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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신인왕 경쟁? "강백호에겐 강백호의 길이 있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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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1 (화) 10:22

수정 1

수정일 2018.08.22 (수) 15:36

                           
| 2018 KBO리그 신인왕 경쟁은 3파전 양상이다. 시즌 초반 괴물신인 강백호의 독주 체제에 삼성 양창섭과 넥센 김혜성이 맹렬한 추격을 펼치면서 신인왕 경쟁이 더 재미있어졌다. 그래서 강백호에게 물었다. 신인왕 경쟁, 어떻게 생각하세요?


 


[배지헌의 브러시백] 신인왕 경쟁? 강백호에겐 강백호의 길이 있다


 


[엠스플뉴스]


 


KT 위즈 신인 타자 강백호. 사람들은 그를 ‘괴물 신인’이라 부른다.


 


어딜 봐도 19살 신인처럼 보이지 않는 강백호다. 탄탄한 체구에 벼락같은 스윙으로 벌써 20개 홈런을 때려냈다. 1994년 LG 김재현(21개), 2001년 한화 김태균(20개)에 이은 역대 세 번째 고졸 신인 데뷔시즌 20홈런 기록이다. 언제 어떤 상황에도 표정엔 미동조차 없다. 특유의 ‘쿨한’ 표정으로 묵묵히 방망이를 휘두르고, 베이스를 돈다. 


 


하지만 강백호가 말하는 속마음은 겉보기와 전혀 다르다. 그도 똑같은 19살 신인이다. 다른 신인들처럼 클러치 상황에 타석에 나가면 떨리고, 잘해야 한다는 욕심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20홈런 달성을 앞두고는 평소보다 훨씬 더 큰 부담감도 느꼈다.


 


강백호가 평범한 신인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모든 부담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더 좋은 선수로 발전하는 원동력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수없이 흔들리고 위기를 겪으면서도 강백호는 그 자리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계속해서 앞을 향해 전진했다. 그게 강백호가 ‘괴물 신인’으로 불리는 진짜 이유다.


 


역대 고졸 신인 데뷔시즌 3번째 20홈런을 달성한 ‘괴물’ 강백호를 엠스플뉴스가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아시안게임 브레이크를 앞두고 KT위즈파크에서 진행했다. 


 


강백호의 20홈런 소감 “이제야 부담 덜었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신인왕 경쟁? 강백호에겐 강백호의 길이 있다


 


좀 지나긴 했지만, 역대 세 번째 고졸 신인 데뷔시즌 20홈런 기록달성 축하합니다. 20홈런을 때린 손 한 번만 잡아봐도 될까요. (웃음)


 


예, 그럼요. (악수)


 


데뷔 첫해부터 20홈런을 때린 소감이 궁금합니다.


 


이제 좀 부담을 덜 수 있게 됐습니다. 18홈런 때린 뒤에 부담감이 컸었는데, 다행히 아홉수가 길게 이어지지 않았어요.


 


18홈런 때부터 20홈런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모양입니다.


 


예. 처음에 홈런 개수가 많지 않을 때는 부담 없이 치다보니 홈런이 나오곤 했는데, 나중에 개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부담이 커지더라구요. 결국 홈런은 제가 노린다고 나오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그보단 좋은 공을 치고, 안타를 때리다 보면 좋은 타구도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괴물 강백호가 부담감을 느꼈다는 게 잘 와닿지 않는군요.


 


멘탈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야구의 반 이상이 멘탈인 것 같습니다. 타석에 들어갈 때 제 자신감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그날 결과가 나오더라구요. 들어가기 전부터 ‘못 치겠다’ 생각하면 정말 못 치고, 쳐야겠다고 생각할 때는 좋은 결과가 나오고요. 


 


그런데 또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죠.


 


맞아요. 그걸 다 알고 있는데도, 결과가 안 좋다 보면 안 좋은쪽으로밖에 생각이 향하질 않아요.


 


항상 똑같은 표정이라 속에서 그런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내색을 잘 안 하려고 하니까요. 실제론 엄청 부담 느끼죠. 솔직히 느끼지 않을 수가 없어요. 티를 안 내려고 하는 것뿐이에요.


