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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투수들의 무덤'에서 뛰게 될 오승환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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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6 (목) 21:22

                           
[이현우의 MLB+] '투수들의 무덤'에서 뛰게 될 오승환

 
[엠스플뉴스]
 
오승환은 '투수들의 무덤'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오승환은 26일(이하 한국시간)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콜로라도 로키스로 트레이드됐다. 그러면서 최소 반년간 '투수들의 무덤'이란 별명을 지닌 쿠어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쓰게 됐다. 이에 따라 과연 오승환이 쿠어스필드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에 대한 한국 메이저리그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외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투수들의 지옥도가 펼쳐졌던 개장 초기만큼은 아니지만, 쿠어스필드는 여전히 일반적인 타자 친화 구장과는 그 격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 기준 쿠어스필드의 최근 5년간 파크팩터(Park Factor, 구장효과)는 116. 이는 쿠어스필드를 홈구장으로 쓰면서 콜로라도가 평균(100)보다 16%p 가량의 득점 증가 효과를 얻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말하면 쿠어스필드에서 뛰는 상대팀 역시 16%p 가량의 득점 증가 효과를 얻는다는 뜻도 된다.
 
[이현우의 MLB+] '투수들의 무덤'에서 뛰게 될 오승환

 
그런데 파크 팩터가 두 번째로 높은 구장인 텍사스 레인저스의 알링턴파크는 105, 가장 낮은 구장인 뉴욕 메츠의 시티필드는 95다. 즉, 쿠어스필드를 제외한 나머지 29개 구장은 평균인 100에 비해 5%p 수준으로 투수에게 불리하거나, 유리하다. 유독 쿠어스필드만이 16%p의 득점 변화를 일으키는 곳이다. 괜히 '투수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현시대 메이저리그 팬들의 쿠어스필드에 대한 인상은 과장된 감이 없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쿠어스필드에선 평범한 뜬공도 홈런이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땅볼 비율이 29.8%에 불과한 오승환이 고전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필드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현우의 MLB+] '투수들의 무덤'에서 뛰게 될 오승환

 
2001년까지만 해도 이 말은 사실이었다. 2001시즌 쿠어스필드는 30개 구장의 평균보다 약 50%p 높은 홈런 증가 효과가 있었다. 이는 2위 화이트삭스의 셀룰러필드에 비해 약 34%p나 높은 수치다. 1600m 고지대에 지어진 쿠어스필드에서는 낮은 공기 밀도와 습도로 인해 타구가 더 뻗어나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같은 발사 각도와 출구 속도를 지닌 타구일 경우 해발고도 0m인 뉴양키스타디움보다 쿠어스필드에서 약 9~10%가량 비거리가 증가한다. 
 
이로 인해 생긴 오해가 '쿠어스필드에선 땅볼 투수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쿠어스필드 효과로 인해 투수들이 기피하는 구단이 되어버린 콜로라도는 비정상적인 홈런 증가 효과를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2017시즌에는 평균 대비 홈런 증가 효과가 20%p로 감소했다. 이는 오히려 뉴양키스타디움(24%p)과 시티즌스 뱅크 파크(22%p)보다 낮은 수치다. 이렇게 된 데에는 *휴미더(Humidor)의 도입이 결정적이었다.
 
휴미더란 기온(21도)과 습도(50%)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장치가 설치된 창고를 말한다. 콜로라도는 그마저도 2002년 메이저리그 최초로 이 휴미더를 공인구를 보관하는 데 사용하기 시작했다. 쿠어스필드에서 공인구를 상온 보관할 경우 건조 현상으로 인해 최대 28g까지 가벼워진다. 그 때문에 비거리가 더 늘어났는데, 여름 사냥용 신발이 가죽의 수축으로 인해 작아진 것에서 영감을 얻은 한 구단 관계자가 적극적으로 휴미더 도입을 추진했다고 알려졌다.
 
