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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오타니, '일도류'로도 '괴물은 괴물'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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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6 (월) 21:22

                           
[이현우의 MLB+] 오타니, '일도류'로도 '괴물은 괴물'

 
[엠스플뉴스]
 
2018시즌 초반 메이저리그 최고의 히트상품은 단연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23·LA 에인절스)였다. 오타니가 등판할 때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스포츠 전문 매체 ESPN, CBS스포츠 등 유력 미국 스포츠 채널의 대문은 그의 이름으로 온통 도배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 후 채 2개월이 지나지 않은 현재 오타니에 대한 관심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원인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팔꿈치 부상 때문이다. 오타니는 지난 6월 9일(이하 한국시간) 팔꿈치 측부인대(UCL) 염좌로 1달여간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당초 수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는 달리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복귀하긴 했지만, 부상 이후 오타니는 투타 겸업을 멈추고 타자로서만 경기에 나서고 있다.
 
시즌 초 오타니가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베이브 루스 이후 100여 년간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메이저리그에서의 투타 겸업에 도전했고, 수많은 부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투구와 타격 양쪽에서 모두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부상 이후에는 '일반적인 선수'처럼 타자로만 나서고 있으니, 관심이 줄어드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도류에서 일도류로 손에 칼이 줄어들었어도 괴물은 괴물이다.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오타니는 순수 신인 타자로서도 AL 올해의 신인상에 도전할만한 잠재력을 지녔다.
 
신인 타자 wRC+ 1위 오타니, 비결은 '타구의 질'
 
[이현우의 MLB+] 오타니, '일도류'로도 '괴물은 괴물'

 
'타자 오타니'가 빅리그에서도 손에 꼽힐만한 재능을 지녔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바로 wRC+(조정 득점창출력)이다. wRC+는 선형 회귀분석을 활용해 wOBA(가중 출루율)과 그에 따른 wRAA(평균 대비 득점 기여도)를 구한 다음, 거기에 다시 리그(AL, NL)와 구장(Park factor)에 따른 득실을 보정해 한 타자의 리그 평균 대비 득점 창출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다.
 
복잡한 수식을 활용해서 구하는 만큼, 현존하는 타격 지표 가운데 한 타자의 실력을 가장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비율 스탯'으로 알려져 있다. 오타니는 이런 wRC+에서 AL 신인 타자 가운데 가장 높은 138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NL를 대표하는 타자 가운데 한 명인 놀란 아레나도(타율 .302 28홈런 80타점 wRC+ 140)와 고작 2포인트밖에 차이나지 않는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 간에 '누적' 클래식 지표(타율, 홈런, 타점)에서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아레나도가 250번 가까이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선 데다가, 대표적인 타자 친화 구장인 쿠어스 필드를 홈구장으로 쓰기 때문이다. 즉, 오타니가 투타 겸업을 하지 않고 팔꿈치 부상도 없이 쿠어스 필드에서 뛰었다면 아레나도급 누적 성적을 기록할 수도 있었단 얘기다.
 
이렇듯 오타니가 좋은 비율 타격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연 타구 지표에서 찾을 수 있다. 오타니는 신인 타자임에도 불구하고 파워로 이름난 베테랑 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를 기록 중이다.
 
[이현우의 MLB+] 오타니, '일도류'로도 '괴물은 괴물'

 
오타니의 평균 타구속도(Exit Velocity)는 92.4마일(148.7km/h). 이는 전체 신인 1위 다니엘 팔카(92.5마일, 전체 14위)와 고작 0.1마일밖에 차이나지 않는 신인 2위이자, 빅리그 전체 타자 가운데서도 공동 16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놀라운 점은 뜬공/라인드라이브로 한정할 경우 오타니의 올 시즌 평균 타구 속도가 97.7마일(157.2km/h, 전체 11위)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시즌 AL 홈런왕 애런 저지와 비교해도 0.3마일밖에 차이나지 않는 수치다. 게다가 오타니는 평균 12.4도로 매우 이상적인 발사각도를 지니고 있다. 즉, 오타니는 <스탯캐스트> 시대에 각광받는 타입인 '강한 타구를 이상적인 발사 각도로 날리는 타자'다. 이는 오타니의 잘맞은 타구 비율(Barrels%)이 15.5%(전체 12위)에 달하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양질의 타구를 날리는 타자 유망주는 쉽게 망하지 않는다. 실제로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를 기반으로 한 오타니의 xwOBA(기대 가중출루율)는 .368로 오타니의 현 wOBA인 .364보다 오히려 높다. 한마디로 말해  오타니의 현재 활약은 우연이 아니란 뜻이다. 오히려 타구의 질을 고려했을 땐 오타니는 지금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어야 했다.
 
투타 겸업으로 인한 '경험 부족' 그러나...
 
[이현우의 MLB+] 오타니, '일도류'로도 '괴물은 괴물'
[이현우의 MLB+] 오타니, '일도류'로도 '괴물은 괴물'

 
물론 타자 오타니에게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오타니는 우타자를 상대로는 134타수에서 타율 .307 11홈런 26타점 wRC+ 169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좌투수를 상대로는 54타수에서 타율 .182 0홈런 2타점 wRC+ 50을 기록하며 좌투수를 상대로 극명한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에인절스는 오타니가 좌완을 만나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피해서 기용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오타니가 거두고 있는 성적은 '의도적으로 좌투수를 피한 결과'이며, 풀타임으로 기용했을 경우 지금보다 성적이 나빴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런 가정하에 "타자 오타니는 반쪽짜리 선수"라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하지만 오타니에게도 변명할 거리는 있다. 바로 투타겸업과 부상으로 인한 절대적인 경험치의 부족이다.
 
오타니는 시즌 초반 부상이 아닐 때도 투타 겸업으로 인해 일주일에 많아야 서너 경기에서 타자로 출전했다. 게다가 신인 시즌에 한 달여 가량을 부상으로 결장해야 했다. 즉, 빅리그의 좌완 투수들을 상대로 경험을 쌓을 기회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오타니가 일반적인 신인 타자처럼 타석에 들어섰더라면 좌완을 상대로 해법을 찾아냈을지도 모른다.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면, 투타 겸업은 오타니가 타자로서 갖고 있는 잠재력을 만개하는 데 '족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투수 오타니' 역시 '타자 오타니' 못지않게 뛰어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현우의 MLB+] 오타니, '일도류'로도 '괴물은 괴물'

 
오타니의 딜레마는 여기에서 생긴다. 투수와 타자 가운데 어느 한쪽을 포기하기에는 다른 쪽이 가진 재능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타니는 투타 겸업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타자나 투수 둘 중 한쪽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들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다. 하지만 이를 역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오타니의 타자로서의 재능은 특별하지만, 역사 속에서 오타니급 타격 재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는 투수로서의 재능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투타에서 모두 오타니급 재능을 갖춘 선수는 역사상 단 한 명뿐이었다. 바로 베이브 루스다. 그 루스조차도 만 25세에 타자로 전향하면서 라이브볼 시대 같은 시즌에 투타 양면에서 S급 활약을 펼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오타니는 그 미지의 영역에 도전할만한 재능을 갖춘 현세대의 유일한 선수라는 점을 기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오타니가 투타 겸업에 계속 도전해야 할 명분은 충분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동안 타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재 상황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타니가 투타 겸업을 하기 위해 타자로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7월 복귀 이후 긴 슬럼프를 겪었던 타자 오타니는 8월 4경기에서 13타수 6안타 2홈런 4타점 타율 .462를 기록하며, 무서운 기세로 살아나고 있다. 남은 시즌 오타니 쇼헤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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