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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만 19세 신동, 빅리그를 폭격하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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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3 (금) 21:22

                           
[이현우의 MLB+] 만 19세 신동, 빅리그를 폭격하다

 
[엠스플뉴스]
 
천재란 선천적으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을 말한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오랜 시간 동안 각고의 노력을 통해 발전시킨 능력을 마치 타고난 것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천재들을 보고 있노라면 평범한 사람은 본능적인 질투심을 넘어 경외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예가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다. 전해지는 얘기에 따르면 그는 3살 때 클라비어 연주를 터득했고, 5살 때는 이미 작곡을 시작했다.
 
메이저리그에도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두각을 나타낸 천재들이 있었다. 2012년 만 20세의 나이로 타율 .326 30홈런 129득점 83타점 49도루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10.0승을 기록한 마이크 트라웃이 대표적이다. 당시 필자는 트라웃의 활약을 지켜보며, 죽을 때까지 그와 비견될만한 야구 신동은 다시 보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불과 6년 만에 당시 트라웃에 비견될만한 활약을 펼치는 천재가 등장했다. 바로 워싱턴 내셔널스의 '야구 신동' 후안 소토(19)다. 소토는 2018시즌 현재 62경기에서 13홈런 36타점 타율 .306 OPS .974 wRC+(조정 득점창출력) 158을 기록 중이다.
 
[이현우의 MLB+] 만 19세 신동, 빅리그를 폭격하다

 
소토의 wRC+ 158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250타석 이상 소화한 만 20세 이하 신인 가운데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는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와 '역사상 최고의 2루수' 로저스 혼스비를 뛰어넘는 기록이다. 심지어 범위를 만 19세 이하로 줄이면 넉넉한 차이(2위 1964년 토니 코니글리아로 wRC+138)로 역대 1위다. 
 
한마디로 말해 소토와 같은 나이에 그만큼 뛰어난 타격 생산력을 보인 선수는 역사상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얘기다.
 
선구안과 레벨 스윙으로 마이너리그를 박살 내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태어난 소토는 2015년 워싱턴 내셔널스와 150만 달러에 국제 유망주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만 16세였던 소토는 파워와 콘택트 능력에서 모두 평균 이상의 평가를 받으며,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으로부터 해당 연도 국제 유망주 TOP 30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25위란 순위에서 알 수 있듯이 소토가 지금과 같은 활약을 펼치리라고 예상한 이는 극히 드물었다(당시 소토보다 높게 평가받은 유망주 가운데 대표적인 선수로는 1위 야디어 알바레즈, 4위 유스니엘 디아즈, 7위 블라디미르 게레로 Jr, 13위 셜리 마티아스 등이 있다). 하지만 당시부터 소토에겐 남들이 갖추지 못한 재능이 있었다.
 
바로 웬만한 유인구엔 배트를 내지 않는 참을성과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는 레벨 스윙이다. 이 두 가지는 현재 소토의 활약을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이현우의 MLB+] 만 19세 신동, 빅리그를 폭격하다

 
소토는 만 17세였던 2016년 타율 .368 출루율 .420 장타율 .553으로 루키리그와 숏시즌 싱글A를 초토화시켰고, 이듬해인 2017년에는 타율 .360 출루율 .427 장타율 .523을 기록하며 싱글A를 박살 냈다. 올해는 싱글A와 상위 싱글A, 더블A를 오가며 39경기에서 14홈런 52타점 타율 .362를 기록하다가, 곧바로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기록에서 드러나는 소토의 특징은 이른 나이에 마이너를 초토화시키는 다른 유망주들과는 달리, 폭발적인 장타력보다는 타격 정확도와 출루율이 돋보이는 유형의 선수란 점이다. 이 점은 워싱턴이 더블A에서 8경기밖에 뛰지 않은 소토를 망설임 없이 콜업한 이유이기도 하다.
 
19세라곤 믿기 어려운 완성도, 제2의 조이 보토 탄생할까?
 
[이현우의 MLB+] 만 19세 신동, 빅리그를 폭격하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마이너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기록 중인 어린 타자를 곧바로 빅리그에 불러들이지 않는 이유는, 빅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마이너리그 단계에서 반드시 갈고 닦아야 할 '기본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 기본기 중 하나는 선구안, 더 정확하게는 타석에서의 참을성(Plate Discipline)이다. 
 
상위 레벨로 갈수록 투수들이 던지는 변화구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선구안이 일정 수준 이상 갖춰지지 않은 유망주들은, 콜업 초반엔 성적이 좋다가도 약점(주로 유인구)을 파악 당하면 깊고 긴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팀들은 어린 거포가 하위 레벨에서 타고난 파워를 바탕으로 홈런을 많이 쳐도 선구안 지표가 나쁘면 빅리그에 불러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소토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는 마이너 세 시즌 동안 타석 당 볼넷 비율(BB%)이 11.3%에 달할 정도로 높았고, 반대로 타석 당 삼진 비율(K%)은 12.8%에 달할 정도로 낮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토의 특출난 선구안은 빅리그에 와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현재 소토의 BB%는 16.2%(250타석 기준으로 MLB 전체 10위). 반면, K%는 18.1%(MLB 전체 159위)에 불과하다. 
 
이는 기본적으로 소토가 존 밖의 공에 스윙하는 비율(O-Swing%)이 21.6%(MLB 전체 16위)에 불과할 정도로 참을성이 강한 타자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현우의 MLB+] 만 19세 신동, 빅리그를 폭격하다

 
이런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소토는 자신만의 존에 들어오는 공을 억지로 띄우지 않고, 특유의 아름다운 레벨 스윙을 활용해 결대로 쳐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소토는 홈런수(64경기 13홈런, 162경기 환산 시 34홈런 페이스)는 다른 탑급 신인(ex. 2017시즌 애런 저지, 코디 벨린저)에 비해 돋보이지 않지만, 대신 만 19세 선수라곤 믿기 어려운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소토의 타격 스타일은 마치 조이 보토(34, 신시내티 레즈)를 젋은 시절을 연상시킨다(실력에 비해 주목을 못 받고 있는 점까지도).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보토가 만 25세 무렵 완성시킨 타격 스타일을 소토는 만 19세에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력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주목을 못받고 있지만, 소토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새로 써나가고 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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