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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현장] ‘절대 잊지 못할’ 할머니들의 특별한 시구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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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6 (목) 11:44

                           
[엠스플 현장] ‘절대 잊지 못할’ 할머니들의 특별한 시구


 
[엠스플뉴스]
 
KT 화이팅! 이겨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이옥선 할머니의 목소리가 구장을 울렸다. 이를 지켜본 관중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입을 모아 답했다. 푸른 야구복을 입고, 휠체어에 앉은 채 등장한 이 할머니는 타석에 선 박옥선 할머니를 향해 힘껏 공을 던졌다. 관중은 또 한 번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8월 15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를 앞두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88) 할머니와 박옥선(94) 할머니가 시구, 시타자로 그라운드에 나왔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유태열 KT 위즈 사장는 두 할머니에게 용기를 주고자 뜻깊은 자리에 함께했다. 
 
두 할머니의 시구·시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두 할머니는 지난해 9월에도 시구·시타자로 나섰다. 하지만, 두 번째 시구임에도 두 할머니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시구 통해 많은 분이 위안부 문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엠스플 현장] ‘절대 잊지 못할’ 할머니들의 특별한 시구

 
1930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옥선 할머니는 1942년 만주 혜성으로 끌려가 3년동안 피해를 당했다. 1924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박옥선 할머니는 17살 때 중국 헤이룽장성 무링으로 끌려가고서 4년간 고초를 겪었다. 해방 이후 박 할머니는 중국에서 머물다 2003년 국적을 회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눔의집 관계자는 지난해 KT가 할머니들에게 시구 요청을 했다. 당시 시구에서 나온 수익금을 평화인권센터 건립 후원금으로 사용했다며 올해도 KT에서 뜻깊은 자릴 만들고 싶다고 해 할머니들이 구장을 찾게 됐다고 전했다.
 
KT는 두 할머니 외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청소년, 대학생, 청년 네트워크인 '수원 평화나비' 회원 200명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공동 생활시설인 '나눔의 집' 봉사자 40명을 함께 초청했다.
 
이날 구장 밖엔 나눔의 집과 공식 협력하는 ‘누미아띠'의 팝업 부스가 꾸려졌다. 누미아띠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미술 심리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그린 그림을 모티프로 제품을 제작해온 곳이다. 뱃지와 공책 등 누미아띠 제품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그린 작품의 원본이 함께 들어있다. 수익금의 50%는 국제평화인권센터 건립에 쓰인다. 
 
김은나 누미아띠 기획팀장은 “할머니들을 알리려는 의미에서 굿즈를 제작했다”며 “오늘 할머니들이 구장에 오시고 하니 위안부 문제를 같이 알리는 게 좋겠다 싶어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좋은 날에 좋은 의미와 좋은 곳에서 위안부 관련 굿즈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할머니들은 증언활동 뿐만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하며 궁극적으로 일본으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를 받고자 하신다. 시민들과 함께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시구를 택하신 것이라며 많은 분이 이번 기회를 통해 위안부 문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KT는 앞으로도 연예인 위주의 '가십성 시구'에서 벗어나 의미 있는 시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KT가 진행했던 시구를 살펴볼 때 빈소리로 끝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서정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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