이후 최지만의 커리어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처절한 생존 경쟁의 연속'이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불운(진출 첫해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애리조나 리그 MVP에 선정됐으나, 이듬해 허리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며 중요한 1년을 날렸다)이 따르기도 했고, 불미스러운 일(2014시즌을 앞두고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메탄디에논-이 나와 50경기 출전 징계를 받았다. 이에 대한 비판은 최지만이 앞으로도 감내해야 할 몫이다)도 있었다. 
 
하지만 최지만은 결국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으로 직행한 한국 야구유망주 24명 가운데 유일하게 빅리그를 밟은 선수가 됐다. 그리고 마침내 자력으로 내년에도 빅리그에 잔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가고 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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