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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한국농구 이끌 남매! 박지원 X 박지현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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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9 (목) 12:00

                           

[매거진] 한국농구 이끌 남매! 박지원 X 박지현



[점프볼=강현지 기자] “야, 그거 나 아니라니까.”, “와, 오빠! 끝까지 아니라고 하네요.” 투덕거리는 모습이 둘 사이를 대신 말해준다. 어렸을 때는 말만 붙여도 으르렁거리는 사이였지만, 지금은 툭 던져놓는 말을 기억했다가 챙겨주는 사이가 됐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남매의 모습을 보여 취재진을 흐뭇하게 했다. 장차 한국농구를 이끌어갈 ‘보물’ 남매, 연세대 장신가드 박지원과 곧 여자프로농구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는 숭의여고 에이스 박지현이 그 주인공이다.

 

박지원은 홍대부고 시절부터 장신가드로 각광을 받아왔던 유망주다. 큰 키에 빠른 스피드와 큰 신장을 갖춘 그는 연세대에서 1학년부터 주축으로 활약하며 지난 시즌 연세대의 챔피언결정전 등극을 이끌었다. 2학년이 된 올 시즌도 활약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상백배 한일대학농구대회에 대학선발에 뽑히며 주가를 높이고 있다. 동생 박지현은 2018년 WKBL 데뷔를 앞두고 있는 유망주다. 숭의여중 시절부터 남다른 기량을 뽐내온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이며, 역시 연령별 청소년대표팀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이미 고교농구 수준을 초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여자농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박지현에 대한 기대가 어마어마하다. 이런 서로를 오빠, 그리고 여동생으로 두면 기분이 어떨까. 코트 밖에서는 국가대표고 유망주고 없었다.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평범한 남매, 그 자체였다.

 

[매거진] 한국농구 이끌 남매! 박지원 X 박지현 

J. 오랜만에 두 선수가 같이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인터뷰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박지현 : 혼자 할 때보다 오빠랑 같이 할 추억이 생긴 것 같아 좋았어요.

박지원 : 이렇게 사진 찍으면서 인터뷰를 한 적이 많지 않아서(웃음). 처음에 인터뷰한다고 들었을 때는 ‘지현이가 싫어하겠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추억도 생기고, 흑역사도 남기고 재밌었어요. 지현이가 둘이서 인터뷰하는 걸 좋아하진 않거든요. 얼굴에서 다 티가 나요.

박지현 : 어색해서 그래요, 어색해서.

 

J. 인터뷰하러 올 때 어떤 이야기 하면서 왔어요?

박지현 : 아무 얘기 안 했어요. 자면서 왔어요. 여덟 시에 일어나기로 해놓고, 알람이 우는데 아무도 안 일어나는 거예요(웃음). 또 오빠가 유니폼을 집에 두고 와서…

박지원 : 주말이니까 빨리 끝나자고 했죠(웃음). 그리고 지현이도 늦게 일어났어요!

 

J. 서로에게 어떤 오빠고, 어떤 동생인가요?

박지원 : 까불이예요, 까불이.

박지현 : (한동안 오빠 답을 기다리다)예쁘잖아. 하하. 오빠가 제 외모 칭찬을 한 번도 해 준 적이 없어요. 전 오빠 외모 칭찬을 많이 해주거든요. 오빠도 거울 보면서 그래요. 자기 얼굴이 평균은 되지 않냐고(웃음). 츤데레 스타일이에요. 잘 챙겨주는 건 아닌데, 걱정 안 하는 것처럼 하면서도 챙겨줄 수 있는 건 챙겨주고. 어느 날은 갑자기 용돈도 보내줘요.

박지원 : 넣어준다고 해놓고, 안 넣어줬거든요.

박지현 : 오빠가 처음에 용돈 보내준다고 했는데, 100원 보내준 거예요. 이번에도 보내 준다고 하길래 ‘100원 보내 줄 거면 보내지 마’라고 했는데, 정말 보내주더라고요.

박지원 : 지현인 보이는 그대로예요. 제가 엄마, 아빠한테 애교가 없는 편인데, 제가 못하는 것까지 해주는 게 좋아요. 대신 연락은 제가 지현이한테 더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일주일에 1~2번? 정도 해요.

 

J. 일주일에 한, 두 번이면 자주는 아니지 않아요(웃음)?

박지현 : 다른 동생들은 일 년에 1~2번 하는 경우도 있데요(웃음).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이 좀 부러워해요.

박지원 : 일주일에 무조건 두 번은 해요. 주말에 집에 오냐고 물으니까, 두 번은 되네요. 자주 하는 편이에요.

