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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오재원 “내 야구는 이제 생존이 아닌 순수한 욕심”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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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3 (목) 08:00

                           
-“바뀐 타격 자세, 완전히 새로운 길을 찾았다.”
-“고정관념 탈피가 가장 큰 성과, 또 미국 간다.”
-“방망이 돌돌 루틴, 힘 빼기 위한 동작”
-“30대 오재원, 야구가 더 순수하게 좋아졌다.”
-“주장 체질? 그냥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1등 지키는 압박감 엄청나, AG 휴식기 간절했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오재원 “내 야구는 이제 생존이 아닌 순수한 욕심”

 
[엠스플뉴스]
 
20대 그의 야구는 너무 뜨거웠다. 생존을 위해 활활 타오른 그의 불꽃에 주위에선 종종 오해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의 진정성이 보이자 오해의 시선은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30대 그의 야구는 여전히 뜨겁다. 예전보다 다소 불꽃이 작아 보일지 몰라도 그 뜨거움은 더 강해졌다. 이제 생존이 아닌 야구를 잘하고 싶은 순수한 욕심이 더 커졌다. 올 시즌 그의 야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강렬하게 타오른다.
 
‘그’는 바로 두산 베어스 주장 오재원이다. 오재원은 올 시즌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8/ 127안타/ 14홈런/ 67타점/ 13도루/ 출루율 0.389/ 장타율 0.503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야구를 더 잘하고 싶단 순수한 마음에 떠난 미국 개인 과외의 성과는 확실히 나왔다.
 
올 시즌 내내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인 팀 성적과 더불어 준수한 개인 성적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오재원의 분위기다. 물론 오재원의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지금보다도 야구를 더 잘하고 싶단 오재원의 고민과 열정을 엠스플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오재원 “고정관념을 탈피하자 새로운 길이 보였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오재원 “내 야구는 이제 생존이 아닌 순수한 욕심”

 
꿀맛 같은 아시아경기대회 휴식기입니다. 얼굴이 한결 편안해 보입니다.
 
시즌 내내 몸 구석구석이 다 안 좋았죠. 팀 사정상 길게 쉴 수가 없었습니다. 이것저것 더 욕심을 내다보니까 무리하면서 피로가 많이 쌓였죠. 그래서 지금 휴식기가 너무 간절했어요.
 
그래도 올 시즌 개인 성적을 본다면 피로가 다소 풀릴 것 같은데요. ‘커리어 하이’ 시즌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해보고 싶었던 야구가 있었어요. 그걸 이제 조금씩은 하는 것 같아요. 더 배우고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지난해 가을 미국에서 LA 다저스 내야수 저스틴 터너의 스승으로 유명한 덕 래타 코치에게 사비로 개인 과외를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올 시즌 스프링 캠프에서도 타격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장면을 많이 봤는데요.
 
솔직히 지난해 크게 무너져 봤잖아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신경 쓰이더라고요. 캠프에서도 ‘미국에 다녀와서 뭐가 얼마나 많이 바뀌었지 한번 보자’는 시선이 느껴졌어요.
 
 
계속 신경 쓰이는 게 있었군요.
 
그래도 그런 시선을 신경 쓰기보단 저 자신을 위해 갔다 온 거니까 안 된다 해도 계속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중간에 몇 번씩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고비가 있었죠. 다행히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게 지금 빛을 보는 것 같습니다.
 
예전 타격 자세와 새로 배워온 타격 자세가 잘 융합됐단 평가가 많습니다.
 
(고갤 갸우뚱거리며) 그런 평가는 틀린 것 같아요.
 
아 그런가요.
 
새로운 길을 찾았기에 지금 타격 자세가 나온다고 보면 돼요. 처음에 배운 타격 자세는 제 선천적인 신체 조건과 맞지 않는 동작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수정을 하니까 변화를 준 것 같이 보이더라고요. 예전 타격 자세와 접목된 건 아닙니다.
 
타격하는 느낌이 예전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할 수 있을까요.
 
한국 야구에선 체구가 작으면 정확성 위주로 스윙하고 체구가 크면 홈런 스윙을 하라는 얘기가 예전부터 있잖아요. 그런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힘이 떨어지고 정확성이 다소 아쉬워도 100% 스윙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된 느낌이에요. 방망이를 돌릴 때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게 가장 큰 성과에요.
 
확실히 장타력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시즌 14홈런으로 생애 첫 ‘20홈런’을 노릴 분위기입니다. 또 장타율(0.503)도 5할이 넘고요.
 
(짧은 한숨 뒤) 제가 가진 능력이 부족해서 14홈런 밖에 못 쳤다고 생각해요. 다른 타자들은 20홈런을 넘어서 30홈런까지 치고 있잖아요. 제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금 수치는 만족스럽지 않아요. 또 지난해 미국에서 짧은 기간이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이유도 있고요.
 
올 시즌이 끝난 뒤 또 미국으로 간단 얘길 들었습니다.
 