 


고3 때 113타석에서 때린 홈런이 3개였는데, 올 시즌엔 437타석에서 벌써 20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잖아요. 사실 프로 투수들이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만큼 홈런을 치기도 쉽지 않아야 하는데, 오히려 프로에 와서 많은 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비결이 뭘까요.


 


프로에 와서 야구가 많이 늘었어요. 스프링캠프에서도 많이 늘었고, 시즌을 치르면서 보다 정교해지고 파워도 좋아졌습니다. 겨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면서 힘도 좋아졌구요. 덕분에 배트 중심이 아니라 비슷하게 맞아도 포인트가 좋으면 멀리 가더라구요. 19홈런, 20홈런도 스윗스팟에 맞은 게 아닌데 생각보다 멀리 날아가서 넘어갔구요. 


 


19호 홈런과 20호 홈런 둘 다 초구를 공략해서 때린 홈런이었습니다. 올해 초구 홈런이 7개로 리그에서 세 번째로 초구 홈런이 많은 타자입니다. 원래 초구를 노리는 편인가요.


 


그렇진 않아요. 특별히 초구를 치려고 의식하진 않아요. 보이니까 치는 거죠. 사실 전 타석에서 공을 노려서 치는 스타일도 아니에요. 보고 치는 스타일이에요. 투수가 어떤 구종을 던지는지는 알고 있는데, 노리고 들어가진 않아요. 무조건 포인트는 앞에 두고, 빠른 볼 타이밍에 맞춰 놓고 치거든요.


 


아무튼 고졸 신인 데뷔시즌 20홈런으로 김재현(스포티비 해설위원), 김태균(한화 이글스) 등 레전드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습니다. 대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소감이 듣고 싶습니다.


 


나란히 하게 됐다기보다는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대단한 선배님들이시잖아요. 솔직히, 아직까진 잘 모르겠어요. 지금의 제 홈런 개수가 크게 실감 나지는 않아요. 


 


“표현을 안 할 뿐이지, 떨리는 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배지헌의 브러시백] 신인왕 경쟁? 강백호에겐 강백호의 길이 있다


 


시즌 초반엔 여러 타순을 오가다 6월부터 거의 고정 1번타자로 출전하고 있습니다. 1번타자로 출전했을 때 성적도 굉장히 좋은 편인데요. 물론 대부분의 선수가 타순은 가리지 않는다고 얘기합니다만, 강백호 선수와 1번은 궁합이 참 잘 맞는 타순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해요?


 


요새는 1번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선두타자로 나가는 것도 재밌고, 타석에 많이 나가는 것도 재미있구요. 또 공을 잘 골라내서 볼넷을 얻어 나가는 것도 재밌는 것 같아요.


 


수비에서도 좌익수가 점점 주포지션으로 굳어가는 느낌입니다. 전반기에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하다가 후반기 들어 수비수로 나서는 경기가 많아졌어요.


 


수비 출전이 늘고 있다는 점에 만족합니다. 후반기엔 지명타자로 8경기 정도밖에 안 나갔고, 나머지는 전부 좌익수로 출전했어요. 내년엔 올해보다 수비 출전을 더 늘리고 싶어요.


 


익숙하지 않은 수비 포지션이라 부담을 느끼진 않나요.


 


첫 해잖아요. 타격이야 아마추어 때도 매일 해오면서 쌓아온 게 있지만, 수비는 올해 처음 시작한 거라 아직 미숙한 면이 많아요. 연습도 적었고, 경기 출전도 시즌 들어와서 시작한 거니까 아무래도 서툰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몇 번 실수한 경험이 도움이 되더라구요. 다음엔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하게 되구요.


 


결국은 수비도 경험이군요. 


 


예. 타격만큼 수비도 계속 열심히 하고 경험하다 보면 어느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솔직히 처음보다는 많이 편해졌어요. 수비도 많이 늘었고, 부담감도 줄었습니다. 그만큼 연습도 많이 했구요. 수비 때문에 위축되거나 하진 않습니다.


