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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인터뷰] 양현종 “200이닝·200승 부담? 난 한국 최고투수가 아니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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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3 (월) 08:00

                           
 
-“올 시즌 승수 흐름이 나빠? 지난해 운이 좋았다”
-“200승 생각 안한다. 팀에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먼저”
-“임창용 선배, 나와 띠동갑인데도 운동량 대단”
-“200이닝 꼭 하고 싶다. 선수들이 인정해주는 기록이니까”
-“많은 투구수 걱정 이해. 난 3개월 휴식으로 재충전 충분”
-“‘남 탓’보단 무조건 내 잘못이라고 스스로 세뇌한다”
-“가을야구,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와이드 인터뷰] 양현종 “200이닝·200승 부담? 난 한국 최고투수가 아니다.”

 
[엠스플뉴스]
 
투수는 '이기적'인 포지션이다. 아니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 어깨는 소모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기적’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투수가 있다.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양현종이다. 
 
양현종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만든 건강한 몸과 팀을 향한 끝없는 헌신으로 이제 한국야구사에 남을 ‘대(大)투수’가 됐다.
 
지난해 팀의 통합 우승과 시즌 20승을 동시에 달성한 양현종은 그러나 올 시즌엔 팀 성적 부진으로 다소 주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개인 기록은 나쁘지 않다. 양현종은 8월 13일 기준 23경기에 등판해 11승 8패 평균자책 3.61,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1.28, 탈삼진 132개를 기록 중이다. 타이거즈 좌완 투수 최초로 5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양현종이다.
 
[와이드 인터뷰] 양현종 “200이닝·200승 부담? 난 한국 최고투수가 아니다.”

 
사실 양현종의 기록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숫자는 ‘이닝’이다. 올 시즌 152이닝을 투구한 양현종은 지금 흐름대로라면 206.1이닝을 던질 수 있다. 2016시즌(200.1이닝)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200이닝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물론 많은 이닝을 소화 중인 양현종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까지 나가야 하는 양현종은 돌아와서도 쉴 틈 없이 공을 던져야 한다. 하지만, 양현종은 팀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올 시즌 200이닝을 돌파하겠다'고 다짐한다. 
 
‘구단 좌완 최초 5년 연속 10승’ 양현종, “팀에서 인정받는 게 먼저다.”
 
[와이드 인터뷰] 양현종 “200이닝·200승 부담? 난 한국 최고투수가 아니다.”

 
먼저 타이거즈 좌완 최초 5년 연속 10승 달성,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웃음). 12년 넘게 팀에 있으면서 타이거즈 선배님들의 기록을 하나씩 깨는 것 자체가 영광이에요. 팀 기록 가장 위에 있다는 자부심도 느끼고 있어요. 더 잘해서 팀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해야죠.
 
승리 기록은 투수 혼자서 달성할 수 없는 기록이라, 더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투수가 아무리 무실점으로 잘 막아도 득점이 없으면 비기는 경기밖에 안 돼요. 투수는 항상 타자와 야수의 도움을 받아야 해요. 당연히 운도 따라야 하고. 팀 동료들 덕분에 이렇게 승리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웃음).
 
지난해 시즌 20승의 임팩트가 원체 컸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 '승수 쌓기' 흐름이 다소 아쉬울 법 합니다.
 
반대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반대로?
 
지난해는 운이 너무 좋았어요(웃음). 올 시즌이 '딱' 평균 정도 흐름이에요. 승수엔 크게 개의치 않아요. 올 시즌은 제가 잘해야 승리 투수가 되고, 제가 못 하면 패하는 것 같아요. 한 마디로 제 실력만큼 결과가 나온 게 아닐까 싶어요.
 
‘양현종’다운 겸손함입니다. 이제 ‘통산 200승’이라는 대기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200승은 한화 이글스 송진우 투수코치(210승)만 보유한 대기록 중의 대기록입니다.
 
