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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의 MLB+] 맷 카펜터의 반등 비결, '자기 확신'

일병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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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4 (화) 06:22

                           
[이현우의 MLB+] 맷 카펜터의 반등 비결, '자기 확신'

 
[엠스플뉴스]
 
올라올 선수는 올라온다. 종목을 막론하고 특급 선수들은 시즌 초 잠시 부진하더라도 기다리면 곧 제자리를 찾는다. 올 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간판타자 폴 골드슈미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올해 메이저리그에는 단순히 자신의 자리를 찾는 것을 넘어 커리어 하이를 경신할 기세로 성적을 쌓아가는 선수가 있다. 
 
바로 맷 카펜터(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다. 카펜터는 이달 14일(한국시간)부터 22일까지 6경기 연속 홈런을 쳐냈다. 그중 21일 경기에서는 5타수 5안타(홈런 3개+2루타 2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23일 경기에서도 안타 하나와 볼넷 하나를 추가한 카펜터의 시즌 성적은 타율 .277 25홈런 53타점 wRC+(조정 득점창출력) 158 f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 4.2승.
 
이는 홈런, wRC+, WAR 등 주요 지표에서 모두 내셔널리그(NL)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시즌 초까지 카펜터의 성적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카펜터의 5월 16일 전후 성적 비교
 
[5월 16일 이전] 140타석 3홈런 13타점 타율 .140 OPS .558 wRC+ 59
[5월 16일 이후] 254타석 22홈런 40타점 타율 .349 OPS 1.202 wRC+ 216
 
5월 16일을 기준으로 카펜터의 2018시즌 성적은 타율 .140 3홈런 13타점 OPS .558에 불과했다. 오랫동안 카펜터를 응원해왔던 세인트루이스 팬들조차 비난을 퍼부을 정도였다. 하지만 카펜터는 5월 16일 이후 타율 .349 22홈런 40타점 OPS 1.202를 기록하며, 홈 팬들의 비난을 환호성으로 뒤바꿀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사이 대체 카펜터에겐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예고되어 있었던 카펜터의 반등, 그러나
 
[이현우의 MLB+] 맷 카펜터의 반등 비결, '자기 확신'

 
기연을 만나 스윙을 교정받는 등 엄청난 뒷이야기를 기다리는 독자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카펜터에겐 그런 일은 없었다. 사실 카펜터는 4월에도 지금도 그냥 '카펜터' 했을 뿐이다. 다만 시즌 초반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어드밴스드 미디어(MLBAM)에서 운영하는 스탯캐스트 데이터 기반 야구 통계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는 타구속도와 발사각도를 기반으로 타자들의 기대 성적(xSTAT)을 제공한다.
 
이에 따르면 카펜터의 지난 3-4월 xwOBA(기대 가중출루율)은 .404에 달했다. 이는 현재 카펜터의 wOBA인 .407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 수치다. 즉, 타구속도와 발사각도만 놓고 봤을 때 지난 3-4월 한창 부진에 빠졌던 카펜터와 현재 잘 나가는 카펜터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한편, 이는 선구안 측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카펜터의 3-4월 BB%(타석당 볼넷 비율)은 16.4%로 오히려 현재 기록 중인 14.7%보다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리어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것은 그야말로 '불운'이라고 밖엔 설명할 수가 없다. 하지만 '불운'이 한달 이상 지속되면 막상 경기에 나서는 선수는 평상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올 시즌 카펜터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다. 개막 후 한 달간 잘맞은 타구가 수비시프트에 걸리는 등 지독한 불운이 이어지자 카펜터는 5월 초부터 스윙이 커지기 시작했다. 반등이 시작된 17일까지 카펜터의 타석당 삼진 비율은 무려 40.0%에 달했다.
 
한편, 지나치게 큰 것 한 방을 노리는 스윙으로 인해 쉬운 뜬공이 많아지면서 같은 기간(5.1~5.16) 카펜터의 xwOBA는 .272로 감소했다. 그런데 부진이 깊어질 무렵 경기 시작을 앞둔 당시 세인트루이스 감독 마이크 매시니와 카펜터를 찾아온 이들이 있었다. 바로 세인트루이스의 데이터 분석팀원들이다. 그들은 스탯캐스트 데이터를 활용해 "카펜터의 부진은 '불운'에 의한 것이며, 지금까지 했던 대로만 한다면 곧 반등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5월 16일 이후 메이저리그 wRC+ 순위
 
1위 맷 카펜터 wRC+ 213
2위 맥스 먼시 wRC+ 187
3위 무키 베츠 wRC+ 185
3위 추신수 wRC+ 185
4위 호세 라미레즈 wRC+ 181
5위 마이크 트라웃 wRC+ 180 
 
분석팀의 조언은 성공적이었다. MLB.com의 조 트레자에 따르면 카펜터는 "그들은 제가 정말로 불운한 케이스라는 것을 말해줬고, 저는 그 말을 듣고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고 말했다. 재밌게도 이날 이후 카펜터의 성적은 "평균 회귀 법칙에 따라" 점차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한 선수가 반등에 성공할 때 흔히 회자되는 어떠한 메커니즘적인 변화도 없었다. 한마디로 말해 '데이터를 통한 자기 확신'이야말로 카펜터의 반등 비결이란 얘기다.
 
이러한 카펜터의 반등은 데이터와 현장의 접목에 있어 중요한 교훈을 준다.
 
데이터를 현장 지도에 접목하는 방법
 
 
 
세이버메트릭스를 전문가 수준으로 파고드는 일부 선수(그레인키, 바우어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프로야구 선수는 야구 통계 지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자신의 활약을 숫자를 통해 표현하는 것에 대해 갖는 본능적인 거부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주된 원인은 세이버메트릭스가 선수를 비판하는 데 자주 사용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에 반감을 나타내는 선수는 주로 세이버메트릭스에 의거해 비판을 받는 선수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를 들어 야구팬들은 FIP(수비무관 평균자책점)보다 ERA(평균자책점)이 지나치게 낮은 선수에게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또한, BABIP(인플레이된 공이 안타가 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타자에게도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때로는 수비 세이버메트릭스 지표를 근거로 골드글러브 수상을 받은 선수에게 '자격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사실 이는 모두 세이버메트릭스적인 관점에서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있는 말들이다.
 
하지만 자신의 성공이 실제로는 '운'에 기반한다고 했을 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설사 그게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선수에겐 어떤 도움도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불운'에 의해 부진을 겪고 있는 선수들에게 세이버메트릭스 지표를 근거로 격려해주는 것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확률과 운이 크게 작용하는 야구란 스포츠에서 선수는 한 타석, 한 경기에서의 실패를 과대 해석해 슬럼프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현우의 MLB+] 맷 카펜터의 반등 비결, '자기 확신'

 
'불운'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 시작하면 타구 지표와 BABIP 이론을 기반으로 한 기대 성적이 좋은 선수라고 할지라도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간판타자 브라이스 하퍼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퍼는 5월 들어 잘 맞은 타구가 수비 시프트 또는 호수비에 걸리는 비율이 늘어나자 이를 의식해 공을 억지로 띄우려고 하다 보니, 6월 들어 스윙 메커니즘이 완전히 무너졌다(관련 기사: [이현우의 MLB+] 브라이스 하퍼에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올 시즌 카펜터도 불운에 이은 슬럼프에 시달리는 선수 중 한 명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데이터를 근거로 조언을 해준 이들 덕분에 흔들리던 멘탈을 다잡고 반등에 성공했다. 이처럼 카펜터의 반등은 데이터가 현장에 접목되는 이상적인 방식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현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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