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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은 곳을 향하여, 두 번째 시즌 앞둔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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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6 (목) 11:22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두 번째 시즌 앞둔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에게 2017~2018시즌은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감독 데뷔 첫 시즌. 현대건설은 한때 선두를 달리다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정규리그를 3위로 마쳤다. 그 과정에서 이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을 팀에 입히며 새로운 현대건설을 향한 발판을 만들었다. 이 감독은 이를 토대로 두 번째 시즌, 도약을 꿈꾸고 있다. 다가오는 2018~2019시즌 이 감독은 현대건설에 어떤 팀 컬러를 입힐까. 불볕더위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던 지난 7월 10일, 이도희 감독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현대건설 연습장을 찾았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두 번째 시즌 앞둔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이도희호’ 첫 시즌 자평과 두 번째 시즌 구상

이도희 감독은 두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이다. 모든 일의 처음은 정확한 문제 파악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에게 가장 문제로 지적되었던 ①세터 문제 ②백업 선수 부재 두 가지에 대해 이도희 감독에게 직접 진단을 들었다. 그리고 이 감독이 구상하고 있는 다음 시즌 그림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물었다.

현대건설은 이다영 단일 세터 체제로 한 시즌을 보냈어요.

이 때문에 많은 말을 들었죠. 신인 김다인이 있었지만 준비가 안 된 상황이었고요. 실질적으로 이다영 홀로 한 시즌을 보냈습니다. ‘원 세터 체제’에 대해 많은 분들이 문제제기를 하셨지만 사실 모든 팀이 그렇습니다. 도로공사도 이효희 선수가 거의 모든 경기에 출전했고요. 조송화(흥국생명), 이재은(KGC인삼공사) 등 대부분 팀 주전 세터들은 매 경기 나왔어요. 다만 우리는 백업이 없어서 더 부각될 뿐이었죠. 세터란 자리는 원래 그런 포지션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독님이 보시기에 지난 시즌 이다영 세터는 어땠나요.

세터는 최소 세 시즌은 주전으로 뛰어봐야 여유가 생깁니다. 이다영 세터는 이제 막 세터 수업 중 한 챕터를 마친 셈이죠. 지난 시즌 경험을 통해 각 공격수마다 다른 타이밍을 맞춰줄 수 있는 세터가 됐습니다. 확실히 시즌 초보다는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어요.  세터라면 다양한 상황에서 여기도 줘 보고 저기도 줘 보면서 스스로 느끼는 게 있어야 합니다. 올 시즌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얼마나 깨달았느냐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얼마 전 다영이가 국가대표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와 2주 정도 팀에서 훈련을 했습니다. 확실히 그 전보다 여유가 생겼더군요. 이젠 구질보단 운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절대적으로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죠.

지난해 경험이 이다영에겐 큰 힘이 될 거란 말씀이시네요.

그럼요. 한 시즌을 오롯이 치렀으니 분명 달라질 겁니다.

후보 선수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우리 팀은 중간이 없는 팀이죠. 선발과 후보 선수 사이에 간격이 큽니다. 이 부분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신인들이 자라서 이를 메워줘야 하죠. 작년에 선발한 김주향, 김다인을 비롯해 올해 올 선수들이 말이죠. 사실 현대건설이 지난 몇 해 동안 성적이 좋은 편이었어요. 그래서 좋은 신인을 뽑을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 부분이 쌓이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께서 자주 하는 말이네요.

IBK기업은행도 작년부터 조금씩 그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죠. 사실 여자배구 전체가 선수폭이 좁아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비시즌동안 현대건설에 변화가 꽤 있었어요.

김세영, 박혜미 선수가 나가고 정시영, 백채림 선수가 들어왔죠.

김세영 선수는 현대건설 높이 핵심이었는데요.

맞습니다. 블로킹 높이가 뛰어난 선수였죠. 정시영 선수가 신장은 김세영 선수에 비해 작지만 운동 능력과 공격력이 좋은 선수예요. 또 우리 팀 사이드블로킹 높이가 다른 팀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요, 그래도 어느 정도 커버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시영은 아포짓 스파이커로도 뛸 수 있는 선수입니다.