200승이라. (잠시 생각 뒤) 솔직히 생각도 안 해본 대기록입니다. 팀에서 먼저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에요. 목표를 너무 크게 잡으면 실망도 큰 법이죠. 제가 '한국 최고의 투수'라고 생각 안 합니다. 우선 구단 내에서 임창용 선배님(128승)과 선동열 감독님(146승), 그리고 이강철 코치님(152승) 기록을 목표로 조금씩 도전하고 싶습니다.
 
최근 선발 투수로 보직 전환한 임창용 선수는 여전히 현역 경쟁자입니다(웃음).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저와 ‘띠동갑’인데도 젊은 투수들보다 더 열심히, 더 많이 운동하세요. 그렇게 자기 관리가 철저했기에 지금까지 좋은 공을 던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운동할 때만큼은 스무 살 선수처럼 열심히 뛰십니다. 후배로서 정말 본받아야 할 자세죠.
 
양현종 “200이닝을 한 번 더 해보고 싶다.”
 
[와이드 인터뷰] 양현종 “200이닝·200승 부담? 난 한국 최고투수가 아니다.”

 
타고·투저 흐름이 몇 년 동안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도 가장 빛나는 투수가 있다면 바로 양현종 선수입니다. 발전하는 타자들을 이겨내는 비결이 궁금한데요.
 
개인적인 생각엔 타고·투저 흐름은 계속 이어질 거 같아요. 투수들은 무언가 새로운 걸 개발하기보단 투구 컨디션과 자기 몸 상태 관리에 더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사이 타자들의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오)재원이 형만 해도 사비를 들여 미국에서 타격 과외를 받고 왔잖아요. ‘발사각도’라는 새로운 개념이 나오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투수들에겐 희망이 없는 걸까요(웃음).
 
투수들도 깊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다양한 변화구를 습득해 타자들이 느끼는 속도 차이를 파고드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야구는 '타이밍을 빼앗는 싸움'이잖아요. 변화구가 아닌 속구에서 구속 차이를 만드는 방법도 있고. 투수에게 도구를 주지 않는 이상 혁신적인 새 기술은 없지 않을까요?(웃음).
 
그런 새 기술이 없어도 올 시즌 200이닝 소화가 가능한 흐름입니다. 평소에 다른 건 몰라도 이닝 욕심만큼은 감추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16년에 200이닝을 한 번 경험해봤잖아요. 숫자에 그렇게 예민한 편이 아닌데 200이닝을 달성하니까 모든 야구인과 팬이 저를 인정해주는 분위기였어요(웃음). 물론 쉽진 않죠. 최대한 이닝을 길게 소화하는 동시에 경기에 대한 책임감도 커야 합니다.
 
200이닝에 대한 부담감도 분명 있을 텐데요.
 
솔직히 저는 200이닝을 올 시즌에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요. 인정받고 싶은 느낌이죠. 유일한 저의 장점이자 떳떳하게 받을 수 있는 타이틀 같습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인정해주는 기록이니까요.
 
이닝 욕심을 부릴수록 KIA 팬들의 걱정이 늘어납니다. '최근 몇 년간 너무 많이 던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고갤 내저으며)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시즌 돌입하기 전에 피로 풀 시간이 충분해요. 최근 몇 년간 쌓인 피로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즌 중에 힘들어도 3개월의 휴식 기간이 돌아오니까요. 그 정도면 전 충분해요. 저도 공격적으로 던지면서 투구수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웃음).
 
‘무조건 내 탓’이라고 세뇌하는 양현종
 
[와이드 인터뷰] 양현종 “200이닝·200승 부담? 난 한국 최고투수가 아니다.”

 
인터뷰를 할수록 ‘헌신’이라는 단어가 자꾸 떠올리게 됩니다. '투수'라면 때론 이기적인 생각이 들 때가 있을 텐데요.
 
