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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지독한 LG의 ‘베어스 포비아’, 디테일의 차이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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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3 (금) 06:22

                           
이처럼 한쪽으로 압도적인 잠실 라이벌전 흐름은 거의 없었다. LG 트윈스는 올 시즌 두산 베어스만 만나면 극도의 공포감을 느낀다. 36년 전 삼미 슈퍼스타즈가 겪은 단일 시즌 전패의 악몽이 재현될까. 어떻게든 1승이 절박한 LG의 분위기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지독한 LG의 ‘베어스 포비아’, 디테일의 차이다

 
[엠스플뉴스]
 
“정말 미안해 죽겠더라고요.”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8월 3일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대뜸 ‘유광점퍼’ 사연을 꺼냈다. 다름 아닌 LG 남성 팬 2명이 두산과의 주중 시리즈에서 유광점퍼를 입은 채 관람하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찍힌 얘기였다. 해당 팬들은 LG가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첫 승을 거둔다면 유광점퍼를 벗겠단 플래카드를 선보였다.
 
류 감독은 “이런 날씨에서 유광점퍼를 입고 응원하면 얼마나 힘들겠나. 나중에 선물이라도 챙겨줘야 할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끝내 이 팬들의 유광점퍼는 벗겨지지 않았다. LG는 이번 주중 시리즈에서 두산에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두산전 13연패에다 올 시즌엔 두산을 상대로 11전 11패를 기록한 LG다.
 
말 그대로 지독한 ‘베어스 포비아’다. 어떤 경기 흐름이라도 결론은 두산의 승리다. 올 시즌 11번의 잠실 라이벌전에서 한 점 차 승부는 세 차례였다. 이 가운데 연장 승부도 두 차례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보여준 팀은 두산이었다. LG가 가장 뼈아프게 생각하는 패배는 7월 21일 두산전이다. 이날 LG는 5회까지 8-1로 앞선 상황에서 불펜진이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10-17 대역전패를 당했다.
 
디테일 앞선 두산, 심리적인 우위도 가져갔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지독한 LG의 ‘베어스 포비아’, 디테일의 차이다

 
결국, ‘디테일’의 차이가 올 시즌 잠실 라이벌전 승부를 갈랐다. 쫓아가는 점수와 쐐기 점수가 필요할 때 득점이 나오는 팀은 두산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두산과 상대할 때 점수를 뽑으면 곧바로 점수를 내주면서 어려운 흐름이 나오더라. 투수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며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수비 디테일도 두산이 더 강했다. 두산은 ‘슈퍼 백업’ 류지혁을 중심으로 한 내야진의 탄탄한 수비가 돋보였다. 반면 LG는 내·외야 모두 결정적인 순간 실책 아닌 실책으로 경기 흐름을 넘겼다. 결국, 8월 2일 경기에서 LG 벤치는 좌익수 이천웅과 중견수 이형종의 자리를 맞바꾸는 고육지책까지 내놨지만, 이날도 경기 초반 아쉬운 외야 수비가 나왔다.
 
이런 디테일이 쌓이면서 심리적인 우위 역시 두산이 가져갔다. 보통 특정팀을 상대로 압도적인 연승을 거두는 상황에선 연승을 달리는 팀이 부담을 더 느끼는 법이다. 하지만, 두산은 LG를 상대로 더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LG라고 해서 꼭 이겨야 한단 생각은 없다. 그저 오늘 경기에 충실할 뿐이다. 상대보단 우리 팀의 페이스 조절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주중 시리즈에서 맹활약한 류지혁도 LG전도 평소와 똑같은 경기다. ‘라이벌’이라는 의식은 크게 없다. ‘라이벌’이라 꼭 잡겠단 마음은 없단 뜻이다. 한 경기 한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압도적인 경기 차로 리그 단독 선두를 질주하는 상황도 두산엔 이점이다. 두산 관계자는 “어떻게든 이 연승이 끊기면 안 된다는 부담감은 없다. 우리 선수들이 승리를 거듭할수록 자만하거나 부담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무서울 정도로 평정심을 보여준다. 2위와 경기 차가 크기에 야수들의 체력 안배도 비교적 여유롭게 할 수 있다”며 고갤 끄덕였다.
 
실제로 두산은 8월 2일 경기에서 주전 야수인 양의지와 허경민을 체력 안배 차원에서 선발 제외했다. 게다가 경기 중반 박건우와 오재일의 몸 상태가 다소 안 좋아지자 곧바로 교체한 두산이었다. 두산은 최근 경기 전 팀 야외 훈련도 최소화했다. 4~5명의 야수만 야외에서 배팅 훈련을 짧게 소화하는 두산의 분위기다.
 
두산과 반대로 LG는 체력 안배에 대한 걱정의 시선이 존재한다. 류중일 감독 특유의 고정 라인업이 ‘사상 최고 폭염’ 속에선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단 뜻이다. 주전 야수진이 고정된 상황에서 베테랑 박용택이 지명타자 자리를 주로 차지한다. 올 시즌 박용택은 단 한 차례 좌익수 수비 선발 출전을 제외하곤 453타석을 지명타자 자리에서 소화했다.
 
최근 지명타자 자리가 야수진의 체력 안배를 위해 골고루 돌아가면서 기용되는 자리임을 고려하면 LG 주전 야수진의 체력 소비가 비교적 크다고 볼 수 있다. 야수들의 체력 문제는 자연스럽게 수비 디테일과도 연결될 수밖에 없다.
 
LG, 삼미 이후 36년 만에 특정 팀 상대 단일 시즌 전패 위기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지독한 LG의 ‘베어스 포비아’, 디테일의 차이다

 
더 큰 문제는 두 팀이 다시 만날 9월 20일에도 심리적인 우위가 두산에 쏠릴 수 있단 점이다. 두산은 여유롭게 시즌 막판 단독 선두를 확정 짓는 분위기, LG는 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한 중·상위권 다툼을 이어가는 분위기라면 심리적으로 쫓기는 건 그때도 LG다.
 
LG가 올 시즌 남은 두산전 5경기를 모두 패한다면 KBO리그 역사에 남을 굴욕의 한 페이지가 된다. 먼저 KBO리그 역대 특정 팀 최다 연승·연패 타이기록이 나온다. 현재 이 부문 1위 기록은 KIA 타이거즈가 2002년 9월 27일부터 2003년 9월 13일까지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세운 18연승이다.
 
역대 두 번째 특정 팀 상대 단일 시즌 전승·전패 기록도 나온다. 1982년 OB 베어스가 삼미 슈퍼스타즈를 상대로 한 16연승이 이 부문 유일한 기록이다.
 
LG가 올 시즌 남은 두산전에서 단 1패라도 더할 경우에도 흥미로운 기록이 탄생한다. 역대 잠실 라이벌전에서 단일 시즌 최소 승리 기록은 5승이다. 이는 2008년 LG(5승 13패)·2005년 LG(5승 13패)·1999년 LG(5승 13패)·1997년 OB(5승 1패 12패)가 세운 기록이다. LG가 두산을 상대로 1패만 더하면 잠실 라이벌전 단일 시즌 최소 승리 신기록이 나온다.
 
LG가 한 달여 뒤 지독한 ‘베어스 포비아’를 극복할 수 있을까. 구단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 1승이 절실한 LG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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