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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윤규진 “11년 기다린 가을야구, 상상만으로 설렌다.”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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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30 (월) 07:22

                           
이번엔 다르다. 한화 이글스가 해마다 외쳤던 구호가 드디어 현실로 이뤄질 분위기다.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노리는 한화의 꿈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선발진 강화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날아갈 한화의 피할 수 없는 선택지다. 그 선택지의 중심엔 베테랑 투수 윤규진이 있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윤규진 “11년 기다린 가을야구, 상상만으로 설렌다.”

 
[엠스플뉴스]
 
1984년생으로 2003년 프로 데뷔, 그리고 FA(자유계약선수)를 앞둔 16년 차 투수.
 
숫자만 보면 연륜이 느껴지는 얼굴을 가진 베테랑 선수가 상상된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 투수 윤규진이 그 주인공이라고 말하면 깜짝 놀라는 반응이 나올 법하다. 원래 나이와 비교해 동안에다 멋진 외모로 여전히 큰 인기를 구가하는 윤규진은 올 시즌 야구 인생에서 가장 설레는 순간을 기다린다. 
 
사실 올 시즌 윤규진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을 목표한 윤규진은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3월과 4월 네 차례 선발 등판에서 1승 2패 평균자책 9.00 WHIP(이닝당 평균 출루율) 1.88의 기록을 남긴 윤규진은 4월 23일 1군에서 말소됐다.
 
부진으로 기약 없는 2군행을 통보받은 윤규진은 6월 10일 다시 1군으로 복귀하면서 선발 등판 기회를 다시 잡았다.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복귀 뒤 첫 등판인 SK 와이번스전(7이닝 2실점)에서 호투한 윤규진은 6월과 7월 총 8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평균자책 2.83 WHIP 1.15로 달라진 투구를 선보였다.
 
윤규진의 올 시즌 목표는 단순하다. 최근 연이은 폭염에 지친 팀 불펜진을 위해 윤규진은 오로지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또 2007년 이후 11년 만의 가을야구가 가시화되면서 윤규진은 포스트시즌 선발 마운드에 선 자신을 가끔 상상한다. 윤규진은 올 시즌 자신의 야구 인생에서 가장 큰 ‘임팩트’를 남기고 싶다. 윤규진의 이런 굳센 각오를 ‘엠스플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윤규진 “선발 투수다운 투구를 보여주고 싶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윤규진 “11년 기다린 가을야구, 상상만으로 설렌다.”

 
지독한 폭염이 끝나질 않습니다. 연습하는 걸 지켜만 봐도 힘들어 보입니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올 시즌 여름이 정말 덥네요. 어제(7월 28일)는 비까지 와서 습도까지 꽤 높았어요. 선발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을 많이 던지다 보면 정말 힘들죠. 그래도 팀 성적이 좋으니까 다들 힘을 내서 경기하고 있습니다.
 
6월 1군 복귀 뒤 성적이 좋아졌습니다. 2군에서 어떤 시간을 보낸 건가요.
 
(짧은 한숨 뒤) 마음도 그렇고 몸도 정말 힘들었어요. 매우 답답했는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이것저것 막 한다고 확 달라질 게 아니었으니까요. 2군에서 정민태 투수코치님의 조언을 들었어요.
 
어떤 조언인가요.
 
등판 결과에 상관없이 제가 가진 구위를 되찾는 것에만 집중하란 조언이었습니다. 너무 길게 보지 말고 바로 앞에 있는 경기만 생각하자고 마음먹었어요. 또 시즌 초엔 공을 강하게 던지지 못했어요. 정민태 코치님도 ‘왜 강하게 던지지 않느냐’고 얘기하셨죠. 그래서 1군 복귀 뒤 첫 등판에서 다른 건 생각 안 하고 정말 세게 공을 던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복귀 뒤 첫 등판 결과가 정말 좋았습니다.
 
확실히 시즌 초반과 비교해서 구위가 달랐어요. 그게 올 시즌 전환점이 됐습니다.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버린 날이었어요.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하면서 불펜 투수들의 부담감을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선발 투수로서 큰 책임감을 느꼈군요.
 
제가 불펜 투수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죠(웃음). 팀이 가장 힘들 때 불펜진에 있었으니까요. 불펜에 있을 땐 선발 투수의 책임감을 잘 몰랐어요.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만 있었습니다. 선발과 불펜 둘 다 힘든데 확실히 선발 투수가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책임감이 큽니다.
 
한 시즌 동안 풀타임 선발로 뛰는 건 올 시즌이 처음 아닌가요.
 