그 운영은 사실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팀에 미들블로커 대체 자원이 없는 상황이죠. 양효진이 미들블로커 두 자리 모두 들어가 뛰어주면 참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까요. 황연주 백업 자리는 다른 카드들로 충분히 대체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백채림 선수는 어떤가요.

백채림이 바로 주전으로 뛰기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기본기가 좋아 충분히 원 포인트 서버, 후위 수비 보강 선수로는 제 역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로공사에서는 리베로로 뛰었는데 그것보다는 윙스파이커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두 번째 시즌 앞둔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지난 시즌 감독님 작전타임과 관련해 말이 많았어요.

주변에서 ‘괜찮아라고만 하면 어쩌느냐’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작전은 그 상황에 맞는 포인트 하나만 이야기하는 것이지 나머지는 이미 훈련에서 정해져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작전시간에는 일단 선수들을 안정시키고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게 첫 번째라고 봅니다. 안 되는 포인트는 카메라에 들어가지 않게 하나만 얘기해주면 돼요. 선수들 모두 뭐가 안 되는지, 여기선 어떤 걸 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어요. 저는 그걸 길게 말하지 않고 짧게 전달하는거죠.

선수들을 믿고 맡기는 셈이네요.

그럼요. 결국 플레이하는 건 선수들이니까요.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주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지적하거나 화내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작전시간은 안 풀리니 제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니 안 되는 걸로 제가 잔소리해선 선수들 분위기에 해가 될 뿐이죠.

그런 감독님도 화를 낼 때가 있을 텐데요.

물론 있죠. 화를 내는 건 딱 하나, 훈련할 때 태도가 나쁜 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들 여기에 배구하러 온 것 아니겠습니까. 훈련 분위기를 흐트리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 선·후배 관계없는 일이죠. 선만 넘지 않는다면 그 안에서는 정말 다 해줄 수 있어요. 선수단에 늘 강조하는 것이 ‘우리는 가르치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보잘 것 없어도 절대 선을 넘지 마라’라고 하죠.

감독님이 혼내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네요.

선수들 말로는 갑자기 표정이 싸해지고 아우라가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예전 현역 시절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이 감독은 현역 시절 ‘철녀’라는 별명이 있었다). 말이 줄어들고 표정이 굳는 스타일이죠.

 

 

감독 데뷔 시즌에 얻은 것

이도희 감독에게 지난 시즌은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감독으로서 첫 해. 시즌 시작과 함께 4연승으로 ‘유력 우승후보’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하향세를 겪었다. 결국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현대건설은 IBK기업은행과 플레이오프에서 시리즈 1-2로 패해 시즌을 마감했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한 시즌을 치른 소회를 부탁합니다.

돌아보면 꽤 재미있었던 시간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그건 감독이라면 당연한 것이고요.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저를 잘 따라와 줘 스트레스를 조금 덜 받으며 한 시즌 치른 것 같습니다.

 

첫 해 3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시즌 시작 전에 세웠던 ‘플레이오프 진출’은 달성한 셈이네요. 물론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엔 ‘더 위로 가보자’라고 내심 목표를 수정하긴 했지만요. 지난 시즌 초를 생각해 보면 도로공사, IBK기업은행이 우승후보로 손꼽혔어요. 그걸 생각해 봤을 때 꽤 괜찮은 성적 아닌가 생각합니다. 시즌 초반에 선수들이 경기를 잘 풀어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죠. 정규시즌 우승을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게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초반 성적은 좋았지만 갈수록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던 시즌이었어요.

