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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섭의 하드아웃] SK의 '팬과의 동행'은 쇼가 아니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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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7 (화) 10:22

                           
프로야구 모든 팀이 ‘팬 퍼스트’와 ‘팬과의 동행’을 외친다. 그러나 구호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기 마련이고, 여전히 프로야구는 생산자 중심으로 운영된다. 예외가 있다면 SK 와이번스다. SK의 ‘팬과의 통행’은 일회성 이벤트나 쇼와는 거리가 멀다. SK와 팬의 동행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잔잔하게 진행된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SK의 '팬과의 동행'은 쇼가 아니다

 
[엠스플뉴스]
 
경기도 안산에 사는 '11살 초등학생' 김진욱 어린이의 장래희망은 야구 선수다. 하지만, 김 어린이는 아직 야구를 할 수 없다. 
 
김 어린이는 ‘시신경교종(시신경에 발생하는 종양)’이란 희귀한 병과 싸우고 있다. 머리에 물리적 충격을 받으면 안 된다. 11살 소년이 야구를 할 수 없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김 어린이에게 야구를 하는 건 ‘꿈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김진욱 어린이는 꿈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밝은 표정으로 '야구할 날'을 꿈꿨다. 그런 김 어린이에게 '꿈 같은 이야기'는 거짓말처럼 현실로 다가왔다. 갑작스레 SK 와이번스 선수단의 일원이 된 것이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일까. 김진욱 어린이와 비룡군단의 아름다운 동행을 엠스플뉴스가 살펴봤다.
 
‘한여름의 산타’ 힐만의 서프라이즈, “특별한 학생을 격려해주러 왔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SK의 '팬과의 동행'은 쇼가 아니다

 
7월 25일 오전 10시. 안산 신길초등학교에 산타가 등장했다. 폭염 속 두꺼운 산타 옷을 입고 등장한 이의 정체는 바로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이었다. 
 
이날 힐만 감독은 소아암과 싸우는 김진욱 어린이를 격려하기 위해 직접 학교를 찾았다. ‘서프라이즈 이벤트’였다. 힐만 감독은 김 어린이가 있는 교실 문을 열었다. 산타의 등장에 학생들은 일제히 고개를 갸웃했다. 
 
다소 어색할 수 있는 상황, 힐만 감독은 당황하지 않았다. 힐만 감독은 “특별한 어린이를 격려하러 왔다”며 자신이 신길초등학교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야구 선수가 꿈인 어린이가 있습니다. 정말 밝고 건강한 친구죠. 이 친구는 머리에 부상을 입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야구를 할 수 없어요. 언젠간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향해 도전하길 바랍니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SK의 '팬과의 동행'은 쇼가 아니다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 힐만 감독은 이날 주인공에게 다가갔다. 바로 소아암 투병 중인 김진욱 어린이다. 힐만 감독은 김진욱 어린이에게 사인공과 유니폼을 선물했다. 선물 전달을 마친 힐만 감독은 산타 복장을 벗고,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그런데, 김 어린이의 표정이 이상했다.
 
누구세요?
 
김 어린이는 힐만 감독을 알아보지 못했다. 얼굴을 알지 못하는 외국인에게 선물을 받는 상황 자체가 김 어린이에겐 어리둥절했다. 웃음이 터진 SK 구단 관계자가 “SK 와이번스 야구단 감독님”이라고 힐만 감독을 소개했다. ‘야구팀 감독’이란 말에 김 어린이 얼굴엔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힐만 감독은 껄껄 웃으며, 김 어린이에게 ‘초대장’을 전달했다. 힐만과 김진욱 어린이는 야구장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SK 선수가 된 김진욱 어린이 “날아갈 것 같아요” 
 
[이동섭의 하드아웃] SK의 '팬과의 동행'은 쇼가 아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김진욱 어린이를 깜짝 방문한 뒤 1주일이 흘렀다. 8월 2일 김진욱 어린이가 약속대로 인천 SK행복드림구장을 찾았다. 이날 김 어린이는 SK 투수 자격으로 라커룸에 들어섰다. 
 
라커룸엔 김 어린이의 라커가 마련돼 있었다. 김 어린이는 자신의 라커에 비치된 유니폼을 입고, 트레이닝실로 이동했다.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한 것. 김 어린이는 트레이닝실에서 SK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다. 
 