(고갤 끄덕이며) 맞습니다. 처음이죠. 시즌 마지막까지 평균자책 숫자를 낮추면서 선발로 풀타임을 소화하면 개인적으로 자신감이 크게 오를 것 같아요. 팀 불펜진이 지치지 않게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게 첫 번째 목표입니다. 팀의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제가 꼭 해야 할 일이죠. 선발 투수다운 투구를 보여주고 싶어요.
 
윤규진의 신무기 ‘송진우 코치의 체인지업’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윤규진 “11년 기다린 가을야구, 상상만으로 설렌다.”

 
올 시즌부터 ‘체인지업’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했습니다. 원래 윤규진 하면 포크볼이 주 무기였는데요.(올 시즌 윤규진의 구종 구사율은 속구 44.8%·포크볼 24.2%·체인지업 13.2% 순이다)
 
체인지업의 비중이 높아진 게 아니라 최근엔 거의 체인지업만 던졌죠(웃음). 송진우 투수코치님께서 체인지업을 가르쳐주셨는데 정말 던지기 편하더라고요. 선발 투수로서 긴 이닝을 소화할수록 악력이 떨어지고 제구가 흔들렸습니다. 그런데 체인지업을 구사하니까 그런 부담감이 줄었어요.
 
송진우 코치 코멘트+: (윤)규진이의 결정구가 포크볼인데 팔에 무리가 많이 가는 구종이다. 아무래도 체인지업이 팔에 큰 부담 없는 구종이니까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규진이도 체인지업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다. (김)민우도 체인지업을 던지는데 규진이의 체인지업이 조금 더 날아가다 떨어진다. 상대 타자의 눈에선 공이 날아오다가 갑자기 멈추는 효과가 더 나는 셈이다. 체인지업이 더 익숙해지면 포크볼과 함께 더 위력적인 투구가 가능하다.
 
송진우 코치도 체인지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통산 210승 코치님이 말씀하신 건 무조건 해봐야 하는 거죠(웃음). 코치님도 체인지업을 쓰기 전과 후가 정말 다르다고 하셨어요. 저도 실전 등판 때 통하는 게 신기했습니다. 최근 등판에선 상대 타자들이 체인지업만 노리더라고요. 포크볼과 체인지업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게 또 다른 과제입니다.
 
윤규진 “예비 FA? 팀의 가을야구가 먼저다.”
 
[김근한의 골든크로스] 윤규진 “11년 기다린 가을야구, 상상만으로 설렌다.”

 
11년 만에 노리는 팀의 가을야구 진출도 큰 동기부여입니다.(윤규진의 포스트시즌 통산 기록은 2005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5경기 구원 등판 6.1이닝 평균자책 1.42 5피안타 5탈삼진 3볼넷이다)
 
가을야구의 기억이 너무 오래전이네요. 개인 성적에 상관없이 가을야구만 했으면 좋겠단 생각뿐입니다. 남들이 하는 것만 계속 보니까 이제 한이 맺힌 거죠(웃음). 예전엔 후반기가 시작된 뒤에 이미 하위권으로 멀리 떨어진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올 시즌엔 후반기에도 가을야구가 보이니까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는 게 확연히 보여요.
 
가을야구에서의 선발 등판이 기대되겠습니다.
 
(쑥스럽게 웃으며) 혼자서 생각은 해봤습니다. 예전에 구원 등판한 적은 있어도 선발 등판 경험은 없으니까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어요. 온 힘을 다해 던져봐야죠. 사실 11년 만에 나갈 가을야구를 상상만 해도 설렙니다. 지금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가을야구는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가을야구를 향한 그 절실함의 크기가 기다린 시간과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2003년 입단이니 벌써 16년 차 투수입니다.
 
다시 생각하면 야구를 오래 하긴 했습니다(웃음). 그런데 윤규진만의 ‘임팩트’를 강하게 준 시즌은 없었던 것 같아요. 올 시즌 출발이 안 좋았는데 야구 선수 윤규진에게 의미 있는 한 해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사실 ‘예비 FA’라는 점도 더 뜻깊은 한 해가 될 수 있는 요소입니다.
 
팀의 가을야구가 먼저 아닐까요. 솔직히 2군에 내려갔다 오면서 마음을 비운 것도 있습니다. 지금 바로 앞에 있는 등판에 최선을 다해야죠. 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 개인 성적도 따라올 거로 믿습니다. 올 시즌이 끝나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저도 많이 궁금합니다(웃음).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네요.
 
2군에서 올라왔을 때 그 마음가짐을 안 잃어버리고 싶어요. 몇 경기 잘 던졌다고 들뜨지 않겠습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안 놓아야 해요. 올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말이죠. 가을야구 하나만 바라보겠습니다.
 
김근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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