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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특집] ‘방관자’ KUSF, 대학야구 위한 진정성 보여라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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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9 (수) 08:00

                           
-KUSF “대학팀 야구장에서 홈 앤드 어웨이 리그 하자.”
-대학야구 현장 “야구장 인프라 생각하면 비현실적인 제안”
-“방관자 KUSF가 엘리트 체육까지 관여할 이유 없다.”
-책임감 느껴야 할 KUSF, 대학야구 살리기에 진정성 보여라
 
[엠스플 특집] ‘방관자’ KUSF, 대학야구 위한 진정성 보여라

 
[엠스플뉴스]
 
오로지 대학야구 선수들을 위한 진정성이 절실하다. 내년 대학리그 운영 방안을 놓고 한국대학야구연맹과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KUSF)가 머리를 맞댄다. 현장의 불만이 가득 쏟아지는 대학야구 리그와 관련해 혁신적인 개선안이 필요하다.
 
앞서 엠스플뉴스는 대학야구 주말리그 시행과 관련한 폐단을 지적했다. 주중에 수업을 듣는 대학야구 선수들은 주말리그 경기 출전으로 휴식권이 보장되지 않는 데다 야구장 확보의 어려움으로 장거리 이동까지 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기량 저하로 대학야구에 큰 위기가 찾아왔다.
 
한 KBO리그 구단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최근 몇 년 사이에 대학야구 선수들의 기량이 너무 떨어졌다. 구단도 조금이라도 더 어린 고교 선수들을 뽑는 게 이득이다. 대학야구 선수들을 강제로 뽑는 규정이 없는 한 해마다 대학선수 선발 비율이 줄어들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KUSF “대학팀 야구장에서 홈 앤드 어웨이 리그 할 수 있다.”
 
[엠스플 특집] ‘방관자’ KUSF, 대학야구 위한 진정성 보여라

 
폐단으로 지적되는 대학야구 주말리그 시행 과정 속엔 ‘KUSF’라는 단체가 있다. 대학스포츠와 관련한 모든 정책을 총괄하는 KUSF는 지난해부터 대학야구리그 주최와 예산 배정의 권한을 가졌다.
 
KUSF는 전국 운동부 설치 대학교의 총장협의체로 2010년 출범한 단체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KUSF는 지난해 총 134억 4,400만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그 가운데 대학야구리그에 지원한 금액은 3억 4,000만 원이었다. 올해엔 1억 5,000만 원이 오른 4억 9,000만 원의 금액을 대학야구리그에 지원한다.
 
주말리그의 문제점과 관련해 KUSF 관계자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을 제안했다. KUSF 관계자는 축구·농구·배구 등 다른 종목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리그를 진행 중이다. 야구도 시설이 다 갖춰진 대학교 야구장에서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이 가능한데 안 하는 거다. 감독들이 ‘멋’이 안 난다고 얘기한다. 또 프로팀 스카우트들이 안 찾아온단 이유로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KUSF는 대학팀들이 홈 앤드 어웨이로 리그를 운영하면 금요일 저녁 경기·토요일 오후 경기처럼 금·토 평일리그도 운영이 가능하단 주장이다. 그렇게 되면 휴식권과 이동 거리와 관련해 대학야구 선수들의 부담이 줄어든다.
 
대학야구 현장 “KUSF의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은 비현실적인 제안”
 
[엠스플 특집] ‘방관자’ KUSF, 대학야구 위한 진정성 보여라

 
하지만, 대학야구연맹은 KUSF의 대학팀 야구장에서 진행하는 홈 앤드 어웨이 리그 방식 제안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은 대학야구 인프라의 현실을 고려하면 비현실적인 제안이다. 기본적으로 조명 시설이나 중앙 본부 시설이 없는 열악한 야구장이 대다수다. 또 평소 사회인 야구와 동아리 야구까지 함께 사용하지 않나. 대학야구 엘리트 선수들이 공식 경기를 도저히 치를 수 없는 환경이다. 야구장을 자체적으로 보유하지 못한 팀도 있다. KUSF가 직접 발로 뛰면서 확인했는지 의문이다. 대학야구연맹 관계자의 말이다.
 