 

두 남매의 관심사를 들어보니 또래들과 비슷하다. 쇼핑과 맛집 탐방. ‘만나서 뭐할래’라고 물어보면 두 가지 이야기는 꼭 나온다고.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남중(홍대부중), 남고(홍대부고)를 졸업한 박지원의 코디는 한동안 박지현이 도왔단다. 지금부터다, 남매의 폭로전은.

 

[매거진] 한국농구 이끌 남매! 박지원 X 박지현 

J. 집에서 만나면 보통 뭐해요?

박지원 : 집에서 만나면 잠을 자고요. 그전까지는 놀다가 같이 집에 들어가죠.

박지현 : 집에서는 야식 같은 거 먹고,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빠엄마 빼고 둘이서 이야기를 하다가 들어가요. 집 근처에서 밥을 먹고 들어가거나 옷 구경하거나 하죠.

 

J. 서로 옷 입는 스타일이나, 좋아하는 음식이 비슷해요?

박지원 : 지현이는 먹방 제대로 찍어요. 잘 먹을 땐 정말 잘 먹거든요.

박지현 : 전 떡볶이 좋아해요. 예전에는 치킨을 안 좋아했는데, 제가 왜 그랬을까요. 지금은 1인 1닭이죠.

박지원 : 전 냉면 좋아해요. 지금은 날씨가 더우니까요. 그날마다 달라요. 먹고 싶은 음식은. 잘 가리진 않는데…. 아! 지금은 카레 먹고 싶어요. (치아)교정기를 해서 카레를 못 먹고 있거든요. 지금은 (못 먹으니까)완전 좋아할 정도가 됐죠. 아마 내년 정기전을 하기 전에 교정기는 빼지 않을까 해요. 옷 구경도 지현이랑 같이 가는데, 저보고 항상 옷 못 입는다고 지현이가 뭐라고 해요.

박지현 : 예전에는 오빠가 옷을…. 심각한 거예요. 여자친구가 안 생긴 이유가 있어요. 남중, 남고 때는 너무 심해서 제가 알려줬는데, 지금은 오빠가 대학을 가고 하니 좀 바뀐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무거나 입으면 되지’였거든요. 근데 지금은 제 옷장을 보고 옷을 고르기도 하고, 제게 추천해주기도 해요.

박지원 : 지현이는 어릴 때부터 힘이 셌어요. 초등학교 때 백화점에서 팔씨름 대회가 있었는데 지현이가 다 제치고 여자 부분에서 1등을 한 거예요. 또 어렸을 때는 학교 농구부 학생들이랑 홈스테이도 했었는데, 농구하던 친구들을 다 지현이가 이겨버렸어요. 힘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저도 왼손으로 했다가 졌던 거 같아요.

 

[매거진] 한국농구 이끌 남매! 박지원 X 박지현 

이제 농구 얘기 좀 해보자. 올 시즌 박지현은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춘계연맹전, 연맹회장기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MVP까지 휩쓸며 고교무대를 접수 중이다. 주말리그 왕중왕전 진출은 기본. 게다가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및 2018 FIBA 여자농구월드컵에 출전하는 2018년 여자농구대표팀 최종 12인에 이름 올리는 등 겹경사를 맞았다.  

 

박지원도 마찬가지. 허훈의 프로진출로 연세대의 주전 포인트가드 자리는 그의 차지가 됐다. 그만큼 어깨가 무거워졌지만, 나름대로 무게를 견디며 한 단계씩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9경기 평균기록은 8득점 4.3리바운드 7.1어시스트(6월 18일 기준). 게다가 지난 5월에는 이상백배 대학선발팀에 뽑혀 막내로서 그가 보일 수 있는 장점을 충분히 발휘했다.

 

J. 전반기가 지났는데, 시즌을 되돌아보면 어땠나요.

박지현 : 성적도 좋고, 결과도 잘 나오다 보니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돼요. 열심히 하고, 성적이 안 나오면 속상하잖아요. 지지 않다보니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재밌어요. 지금 이 순간, 이 시간이 다시 안 올 거라고 생각하다 보니 소중한 것 같아요.

박지원 : 저는 솔직히 만족스럽지가 않아요. 약점이 보이고, 부족한 게 많은 것 같아요. 빨리 더 운동해서 이 부분을 채우고 싶어요. 힘을 키워야 해요. 외국선수들이랑 붙다 보면 이 부분이 힘들다는 걸 느껴요. 그리고 슛 성공률도 좀 높여야 할 것 같고요.

 

J. 서로 경기는 잘 봐요?

박지원 : 전 한 번 봤어요.