다른 팀들이 말하길 우리는 ‘어린 팀’이었어요. 아무래도 세터가 주전으로 뛰어본 경험이 없는 이다영이었으니까요. 여기에 외인 엘리자베스도 어린 선수였고요.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분석되고 이에 어려움을 느끼면서 성적이 떨어졌어요. 경험 부족으로 인해 부담을 많이 느꼈던 것이죠. 주변에서 제게 ‘다른 감독들이 4년 동안 겪을 일을 한 시즌만에 다 겪었다’라고들 하시더라고요. 어린 선수를 주전 세터로 쓴 것, 외인선수를 중간에 교체한 것, 플레이오프를 국내 선수들로만 치른 것도 그렇고요. 다양한 일이 있었네요. 그 덕분에 배운 것이 많은 시즌이었습니다. 

 

가장 크게 배운 것 한 가지가 있다면요.

아무래도 외인 선발이죠. 엘리자베스가 못했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처음 엘리자베스를 선택할 때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어요. 그런데 외인 부담이 높은 V-리그에서는 그래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에이스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확실한, 경험 많은 선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죠. 한국은 시즌 일정이 타이트한 편이죠. 한 팀과 여섯 번씩 싸웁니다. 거기에 점유율도 높은 편이어서 금방 패턴 파악이 됩니다. 그 부분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 않아요. 초반에 잘 하다가도 나중에 떨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죠. 그런 점에서 경험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두 번째 시즌 앞둔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이번에 베키 페리 선수를 선발한 이유가 거기에 있을까요.

그렇죠. 사실 현장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선수는 어도라 어나이(IBK기업은행) 선수였어요. 확실히 어려서부터 윙스파이커 포지션을 소화해서 그런지 기본기가 뛰어났어요. 그렇지만 경험에서 망설였습니다. 타이트한 시즌을 얼마나 잘 이겨낼까 하는 생각이죠. 그래서 베키를 선택했습니다(베키는 2011~2012시즌 GS칼텍스에서 뛰다 중도 교체됐다). 베키는 이탈리아, 터키 등 유럽 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선수예요. 특 A급은 아니지만 준A급 정도는 되는 선수입니다. GS칼텍스에서 뛸 당시 베키 나이가 스물세 살이었어요. 그때 V-리그는 지금처럼 트라이아웃이 아닌 자유계약일 때였죠. 지금보다 훨씬 좋은 선수들 사이에서 그 어린 선수가 얼마나 부담을 느꼈을까요. 그 후로 7년이 지난 모습을 보니 확실히 노련해졌어요. 

 

지난 시즌 현대건설은 밝은 분위기로 탈바꿈해 주목 받았습니다.

평소에 밝게 하는 걸 좋아합니다. 인상 쓰지 말라고 선수들에 자주 이야기하죠. 확실히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웃으며 경기하니 좋아 보이더라고요. 물론 훈련할 때는 빡빡하게 합니다. 제가 직접 나서서 기합도 넣고 하죠. 제가 걸레를 들고 땀 닦으러 들어가기도 하고요. 감독이 직접 나서니 훈련 분위기가 살고, 그게 실제 경기서도 드러난 것 같습니다. 

 

감독님도 지난해 이맘때완 달리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아무래도 작년엔 첫 시즌 준비를 할 때였으니까요. 하나하나가 다 조심스러웠죠. 이게 맞는 건지 계속 되돌아보게 되고요. 다행히 그 경험들 덕분에 여유가 생겼네요. 좋은 건 유지하고 안 좋았던 건 다른 방향으로 수정하고요. 그렇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주전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나가 있어 팀으로 완벽히 만들고 있진 않지만요. 특히 주전 세터가 나가 있어서 제대로 팀 차원에서 훈련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플레이오프 3차전 감독 인터뷰에서 눈물을 보이셨어요.

경기에 져서 그랬던 건 아니고요, 한 시즌이 파노라마처럼 훅 지나갔어요. 많은 일들이 지나가면서 ‘아, 정말 끝났구나’ 싶었죠. 거기서 오는 울컥함이 있었어요. 생각보다 이슈가 크게 돼 조금은 부담스러웠어요. 이후 선수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선수들 보자마자 또 눈물이 확 나더라고요. ‘미숙한 감독 따라와 줘 고맙다. 한 시즌 수고했다’라고 말하고 나갔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선수들도 다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감독이 고생한 걸 알아줘서 고마웠대요.