몇 개월 전에 예약해서 일정을 미리 다 잡았습니다. 지난해 그렇게 준비했기에 올 시즌 성적이 좋게 나온다고 생각해요. 내년에 더 잘하고 싶어서 미리 준비하려고요.
 
오재원은 ‘한 번 걸리면 넘어가는 타자’가 되고 싶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오재원 “내 야구는 이제 생존이 아닌 순수한 욕심”

 
지난해보다 더 공격적인 스윙을 보여주는 것도 눈에 띄는 숫자입니다. 타석 당 볼넷 비율은 지난해 12.1%에서 7.5%로 줄었습니다. 전체 타석에서 초구에 방망이가 나오는 비율은 지난해 32.3%에서 43.5%로 늘었어요. 
 
지난해까진 초구에 치기 싫거나 노리는 공이 안 오면 가만히 있었어요. 솔직히 김태형 감독님께서 말씀하시는 공격적인 스윙은 능력이 부족해서 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올 시즌엔 어떤 공이라도 방망이에 닿을 것 같으면 공격적으로 나가야 한단 생각이 있어요. 초구라도 과감히 돌리려고 하죠. 그래서 초구 공략 비율이 높은 게 아닐까요.
 
고토 고지 타격코치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고토 코치님께서 제가 미국에서 배워온 부분을 존중해주셔서 고맙단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코치님께서 경기 중간마다 흐름을 잘 읽으셔서 조언을 잘 해주세요. 투수 스타일이 이러니까 스윙 타이밍을 이렇게 잡으라고 원 포인트 레슨을 해주시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고토 코치는 올 시즌 스프링 캠프에서 “캠프 첫날부터 자신의 타격 자세와 훈련 과제를 유일하게 바꾸지 않은 선수는 오재원이 유일하다. 오재원의 강한 의지를 느끼고 있기에 그 변화를 실전에서 적용할 수 있게끔 뒤에서 도와주는 게 내 역할이다”고 말했다)
 
올 시즌 타석에 들어선 뒤 투수 쪽으로 방망이를 돌돌 돌리는 ‘루틴’이 화제인데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어렸을 때 이후로 이렇게 돌리는 건 처음인 거 같아요(웃음). 계속 방망이를 쥐고 있으니까 몸에 힘이 들어가더라고요. 그게 신경 쓰여서 다른 걸 못 했습니다. 몸에 힘을 풀고자 방망이를 돌리기 시작했죠. 효과가 있으니까 저도 모르게 ‘루틴’으로 자리 잡더라고요.
 
타격 얘기가 길었는데 수비 얘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올 시즌 정말 무더운 날씨에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더워도 웬만하게 더워야죠(웃음). 다른 선수들도 한계가 오는 게 보였어요. 저부터도 하루에 몇 번씩 한계가 오더라고요. 그래도 팀을 위해선 수비 시간이 짧아야 하잖아요. 서로 집중해서 빨리 아웃 카운트를 올렸죠.
 
오재원의 ‘수비 센스’는 리그 최고로 평가받습니다. 야구를 할수록 수비가 더 어려운지, 혹은 더 쉽게 느껴지는 궁금합니다.
 
둘 다인 것 같아요. 어떨 땐 쉽게 느껴지는 데 어려운 순간도 찾아오죠. 무엇보다 벤치에서 지시하기 전에 스스로 움직일 줄 알아야 해요. 수비수는 그냥 서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에 한두 발걸음의 위치 변화로 안타를 범타로 잡을 수 있습니다. 어린 야수들한테 항상 생각하면서 움직이라고 조언해요. 저도 타격보단 수비에 더 신경을 쓰죠. 그래서 더 힘들게 야구하는 것 같네요(웃음).
 
얘길 들으면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예전 20대 시절에 한 인터뷰를 보면 생존을 위해 야구를 한다고 말했더군요. 20대 오재원과 30대 오재원의 다른 점이 있을까요.
 
(잠시 생각 뒤) 30대 오재원이 더 순수하게 야구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20대 오재원은 생존을 위해서, 직업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만 야구를 했죠. 이젠 순수하게 야구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졌어요. 야구를 해온 날보다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앞으로 남은 시간이 소중한 것보단 야구를 더 시원하게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어떻게 해야 야구 선수로서 오재원의 만족을 채울까요.
 
꼭 숫자가 아니더라도 상대 팀에서 느끼는 이미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잘 치는 타자 혹은 한 번 걸리면 넘어가는 타자 정도의 이미지가 만들어져야 만족스럽지 않을까요.
 
오재원은 ‘주장 체질’이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오재원 “내 야구는 이제 생존이 아닌 순수한 욕심”

 
2015년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로 주장을 맡았습니다. ‘주장 체질’이라는 평가가 쏟아지는데요.
 
제가 어느 순간부터 팀의 ‘대소사’에 관여하기 시작했어요(웃음). (홍)성흔이 형이 그 자리를 물려주시면서 팀 분위기를 잡아야 했죠. 처음엔 저도 주장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주장 체질인 것보단 어차피 할 거니까 그냥 해야겠단 생각이 마음 편하죠.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시고요.
 