박지현 : 언제였지? 아, 서울시 평가전(5월) 할 때 왔었어요. 저는 오빠 경기 가끔 보는 편이에요. 정기전 같은 중요한 경기는 꼭 보죠. 사실 그동안에는 저도 농구선수다보니 오빠가 농구선수라고 해도 덤덤했거든요. 근데 연고전을 보다보니 ‘오빠 좀 멋있네’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엄청 많은 곳에서 뛰는 거잖아요.

박지원 : 사람이 정말 많아요. 근데 작년에는 긴장이 생각보다 빨리 풀렸어요. 응원단이 코트 반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쪽으로 가면 연세대 응원 소리, 저쪽으로 가면 고려대 응원 소리가 들려요. 그래서 경기 뛰면 토킹 소리도 안 들리거든요. 저희는 패턴으로 하는 농구가 많은데, 눈빛만 보고 맞춰서 해요. 정기전이 얼마 안 남으면 패턴을 안 말하는 연습을 해요. 알아서 움직임을 보고 하죠. 작년에 제가 (허)훈이 형, (안)영준이 형을 부르다가 안 봐서 한숨 쉬는 장면이 중계에 잡히기도 했어요(하하). 

 

J. 경기하는 걸 보다 보면 닮은 점도 있죠?

박지현 : 뛰는 폼이나 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주변에서 비슷하다고 말씀해주세요. 레이업을 하는 폼도 비슷하다고요.

박지원 : 체형도 비슷한 것 같아요. 포즈도 그렇고. 쉴 땐 입을 벌리고 있는데, 닮았어요. 저희는 좀 심하거든요. 하하.

 

J. 같이 운동을 하다 보면 좋은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박지원 : 좋은 점은 공감대가 잘 형성되고, 어떤 부분에서 힘든지 아니까 조언해줄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박지현 : 전 주변에서 많이 부러워해요. 오빠가 잘 챙겨주기도 하고, 오빠가 농구 잘 알려줄 것 같다고요. 전화도 자주하니까…. 불편한 점은 둘 다 운동을 하니까 엄마가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요즘 들어 더 느끼는데, 엄마의 흰 머리가 늘어나는 걸 보거나, 옷 입으시는 걸 보면요. 집에 있는 시간도 적고, 계속 전화하시거든요. 전화를 안 끊어요.

박지원 : 맞아요. 엄마가 전화를 끊는 건 다른 사람이 전화가 와서 끊는 거예요. 차타면 휴대폰 충전하기 바쁘시죠. 

 

J. 해를 거듭할수록 그렇겠지만, 두 선수에게 2018년도도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으신가요.

박지원 : 안 중요한 시즌이 없죠. 전 갈수록 더 잘해야 해요. 일단 제 포지션에서 100%를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팀이 필요로 하는 선수가 최고 싶어요. 해줘야 할 땐 해주는 선수, 기복 없이 믿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몸 관리 잘하고요.

박지현 : 저는 지금 당장 말고. 길게 본다면 정말 열심히 해서 내 몸을 바친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해서라도 한국여자농구를 알리고 싶어요. 국가대표팀에는 처음 가는 건데 배울 건 배워서 더 잘하고 싶어요.

 

J.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한 마디하고 인터뷰 마무리할게요.

박지원 : 앞으로 연락도 자주하고, 생사확인도 잘 했으면 좋겠어(웃음).

박지현 : 부상 없이 선수생활 했으면 좋겠고, 평소에도 잘 챙겨줘서 항상 고마워.

 

[매거진] 한국농구 이끌 남매! 박지원 X 박지현 

EPILOGUE.

박 남매를 위해 점프볼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NBA 파이널에서 맞붙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공식 모자다. 박지현은 클리블랜드, 박지원은 골든스테이트 모자를 선택했다. 평소 “르브론 제임스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는 박지현은 “얼굴이 닮은 건 아니죠?”라고 반문했고, 박지원은 “농구 스타일이 닮았다는 거겠지”라고 위로(?)를 덧붙였다. 모자 착용 사진을 찍던 박지현에게 ‘선글라스 준비됐죠?’라고 묻자 셔터 소리에 맞춰 포즈를 바꿨다. 아! 프로무대로 오는 박지현. 벌써부터 기대된다.

 

프로필_

박지원_ 1998년생, 192cm/82kg,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 2학년, 가드

박지현_ 2000년생, 180cm/70.7kg, 숭의여고 3학년, 포워드

 

[매거진] 한국농구 이끌 남매! 박지원 X 박지현 

#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 사진_ 문복주 기자



  2018-08-09   강현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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