 

 

이제는 ‘감독’의 눈으로 본다

이도희 감독은 현역 시절 천재적인 재능을 뽐내던 여자배구 최고 세터 중 한 명이었다. 학창 시절엔 일신여상 118연승을 이끌었고 이후 호남정유에 입단해 팀 슈퍼리그 5연패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이후 코치, 해설 등 배구 계 여러 분야에서 빛을 발하던 그는 현대건설 감독으로서 팀을 지휘하고 있다.

선수부터 코치, 해설을 거쳐 감독에 이르셨네요.

힘든 건 감독이 가장 힘드네요. 해설위원 때가 기억에 많이 남는데 방송에서 쓰는 용어로 바꿔 설명하는 게 참 힘들었어요. 배구가 아닌 새로운 일을 하는 느낌이었죠. 그래도 지금처럼 부담은 크지 않았어요. 장기도 훈수가 잘 보이듯이 해설할 때도 객관적으로 보이니까요. 그 때 경험이 지금 감독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인가요.

아무래도 ‘내 팀’이라고 생각이 들면 팀 약점은 좋게 보려고 하고 장점은 크게 보는 경향이 생겨요. 해설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게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지난해 황민경을 FA 계약한 것도 그런 이유였어요. 현대건설을 진단했을 때 가장 어울리는 선수는 황민경이라고 판단한 거죠. 사실 황민경이 이름값이 굉장히 높은 선수는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살림꾼, 코트 위에서 파이팅 이런 부분이 정말 현대건설에 필요한 것이었어요.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두 번째 시즌 앞둔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좋은 감독은 어떤 감독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코트에 서 있을 때 내가 선수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감독’이 되길 늘 생각해요. 그래서 경기 도중에 목소리도 크게 내고 수비 위치 지시도 많이 해요. 가끔 선수들이 저한테 엄지를 날리는데 그게 제 목소리대로 해서 먹혔을 때 그러는 거예요(웃음).

확실히 밝아진 팀 분위기에 감독님도 한 몫 하시는 것 같아요.

지난 6월 18일 러시아월드컵 한국 첫 경기 때 선수들이 “치킨 시켜놓고 같이 봐도 돼요?”라고 하더라고요. 마침 시간도 딱 오후 9시에 시작이더라고요. 제가 “당연하지, 걱정 말고 먹어. 내일 운동시켜서 빼줄게”라고 웃으면서 말했어요. 선수들과 이야기해보면 그런 점이 많이 다르다고들 얘기하더라고요.

 

감독님 보시기에 리그에서 ‘포스트 이도희’를 꼽자면 누구일까요.

음…. 포스트 이도희는 이다영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이다영이라는 말이 아니고 이다영이 되길 바란다는 의미로요. 사실 더 좋은 선수가 될 거라 생각해요. 모든 부분에서 저보다 낫죠. 신장도, 운동 능력도 말이죠. 다만 부족한 건 경험이에요. 저도 처음부터 잘 하진 않았으니까요. 훈련과 경험이 쌓이면서 이도희가 된 것이죠. 다영이도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분명 큰 선수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세터 훈련은 감독님이 전담하신다고요.

네, 제가 세터 전담코치처럼 훈련 때 직접 가르쳐요. 제가 가장 잘 아는 분야니까요. 그게 팀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직접 나서요. 비시즌 동안 김다인 세터도 많이 늘었어요. 지난해완 달리 이번엔 백업 세터가 있으니까요. 주전 이다영도 부담이 덜할 거고 팀 운영에도 힘이 될 겁니다.

 

다가오는 여자부 신인드래프트가 큰 주목을 받고 있어요.

