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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배구 명예회복 베테랑 3인이 앞장선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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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7 (금) 09:00

                           

한국배구 명예회복 베테랑 3인이 앞장선다



‘명예회복’. 지금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에 이보다 더 절실한 명제는 없다.



이를 위해 베테랑 3인방이 의기를 합쳤다. 한선수(33), 문성민(32), 서재덕(29)이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분전한 문성민, 서재덕. 여기에 VNL에 출전치 않았던 한선수가 ‘구원투수’로 합류했다. 그들이 겪은 VNL과 다가올 아시안게임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배구 명예회복 베테랑 3인이 앞장선다

 

잠깐의 휴식 그리고 복귀

Q1 비시즌인데 쉴 틈이 별로 없었습니다. VNL로 두 달 가까이 보내고 약 2주 정도 휴식기가 있었는데, 어떻게 보내고 왔나요. 

서재덕(이하 서): 우선 한국에 돌아오고 첫 주는 집에서 쉬었어요. 그리고 대표팀에 다시 합류하기 전 주에는 소속팀에서 다른 선수들과 함께 훈련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하면서 몸만들기에 집중했습니다.

문성민(이하 문): 저도 (서)재덕이랑 비슷하게 보냈어요. 한국 돌아온 첫 일 주일은 집에서 쉬고, 다음 주는 웨이트 트레이닝 위주로 훈련했죠.

Q2 한선수 선수는 VNL에 출전하지 않고 우승 이후 일반적인 비시즌을 보냈는데요.

한선수(이하 한): 저도 조금 쉬다가 팀에 합류해서 다시 운동하고 육아하면서 시간을 보냈죠. 돌아보니까 거의 육아했네요.

Q3 이번 대표팀에 최민호 선수가 상근으로 복무 중 대표팀에 합류했습니다. 같은 일을 먼저 겪은 상근 선배로서 조언한 게 있었나요?

한: 축하한다고 했죠. 아마 다른 선수들보다 더 힘들 거에요. 배구를 거의 못 했을 테니까요. 우선 몸만들기에 집중하교 경기에 필요한 체력을 만드는 게 급선무죠.

 

Q4 VNL이 워낙 일정이 고되고 이동 거리도 길었습니다. 게다가 재소집까지 휴식기도 짧으니 피곤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서: VNL 치르는 동안은 확실히 많이 힘들긴 했죠. 세계 곳곳을 왔다 갔다 하고 경기도 3일 연속으로 치렀으니까요. 그래도 한국 돌아와서 2주 정도 집에서 쉬고 팀에 있었더니 나아진 것 같아요.

Q5 아시안게임을 위해 다시 대표팀이 소집됐는데, 선수단 면면은 VNL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합을 맞춰본 선수들이라 팀 분위기도 비슷할 것 같은데 실제로 그런가요?

서: 선수단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비슷한 느낌? 다만 달라진 점이라고 하면 (한)선수 형이 주장이 됐다는 점?

한: 성민이가 제가 합류하자마자 미루더라고요.

문: (선수 형이)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어요. 무조건 자기가 하겠다는 눈빛도 봤거든요(웃음). 그래서 선수 형이 주장이 됐죠.

 

 

아쉬움만 가득했던 VNL을 돌아보다

Q6



앞서 대표팀 분위기가 좋다고 했지만, 사실 대표팀을 향하는 여론이나 팬들의 반응은 좋지 않습니다. 보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이야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 선수들이 다시 모였을 때 이런 외부 분위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나요?

서: 아뇨, 저는 들어올 때 다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들어왔습니다(웃음). 

문: 기사를 일일이 다 챙겨보는 스타일은 아니긴 해요. 하지만 VNL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한국배구 명예회복 베테랑 3인이 앞장선다

Q7 VNL 출전을 위해 남자대표팀은 5월 초부터 합숙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짧은 기간 호흡을 맞추고 대회에 임했는데, 이런 점 역시 아쉬움이 남을 것 같습니다(김호철



감독에 따르면, 해외 대다수 팀은 약 두 달가량 호흡을 맞추고 VNL에 나섰다고 한다. 자국 리그와 선수 사정이 있겠지만, 다른



팀에 있던 선수들이 모이는 국가대표팀끼리 경기에서 훈련 기간에 따른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문: VNL에서 세계적인 강팀들과 만났을 때, 경기 내용은 좋았는데 지는 경기도 있었어요. 타고난 신체조건에서 오는 차이와 체력 문제도 있었고요. 짧은 연습 기간에 그런 것들이 더해지면서 분위기도 처진 것 같아요.

Q8 하지만 대회를 치를수록 경기력이 나아진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선수들이 느끼기에도 호흡이 점점 맞아가는 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문:



일정상으로 초반에 상대적으로 세계랭킹이 더 높은 팀들과 만났어요. 대표팀이 모여서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우리끼리도 안



맞는 부분이 있으니 경기를 풀어가기가 어려웠죠. 그래도 경기를 계속 치르면서 선수끼리 호흡도 더 맞고 일정도 초반보다 쉬워졌죠.



