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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오타니가 타격에만 집중한다면?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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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7 (금) 21:22

                           
[이현우의 MLB+] 오타니가 타격에만 집중한다면?

 
[엠스플뉴스]
 
지난 6일 오타니 쇼헤이(23·LA 에인절스)는 구단으로부터 토미존 수술을 권고받았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오타니는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홈런 두 방 포함 4타수 4안타 4득점 3타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오타니의 2018시즌 타격 성적은 92경기 279타석 18홈런 타율 .287 OPS .946 wRC+(조정 득점창출력) 157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2.3승이 됐다.
 
이 사건이 지닌 의미는 특별하다. 토미존 수술을 권고받으면서 '투수로서의 오타니'는 사실상 2020시즌 개막 전까지는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타자로서의 오타니'는 팔꿈치 부상에도 불구하고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러자 현지에선 앞으로 에인절스의 오타니 기용 방식을 놓고 갖가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가설은 '올 시즌을 마치자마자 토미존 수술을 받은 다음 내년 시즌에는 풀타임 지명타자로서 출전하고, 2020시즌부터 다시 투타겸업을 시작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는 지난 6월 오타니가 팔꿈치 염좌로 부상자 명단(DL)에 올랐을 때 '남은 시즌 동안 오타니를 지명타자로 기용하다가 시즌을 마친 후에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 된다'는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아직 오타니는 토미존 수술에 대해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만 놓고 봤을 때 이 시나리오가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투좌타인 오타니는 타격 시 오른쪽 팔꿈치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게다가 지명타자로만 기용한다면 오타니의 팔꿈치가 송구로 인해 악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이는 팔꿈치 인대 부상을 입은 오타니가 약 4 주만에 복귀해서 지금까지 타자로서 뛰어난 성적을 남기고 있다는 점으로도 입증된다.
 
실제로 <야후 스포츠>의 제프 파산이 토미존 수술 전문의 4인에게 조언을 구한 결과에 따르면, 전문의들은 하나 같이 오타니가 시즌 종료 직후 수술을 받을 경우 "내년 시즌 풀타임 지명타자로 뛰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말했다. 이 가설대로라면 다음 시즌 우리는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해답을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바로 타자로만 뛰는 오타니가 어떤 성적을 기록하게 될지다. 
 
놀라운 적응력과 탈 아시아급 파워
 
[이현우의 MLB+] 오타니가 타격에만 집중한다면?
[이현우의 MLB+] 오타니가 타격에만 집중한다면?

 
올해 정규시즌이 개막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전문가 및 팬들에게 "만약 오타니가 투타겸업을 포기하고 타격과 투구 가운데 하나만을 택해야 할 경우 어떤 보직을 택해야 할지"를 물으면, 대체로 투수를 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다시 묻는다면 대답은 정반대가 될 확률이 높다.
 
시범경기가 끝날 무렵까지 타율 .085에 그쳤던 오타니는 정규시즌을 사흘 앞둔 3월 27일 경기에서부터 레그킥을 하지 않고 타격을 하기 시작했다(영상). 레그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레그킥 타법의 장점인 '중심 이동이 원활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공을 강하고 멀리 칠 수 있다는 점'을 포기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 대신 빠른 공에 대응하기 수월해진다.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고교 시절 이후 유지해왔던 타격폼을 한순간에 바꾸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 놀라운 점은 타격폼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3경기 연속 홈런을 치는 등 맹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는 오타니가 놀라운 적응력과 함께 레그킥을 하지 않아도 장타를 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로-파워(Raw Power, 선천적인 힘)'는 올 시즌 오타니의 타격 성적을 설명하는 데 있어 핵심 키워드다. 오타니의 평균 타구속도는 92.5마일(148.9km/h)로 올해 신인 타자 가운데 1위이자, 빅리그 전체 15위를 기록 중이다. 뜬공 또는 라인드라이브의 평균 속도는 97.7마일(157.2km/h)로 지난해 AL 홈런왕 애런 저지와 비교해도 0.3마일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이현우의 MLB+] 오타니가 타격에만 집중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오타니는 올 시즌 2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가운데 6번째로 높은 장타율인 .579를 기록 중이며, 지난 6일에는 조지마 겐지가 세웠던 아시아 타자 신인 시즌 최다 홈런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현재 오타니의 타석당 홈런 비율은 약 6.45%. 이는 풀타임 162경기 650타석 기준으로 환산하면 무려 45홈런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타석이 늘어나도 지금과 같은 비율을 기록할 수 있을진 미지수지만, 적어도 오타니가 그간 빅리그에 진출했던 아시아 타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파워 잠재력을 지녔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아직 발전 도상에 놓여 있는 타자 오타니
 
[이현우의 MLB+] 오타니가 타격에만 집중한다면?