이번에 나오는 선수들이 굉장하니까요. 1라운드 정도는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요. 대부분 팀들이 1라운드에는 대어급 선수들을, 2라운드에는 각자 팀 상황에 맞게 선발을 할 겁니다. 세터가 필요한 팀은 세터를, 중앙이 부족한 팀은 중앙을 보충하는 식으로요. 확실히 지난 시즌에 비해 이번에는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올해 뿐 아니라 다음 신인드래프트 또한 기대가 큰 상황이에요.

이제 1라운드에 뽑힐 만한 선수들은 매년 나오는 것 같아요. 한 팀에 한 명 정도는 데려가 보충할 만 하다는 뜻이죠. 더 잘 찾아보면 주전급은 아니더라도 백업 한 명 정도는 더 있을 수 있고요. 1라운드 선수들은 아마 계속 나올 겁니다. 제가 현역으로 뛸 당시 선수들의 2세 선수들이 이제 슬슬 데뷔하고 있거든요. 다들 신장이 크니까 대를 이어 배구를 하고 있어요. 어릴 땐 다들 ‘내 자식은 배구 안 시켜’라고 하더니 다들 시키고 있네요(웃음). 그래서 여자배구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신인 얘기가 나오면 2군 문제도 따라오죠.

2군 있으면 정말 좋죠.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2군을 운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봐요. 현실적으로 말이죠. 구단에서 그걸 만들 만한 메리트가 있느냐, 전 아니라고 봐요. 한 시즌 운영비가 느는 것은 둘째 치고요, 선수 부족 문제가 가장 크죠. 여자배구는 이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선수 부족 문제로 고생하고 있어요. 1군에도 선수가 부족한 실정이잖아요. 최소 1군 열 네 명은 제대로 확보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팀이 많으니까요. 저희가 매년 계약을 포기하는 선수들이 과연 실질적으로 1군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인가를 생각해보면 전 아니라고 봅니다. ‘정말 이 선수는 내보내기 아깝다’라고 생각이 들면 자연스럽게 2군 필요성을 느낄 겁니다.  

 

선수 확보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죠. 2군에서 올라와 1군에 힘이 될 만한 선수들이 많아야 2군 제도가 힘을 발휘할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2군보단 중·고교 선수들 육성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좋은 자원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그쪽에 투자하고 힘을 내야 하죠. 또 중고교에서도 성적 위주에서 벗어나 기본기 위주로 교육하는 시스템도 빨리 자리 잡아야 한다고 봐요. 여자배구 인기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 이런 것들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늘어난 여자배구 인기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연경(터키 엑자시바시) 효과죠. 김연경이 TV에 나와 얼굴을 비추고, 그 관심이 배구로 이어지는 것이라 봅니다. 곧 김연경이 선수 생활을 마치면 무너질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김연경 뒤를 이어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 더 많은 신인들이 등장해야 합니다. V-리그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강소휘, 이재영같은 뛰어난 신인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 거죠. 베테랑들을 실력으로 위협할 만한 신인들이 계속 나오면서 선순환이 될 필요가 있죠.

 

젊은 선수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네요.

스포츠가 살아남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죠. 특히 여자 스포츠에서는 참신한 선수가 계속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배구는 실력과 외모 둘 다 괜찮은 선수들이 꽤 있어요. 아무래도 배구 특성 상 체형이 예쁘잖아요. 그러니까 그 부분에서 인기를 꽤 끄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을 두고 성차별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기도 한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여성 스포츠로서 가져갈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라고 봐요. 이게 전부가 되어선 안 되겠지만 충분히 매력어필을 할 수 있는 부분이죠. 그래서 선수들이 조금씩 시술을 받는 것도 괜찮다고 봐요(웃음). 웬만한 여자 연예인보다도 스포츠 스타들이 더 주목받는 시대잖아요. 항상 자기관리, 팬서비스도 신경 쓰라고 말하죠. 그래서 얼마 전에는 인터뷰 스킬 강의도 한 번 받았어요. 늘 운동만 하던 선수들이어서 그런 걸 잘 몰라요. 

 

 

다음 시즌, 챔피언결정전을 향해서!