모든 투수가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질 때마다 불펜 투수들에게 너무 미안해요. 제가 내려가고 한 점 차로 앞선 경기가 동점이 돼도 그 전에 내가 한 점만 더 안 내줬어도 편하게 던질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이닝을 빨리 끝내야 야수들의 수비 시간이 줄어들 텐데라는 걱정도 하죠.
 
모든 게 ‘내 탓’이군요.
 
항상 무조건 내 잘못이라고 스스로 세뇌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이닝을 더 소화하고 싶어요. 여건이 되면 한 경기라도 더 등판하고 싶죠. 그런 게 몸에 밴 것 같아요.
 
그런 ‘내 탓’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없습니까.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전 편해요. ‘남 탓’하는 것보단 낫죠. 스스로 공부도 되고요. 제가 더 잘 던져야 했던 게 맞는 거죠. 개인적으로 그런 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크게 없습니다.
 
그렇다면 ‘내 덕분’이라고 자랑할 만한 일이 하나 있을 것 같은데요.
 
무엇인가요.
 
바로 모교인 광주동성고의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우승입니다. 양현종 선수가 기증한 대형 버스 덕분에 학교 후배들의 경기력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쑥스럽게 웃으며) 버스 덕분은 아니죠. 후배들이 잘하고 감독님과 코치님이 잘 지도해주셔서 우승한 게 아닐까요. 사실 그런 부분에서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면 학생 선수들이 힘이 나는 건 맞아요. 모교의 우승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광주동성고는 7월 열렸던 제73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2003년 우승 이후 통산 두 번째 우승컵을 차지했다. 광주동성고 3학년 김기훈은 이 대회에서 투수로서 3승 평균자책 1.20, 타자로서 타율 0.375 1홈런으로 맹활약했다)
 
광주동성고의 청룡기 우승을 이끈 주역이 바로 좌완 투수 김기훈입니다. KIA의 2019년 신인 1차지명의 주인공이자 ‘제2의 양현종’으로 불리는데요.
 
당연히 ‘제2의 양현종’이라 얘기해야죠(웃음). 저도 학교를 찾아가서 몇 번 봤어요. 예전에 학교 코치님이 잘 던지는 투수가 있는데 한번 보라고 하셨습니다. 연습 때 정말 잘 던지던데 그 실력이 실전 경기에서도 그대로 나오더라고요. 이미 KIA로 올 친구라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학교 후배인지라 눈길이 가겠습니다(웃음).
 
많이 도와주고 싶어요. 한참 어린 선수지만, 예전부터 지켜본 후배잖아요. 성격도 좋은 친구예요. 프로 무대에서 어떻게 자기 공을 던지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잘한 것에 취해서 오면 큰코다친다고 봐야 해요. 얼마나 편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야구를 하느냐에 결과가 걸려 있습니다.
 
양현종 “끝까지 가을 야구를 포기하지 않겠다.”
 
[와이드 인터뷰] 양현종 “200이닝·200승 부담? 난 한국 최고투수가 아니다.”

 
올 시즌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5위 자리를 놓고 순위 싸움이 치열한데요. 지난해 성적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상황입니다.
 
남은 경기에서 많은 승리를 거두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올 시즌엔 많았죠. 팬들이 화내고 비판하시는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선수들도 아쉽고 화가 나죠. 팀 분위기도 안 좋아질 때도 있고요.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선수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단 겁니다.
 
사실 양현종 선수의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소속팀뿐만 아니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일원으로서 금메달을 노려야 하는데요.
 
아직 대표팀이 소집된 건 아니잖아요. 소속팀에서 등판이 아직 남았습니다. 순위 경쟁 중이라 팀이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우선 소속팀에서 잘 던진 다음에 대표팀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KIA 팬들도 아직 가을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부탁합니다.
 
어떻게든 5강 안에 들고자 선수단 모두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결과가 실망스럽지만, 남은 시즌엔 좋은 활약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많은 격려와 더불어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웃음).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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