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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연구대상' 넥센, 온갖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비결은?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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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8 (토) 11:22

                           
| 구단주가 구속됐다. 메인 스폰서비를 제때 받지 못했다. 주력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이탈했다. 주전 선수가 불미스러운 일로 사라졌다. 그런데도 넥센 히어로즈는 11연승을 달리며 리그 4위로 치고 올라왔다. 이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배지헌의 브러시백] '연구대상' 넥센, 온갖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비결은?

 
[엠스플뉴스]
 
한 하위권 구단 관계자가 물었다. 넥센은 어떻게 그렇게 야구를 잘할 수가 있을까요? 아무리 봐도 정말 신기합니다.
 
“올해만 해도 박병호, 서건창이 부상으로 빠지고 구단 안팎으로 온갖 악재가 터졌잖아요. 게다가 마무리투수와 주전포수까지 사라졌는데도, 최근엔 11연승을 달리면서 4위까지 올라왔습니다. 이정후, 김혜성 같은 젊은 선수들은 그저 놀라울 뿐이고요. 연구 대상이에요. 비결이 뭔지가 정말 궁금합니다.”
 
충분히 놀랄 만하다. 8월 한 달간 넥센은 11연승 포함 11승 1패로 월간 1위를 기록했다. 후반기 성적도 15승 10패로 이 기간 전체 1위다. 6월 초 한때 7위까지 추락했던 순위가 어느새 61승 56패로 3위 한화에 3게임 차 4위까지 뛰어올랐다. 이정후를 비롯해 김혜성, 송성문, 김규민 등 20대 젊은 선수들이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15안타, 20안타, 두 자릿수 득점 경기를 쏟아낸다. 
 
“비결? 드래프트에서 잘 뽑고, 2군에서 잘 키운 덕”
 
[배지헌의 브러시백] '연구대상' 넥센, 온갖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비결은?

 
궁금증 해소를 위해 넥센에 비결을 물었다. 넥센 관계자는 다른 비결은 없습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잘 뽑고, 2군에서 선수를 잘 키운 덕분입니다라고 했다. 저예산 구단인 넥센은 외부에서 거액을 주고 FA(자유계약선수)를 데려올 만한 여유가 없다. 선수를 사 오기보단 키워서 써야 한다. 
 
그래서 넥센은 나이 어리고 몸값 저렴한 선수를 대거 확보할 수 있는 신인 드래프트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장석 전 대표부터 남다른 관심을 두고 드래프트 작업을 주도했다. 스카우트 팀장 출신인 고형욱 단장은 지금도 목동구장에서 땡볕을 맞으며 거의 모든 아마야구 경기를 직관한다.
 
넥센은 툴이 좋고 성장잠재력 높은 선수를 잘 찾아낸다. 2012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뽑은 한현희부터 지난해 신인왕 이정후까지 해마다 신인 지명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꼭 뽑고 싶었는데 신인 지명에서 놓친 선수는 트레이드를 통해서라도 넥센 유니폼을 입힌다. 좌완투수 이승호가 대표적이다. 
 
올해 1차지명으로 경기고 박주성을 뽑았을 때 다른 구단에선 의아해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넥센은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박주성은 지명 이후 열린 청룡기, 대통령배 대회에서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갈수록 기량이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구단 스카우트는 “최근 박주성이 던지는 걸 보니 넥센이 왜 뽑았는지 알겠더라”고 수긍했다.  
 
일단 뽑은 선수는 즉시전력감과 장기육성 대상으로 분류한 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프로에서 일 년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넥센 관계자는 “프로에서 잘하는 선수들을 보면 대개 아마추어 시절 타격폼, 투구폼 그대로다. 그때보다 몸이 좋아지고 멘탈이 강해지면서 잘하는 것이지, 기술적인 변화로 좋은 선수가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창단 초기만 해도 전라남도 강진에 2군 구장을 둔 탓에 선수 육성과 1, 2군 교류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화성시와 계약을 맺고 셰인 스펜서 감독을 영입하면서 보다 효율적인 선수 육성이 가능해졌다. 실제 넥센에 젊은 유망주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화성 히어로즈가 출범한 2014년부터다.
 
넥센이 주력 선수 이탈로 어려움을 겪은 건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넥센은 강정호가 빠진 2015년 김하성이란 새 슈퍼스타를 발굴했다. 박병호, 유한준, 손승락, 한현희, 조상우를 국외 진출과 FA, 부상으로 잃은 2016년에도 보란 듯이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넥센 젊은 선수들에게 주력 선수의 이탈은 곧 기회를 의미한다. 올해도 서건창이 빠진 동안 김혜성과 송성문이 솟아났고, 박병호가 빠진 자리엔 김규민이 등장했다. 박동원이 이탈한 뒤엔 백업 포수였던 김재현과 주효상이 주전급으로 성장했다. 
 
넥센 선수들 “선수는 그저 야구를 할 뿐, 외부 사정에 흔들려선 안 돼”
 
[배지헌의 브러시백] '연구대상' 넥센, 온갖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비결은?

 
구단을 둘러싼 온갖 악재는 넥센 선수단을 흔들지 못한다. 외부의 바람이 거세면 거셀수록, 넥센 선수들은 오히려 더 야구에 집중한다. 베테랑 이택근은 야구장 밖의 일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경기 외적인 일은 선수와 별개라고 단언했다. 
 
이택근은 “외적인 일은 선수가 신경 쓸 게 아니라 프런트의 몫”이라며 “선수는 그저 야구를 할 뿐이다. 우리는 프로다. 구단 모기업 환경이나 사정에 따라 경기력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했다.
 
김하성 역시 “우리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저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웃음을 선물하는 게 최고의 보상”이라며 “선수단 모두가 그런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프로야구 선수다. 넥센 선수단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 자신한 바 있다. 
 
넥센 관계자는 “과거 구단 살림이 어려울 때도 선수단 연봉이나 각종 처우는 항상 잘해줬다. 어쩌면 선수들이 구단 외부 상황에 신경 쓰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특히 나이 어린 선수들의 경우엔 구단 외부 상황이 크게 실감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정말로 위기감을 느끼는 건 현대 해체 사태를 직접 경험했던 구단 직원들과 코칭스태프, 일부 베테랑 선수다. 넥센 관계자는 “구단의 미래가 불투명하다 보니 이런저런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과거 현대가 없어지고 넥센이 생길 때도 모든 직원의 고용 승계가 이뤄지진 않았다. 그런 만큼, 반드시 이 구단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고 했다.
 
넥센 한 코치는 과거 현대 사태와 히어로즈 창단 초기를 경험한 멤버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 시절에 정말로 힘들었다. 그 경험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단 의지가 강하다. 그래서인지 올해 반드시 하나로 뭉쳐서 좋은 성적을 내야만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했다. 위기 상황에서 넥센 구단과 선수단이 내부적으로 똘똘 뭉칠 수 있는 비결이다. 
 
팀 성적은 4위로 포스트시즌 안정권에 진입했지만, 넥센이란 구단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당장 내년에 넥센이란 이름을 계속 쓸 수 있을지, 새로운 메인 스폰서를 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장석 전 대표는 야구단을 계속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반대로 외부에선 넥센을 접수하려는 세력들이 물밑에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야구만 잘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야구가 지금 넥센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하다. 찬사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는 가운데, 넥센은 끝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을 한 걸음 한 걸음 헤쳐가고 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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