[이현우의 MLB+] '투수들의 무덤'에서 뛰게 될 오승환

 
휴미더를 도입한 2002년 쿠어스필드의 홈런 증가 효과는 전년 대비 12%p 감소했다. 한편, 지속적인 구장 규격 확대(현재 좌중 119m/중 126m/우중 114m)도 홈런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구장 확대는 전혀 엉뚱한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홈런이 감소한 대신 광활한 외야로 인해 2루타와 3루타가 각각 30개 구장 평균 대비 18%p, 64%p나 늘어난 것이다(최근 5년 기준). 이로 인해 득점 증가 효과에는 큰 변화가 없어서 티가 나지 않을 뿐이다.
 
현재 쿠어스필드는 2루타, 3루타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구장이지만, 더 이상 홈런을 치기에 다른 구장보다 압도적으로 유리한 환경은 아니다.
 
'쿠어스필드 맞춤형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쿠어스필드가 홈런을 치기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아니라는 말은 바꿔 말하면 편견과는 달리, 뜬공 비율이 높은 투수라고 해서 반드시 실패 확률이 높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콜로라도에는 유독 땅볼 비율이 높은 투수가 많다. 이는 구단이 의도적으로 땅볼 비율이 높은 투수를 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50%가 넘는 땅볼 비율을 기록하는 수많은 투수 가운데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는 선수는 우완 불펜인 애덤 오타비노 정도다.
 
콜로라도 선발 투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카일 프리랜드(8승 6패 120.2이닝 평균자책점 3.28)의 땅볼 비율은 46.6%로 콜로라도 선발 투수 가운데 두 번째로 낮다. 한편, 프리랜드와 막상막하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타일러 앤더슨(6승 3패 121.0이닝 평균자책점 3.57)의 땅볼 비율은 39.0%에 불과하다. 이는 콜로라도 선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쿠어스필드에서의 성적(프리랜드 ERA 2.76/ 앤더슨 ERA 3.65) 역시 마찬가지다.
 
프리랜드/앤더슨/오타비노와 오승환
 
[프리랜드] 패스트볼 52.1%(91.2마일) 커터 26.8% 약한타구 21.1%
[오타비노] 패스트볼 40.8%(93.9마일) 슬라이더 48.3% 약한타구 21.8%
[앤더슨] 패스트볼 47.1%(91.7마일) 커터 27.9% 약한타구 22.4%
[오승환] 패스트볼 57.5%(91.6마일) 슬라이더 29.8% 약한타구 19.0%
 
 *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지난 5월부터 <베이스볼서번트> 기준 컷 패스트볼(커터)로 분류되고 있다. 위 자료는 <팬그래프닷컴> 기준.
 
이들의 공통점은 구속 대비 위력적인 패스트볼(평균 90마일 초반)과 좌우 움직임이 뛰어난 슬라이더(또는, 컷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헛스윙을 만들어내거나, 땅볼과 뜬공을 가리지 않고 '약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투수들이란 점이다(약한 타구비율: 1위 프리랜드 22.4%, 2위 앤더슨 21.1%). 사실 이런 유형은 어느 구장에서도 잘 던질 수밖에 없는 투수들이다. 한마디로 말해, 흔히 생각하는 '쿠어스필드 맞춤형 투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맞혀 잡는 유형'의 투수(쿠어스필드는 광활한 구장으로 인해 2루타+3루타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인플레이 타구를 자주 혀용하는 투수는 적합하지 않다)나, 커브볼 등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주무기로 삼는 투수(공기 저항이 적어서 변화구의 상하 움직임이 둔화된다)'들이 곤란을 겪기 쉬울 뿐이다. 그리고 오승환은 이 두 가지 유형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 단순히 뜬공 허용 비율이 높다고 해서 오승환에게 불리하다는 것은 '게으른 분석'이다.
 
[이현우의 MLB+] '투수들의 무덤'에서 뛰게 될 오승환

 
물론 서두에 말한 바와 같이 쿠어스필드가 대표적인 타자 친화 구장인 것은 틀림이 없다. 피홈런 증가는 과장된 면이 있지만, '희박한 산소 비율로 인한 급격한 피로 상승' 등 오승환에게 불리한 요소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2018시즌 4승 3패 2세이브 47.0이닝 평균자책점 2.68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0.9승으로 토론토 불펜 가운데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던 오승환은, 콜로라도 이적 후에도 제 몫을 다 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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