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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실효성 없는 폭염 규정, 현장 속도 펄펄 끓는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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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4 (토) 14:22

                           
한반도를 뜨겁게 달군 폭염이 야구장까지 여파를 미쳤다. 매일 경기에 나서야 하는 프로야구선수들과 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폭염 경기 취소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지 짚어봤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실효성 없는 폭염 규정, 현장 속도 펄펄 끓는다

 
[엠스플뉴스]
 
“이러다가 한 명 쓰러지겠어요.”
 
한 코치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훈련하는 선수들을 쳐다봤다. 한반도를 들끓게 만든 최악의 폭염이 야구장까지 여파를 미쳤다. 8월 1일 서울은 최고 기온 섭씨 39.6도로 1907년 한반도 공식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 기록을 경신했다.
 
잠실구장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간의 ‘잠실 라이벌전’이 펼쳐진 주중 시리즈(7월 31일~8월 2일) 동안 선수들은 역사상 최악의 폭염과 함께 경기를 치렀다. 가만히 1분만 서 있어도 땀범벅이 되는 날씨에도 몇몇 선수들은 묵묵히 야외 훈련을 소화했다.
 
해가 진 밤에도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면서 선수들을 괴롭혔다. 잠실구장뿐만 아니라 다른 구장에서도 더위 먹은 선수들이 속출했다. 폭염 기간 경기를 모두 다 소화한 선수들은 “도저히 야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날씨가 아니다. 이 정도면 폭염 경기 취소가 필요할 것 같다”며 입을 모았다.
 
현장은 폭염 경기 취소를 절실하게 원한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실효성 없는 폭염 규정, 현장 속도 펄펄 끓는다

 
폭염 취소 관련 규정은 KBO 리그 규정 제27조 [황사 경보 발령 및 강풍, 폭염 시 경기취소 여부]에 명문화돼 있다. 6∼9월 최고 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 때 폭염 주의보, 섭씨 35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할 때 폭염 경보가 발령된다. 이 경우 경기위원이 해당 지역 기상청에 확인해 심판위원, 경기 관리인과 협의를 거쳐 구장 상태에 따라 취소를 결정할 수 있다.
 
규정만 본다면 최근 폭염 기간 경기 취소는 당연해 보인다. 규정에서 어긋난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감독관들은 쉽사리 폭염 경기 취소 결정을 못 내렸다. 폭염 경기 취소는 전례가 없는 까닭이었다. 한 경기감독관은 “미세먼지 경기 취소도 최근 몇 년간 말이 많았지만, 올 시즌에서야 첫 사례가 나왔다. 전례가 없는 폭염 경기 취소 기준도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 전했다.
 
선수들을 향한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 김선웅 사무총장은 KBO에 폭염 경기 취소 검토를 요청했다. 김 사무총장은 선수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 폭염 경기 취소 검토를 요청했다. 현장에서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목소리가 크다. 선수뿐만 아니라 야구를 보러 오시는 팬들도 힘들어하시는 상황이다. 올 시즌엔 힘들어도 내년 시즌부터는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폭염 취소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들도 폭염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훈련하는 게 오히려 손해다. 선수들에게 그냥 쉬라고 말했다. 이런 날씨라면 폭염 경기 취소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힘줘 말했다. LG 류중일 감독도 “폭염이 심해지는 특정 기간엔 모든 팀이 다 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며 “경기 시간을 늦추는 건 큰 효과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KBO “현실적으로 폭염 경기 취소는 쉽지 않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실효성 없는 폭염 규정, 현장 속도 펄펄 끓는다

 
KBO도 폭염 취소에 대한 고민했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이 나오진 않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휴식기로 가뜩이나 올 시즌 일정이 늘어진 상황에서 폭염 경기 취소를 결정할 여유가 없었다. 폭염 경기 취소 기준을 정하는 것도 애매했다.
 
KBO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폭염 경기 취소가 쉽지 않다. 폭염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고, 취소 기준을 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올 시즌은 큰 변화 없이 정상적으로 경기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 시작 시각을 늦추는 것도 폭염 대책 방안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 방안은 KBO와 현장 모두 큰 효과가 없다고 바라봤다. KBO 관계자는 “30분 정도 경기 시작 시각을 미룬다고 해서 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경기장마다 확인을 해봤는데 밤에도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니까 온도가 크게 내려가지 않더라. 팬들이 귀가하는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실효성 없는 폭염 취소 규정을 그대로 놔둘 순 없는 일이다. 해마다 이상 기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내년에 더한 폭염이 안 온단 보장은 없다. KBO는 내년부터 올스타 휴식기를 일주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올스타 휴식기를 7월 중순에서 7월 말과 8월 초 사이로 옮기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다.
 
KBO 관계자는 “올스타 휴식기를 가장 더운 시기로 늦추는 것도 생각해보겠다. 우선 내년 시즌 일정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상태다. 8월 중순에 열리는 단장 실행위원회에서 폭염 대처 방안과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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