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배지헌의 브러시백] ‘쌍둥이 프로선수’ 아버지 “기쁨도 두 배, 고통도 두 배였죠”

일병 news1

조회 267

추천 0

2018.09.11 (화) 09:00

                           
| 2019 KBO 신인 2차 지명에서 ‘쌍둥이 프로선수’가 탄생했다. 북일고 ‘쌍둥이 에이스’ 최재성과 최재익 형제가 1분 간격을 두고 차례로 SK와 NC의 지명을 받았다. 아들들이 프로의 선택을 받는 사이, 쌍둥이 아버지 최상준 씨의 마음속엔 오만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였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쌍둥이 프로선수’ 아버지 “기쁨도 두 배, 고통도 두 배였죠”

 
[엠스플뉴스]
 
“SK 와이번스 지명하겠습니다. 북일고 투수 최재성.”

“NC 다이노스 지명하겠습니다. 북일고 투수 최재익.”
 
엄마 배에서 나올 때도 1분 간격을 두고 나왔고, 프로 지명도 1분 간격을 두고 뽑혔다. 9월 10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2019 KBO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 3라운드 26순위, 27순위로 뽑힌 북일고 ‘쌍둥이 투수’ 최재성과 최재익 얘기다.
 
최재성과 최재익은 이란성 쌍둥이다. 쌍둥이지만 외모도 다르고 투구폼은 더 다르다. 최재성은 사이드암 투수고, 최재익은 오버핸드로 공을 던진다. 하지만 둘 다 강속구를 던지는 전도유망한 투수란 점에선 똑같다.
 
형제는 늘 모든 것을 함께했다. 같은 날 함께 태어났고, 야구도 같이 시작해 지금껏 늘 같은 팀에서 함께 선수 생활을 해왔다. 그리고 프로야구 지명까지도 같은 라운드에 함께 받으면서, 나란히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26순위와 27순위 사이 1분, 부모는 만감이 교차했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쌍둥이 프로선수’ 아버지 “기쁨도 두 배, 고통도 두 배였죠”

 
아들들의 이름이 차례로 호명되는 사이, 행사장에서 이를 지켜본 부모님의 마음속엔 수만가지 감정이 오갔다. 
 
아들의 이름이 과연 언제쯤 언급될까 하는 걱정과 긴장감, 큰아들의 이름이 먼저 호명되자 긴장이 풀리면서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 눈물, 거의 그와 동시에 떠오른 ‘동생이 지명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초조함, 곧바로 동생이 지명받으면서 나온 안도의 한숨까지. 쌍둥이 부모는 짧은 1분 사이에 온갖 희로애락을 한꺼번에 느꼈다.
 
첫째가 지명받고 난 뒤에 오히려 더 긴장한 것 같아요. 만약 한 라운드 뒤로 넘어갔다면, 그사이에 또 울었을지도 모릅니다. 쌍둥이 아버지 최상준 씨의 말이다. 다행히 바로 이름이 불린 덕분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죠.
 
사실 쌍둥이를 야구선수로 키운 지난 10년이 항상 이런 감정변화의 반복이었다. 최상준 씨는 “아이들이 속을 썩인 적은 없지만, 부모 입장에선 늘 기쁨만큼이나 고통도 두 배였다”고 했다.
 
한 녀석만 잘해도 부모 마음은 힘이 들었습니다. 한 녀석이 잘했는데 다른 녀석이 못하면, 대놓고 웃을 수가 없잖아요. 하나만 잘해갖고는 안 되잖아요. 늘 울다가 웃다가 했던 것 같아요. 오늘 같은 감정의 무한 반복이었습니다. 최상준 씨의 말이다. 
 
최재성과 최재익도 “둘 다 지명받아서 정말 다행”이라며 활짝 웃었다. 최재익은 “나란히 붙을 줄은 몰랐는데, 순서대로 이름이 불렸다”며 멋쩍은 듯 미소를 지었다.
 
“우리 북일고에선 고승민까지 셋이 함께 행사장에 왔어요. 그런데 승민이가 먼저 지명받고, 재성이까지 이름이 불리니까 순간 막막하더라구요. 바로 다음에 제 이름까지 불려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죠.” 최재익의 말이다.
 
최재성은 “시즌 초반엔 누가 먼저 지명받나 내기도 하고 했다”며 “지금은 어떻게든 프로에 갈 수 있게 됐으니 좋다”고 동생을 마주 보며 웃었다. 
 
“기쁨도 두 배, 고통도 두 배. 오늘만큼은 최고의 기쁨”
 
[배지헌의 브러시백] ‘쌍둥이 프로선수’ 아버지 “기쁨도 두 배, 고통도 두 배였죠”

 
“프로야구 선수 부모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쌍둥이 아버지 최상준 씨의 말이다. 최상준 씨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결혼 뒤에도 고시 공부를 하느라 한참을 자녀 없이 지내다, 뒤늦게 얻은 자식이 바로 최재성, 최재익 쌍둥이다. 
 
“저 어릴 때야 법대, 의대 나와야 성공했다고 하는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잖아요. 아이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리더십도 기르고 체력도 강화할 겸 이것저것 운동을 시켜본다는 게, 초등학교 때 야구부 활동을 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최상준 씨의 말이다.
 
별생각 없이 시작한 야구였지만, 쌍둥이 형제는 금세 재미를 붙였다. 둘 다 실력이 쑥쑥 늘었고, 지도자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재능있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최상준 씨는 “원래는 취미로 하게 할 생각이었다. 언제든 다시 공부 쪽으로 돌아올 수 있게 길을 열어두고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중학교 진학한 뒤에 잘 아는 감독님에게 테스트 제의를 받았고, 자질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중학교에서도 야구부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2학년 1학기까지 지켜본 뒤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좀 더 지켜보기로 한 게 결국엔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최상준 씨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최상준 씨는 아들들이 SK와 NC에 뽑힌 게 더없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마음에 듭니다. 재성이가 사이드암 투수잖아요. SK가 필요해서 뽑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완인 재익이가 NC에 간 것도 마찬가지구요.” 쌍둥이 선수를 키우면서 아버지도 거의 야구 전문가가 다 됐다.
 
이제 쌍둥이 아빠 최상준 씨에겐 새로운 꿈이 생겼다. 최재성과 최재익이 프로 무대에서 착실히 성장해, 1군 무대에서 맞대결하는 게 그의 꿈이다.
 
이제 시작이죠. 좋은 공을 갖고 있지만 프로에서 바로 성공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죠. 차근차근 성장해서 한 4, 5년쯤 뒤에는 둘이 맞대결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 꿈은 그겁니다. 하하.
 
이에 대한 쌍둥이의 생각은? 둘은 이구동성으로 “프로에서 만나면 죽기 살기로 할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리고 또 한가지, 둘이 입을 맞춰 이야기한 게 있다. 지금껏 사랑과 헌신으로 둘을 키워준 부모에 대한 감사다.
 
“아버지, 어머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지금까지 저희 뒷바라지 해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이제부턴 저희가 효도할 차례니까, 마음 편하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쌍둥이 야구선수를 키우며 늘 기쁨과 고통을 함께 느꼈다는 최상준 씨도 이렇게 화답했다. 
 
오늘 하루만큼은 최고의 기쁨입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신고를 접수하시겠습니까?

이전 10 페이지다음 10 페이지

이전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