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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 인터뷰] 이천웅 “이제 야구만 생각해야 할 나이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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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2 (목) 06:22

                           
하늘에서 내려온 영웅. 올 시즌 LG 트윈스 외야수 이천웅에게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별명이 있을까.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반등한 이천웅은 1군 복귀 뒤 미친듯한 몰아치기를 선보였다. 팀 내 타율 순위에서도 이천웅은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이천웅은 전광판을 쳐다보지 않는다. 오로지 팀 승리를 위한 고민만이 가득한 이천웅이다. 
 
[엠스플 인터뷰] 이천웅 “이제 야구만 생각해야 할 나이다.”

 
[엠스플뉴스]
 
10전 10패.
 
올 시즌 이렇게 충격적인 상대 전적을 받은 팀은 바로 LG 트윈스다. 그리고 그 상대는 바로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였다.
 
LG는 8월 1일 잠실 두산전에서 8대 14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LG는 두산을 상대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12연패에다 올 시즌 진행된 맞대결에서 모두 패하는 굴욕을 맛봤다.
 
푹푹 찌는 서울 잠실의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그나마 LG 팬들을 위로한 건 외야수 이천웅의 활약상이었다. 이천웅은 이날 5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천웅의 올 시즌 타율은 어느덧 0.367까지 솟았다. 이제 이천웅을 ‘플래툰 시스템’이 아닌 고정 주전으로 기용해야 한단 소리가 쏟아지는 상황이다.
 
사살 올 시즌 전 외야수 김현수의 영입으로 이천웅의 입지가 좁혀지는 분위기였다. 결국,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으로 2군에 다녀온 이천웅은 1군으로 돌아오자 신들린 듯 뜨거운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만큼 ‘콘택트 능력’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이천웅의 노력이 빛나는 올 시즌이다. 이천웅은 이제 야구만 생각할 나이라며 팀 승리에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단 의지를 다졌다. 높은 타율에도 들뜨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는 이천웅을 ‘엠스플뉴스’가 직접 만났다.
 
‘콘택트 능력 향상’ 이천웅 “테이크백 동작을 간결하게 바꿨다.”
 
[엠스플 인터뷰] 이천웅 “이제 야구만 생각해야 할 나이다.”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 이어집니다. 외야 수비가 정말 힘들겠습니다. 
 
(한숨을 크게 쉬며) 잠실구장은 좌익수 쪽에서 해가 가장 늦게 떨어지잖아요. 이렇게 더울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런 폭염 속에서도 이천웅의 방망이는 더 뜨거워졌습니다. 7월 타율 0.387(62타수 24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는데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제가 그렇게 안타를 많이 쳤나요. 개인 성적에 신경을 안 쓰다 보니 전혀 몰랐습니다. 팀의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선 어떻게든 승리에 힘을 보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도 높은 타율 숫자가 신경 쓰이지 않나요.
 
(곧바로) 타율 숫자는 전혀 안 봅니다. 매일 그냥 타석에 생각 없이 들어서는 거죠. 올 시즌 초반엔 타석에 들어가기 전 결과를 먼저 생각했어요. 특히 득점권 기회에서 대타를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결과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죠. 그러다 보니 몸에 더 힘이 들어가면서 결과가 안 좋았습니다.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2군에 내려가 있는 동안 어떻게 돌파구를 찾았나요.
 
우선 2군 코치님들과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타격감이 좋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답이 조금씩 나오더라고요. 그 해결책에 맞게 계속 연습하니까 결과가 잘 나오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장타자가 아니잖아요. 그걸 인정하고 정확성에 더 초점을 맞춰야 했습니다. 방망이가 뒤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테이크백 과정이 더 간결해야 했어요. 그 전엔 테이크백 동작이 컸어요. 그 동작을 줄이려고 노력하니까 저절로 콘택트 능력이 좋아졌습니다.
 