 


왼손투수 상대하는 건 좀 어때요. 시즌 초반보다는 좀 편해졌나요.


 


솔직히 왼손 오른손을 가리진 않는 편이에요. 성적상 좌완 상대 성적이 우완 상대보다 좋지 않다 보니까 약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렇게 가리진 않아요.


 


천하의 이정후도 지난해엔 왼손투수 상대로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좌완 상대 성적이 우완 상대보다 오히려 좋아졌죠.


 


그쵸. 사실 고교야구에서 잘 던지는 왼손투수가 많지 않아요. 오른손 투수는 제법 있지만, 왼손에 빠른 공 던지는 투수는 찾아보기 드물거든요. 결국 제가 생각하기 나름일 것 같아요. 우투수가 던지는 150km/h 공도 치는데, 왼손투수가 던지는 공이라고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야죠.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습니다. 


 


반면 잠수함 투수 상대로는 여포가 따로 없습니다. 잠수함 상대 성적이 타율 0.375에 장타율 0.714나 되네요. 


 


언더핸드 공은 어릴 때부터 잘 쳤어요. 아무리 잘 던지는 잠수함 투수 공도 잘 쳤기 때문에, 자신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신인 선수는 점수 차가 크고 부담이 적은 상황에선 좋은 활약을 하다가도, 경기 후반이나 중요한 상황이 되면 위축돼서 제 플레이를 못 할 때가 많습니다. 반면 강백호 선수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득점권 상황에서 성적이 타율 0.325에 장타율 0.623으로 오히려 시즌 성적보다 훨씬 좋습니다. 


 


사실 찬스에서 잘 칠 때도 있었지만, 못 칠 때도 많았어요. 그런 상황에서 좀 더 잘 치고 싶은 마음이긴 한데, 솔직히 부담을 많이 느껴요. 그냥 타석에 나가는 것과 달리 동점 찬스, 역전 찬스일 때는 부담되긴 하죠. 그 팀에서 제일 잘 던지는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오잖아요. 


 


괴물 신인 강백호도 클러치 상황에서는 긴장되고 떨리는군요. 표정은 전혀 안 그런 것 같은데. (웃음)


 


그렇죠. 제가 표현을 잘 안 할 뿐이죠. 그래도 찬스 상황은 여러 번 경험하다 보니까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어요. 찬스도 몇 번 날려 먹고 해보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구요. 그래도 떨리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웃음)


 


강백호도 다른 신인들과 똑같은 신인이란 사실을 여기서 확인하게 됩니다. (웃음) 그래도 사람들의 기대치가 워낙 높아서 그런지, 몇 경기만 못 해도 곧장 ‘신인의 한계’ ‘강백호 부진’ 같은 기사가 나오곤 하잖아요.


 


꼭 한화전만 치르고 나면 그런 얘길 듣는 것 같아요. 제가 한화전에 약하거든요.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올 시즌 한화전 타율 0.136에 대전구장 타율이 0.080으로 한화만 만나면 전혀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안 좋을 때마다 꼭 한화를 만나는 것 같더라구요. 이상하게 한화전 때는 저한테 공이 잘 들어오기도 하구요. 치지 못할 몸쪽 꽉 찬 공이 들어오고, 바깥쪽 공도 완전 꽉 차게 들어오고. 실투도 잘 안 들어와요. 이상하게 저한테만 그렇더라구요. 당연히 결과가 안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샘플사이즈가 얼마 안 되니까, 한두 경기 잘하면 기록이 확 달라지는 게 상대 전적입니다.


 


아뇨. 한화전은 완전 아웃이에요, 아웃.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징크스가 생긴 것 같아요. 내년에 다시 처음부터 하나하나 풀어야겠죠.


