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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의 브러시백] 삼성은 정말 더위에 강한 팀일까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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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4 (토) 11:00

                           
| 전반기 리그 하위권에 머물던 삼성이 7월 폭염과 함께 연승을 달리며 힘을 내고 있다. 그와 함께 '대구가 홈인 삼성은 더위에 강하다'는 '여름 삼성' 학설이 다시 고개를 드는 중이다. 삼성은 여름에 강하다는 통념은 정말 사실일까. 엠스플뉴스가 원년부터 올해까지 데이터를 토대로 살펴봤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삼성은 정말 더위에 강한 팀일까

 
[엠스플뉴스]
 
김한수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다. 1994년 프로에 데뷔해서부터 2007년 은퇴 시즌까지 줄곧 삼성 한 팀에서만 뛰었다. 은퇴 이후에도 코치로, 감독으로 계속 삼성에 머물렀다. 몸 속에 찐득찐득한 푸른 피가 흐를 것만 같은 커리어를 보냈다.
 
김 감독이 주로 활약한 무대는 지금은 이승엽 야구장으로 명칭이 바뀐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이다. 대구구장의 체감온도는 다른 야구장보다 훨씬 높았다. 대구광역시 특유의 폭염에 인조잔디가 뿜어내는 열기, 낙후된 시설이 풍기는 탁한 공기가 한데 뒤섞인 탓이다. 
 
원정팀들은 한여름 대구 원정만 오면 고갤 절레절레 흔들며 3연전이 빨리 끝나기만 기다렸다. 삼성 선발투수로 성 준이라도 등판하는 날엔 ‘신과 함께’ 지옥편을 생생하게 체험해야만 했다. ‘삼성은 여름에 강하다’는 ‘여름 삼성’ 학설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대구구장에서 청춘을 보낸 김 감독은 ‘여름 삼성’ 학설에 고개를 갸웃하는 편이다. ‘삼성이 전통적으로 여름에 강한 것 같다’는 질문에 김 감독은 “대구구장이 정말로 덥긴 더웠다”면서도 “특별히 더위에 익숙해서는 아니다. 팀 전력이나 선수층 등 여러 요인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서울시 동작구에서 태어난 오리지널 서울 사람이다. 
 
최근 기록적인 폭염과 함께 삼성이 상승세를 타면서, 다시 ‘여름 삼성’ 학설이 고개를 드는 중이다. 논리는 간단하다. 삼성은 전국에서 가장 무더운 대구가 홈이다. 더운 대구를 홈으로 쓰는 삼성 선수들은 다른 팀보다 더위에 익숙하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는 주장이다.
 
정말 그럴까. ‘여름 삼성’ 학설이 사실인지 검증하기 위해 엠스플뉴스는 1982년부터 올해까지 각 팀별 시즌 성적과 ‘한여름’에 해당하는 7월과 8월 성적을 비교해 살펴봤다. 편의상 7, 8월 성적은 묶어서 ‘여름 성적’으로 부르기로 한다.
 
역대 여름 승률 1위 삼성, 이유는 따로 있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삼성은 정말 더위에 강한 팀일까

 
일단 역대 기록만 놓고 보면 삼성은 여름의 강자가 맞다. 역대 여름 기간 820승 612패 승률 0.573으로 모든 프랜차이즈 가운데 가장 높은 여름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통산 시즌 승률인 0.557보다 여름 승률이 1푼 6리 가량 더 높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시즌 승률과 여름 승률의 상관관계가 굉장히 높은 편에 속한다는 점이다. 역대 모든 팀의 시즌 승률과 여름 승률 간의 상관계수는 0.770으로 1에 가까운 높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시즌 성적이 좋은 팀은 대체로 여름에도 강했고, 시즌 성적이 나쁜 팀은 대부분 여름에도 약했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삼성은 정말 더위에 강한 팀일까

 
삼성은 역대 최초 팀 통산 2500승을 거둔 KBO리그 역사상 최강팀이다. 거의 대부분의 시즌에 5할 이상 승률을 기록하며 강팀으로 군림했다. 삼성이라서 여름에 강했다는 인과관계를 도출하기보단, 삼성이 강팀이다보니 여름에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만약 삼성이 더위에 익숙하고, 그래서 여름에 강하다는 결론이 성립하려면 삼성은 시즌 성적과 무관하게 항상 좋은 여름 성적을 기록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지난 시즌 삼성은 여름 기간 18승 1무 27패 승률 0.400으로 시즌 승률(0.396)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을 냈다.
 