 
물론 올 시즌 오타니에겐 많은 고비가 있었다. 그러나 시즌을 치르면서 오타니는 약점으로 지목 받았던 부분을 하나씩 개선해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몸쪽 코스다. 시즌 초 오타니는 몸쪽 코스(특히 빠른 공)를 약점으로 지목받아 상대 투수들의 집요한 공략에 시달렸다. 그러나 현재 오타니는 바깥쪽 코스보다 몸쪽 코스를 오히려 더 잘 치고 있다(그림). 
 
좌투수 상대 성적이 좋아지고 있는 점 역시 주목할만하다. 오타니는 8월 초까지 좌투수 상대 타율 .182(54타수 10안타) 0홈런에 그쳤다. 하지만 8월 이후에는 좌투수 상대 타율을 .286(17타석 14타수 4안타 2볼넷 1사구)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 5일에는 마이크 마이너를 상대로 빅리그 데뷔 후 첫 좌완 상대 홈런을 쳐냈다.
 
그러면서 시즌 초반과는 달리, 오타니의 좌투수 상대 타석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현재 오타니의 전체 타석 대비 좌투수 상대 타석 비율은 27.2%(76/279타석). 이는 AL 올해의 신인을 놓고 경쟁하는 미겔 안두하(28.2%), 글레이버 토레스(27.8%)와 비교해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치다. 이제 오타니의 타격 성적이 좌투수를 고의로 피한 결과란 말은 맞지 않는다.
 
올 시즌 AL/NL 올해의 신인 후보들의 성적
 
아메리칸리그
오타니(타자) 92경기 18홈런 47타점 7도루 타율 .287 wRC+ 157 WAR 2.3승
오타니(투수) 10경기 4승 2패 51.2이닝 63탈삼진 평균자책 3.31 WAR 1.0승
[미겔 인두하] 128경기 23홈런 76타점 2도루 타율 .297 wRC+ 128 WAR 2.4승
[글레이버 토레스] 102경기 22홈런 66타점 타율 .277 wRC+ 128 WAR 2.1승
 
내셔널리그
[로날드 아쿠냐] 88경기 24홈런 51타점 11도루 타율 .289 wRC+ 146 WAR 3.2승
[후안 소토] 95경기 16홈런 54타점 타율 .298 출루율 .419 wRC+ 148 WAR 3.1승
[해리슨 베이더] 116경기 10홈런 30타점 13도루 타율 .273 wRC+ 112 WAR 3.4승
 
오타니가 이렇듯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이유는 '타자로서의 경험치'와 깊은 관련이 있다. 고교 시절 투수보다 타자로서 더 뛰어난 완성도를 지니고 있었던 오타니는. 프로 데뷔 이후 2년차까지 타격 훈련은 거의 하지 않고 투구 훈련에 매진했다. 3년차부터 타격 훈련도 시작했지만, 그때도 투구 훈련 비율이 8:2 정도로 더 높았다.
 
게다가 오타니는 투타겸업으로 인해 실전에서 타석에 들어선 경험치도 전업 타자에 비해 거의 1/2 수준에 불과했다. 즉, 오타니는 프로 경력 6년차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된 타자가 아니었다. 따라서 경험이 쌓여감에 따라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였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투수 오타니와 타자 오타니 가운데 발전 가능성이 높은 쪽은 단연 타자 쪽이었다.
 
그리고 오타니는 이를 올 시즌 현재까지 신인 타자 가운데 가장 좋은 조정 스탯으로 입증해내고 있다. 데뷔 후 처음으로 타자로서만 뛰게 될 가능성이 높은 내년 시즌 오타니의 타격 성적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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