현대건설은 비시즌 약간의 전력 누수가 있었다. 그러나 이도희 감독은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다음 시즌 이 감독이 노리는 목표는 챔피언결정전이다.

돌아오는 시즌 어떻게 전망하는지 냉철하게 부탁드립니다.

전력상으로 볼 때 디펜딩 챔피언인 한국도로공사와 비시즌 선수 보강에 성공한 흥국생명이  우승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도로공사는 멤버 변화가 거의 없고요. 흥국생명은 필요한 선수보강에 성공했고 에이스 이재영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어요. 다른데서는 우리가 가장 힘든 팀이라고 하는데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가 목표였다면 이번에는 한 발 더 나아가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생각이에요. 가장 먼저 세터 이다영이 1년 동안 많은 경험을 통해 발전했고요. 둘째로 경험 많은 외인 베키가 합류하고요. 나머지 어린 선수들도 지난 시즌보다는 확실히 나아진 모습이 기대가 됩니다. 황민경도 팀에서 2년 째 되니 더 좋은 호흡 기대가 되고요. 주장 양효진은 체력적인 문제만 관리를 잘 하면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내년에 보여주고 싶은 배구는 어떤 배구인가요.

쉽게 지지 않는, 끈기 있는 배구가 목표죠. 그러기 위해서는 디펜스가 중요하죠. 이것에 비중을 두고 훈련 중에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다음 시즌 판을 흔들 다크호스로 자리 잡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두 번째 시즌 앞둔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감독님께서도 두 번째 도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제 미숙한 감독이라고 말해선 안 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걸 보여줘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준비 잘 하겠습니다.

 

네, 마지막으로 시즌 앞둔 각오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난 시즌 좋았다가 나빴다가 했습니다. 그럼에도 좋은 눈으로 바라봐주신 팬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가오는 시즌에는 좋게 봐주시는 걸 기대하지 않겠습니다. 정말 잘 해서 좋은 성적을 내는 감독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시즌에도 선수들이 재밌는 경기를 보여줬듯이 이번에도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 댓글, 잘 안 봐요

“댓글이요? 잘 안 보려고 하죠. 의외로 상처가 되더라고요. 해설위원 했을 때도 편파 중계라고 욕을 많이 먹었는데 그 때도 최대한 안 봤어요. 가끔 뉴스를 보면 베스트댓글 몇 개가 함께 뜨는데 그거 보고도 마음에 상처가 됐어요. 잔상이 남더라고요. 한 번은 댓글이 굉장히 많아 ‘무슨 말들을 할까’하고 봤는데…. 안 보는 게 낫겠다 싶더라고요. 칭찬보단 비난이 많은 것 같더군요.”

# 어이없는 범실엔 웃어야죠.

“가끔 선수들이 경기 중 정말 어이없는 범실을 할 때가 있어요. 화 내냐고요? 아니요, 본인이 실수란 걸 가장 잘 아니까요. 그럴 땐 그냥 크게 웃고 말죠. 작전타임 때 ‘야, 그건 아니다’하고 말이죠. 그러면 본인들도 따라 웃더라고요.”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두 번째 시즌 앞둔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 

# 점프 패스, 다영이니까 되는 거죠.

“지난 시즌 다영이 점프 패스가 주목을 받았는데요, 그건 다영이니까 가능한 플레이라고 봐요. 다른 사람들이 언더로 줄 때 다영이는 신체 능력이 뛰어나서 몸을 날려 연결하는 거죠. 그렇게 몸을 날려 공을 주면 확실히 공에 힘이 더 실리고 정확하게 가죠. 한 번은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니냐’라고 했는데 ”저도 모르게 몸을 날리고 있었어요“라고 답하더라고요. 저였으면 그렇게 몸 날려서 못 날릴 공도 다영이니까 가능한 거죠. 본인 능력에 맞는 플레이라고 생각해요.”

 

 

글/ 이광준 기자    

사진/ 홍기웅 기자, 더스파이크_DB(유용우 기자, 문복주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8-09-06   서영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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