초반에 붙은 폴란드, 러시아, 미국, 브라질 같은 강팀보다는 그래도 전력이 상대적으로 덜한 팀과 만났으니까요. 이런 점 때문에



뒤로 갈수록 경기력이 더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VNL 일정이 앞뒤로 바뀌었다고 해도 이길 수 있었을지에 대해서는 해봐야



아는 거지만.

서: 손발을



맞출 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VNL 초반에 경기 감각을 되찾는



데 시간을 많이 허비한 것 같아요. V-리그를 마치고 잠깐 쉬었다가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훈련 시간이 짧았잖아요. 그래서 더



힘들었어요. 그래도 경기 감각을 찾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조금 나은 경기력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Q9 VNL에서 그동안 한국이 만나기 힘들었던 세계적인 강팀들과 맞붙었습니다. 경기하면서 느낀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나요.

서:



눈에 보이는 높이가 제일 먼저 들어오죠. 우리가 블로킹하거나 공격을 할 때면 그 차이가 느껴지죠. 높이가 다르니까 똑같이 배구를



하는데 우리는 더 힘들게 배구를 하는 것 같은 느낌? 높이 차이를 극복하려고 더 많이 움직이니까 체력적으로 더 힘들었죠.

Q10 러시아 드미트리 무셜스키(218cm)처럼 초 장신 선수가 앞을 가로막고 있으면 위압감도 느껴질 것 같아요

서: 자괴감 들죠(웃음). 우리는 전력을 다해서 점프를 뛰어야 하는데 그런 선수들은 조금만 뛰어도 우리보다 훨씬 높게 올라오니까요.

Q11 그럼 VNL에서 가장 힘들었던 경기는 언제였나요.

서: 다 힘들었어요(웃음).

Q12 김호철 감독이 4주차 서울 시리즈를 앞두고 귀국했을 당시 한국 배구를 두고 ‘우물 안 개구리’라고 평가했습니다. 그 발언을 듣고 선수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합니다.

문: 선수들도 감독님과 같은 생각이었죠. 우리가 정말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세계 무대는 크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엄청났죠. 그래도 세계 무대를 경험하고 왔다는 점에서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습니다.

Q13 대표팀이 아닌 외부인의 시선에서 봤을 때, 해외 팀과 경기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한:



우선 외국에서 경기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니까요. 그것만으로도 힘든데 일정도 워낙 빠듯하니까 부담이 커지죠. 그리고 앞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선수들이 모여서 합을 맞추는 기간이 짧았잖아요. 그냥 힘들게 대회 임했던 것 같아요. 밖에서 봐도 선수들이 힘든 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아시안게임, 명예회복 이상의 자리

Q14 이제 아시안게임이 약 한 달 정도 남았습니다. 선수단 분위기는 요새 어떤가요.

서: 그래도 선수단 분위기 자체는 좋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괜찮을 것 같고요. 지금 국가대표로 모인 선수들끼리 뭉치는 건 확실히 좋은 것 같아요.

Q15 한선수, 문성민 두 선수는 이번이 아시안게임 세 번째 출전입니다. 과거에는 젊은 선수로 나갔지만 이제는 대표팀에서 고참이 되었네요.

한: 처음 나간 아시안게임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이었어요. 그때는 저보다 형들이 많았죠. 두 번째로 나간 인천 아시안게임은 군인신분으로 대표팀에 뽑혔는데, 그때가 부담은 더 컸던 것 같아요.

Q16 국내에서 열린 대회였기 때문이었을까요.

한:



그것보다는 선수가 아닌 군인 신분이었던 게 컸던 것 같아요. 특히 저는 상무도 아니고 상근으로 복무 중이다가 대표팀에



왔으니까요. 그래서 부담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경기 감각이나 체력에서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한국배구 명예회복 베테랑 3인이 앞장선다

Q17 VNL과 비교해서 선수 변동이 크지 않은 채 합류하니 뭔가 구원투수와 같은 느낌도 들어요. 거기다가 주장이라는 중책까지 맡게 됐는데, 고참으로 나서면서 마음가짐도 많이 달라졌나요?

한: 저나 (문)성민이나 열심히 후배들 도와주려고 들어온 거니까요. 후배들을 위해서 우리가 더 열심히 뛰어야죠.

서: 무조건 금메달 따준다고 했으면서(웃음).

Q18 팀의 고참 선수로서 세 번째 아시안게임을 치르는 만큼, 각오도 다를 것 같습니다.

한:



어느덧 세 번째 아시안게임인데, 선수들이 부담만 안 가지면 될 것 같아요. 아시안게임이라고 하면 왠지 모를 부담감이 있잖아요.



