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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이슈] 위기의 KT, 탈꼴찌 정도로는 턱도 없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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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5 (수) 13:00

                           
[엠스플 이슈] 위기의 KT, 탈꼴찌 정도로는 턱도 없다


 
[엠스플뉴스]
 
꼴찌 추락을 눈앞에 뒀던 KT 위즈가 일단 한숨을 돌렸다.
 
KT는 8월 14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꼴찌 시리즈’에서 초반부터 폭발한 타선과 금민철의 호투에 힘입어 10-0 완승을 거뒀다. 10점차로 앞선 9회초 상대 솔로 홈런에 비디오판독까지 신청해가며(결과는 파울) 독하게 경기한 결과다. 이로써 KT는 NC전 상대전적 10승 4패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며 2게임차 9위를 지켰다.
 
꼴찌 위기에선 벗어났지만, 마음껏 기뻐하기는 쑥쓰럽다. 올 시즌 전 KT의 목표는 탈꼴찌가 아닌 5할 승률과 5강 진입이었다. 김진욱 감독은 의도적으로 높은 목표를 설정해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려 했다. 
 
가능성도 충분해 보였다. ‘88억의 사나이’ 황재균과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를 영입했고, 지난해 맹활약한 멜 로하스와 라이언 피어밴드가 건재했다. 투자하고 전력을 보강한 만큼, 분위기만 잘 타면 충분히 탈꼴찌 그 이상을 노려볼 수 있다는 기대감과 희망이 가득했다. 분명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그랬다.
 
출발도 좋았다. KIA-SK-두산 등 지난해 상위권 팀 상대로 개막 첫 8경기에서 5승 3패를 기록하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4월까지도 15승 16패 5할 가까운 승률로 4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5월부터 다시 ‘KT병’이 도졌다. 연패를 거듭하며 어느새 8위까지 순위가 내려앉았다. 5월 20일 NC전 대승 전후로 잠시 분위기를 타는가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많은 나날이 이어졌다. 전반기가 끝났을 때 KT의 순위는 어느새 9위까지 떨어져 있었다.
 
후반기 개막 후 반등의 기회가 왔다. KT는 후반기 첫 13경기에서 8승 5패(기간 2위)를 기록하며 상승 곡선을 그렸다. 7월 28일 경기가 끝난 뒤 5위 팀과 승차는 3.5게임차였고 7월 31일 경기 뒤에도 5위와 4게임차로 간격을 좁혔다. 40경기 이상 남은 경기수를 생각하면, 충분히 승부수를 띄워볼 만한 기회였다.
 
하지만 이 하늘이 주신 기회에서 KT는 다시 내리막을 탔다. 올라가야 할 타이밍에 어김없이 끝내기 패배, 한 점차 패배로 무릎을 꿇었다. 절대 져선 안될 경기에서 납득하기 힘든 패배를 당하며 뒷걸음질했다. 그 결과 15일 현재 KT와 5위 LG의 게임차는 6게임차까지 벌어진 상태다.
 
현장 출신 한 야구인은 “베스트 멤버로 총력전을 펼쳐야 할 타이밍에 KT는 주전 선수를 제외한 라인업을 종종 선보인다”며 “충분히 경기에 뛸 만한 선수도 휴식 차원을 이유로 라인업에서 빠질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팀들은 5강을 위해 전력투구를 하는 시기에 마치 시즌 초반처럼 여유로운 운영을 한다는 지적이다.
 
2점차로 뒤진 9회 마지막 공격에서 주력 타자 두 명을 한꺼번에 대주자로 바꾼 경기도 있었다. 이후 타선이 폭발해 이기긴 했지만, 만약 경기가 연장전까지 갔다면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이처럼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한창 분위기를 탈 흐름에 경기를 내주는 일이 잦다. 
 
따지고 보면 올 시즌 KT가 9위에 그치고 있는 건 미스테리 그 자체다. 타선은 SK 다음으로 많은 팀 홈런(158개)을 때려내고 있고, 지난해 평균자책 꼴찌였던 불펜도 올해는 5.14(7위)로 한결 나아졌다. 니퍼트-피어밴드 원투펀치가 버티는 KT 선발진의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WAR) 합계는 8.38승으로 리그 4위다.
 
하지만 현실은 꼴찌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미스테리한 일이다. 가진 전력만큼 경기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다고 밖에 볼 수 없는 KT의 올 시즌이다.
 
산술적으로 남은 시즌 KT가 5강과 5할 승률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남은 시즌을 이대로 마칠 순 없다. 남은 시즌 어떻게든 팀 성적을 위로 끌어올려, 내년 시즌 희망을 살려야 한다. 단순히 탈꼴찌로만 위안을 삼기엔 KT를 둘러싼 내외 환경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한 원로 야구인은 “만약 올해도 최하위권에서 시즌을 마칠 경우, 자칫 KT 경영진이 오판을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년간 KT가 진행해온 야구가 ‘틀렸다’는 판단을 하고, 정반대 방향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KT는 그룹 특성상 다른 구단보다 정치권의 입김을 받기 쉬운 구조다. 이 때문에 정치권과 가까운 일부 야구인이 벌써부터 정권 실세를 등에 업고 KT를 향해 입맛을 다신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온다. 이 중엔 과거 강압적인 지도 방식으로 실패하고 현장에서 떠난 인사도 있다. 만일 이런 이들이 KT를 ‘접수’하면, 구단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지만 현재 KT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부상과 체력을 적절하게 관리하고, 체계적인 훈련 방식을 도입해 KT의 변화를 추진해 왔다. 창단 초기 지옥훈련으로 보낸 시간을 돌아보면 선수들에게 지난 2년은 ‘봄날’이었다.
 
하지만 이런 봄날이 내년에도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남은 시즌 KT가 뭔가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봄날은 언제든 지옥훈련과 구시대 야구로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33경기는 많은 것을 바꿔놓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올 시즌 KT에겐 탈꼴찌 그 이상의 결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누구보다도 선수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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