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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모창민의 긍정론 "언젠가는 다시 운이 돌아오겠죠"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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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5 (수) 10:22

                           
| 야구계에서 NC 다이노스 모창민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모창민은 누구보다 성실한 야구 선수이자, 선량한 사람으로 지난 11년간 최선을 다했다. 올 시즌 찾아온 큰 불운에도 모창민은 특유의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모창민의 긍정론 언젠가는 다시 운이 돌아오겠죠

 
[엠스플뉴스]
 
“돌아오기까지 80일이나 걸렸네요. 남은 시즌 동안 그간 못한 야구 최선 다해 하고, 팀을 위해서 희생해야죠. 그 생각 뿐입니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은 끝났다. NC 다이노스 간판타자 모창민이 발바닥 부상을 딛고 다시 1군 무대에 돌아왔다. 길었던 공백기를 만회하려는 듯 돌아오자마자 방망이에 한껏 불이 붙었다. 6경기 타율 0.360에 2홈런 7타점, 그간 못 친 안타와 홈런을 몰아서 때려내는 중이다. 시즌 내내 숨죽였던 NC 타선도 모창민 복귀와 함께 조금씩 활력을 찾는 분위기다.
 
“창민이가 돌아와서 잘 해주니까 타선에 훨씬 힘이 붙었습니다.” NC 유영준 감독대행도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모창민은 “아직 몇 경기 안 했다”며 앞으로 남은 경기가 더 중요하단 생각이다. “그래도 돌아와서 못 치는 것보단 잘 치는 편이 훨씬 낫겠죠. 팀도 지금 분위기가 굉장히 좋습니다. 선수들끼리 ‘으쌰으쌰’ 하면서 한데 뭉쳐서 잘 해보자는 분위기에요.”
 
“부상 두려움 많이 사라져, 조만간 100% 될 것"
 
[배지헌의 브러시백] 모창민의 긍정론 언젠가는 다시 운이 돌아오겠죠

 
모창민에게 2018시즌은 그 어느 해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2017년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뒤 맞이한 예비 FA(자유계약선수) 시즌. 생애 첫 FA를 앞두고 모창민은 겨우내 누구보다 많은 준비를 했고, 단단하게 각오를 다지고 시즌 개막을 맞았다.
 
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시즌 초반엔 좀처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 잘 맞은 타구는 번번히 야수 정면으로 향해 아웃이 됐다. 올 시즌 모창민의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는 0.281로 꾸준히 0.340 이상을 기록한 지난 세 시즌보다 훨씬 낮았다. 볼넷, 삼진, 홈런 비율이 지난해와 거의 똑같다는 점을 생각하면 올해 초 모창민의 성적 부진은 상당부분 ‘불운’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모창민도 부진했지만 팀도 안 풀리긴 마찬가지.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 NC는 모창민의 1군 말소 전날인 5월 20일까지 18승 29패 승률 0.383으로 최하위로 추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날 경기에서 모창민은 다리 컨디션이 좋지 않은 채로 경기를 뛰다 왼쪽 족저근막 부분파열이란 큰 부상을 당했다. 한창 타격감이 살아나는 중에 당한 부상이라 아쉬움이 더 컸다. 예상 재활기간은 최소 6주. 날벼락이었다.
 
“팀이 한창 안 좋은 상황에서 부상을 입었습니다. 저 개인에게도 큰 마이너스였죠. 겨울에 준비 열심히 해서 시즌 시작했는데, 개막한지 얼마 안 돼서 다쳤으니까... 참 착잡한 마음이었죠.” 모창민의 말이다.
 
부상과의 싸움은 모창민에게 그리 낯선 경험이 아니다. 당장 2016 시즌만 해도 왼쪽 무릎 외측 반월판 손상으로 수술을 받고 6월이 돼서야 1군에 올라올 수 있었다. “무릎 수술 당시에도 힘들었지만, 이번에도 힘들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부상은 정말 선수에게 가장 큰 적인 것 같아요.”
 
애초 재활기간으로 6주를 예상했지만, 실제론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동료들이 폭염 속에 1군 무대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 모창민은 재활군에서 부상과 싸웠다. 혼자만의 싸움이라 외롭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두려운 싸움이었다.
 
“재활은 시간과의 싸움이잖아요. 앞이 보이지도 않고, 생각만큼 빨리 회복되지도 않고요.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가고, 그 사이 1군에서 야구할 수 있는 날이 점점 줄어든다고 생각하니까 많이 힘들었죠.”
 
