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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2년 차 이정후, '절실'한 천재를 누가 막으랴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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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8 (수) 10:22

                           
| 프로 데뷔 시즌 이정후는 많은 것을 이뤘다. 전경기 출전에 올스타전 출전과 최우수신인상까지. 더 보여줄 게 있을까 싶지만, 2년 차 시즌에도 이정후는 멈추지 않는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2년 차 이정후, '절실'한 천재를 누가 막으랴

 
[엠스플뉴스]
 
2년 차 징크스. 데뷔 첫해 빼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가 다음 시즌 부진에 빠지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다.
 
2년 차 징크스 사례가 나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상대의 집중 견제가 원인일 수도 있고, 1년 차 성공에 도취해 훈련을 게을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1년 차 때는 피해간 부상 악령이 덮치는 경우도 있고, 그도 아니면 ‘평균 회귀의 법칙’이 작용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넥센 히어로즈 이정후에겐 하나같이 해당사항 없는 얘기다. 상대의 집중 견제? 이정후도 그만큼 상대 투수들에게 익숙해졌다. ‘바람의 손자’에게 나태함이란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오히려 이정후는 잠시 경험한 2군 생활을 통해 야구에 대한 ‘절실함’을 새삼 갖게 됐다고 말한다.
 
두 차례 부상도 이정후를 막진 못했다. 손가락 부상으로 1군 스프링캠프를 치르지 못했고, 시즌 중에도 두 차례 부상을 경험했지만 이정후는 8월 8일 현재 타율 0.350에 OPS 0.885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더욱 발전한 기량을 뽐내는 중이다.
 
엠스플뉴스는 2년 차 징크스를 비웃듯 눈부신 활약을 펼치는 이정후와 만나 올 시즌 활약 비결과 남은 시즌 목표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8월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진행됐다. 이날 경기에서 이정후는 5타수 4안타 1홈런 3득점 2타점을 기록했다. 
 
“당연하게 여겼던 1군 기회, 2군 생활 통해 절실함 배워”
 
[배지헌의 브러시백] 2년 차 이정후, '절실'한 천재를 누가 막으랴

 
시간이 참 빠릅니다. 2018시즌이 엊그제 시작한 것만 같은데, 벌써 막바지를 향해 가네요.
 
그러게요. 작년에도 시간 참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져요.
 
그렇게 느끼는 이유가 뭘까요.
 
작년엔 전 경기에 출전하면서 많은 경기에 뛰었지만, 올해는 부상 때문에 빠진 기간이 길었잖아요. 올핸 좀 많이 쉬었죠. 처음 부상으로 빠졌다가 돌아왔을 땐 100경기 정도가 남아 있었는데, 다시 한번 빠졌다 돌아오니까 정말 얼마 안 남았더라구요. (한숨)
 
대신 쉬는 동안에 체력은 많이 비축했을 것 같습니다. 작년엔 전 경기 출전하느라 워낙 체력 소모가 컸잖아요.
 
솔직히 체력적인 면은 작년이나 올해나 똑같은 것 같아요.
 
그런가요.
 
작년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즌을 치렀어요. 힘든 것도 자고 일어나면 바로 회복됐구요. 그런데 올해는 워낙 더워가지고... (웃음) 올해 여름이 작년보다 훨씬 더 더운 것 같습니다.
 
이건 혹시나 해서 하는 질문인데요.
 
예.
 
혹시 부상으로 빠진 시간이 이정후 선수에게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부분은 없을까요. 굳이 긍정적인 점을 찾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아, 있어요. 멘탈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 주세요. 
 
사실 부상 전까지 저는 2군을 안 가봐서 잘 몰랐어요. 그런데 이번에 화성에서 형들과 함께 연습하고 2군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들 1군에 올라오기 위해 정말 절실하게 야구를 하고, 모두가 열심히 하더라구요. 솔직히 1군에서 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거든요.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됐고, 더 열심히 야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랬군요.
 
물론 부상 공백 기간이 길어진 게 아쉽긴 하죠. 대신 지금 출전하는 경기마다 더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뛰고 있습니다.
 
2년 차 징크스 비웃듯 더 업그레이드된 천재 타자
 
[배지헌의 브러시백] 2년 차 이정후, '절실'한 천재를 누가 막으랴

 
아마 올 시즌을 앞두고 2년 차 징크스 얘기를 지겹도록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요. 올 시즌 성적을 보면 2년 차에 오히려 더욱 업그레이드된 모습입니다. (6일 기준) 타율 0.343에 출루율 0.404 장타율 0.454로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훨씬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잖아요. 비결이 뭔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작년 같은 경우 제 입장에선 모든 투수가 처음 상대하는 투수였습니다. 올해는 대부분의 투수와 어느 정도 상대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년엔 우완투수(타율 0.347)보다 좌완투수(0.280) 상대가 그나마 약점이라면 약점이었잖아요. 좌완투수가 나오는 날엔 종종 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했구요. 그런데 올해는 우완(0.335)보다 오히려 좌완(0.384) 상대로 좋은 타격을 하고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된 건가요.
 