승률 0.479로 부진했던 1983년엔 여름 승률도 0.484로 부진했다. 승률 0.496에 그친 1989년에도 삼성은 여름 승률 0.333으로 침체를 면치 못했다. 
 
암흑기가 시작된 1994년 삼성은 시즌 승률 0.484에 여름 승률 0.477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여름이라고 특별히 성적이 반등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대구구장에 인조잔디와 전광판을 새로 설치한 1995년엔 시즌 승률 0.500보다 높은 0.585의 여름 승률을 기록했지만, 1996년엔 다시 시즌 승률 0.446에 여름 승률 0.409로 부진했다.
 
반면 팀 성적이 좋았던 해엔 여름 성적도 좋았다. 통산 두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05년 삼성은 시즌 0.607에 여름 0.629로 선전했다.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 ‘왕조’의 첫 해인 2011년엔 시즌 승률 0.612에 여름 승률 0.600을 기록했고, 2012년에도 시즌 0.611에 여름 0.667로 좋은 성적을 냈다.
 
현대, NC, KIA도 여름에 강했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삼성은 정말 더위에 강한 팀일까

 
그렇다면 삼성 외 다른 팀들의 여름 성적은 어땠을까.
 
삼성 다음으로 좋은 여름 승률을 기록한 팀은 역대 승률 2위팀(0.550)인 현대 유니콘스다. 현대는 여름 성적 266승 219패 승률 0.548로 삼성 다음으로 좋은 여름 성적을 올렸다. 또 신생 NC 다이노스도 시즌 승률 0.526에 여름 승률 0.540으로 성적이 좋았다.
 
해태와 KIA로 이어지는 프랜차이즈도 시즌 승률 0.523에 여름 승률 0.532로 시즌과 여름 할 것 없이 강한 면모를 발휘했다.
 
[배지헌의 브러시백] 삼성은 정말 더위에 강한 팀일까

 
반면 시즌 성적이 형편없는 팀들은 대체로 여름 승률도 좋지 않았다. 쌍방울 레이더스는 시즌 승률 0.410에 여름 승률 0.425에 그쳤고, 삼미-청보-태평양으로 이어지는 프랜차이즈도 시즌 승률 0.408에 여름 승률 0.405로 부진했다. 또 KT 위즈는 시즌 승률 0.374에 여름 승률 0.391로 유일하게 3할대 여름 승률을 기록했다. 
 
김한수 감독은 삼성이 과거 여름에 강했던 비결로 ‘선수층’을 들었다. 선수층이 두터운 팀은 주전 선수들이 한여름 체력저하와 부상으로 빠져나가도, 언제든 좋은 대체선수가 나타나 그 자리를 채운다. 또 여름이 오기 전에도 적절한 교체를 통해 체력을 관리할 수 있다.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한 삼성이 여름에 강했던 비결이다.
 
최근 삼성이 ‘여름 강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건 사실이다. 6월까지만 해도 승률 0.438로 8위에 그쳤던 삼성이 7월 이후 승률 0.636으로 두산(0.652) 다음가는 좋은 성적을 올리며 5위로 올라섰다. 특히 대구와 포항 홈경기에선 9승 1무 3패로 절대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 삼성의 상승세는 ‘더위에 강해서’라기보단 약점이던 선발투수진이 안정을 찾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강력한 불펜과 나쁘지 않은 타선에 선발진까지 안정되면서 팀 전체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아직 8월은 끝나지 않았다. 수입자동차가 불에 타고 구단 마스코트가 녹아 버터가 될 듯한 폭염도 여전하다. 삼성이 올해 여름 강세를 좋은 시즌 성적으로 연결하려면, 7월 상승세를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전까지 계속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배지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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