다음 일정은 인터뷰였다. 김 어린이는 경기 전 감독 인터뷰에 동석했다. 선글라스를 착용한 김 어린이는 담담한 표정으로 취재진을 응대하는 여유를 뽐냈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SK의 '팬과의 동행'은 쇼가 아니다

 
여유롭게 인터뷰를 진행하던 찰나,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선배의 긴급호출을 받은 것. 김 어린이를 난감한 상황에 빠뜨린 선배는 바로 국가대표 잠수함 박종훈이었다.
 
이리 와. 박종훈은 근엄한 말투로 후배를 호출했다. 
 
김 어린이는 박종훈의 호출에 인터뷰 현장을 박차고 나갔다. 박종훈은 김 어린이의 손을 꼭 잡고 불펜으로 향했다. 투수조 동료들에게 김 어린이를 소개해주기 위해서였다. 
 
김 어린이의 ‘꿈같은 시간’은 눈 깜짝할 새 흘렀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건넨 김 어린이의 표정엔 여전히 웃음이 가득했다.  
 
기분이 정말 좋아요. 야구 선수들과 함께하는 게 꿈만 같아요. 날아갈 것 같아요. 김 어린이 얼굴엔 아쉬움보다 행복함이 묻어났다. 
 
김진욱 어린이의 새로운 꿈 “류현진… 아니, 박종훈 형 같은 투수 될래요”
 
[이동섭의 하드아웃] SK의 '팬과의 동행'은 쇼가 아니다

 
이날 전까지 김진욱 어린이는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열성 팬이었다. 김 어린이가 가장 좋아하는 투수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다. 하지만, 8월 2일 김 어린이의 생각이 변했다. 
 
LA 다저스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이젠 SK를 응원할 거예요. 저는 SK 선수니까요(웃음). 언젠가 SK 투수가 돼 공을 던지고 싶어요. 김 어린이의 새로운 목표다. ‘어떤 투수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김 어린이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류현진… 아니, 류현진은 왼손 투수인데… 아! 박종훈 형 같은 투수가 될래요. 오늘 박종훈 형이 정말 잘해줬어요(웃음). 앞으로 TV를 보면서 종훈이 형 투구폼을 배워보려고요. 이제 김 어린이의 새로운 롤모델은 ‘친절한 선배’ 박종훈이다. 
 
박종훈은 ‘김 어린이가 자신을 롤모델로 선택했다’는 소식에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종훈은 “내가 (김)진욱이의 롤모델이 된 건 정말 영광스런 일”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동섭의 하드아웃] SK의 '팬과의 동행'은 쇼가 아니다

 
사실 진욱이를 만나기 전엔 ‘소아암 어린이’라고 해서 불쌍한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틀렸어요. 진욱이는 정말 밝고 건강한 마음을 갖고 있는 친구였습니다. 오히려 제가 진욱이에게 더 좋은 에너지를 받아 갑니다. ‘진욱이를 위해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박종훈의 말이다. 
 
박종훈은 8월 5일 LG 트윈스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10승’ 고지를 밟았다.  7월 6일 한화전 9승을 거둔 이후 31일 만에 아홉수를 극복한 것. 김진욱 어린이가 전한 에너지 덕을 톡톡히 본 박종훈이다. 
 
박종훈은 다음 등판에서도 김 어린이의 에너지를 듬뿍 받을 전망이다. 박종훈이 등판할 걸로 보이는 8월 11일 KIA 타이거즈전 시구자로 김 어린이가 예정된 까닭이다. 김 어린이가 건네주는 공을 던질 박종훈의 다음 등판이 주목되는 이유다. 
 
SK는 김진욱 어린이에게 꿈을 선물하며, 야구로 희망을 전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김 어린이는 밝고 활기찬 에너지를 전했다. 그야말로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아름다운 동행’이다.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려는 이들과 동행하는 SK의 '따뜻한 야구'는 계속된다. 앞으로도 SK는 '희망 더하기 캠페인'을 통해 지역 사회에 희망을 전할 계획이다. 어쩌면 비상하는 비룡 군단의 진정한 원동력은 '희망을 나누는 따뜻함'일지 모른다. 
 
이동섭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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