성적을 무조건 더 잘 내야 한다는 것과 같은. 그런 부담감을 가지기보다는 선수들이 자기 하던 대로 실력을 믿고서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로 생각합니다. 저도 이번 아시안게임은 부담감보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임할 것 같아요. 이제는 옆에서 후배들을 많이



도와준다고 생각하며 아시안게임에 나가려 해요.

문: 후배들은 아시안게임에 얽힌 병역문제도 있고 하니까 열심히 하리라 생각이 들어요. 저도 후배들 따라서 폐만 끼치지 않도록 옆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Q19 세터는 다른 선수들과 호흡이 매우 중요한 자리잖아요. 국가대표는 다른 팀에서 뛰던 선수들이 모이는 만큼 손발 맞추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한데, 국가대표 베테랑으로서 빨리 호흡을 맞추는 노하우가 있나요.

한: 선수들이랑은 훈련하면서 이야기하고 맞추면 되니까 사실 크게 부담되지는 않아요. 그것보다는 국제대회는 다른 공인구를 쓰니까 공이랑 호흡을 맞춰야 할 것 같아요.

Q20 리그와 다른 공인구를 쓰는 게 차이가 확실히 있나요?

한: 차이가 아무래도 있을 수밖에 없죠. V-리그 공인구와는 차이가 크게 나니까요. 그래서 국가대표에 뽑히고 나면 공에 적응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Q21 VNL중 서브 범실이 많이 나오면서 공인구 문제도 언급된 적이 있습니다. 서브에서도 다른 공인구가 신경이 쓰이나요.

서: 서브 넣을 때는 그렇게 신경이 쓰이지는 않았는데, 제 실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웃음).

Q22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경계해야 할 팀이라고 하면 보통 일본, 중국, 이란 세 팀을 꼽습니다. VNL에서 세 팀과 모두 경기를 치렀는데, 당시에 만난 세 팀은 어땠나요.

서:



VNL에서 만난 거로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경기를 해보고, 경기하는 걸 보면서 느낀 건 아시아 팀들 상대로는 할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아시안게임은 단기전이니까 전력도 중요하지만, 어느 팀이 더 집중력이 높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 같아요.

문: 저도 재덕이와 같은 생각이에요.

서: 다만 이란 원정을 이번에도 다녀오면서 느낀 거지만 정말 관중이 많이 오더라고요. 이란 특유의 응원 소리도 엄청 크고.

문 그건 부부젤라 때문에 그렇지.

Q23 한국이 최근 두 번의 아시안게임에서는 일본과 악연이 깊습니다. 2010년과 2014년 모두 일본에 져서 결승 진출이 좌절됐는데, 그런데서 복수하겠다는 마음도 들것 같아요.

한:



딱히 그런 건 없어요. 아시안게임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대회니까요. 그래서 일본이라서, 혹은 누구라서 이런 건 딱히 신경 안



쓰는 것 같아요. 그냥 경기에서 이길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크고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24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일본과 중국은 세계선수권과 일정이 겹치며 VNL과 다른 멤버가 나오는 반면, 이란은 정예 멤버가 나온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란이 가장 부담되는 상대일 것 같습니다.

서:



확실히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팀은 이란이라고 생각해요. 이란이 몇 년 전보다는 선수들 나이도 들었고 살짝 전력이 떨어졌다고는



생각하지만 여전히 아시아에서는 최강이니까요. 아시아에서는 제일 좋은 팀이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경계하고 대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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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NL에서 안긴 실망감, AG 성적만이 유일한 보답

Q25 아시안게임에서 만날 경쟁국이 VNL 출전국과 비교해 약하다 보니 팬들 사이에서는 아시안게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 세계대회 성적이 좋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서:



그런 분위기가 신경은 쓰이죠. 결국 우리가 벌여놓은 일이기 때문에 책임지고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아시안게임에서라도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지 조금이라도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만큼 우리에게도 중요한 대회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문: 아시안게임은 다른 대회와는 분위기 자체도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계속 좋은 경기를 하면 선수들 자신감도 다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팀으로서 더 좋은 면모도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Q26 아시안게임이 더 임박했을 때 지금과 뭔가 달라지는 게 있을까요.

서: 마음가짐은 비슷할 것 같아요. 항상 최선을 다해서, 어떻게 해서든 이기려는 생각만 할 것 같아요. 최고의 컨디션으로 대회에 임할 겁니다.

Q27 아직 아시안게임까지 한 달 정도 남았지만, 목표와 각오 한마디씩 부탁드릴게요.

한: 선수단이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즐거운 마음으로 대회를 끝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금메달도 꼭 땄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문: 저도 선수형과 비슷한데, 매 경기 최선을 다해서 마지막까지 웃으면서 끝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서: 목표와 각오는 VNL에 나설 때와 같아요. 이번에는 더 좋은 몸 상태로 경기에 임해서 꼭 승리로 대회를 마쳤으면 좋겠습니다. 기분 좋게 대회를 마치면서 금메달도 목에 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글/ 서영욱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8-08-16   서영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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