대학야구 현장의 얘기도 연맹의 주장과 비슷했다. 한 수도권 대학야구팀 감독은 “우리 학교가 보유한 연습 구장이 있지만, 분명히 공식 경기는 소화하긴 어려운 환경이다. 공식 경기를 소화할 만한 대학교 야구장이 몇 군데밖에 없다.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KUSF에서 대학교 야구장에 투자해줄 것도 아니면서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릴 높였다.
 
야구는 타 종목과 비교해 경기장 환경에 더 민감한 스포츠다. 조명 유·무나 펜스 상태, 그리고 잔디와 흙 등은 선수들의 부상과 직결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과 환경을 갖춰야 엘리트 야구 선수들의 공식 경기가 열릴 수 있다. 실제로 엠스플뉴스 기자가 직접 찾은 대학교 야구장들은 공식 경기를 열기엔 턱없이 부족한 환경이었다. 몇몇 야구장은 조명 시설이 없는 데다 펜스나 흙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이름까지 바꾼 KUSF, 엘리트 체육까지 관여할 이유 있나
 
[엠스플 특집] ‘방관자’ KUSF, 대학야구 위한 진정성 보여라

 
이렇게 대학야구 리그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환경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학야구 리그 예산 지원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대학야구연맹 관계자는 KUSF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대학야구 리그를 주최한다면 대회 현장에 직접 찾아와 현실적인 문제점과 야구장 환경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겠나. 그런데 그런 노력을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냥 문체부를 통한 예산 배정 권한만 가진 채 부족한 부분은 연맹이 알아서 하라는 게 KUSF의 마인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장에선 KUSF가 왜 엘리트 체육리그 관련 예산을 배정하면서 종목별 대학연맹들을 관리·감독하는 권한까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의 시선이 가득하다. 연맹들은 사실상 상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들러리 하부 단체가 됐다.
 
게다가 KUSF는 8월 13일 단체 한국어 명칭을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에서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로 변경했다. ‘총장’이라는 단어를 제외하면서 연맹들의 상부 기관이라는 이미지가 더 공고화됐다.
 
KUSF 김창수 회장은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로 기관 명칭이 변경된 만큼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각 대학의 운동부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 학생 선수들의 학사관리를 연구하는 등 대학스포츠 전문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KUSF, 이름만 넣는 방관자가 돼선 안 된다
 
[엠스플 특집] ‘방관자’ KUSF, 대학야구 위한 진정성 보여라

 
앞선 김창수 회장의 말대로 KUSF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대학 운동부를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학야구의 현실을 보면 그렇지 않아 보인다.
 
대학야구연맹 관계자는 KUSF가 대학교 동아리·클럽 체육을 관리하는 건 이해가 된다. 하지만, KUSF가 엘리트 체육까지 예산 배정과 대회 관리·감독 권한을 갖는 건 선을 넘는 이상한 구조다. 그러면 종목별 대학연맹이 존재하는 의미가 무엇인가. 이를 방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도 문제다. 정상적인 구조라면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그리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를 거쳐서 예산이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야구연맹과 KUSF는 8월 29일 내년 대학야구리그 방식과 관련해 논의할 계획이다. 사실상 대학팀들의 연습 구장에서 홈 앤드 어웨이 리그를 개최하는 건 불가능하다. 홈 앤드 어웨이 리그 방식 도입으로 경기 수가 늘어나도 현행 주말리그처럼 순천·보은·기장 등 지방 야구장에서 경기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건 현재 리그 예산 배정과 관리·감독의 의무가 있는 KUSF가 진정성 있는 태도로 책임감을 보여야 한단 점이다. 대학야구 현장에서 왜 ‘대학야구가 고사한다’는 말이 나오는지 대회에 직접 나와 확인하고, 개선점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전국대학야구리그의 주최자로서 대회 이름에만 KUSF를 넣는 방관자가 돼선 안 된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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