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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총체적 난국에 빠진 다저스 불펜진, 원인은?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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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7 (금) 21:22

                           
[이현우의 MLB+] 총체적 난국에 빠진 다저스 불펜진, 원인은?

 
[엠스플뉴스]
 
8월 11일: 6회까지 4-3으로 앞서있다가 7회말 2점을 내주고 4-5로 역전패
8월 12일: 8회까지 2-0으로 앞서있다가 9회말 3점을 내주고 2-3로 역전패
8월 13일: 6회까지 0-3으로 뒤져있다가 8회초 3-3 동점을 만들었지만, 9회말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끝내기패
8월 14일: 8회까지 2-1로 앞서있었으나 9회초 대거 4점을 내주며 2-5로 역전패
8월 15일: 7회까지 0-1로 뒤져있다가 8회말 1-1 동점을 만들었지만, 9회초 1점을 허용하며 1-2로 역전패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마무리 켄리 잰슨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는 증상으로 인해 이탈한 후 지난 일주일 동안 다저스가 겪은 일이다. 다저스는 5경기 연속 역전패를 당했고, 그중 4경기에서는 9회에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면서 11일까지 NL 서부지구 공동 1위였던 다저스의 순위는 순식간에 1.5경기 차 3위까지 추락했다.
 
지긋지긋한 연패를 끊은 16일 경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05일 만에 복귀한 류현진이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데 힘입어 7회까지 3-0으로 앞서있던 다저스는, 8회 대거 3점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 12회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브라이언 도저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4-3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애초에 3점 차 리드를 지켰다면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최근 다저스의 불펜진은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있다.
 
마무리 켄리 잰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불펜 구조
 
 
 
지난달까지만 해도 다저스의 불펜진은 이렇지 않았다. 다저스의 7월 불펜 평균자책점은 2.61. 이는 7월 불펜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한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이어 30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낮은 기록이었다. 이런 불펜진의 활약은 5월 한때 지구 꼴찌까지 추락했던 다저스가 2달 만에 지구 1위를 되찾을 수 있었던 원동력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다면 다저스의 불펜진이 순식간에 망가져 버린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은 역시 32세이브 54.1이닝 평균자책점 2.15으로 팀의 9회를 확실히 책임져줬던 마무리 잰슨의 갑작스러운 이탈이다. 하지만 단순히 메이저리그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뛰어난 마무리인 잰슨 한 명이 이탈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다저스의 불펜 붕괴는 일반적인 강팀과는 다른 독특한 불펜 구조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2014-2015시즌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불펜 3대장'을 앞세워 2년 연속 월드시리즈(WS)에 진출한 이후 WS 우승을 노리는 강팀들의 대부분은 필승조를 A~S급 불펜 투수 1~3명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다저스의 필승조는 특급 마무리인 잰슨을 많은 수의 B~B+급 선수들이 뒷받침해주는 구조로 짜여져 있다. 이러한 구조는 장기전으로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이현우의 MLB+] 총체적 난국에 빠진 다저스 불펜진, 원인은?

 
실제로 다저스는 잰슨 부상 이전에도 조시 필즈, 토니 싱그라니, 다니엘 헛슨, 존 액스포드 등 주축 베테랑 불펜 투수들이 모조리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었다. 하지만 잰슨이 이탈하기 전까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들의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딜런 플로로, 케일럽 퍼거슨, JT 차고이스, 에릭 고델을 비롯한 '다저스표 깜짝 스타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9회 중요한 상황을 맡기엔 경험이 부족하다. 한마디로 말해 다른 강팀과는 달리, 다저스에는 잰슨이 이탈했을 경우 마무리를 맡아줄 수 있는 투수가 없다. 잰슨이 이탈했을 경우 전력 약화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최근 다저스를 불펜진 붕괴와 그로 인한 연패에 빠트린 원흉은 이런 불펜 구조를 만든 '다저스 수뇌진의 안일함'이다.
 
잰슨이 복귀하기 전까지 큰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불펜진
 
[이현우의 MLB+] 총체적 난국에 빠진 다저스 불펜진, 원인은?

 
다저스는 논-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유격수 매니 마차도와 2루수 브라이언 도저를 영입하며, 트레이드 마감시한 중 가장 큰 전력 보강을 이룩한 팀으로 꼽혔다. 그러나 타선 못지않게 중요했던 불펜진 보강은 토론토 소속으로 4승 1패 51.0이닝 평균자책점 4.41을 기록 중이던 액스포드를 영입하는 것에 그쳤다.
 
트레이드 마감시한 당시 다저스 수뇌부가 구상했던 바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당시 다저스의 선발 투수진은 이미 5인 로테이션 정원이 초과된 상태였다. 여기에 8월 복귀할 류현진을 더하면 다저스는 수준급 선발 투수를 7명이나 보유하게 된다. 다저스는 이들 선발 투수 가운데 1, 2명을 불펜 투수로 보내면 부족한 불펜 뎁스를 메우고도 남는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베테랑 불펜 자원들의 부상 공백을 잠시 메워줄 수 있고, 영입을 위한 내줄 대가가 크지 않은 액스포드를 영입하는 선에서 불펜 보강을 마무리한 것이다. 실제로 다저스 수뇌진은 잰슨의 이탈로 불펜진이 붕괴하자, 곧바로 팀 내 선발 투수 가운데 불펜 등판 경험이 풍부한 마에다 켄타와 로스 스트리플링의 보직을 변경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순탄치 못했다. 스트리플링은 발 부상이 나을 무렵 허리 근육에 통증을 느끼는 바람에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11일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1이닝을 소화했던 마에다를 15일 경기에서 사전 언질 없이 등판시켰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훌륭한 셋업맨이 될 순 있어도 마무리로선 입증되지 않은 선수들이다.
 
따라서 잰슨이 복귀하기 전까지 다저스의 불펜진은 지금 상황에서 크게 개선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물론 잰슨의 심장박동 이상을 예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지난해 휴스턴 애스트로스 이 올해 다저스와 비슷한 전략을 통해 끝내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예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불펜 구성을 생각했을 때, 다저스는 혹시나 모를 잰슨의 이탈을 대비해둘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트레이드 마감시한 당시 다저스에겐 충분히 그럴만한 여력이 있었다.
 
하지만 다저스는 우승을 위해 전력 투구하기보다는 유망주를 아끼는 길을 택했고, 지금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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