 


'신인왕 경쟁' 의식? 강백호에겐 강백호의 길이 있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신인왕 경쟁? 강백호에겐 강백호의 길이 있다


 


괴물 신인 강백호에게도 징크스가 있다. 오늘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는군요. 그럼 이건 어떨까요. 옛날 프로야구에선 신인선수가 너무 잘하면 상대편에서 ‘야지’를 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 걸 당한 경험은 없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사실 제가 경기에 들어가면 굉장히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잘 못 느꼈어요.


 


나성범 같은 경우 2012년 첫해 퓨처스리그에서 94경기 동안 몸에 맞는 볼을 33개나 얻어맞기도 했습니다. 당시 상대 투수 중에 일부러 맞힌 투수도 꽤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저한테는 잘 안 맞추시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올해 몸 맞는 볼이 2개밖에 안 되네요. 신인처럼 안 보여서 그런가.


 


제가 기가 센가요? (웃음)


 


이런 질문 많이 받았겠지만, 안 할 수도 없는 질문이니까 그냥 하겠습니다. 양창섭, 김혜성 등과 3파전을 펼치고 있는 신인왕 경쟁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특히 고교 때부터 라이벌이었던 양창섭과는 서로 경쟁의식이 강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창섭이가 승부욕이 굉장히 강해요. 그 친구는 절 거의 잡아먹으려고 하죠. 물론 저도 승부욕이 강한 편이지만, 창섭이가 훨씬 더 강해요. 


 


겉보기엔 안 그래 보이는데요.


 


창섭이가 고교 때부터 되게 셌어요. 독해요. 자존심도 강하구요. 저 같은 경우엔 남 신경 쓰기보단 나 할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야구하는 편이구요. 남이 잘하면 잘한다고 하고 인정할 건 하는 편이에요. 이런 거엔 쿨한 면이 있어요.


 


[배지헌의 브러시백] 신인왕 경쟁? 강백호에겐 강백호의 길이 있다


 


인터뷰 중에 이날 원정팀인 NC 다이노스 신인 포수 김형준이 찾아와 강백호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고 보니 김형준 선수와도 동기죠.


 


원래 친해요. 청소년 대표팀도 함께 다녀왔어요. 이상하게 제가 남자들한테만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남자들이 절 좋아해요.


 


KT 유니폼 판매 팀 내 1위 아닙니까.


 


다 남성 팬들일 거에요. (웃음)


 


다시 신인왕 경쟁 얘기로 돌아가서, 김혜성 선수의 최근 활약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은근히 신경이 쓰이지 않을까 싶은데.


 


혜성이 형이 잘하니까 충분히 인정받을 만 하다고 생각해요. 도루도 1등, 수비도 잘하고 팀도 11연승에 분위기도 좋고. 주목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뭐, 그렇다고 제가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혜성이 형을 신경 쓴다고 해서 더 잘하게 되는 것도 아니구요. 그렇다고 제가 도루를 20개씩 할 것도 아니고요. 혜성이 형은 그 형만의 매력이 있는 거고, 저는 제 스타일이 있다고 생각하구요.


 


투표인단이 알아서 판단하실 거다?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기자님들이 알아서 하시겠죠. (웃음) 전 신인왕보단 우리 팀이 경기에서 많이 이길 수 있도록 제 할 일을 하는 데 집중하려 합니다. 


 


스프링캠프 때 인터뷰에서 ‘강백호만의 스타일을 찾고 싶다’는 얘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강백호 스타일, 지금은 찾았습니까.


 


네. 저만의 캐릭터가 있다고 생각해요. 홈런을 칠 수 있고, 안타도 많이 때려내는. 또 올 시즌 득점도 생각보다 많이 나오고 있거든요. 홈런, 득점, 타점, 안타 골고루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힘도 많이 기르고 싶구요.


 


남은 시즌, 어떤 야구를 보여줄 생각입니까.


 


좀 더 즐긴다는 마음으로 하고 싶습니다. 부담보다는 재미있게 하는 게 좋잖아요. 솔직히 올 시즌엔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습니다. 시즌 초에도 힘들었구요, 시즌 중에도 몇 차례 힘든 순간이 있었어요. 부상 안 당하고, 즐기면서 하다 보면 기록은 따라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지금보다 더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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