사실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는 자리입니다.
 
그런 상황이 안 나오는 게 가장 좋죠. 저도 악역을 할 땐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다행히 우리 팀은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몇 명이 약간 골치를 썩이긴 하는데(웃음). (박)건우야 잘하자. 이건 꼭 써주세요(웃음).
 
주장으로서 갈등을 조절하는 것도 참 힘든 일입니다. 얼마 전 SK 선수단에 사구와 관련해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고 들었습니다.
 
오해의 빌미를 만든 건 우리 팀이잖아요. 그때 SK에서 ‘리액션’이 없었거든요. 그 정도로 공을 맞았는데도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준 거죠. 야수로서 그 심정을 잘 알거든요. 당연히 미안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 
 
주장을 하면서 야구 선수 오재원이 성숙했다고 보면 될까요.
 
그건 제가 판단하는 게 아니죠. 바깥에서 평가해 주시는 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의외로 예민한 성격이라고 들었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습니다.
 
매일 예민한 저 자신과 싸우는 것 같아요. 항상 불안하고 화가 나죠. 계속 내면에서 싸우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그게 사람 사는 인생이 아닐까요(웃음).
 
그런 스트레스를 풀만 한 취미 생활이 있나요.
 
이젠 몸을 회복하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제가 운영하는 카페에 가서 앉아 있는 것 빼곤 다른 취미 생활은 크게 없어요. 그래야 내일 경기를 더 열심히 뛸 수 있으니까요.
 
카페에 앉아서 팬들과 SNS를 하는 건가요(웃음).
 
크게 문제가 되는 내용이 아니면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게 괜찮은 것 같아요. 야구를 안 할 때 심심하니까 여유 있을 때 SNS를 즐기는 편입니다.
 
SNS에 센스 있는 글을 많이 써서 인기인 것 같습니다. 또 팬 서비스를 잘해주기로 유명하잖아요.
 
사실 팬 서비스는 제 스타일대로 해주는 편이에요. 환경이 열악하니까 해줄 수 있을 땐 하는데 못 해줄 때도 있죠.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 때도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는 건 너무 싫어합니다(웃음). 경기장 출·퇴근 시간에 팬 서비스를 해주는 환경이 더 좋아질 필요가 있어요.
 
오재원 “지키는 자의 압박감, AG 휴식기가 간절했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오재원 “내 야구는 이제 생존이 아닌 순수한 욕심”

 
이제 팀 성적 얘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올 시즌 압도적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2016년 통합 우승 때와 비교를 많이 하는 상황이에요.
 
솔직히 2016년은 정말 안 힘들었어요. 그런데 올 시즌은 정말 힘듭니다. 2년 전엔 시원하게 승승장구했다면 올 시즌은 악전고투에요. 성적은 비슷할지 몰라도 내용은 힘들었습니다. 어려운 경기도 많고, 날씨도 엄청 더웠으니까요.
 
그래도 2위 SK 와이번스와는 10경기 차까지 벌어졌어요. 남은 시즌은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가 아닐까요.
 
(고갤 내저으며) 바깥에서 볼 땐 경기 차가 커 보이죠. 그런데 당사자 생각은 똑같아요. 10경기 차이가 난다고 한 경기를 그냥 버릴 순 없잖아요. 2위 팀도 한 경기 잡았다고 편하게 할 수도 없고요. 최근 몇 년 동안 다 해본 경험이에요. 마음이 편안해지려면 시즌이 끝나야 합니다.
 
올 시즌 두산을 향해 ‘야구를 정말 잘한다’라는 평가가 쏟아지잖아요. 주장으로서 그런 말을 들으면 어떤가요.
 
정말 기분 좋죠. 그런 팀에서 주장을 하고 있잖아요.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되고 그런 소릴 들어야 더 좋을 겁니다. 아직 시즌이 안 끝나서 그런 소릴 들어도 여운이 오래가지 않아요. 아직 중요한 경기는 남았습니다.
 
‘어차피 우승은 두산’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팬들도 그만큼 기대치가 높아져 있어요.
 
최근 몇 년 동안 우승을 향한 팬들의 기대치가 높습니다. 그래서 더 힘든 것 같아요. 1등을 노리고, 1등을 해야 하는 팀으로 매일 이겨내야 하는 압박감도 엄청나요. 올 시즌에도 그게 조금씩 쌓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휴식기가 정말 간절했어요. 선수들이 여유를 가지면서 압박감에서 잠시 해방하는 시간이니까요.
 
이제 푹 쉰 뒤 다시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해 달려갈 일만 남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두산 팬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합니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휴식기 때 몸을 다시 잘 만들어서 ‘베스트 컨디션’으로 남은 경기를 뛰겠습니다. 마지막까지 건강하게 시즌을 완주하는 ‘오재원’을 보여드릴게요. ‘베어스’다운 즐거운 야구를 두산 팬들에게 약속합니다. 감사합니다(웃음).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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