사실 꽤 높은 타율이지만, 아직 규정 타석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좌완 투수(타율 0.280)와 우완 투수(타율 0.410)를 상대할 때 기록 차이가 조금 나면서 ‘플래툰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저는 어떤 상황이라도 괜찮습니다. 팀 승리에 도움이 되는 타격을 하면 그걸로 만족해요. 아무래도 플래툰 시스템이니까 체력이 비축되는 느낌은 있어요. (김)현수 형은 1루수까지 보면서 정말 힘들게 뛰잖아요. 2군에 내려갔던 시간도 있는 데다 주전이 아니니까 제가 힘들다는 티를 내면 안 되는 거죠.
 
수비 위치에 대한 얘기도 종종 나옵니다. 경찰야구단 시절 1루수를 소화한 기록이 있던데 외야수뿐만 아니라 내야수로 뛰는 것도 가능할까요.
 
(손사래를 치며) 경찰야구단에서 1루수로 뛴 건 이벤트 성격이었죠. 당시 갑자기 1루수로 나갈 수 있냐고 물어보셔서 고등학교 때 몇 번 뛰어봤다고 말씀드렸어요. 나가서 공만 잡으면 된다고 하셔서 몇 차례 1루수로 뛴 적이 있었습니다. 딱 거기까지입니다. 당연히 1루수보단 외야수가 훨씬 더 편합니다(웃음).
 
좌익수와 중견수, 그리고 우익수를 볼 때마다 차이점도 있나요.
 
차이점이 조금씩 있어요. 지난해까진 우익수 자리가 더 편했습니다. 그런데 좌익수 자리에도 계속 나가다 보니까 나쁘지 않네요. 이제 외야에선 어떤 포지션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올 시즌 이천웅은 전광판을 아예 보지 않는다
 
[엠스플 인터뷰] 이천웅 “이제 야구만 생각해야 할 나이다.”

 
2016년이 첫 풀타임 시즌에다 시즌 타율 3할에 근접(0.293)했던 시기입니다. 올 시즌과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다를까요.
 
2년 전엔 정말 멋모르고 야구했어요. 경기에 나가니까 잘해야겠단 생각만 했습니다. 올 시즌엔 타석 하나하나가 정말 소중하게 느껴져요.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단 마음으로 타석에 나갑니다.
 
2년 전보다 나이(1988년생)도 꽤 찼습니다.
 
이제 야구만 생각하고, 야구만 연구해야 할 나이죠. 야구 말고 다른 걸 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만큼 절박합니다.
 
지난해엔 여러 가지 부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올 시즌엔 다행히 큰 부상은 없는 상황입니다. 
 
부상 방지에 가장 많이 신경 썼습니다. 몸이 너무 약하다고 하거나 ‘유리 몸’이라는 소릴 들으면 기분이 좋진 않죠. 안 아파야 팀 승리에 보탬이 될 수 있으니까요.
 
생애 첫 시즌 타율 3할은 어떤 기분일까요.
 
정말 남다른 느낌이지 않을까요. 타석이 적든 많든 시즌 타율이 3할이라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숫자에 너무 신경 쓰면 안 됩니다. 2016년에도 타율 3할 가까이 치다가 2할 9푼대로 떨어진 경험이 있어요. 저도 모르게 숫자를 계속 보면서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 시즌엔 타석에서 전광판을 아예 안 봅니다. 상대 투수 공을 어떻게 칠지만 생각하죠.
 
2년 전 가을야구의 아쉬움도 씻어야 할 때입니다.
 
그땐 긴장을 너무 많이 했어요. 제가 야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몰랐죠. 가을야구 분위기에만 취했던 느낌입니다. 다 열심히 했지만, 가장 원했던 결과는 못 만들었죠. 올 시즌엔 그 아픔을 잊기 위해 저를 포함해 다들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이천웅에 가장 큰 기대를 거는 건 LG 팬들입니다.
 
날씨가 꽤 더운데도 야구장에 찾아와주셔서 응원해주시는 LG 팬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최근 안 좋은 결과 많아서 죄송스러운 마음도 큽니다. 야구장에서 같이 땀을 흘리면서 응원해주시면 우리 팀도 더 힘을 얻을 것 같습니다. 좋은 결과를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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