사실 제가 야구 시작한 뒤로 왼손투수와 작년처럼 많이 상대해본 적이 없었어요. 프로야구에는 왼손타자만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불펜 투수들도 있잖아요.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공략해야 할지 잘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왼손투수와 많이 승부해본 것도 있고, 왼손 상대로 좀 더 집중하는 것도 있구요. 그런 게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
 
이어 이정후가 설명한 좌완투수 공략 비결은 상대에게 노출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선수 요청에 따라 공개하지 않는다. 독자 여러분께 양해를 구합니다. 
 
좌완 상대 성적만이 아닙니다. 전반적인 타구의 질도 작년보다 더 좋아졌어요. 일단 내야보단 외야로 향하는 타구 비율이 크게 늘었고, 장타율도 작년보다 좋아졌습니다. 또 낮게 떨어지는 공에 대한 대처 능력도 향상된 게 기록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는 타격할 때 무릎을 이용하는 게 좋아진 부분입니다. 종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 스플리터 같은 공을 공략할 때 효과를 보고 있어요. 작년만 해도 코스에 관계없이 배트를 그냥 막 돌렸다면, 이제는 무릎을 이용해서 치니까 낮은 공도 잘 공략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경험을 쌓은 것도 비결이라면 비결일 것 같습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작년보다 더 잘하기 위해 정말 많은 준비를 했군요. 
 
그게... 사실 지난 시즌 끝난 뒤 오프시즌 동안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싶은 게 많았어요. 시상식 기간이 끝나면 하나씩 해볼 생각이었는데, 하필 그때 부상을 당했잖아요.
 
그것도 하필 손가락을.
 
손가락이 부러지면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 그냥 쉬면서 뼈가 붙을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요. 재활운동하고, 웨이트 트레이닝하다가 퓨처스팀 전지훈련에 합류했어요. 그런데 제가 합류했을 땐 이미 훈련은 다 끝나고 실전만 남은 상황이었어요. 
 
아이고.
 
바로 연습경기에 나가 뛰다가 돌아와서 시범경기 치르고, 시즌 개막하고. 그러다 보니 뭔가를 시도해볼 만한 시간적 여유는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포스트시즌, 정말 꼭 가보고 싶습니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2년 차 이정후, '절실'한 천재를 누가 막으랴

 
올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세운 개인 목표가 있었나요?
 
원래는 시즌 180안타가 목표였어요. 작년에 1개 차이로 180안타를 놓쳐서, 올해는 안타 180개를 치는 게 목표였습니다. 오늘 경기 포함하면 이제 35경기 정도가 남았는데, 안타 75개를 더 때려야 180안타가 되니까 아무래도 조금 힘들 것 같네요.
 
이렇게 말한 뒤 치른 KIA 타이거즈전에서 이정후는 5타수 4안타를 때려내며 시즌 안타 수를 109개로 늘렸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목표는 조정이 불가피하겠군요.
 
예, 개인기록은 마음을 비웠습니다. 180안타는 어려울 것 같고, 대신 4할 출루율로 시즌을 마치는 게 남은 목표입니다. 올해 작년보다 볼넷이 적은 게 조금 아쉬운 부분인데, 너무 모든 공을 다 치려고 하다 보니까 볼넷이 줄어들었어요. 출루율에 좀 더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교체 합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여기에 대한 이정후 선수 생각이 듣고 싶습니다.
 
지금은 아시안게임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제가 발탁된다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일 것 같아요. 그보다 지금은 다치지 않고 남은 시즌을 치르는 것, 그리고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해서 우리 팀의 순위 싸움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개인적으론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고 싶은 마음이 그 누구보다 간절할 것 같은데요.
 
정말 가고 싶어요. 지금 팀 분위기도 정말 좋습니다. 다시 돌아온 박병호 선배님을 비롯해 선배님들 덕분입니다. 항상 선배들께서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솔선수범하면서 좋은 팀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거든요. 그걸 보면서 저희 후배들도 자연히 따라가게 되구요.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아서, 항상 선배님들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2018시즌, 이정후 선수에게 어떤 시즌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까.
 
올해는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것을 깨달은 시즌이었습니다. 부상 관리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2군에서 운동하면서 ‘절실함’도 배울 수 있었어요. 여기다 팀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면, 정말 의미 있는 시즌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포스트시즌, 정말 꼭 가보고 싶습니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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