재활 초기만 해도 모창민은 TV를 통해 1군 경기를 시청하며 동료들을 응원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경기 시청을 그만뒀다. “야구를 보면 자꾸만 하고 싶은 생각이 들잖아요. 제 마음이 급해질까봐, 일부러 야구 중계도 안 봤어요.”
 
NC 구단과 코칭스태프도 모창민이 완벽하게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7월 말부터 2군 평가전에 출전하며 경기 감각을 조율하고, 7월 30일부터는 퓨처스리그 정식 경기에도 출전을 시작했지만 서둘러 1군에 올리지 않았다. 
 
당시 유영준 대행은 “아직 선수가 부상 부위에 두려움을 갖는 것 같다. 완벽하게 준비가 되면 올리려고 한다”고 했다. 마침내 8월 8일, NC는 모창민을 1군에 불러 올렸고 그 이후 ‘모창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제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2군에서 경기할 때만 해도 조금은 조심스러웠어요. 처음엔 ‘다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실전을 하면서 조금씩 그런 마음이 사라지고 있어요. 이젠 컨디션이 거의 다 올라온 상태고, 앞으로 경기하면서 적응해가다 보면 어느 시점엔 자연히 100%가 돼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모창민의 말이다.
 
“남은 30경기, 그동안 못한 만큼 모든 걸 발휘하겠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모창민의 긍정론 언젠가는 다시 운이 돌아오겠죠

 
80일 만의 1군 복귀전. 모창민은 “너무 공백이 길어서 그런지, 첫 경기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긴장됐다”고 했다. 상대는 하필 5월 20일 부상을 당한 날 상대팀 KT 위즈였다. 이날 모창민은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화끈한 복귀 신고식을 치렀다. 
 
“경기장에 나서는 순간 뭔가 설레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오랜만에 관중들 앞에서 1군 경기를 해서 그런지, 묘한 기분이었습니다.”
 
80일간 1군을 비운 사이 많은 것이 달라졌다. 감독이 바뀌었고, 코칭스태프 구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여러 베테랑 선수가 부상으로 자릴 비웠다. 이제 모창민은 NC 1군 엔트리에서 두 번째로 나이 많은 선수가 됐다.
 
“돌아왔더니 선배는 (지)석훈 형만 있더라구요. 나이 먹는 게 절대 좋은 게 아닌데... (웃음) 어느새 이렇게 돼있네요.” 모창민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어린 선수들이 많아졌고, 뭔가 젊어졌다고 해야 할까요. 내려가기 전과는 다른 분위기에요. 이제 조금 적응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FA 등 개인적인 목표엔 마음을 비웠다. 모창민은 남은 시즌 오로지 팀만 생각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겨우 30경기 정도 남았습니다. 남은 시즌도 잘 치러야 하고, 내년 시즌도 생각해야 하잖아요. 그간 야구를 못해서 제가 다른 선수들보다 체력은 좀 더 남아있는 편이에요. (웃음) 그런만큼 조금 더 팀을 위해서 희생해야죠.”
 
모창민은 그간 자신을 기다려준 팬들에게도 감사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팀 성적 부진으로 팬들도 실망이 크셨을 겁니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만큼, 팬들도 복잡한 마음으로 응원을 해주셨을 거라 생각해요. 저희들이 빨리 자리를 잡고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팬들께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록 올 시즌 부진에 빠지긴 했지만, NC는 언제든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저력이 있는 팀이다. 모창민은 “우리는 지난 6년 동안 4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이라며 “선수들끼리 잘 뭉쳐 있으면, 언제든 올라갈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해 꼴찌라고 내년에도 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지금부터 좋은 분위기를 잘 만들어서, 남은 시즌은 물론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좋은 야구를 해야죠. 지금 선수들 분위기라면,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끝난 뒤에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간 못했던 만큼 남은 30경기에 모든 걸 발휘할 생각이구요.
 
2008년 프로 데뷔 이후 누구보다 성실하고 선량하게 지난 11년을 살아온 모창민이다. 비록 올 시즌 큰 불운을 겪었지만, 모창민은 특유의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았다. 누군가를 원망하는 대신 최선을 다하며 때를 기다리는 게 모창민이 지금까지 살아온, 앞으로 살아갈 방식이다.
 
“운이 다시 돌아오겠죠. 이보다 더 나쁠 수야 없으니까, 점점 좋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릎 수술한 다음해에도 성적이 좋았잖아요. 내년 시즌에는 좋은 일이 생길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모창민은 굳게 믿고 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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